태국 민주당이 10년만에 정권을 되찾았다.
태국 왕실은 왜 아피싯을 선택했을까?
사실 아피싯은 태국 정계에 유일하게 남은 무공해 정치인.
왕실의 첫번째 의도는 이런 그를 오염시키기 위한 작업이다.
태국에선 탁신 같은 영웅 정치인이 존재해서도 안되며
또한 아피싯 같은 무결점 정치인이 존재해서도 안된다.
태국의 하늘에 해와 달은 오직 하나 뿐이며
그것은 언제나 그리고 반드시 왕실의 몫이어야 한다.
이제 털어낼 먼지가 없는 아피싯이 수상직에 올랐고
왕실은 그가 태국 정치판에서 질퍽거리는 모습을 즐긴다.
결국 국민들에게 주어지는 결론은 한가지다.
'정치하는 놈들은 아피싯이라도 똑같구나 !'
두번째로 민주당의 아피싯을 통한 포퓰리즘의 실현이다.
태국의 농민과 서민들이 아직껏 탁신의 치세에 열광하는 것은
얼마간의 파이를 그들에게 분배하려는 탁신의 시도 때문이었다.
이제 왕실은 굳이 탁신이라는 인물이 아니더라도
그 정도의 정치는 누구나 할 수 있음을 보여주려 한다.
그 역할을 아피싯이라는 인물을 통해서 진행하는 것이다.
아피싯의 민주당이 획기적인 교육 공약을 비롯하여
새로운 대서민 정책들을 왕실의 지원하에 실천한다면
탁신의 과거 업적들은 서서히 그 빛을 잃을 것이다.
국제공항을 일주일씩 점거해서 막대한 국가적 손실을 입었어도
연휴에 고속도로 통행료 면제해준다고 희색이 만면인 태국인들이다.
조삼모사가 얼마든지 가능한 태국 국민들을 상대로라면
탁신이라는 인물을 범인으로 끌어내리는 일은 어렵지 않다.
왕실은 이런 우매한 태국 국민들의 성향을 꿰뚫고 있으며
아피싯을 내세운 씨나리오로서 탁신의 그림자는 지워진다.
세번째로 왕실 프렌들리인 민주당을 통해서
왕자에게로의 왕권 이양을 가속하려는 것이다.
현재나 앞으로나 태국 왕실이 직면한 최대의 과제는
푸미폰 국왕의 왕권을 왕자가 그대로 승계하는 문제다.
왕자에 대한 국민의 존경심이나 지지는 별개의 문제이고
아예 법이나 제도적으로 막강한 왕권을 존치시키려는 것이다.
기존의 친왕실파들이 득세한 민주당에서는
왕실의 이러한 행보에 제동을 걸 수가 없으며,
태생적으로 왕실의 간섭에 의해서 출범한
현재의 아피싯 정권은 그럴만한 힘도 없다.
다만 재미있는 점은 아피싯 수상의 속내다.
그는 이러한 왕실과의 역학 관계는 물론이고
자기가 수상으로 선택된 사정을 숙지하고 있다.
왕실이 의도하는 정치적 희생양이 되지 않고
국민적 지도자로 가는 길을 그는 찾아낼 것인가?
더욱이 영국에서 태어났고 의회 민주주의의 신봉자인 그에게
실질적 왕정으로 나아가려는 왕실은 치명적인 고민거리인 것.
아피싯이 그의 앞에 산적한 이러한 과제들을 풀어내고
진정으로 태국 국민들의 편에 서서 소신을 지켜내려면
지금까지의 자기를 완전히 버릴 만한 용기가 필요하다.
탁신에 이은 또다른 망명 정객이 될 각오까지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