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여름, 서울의 한 연습실에서 마스크를 꽁꽁 쓴 다문화청소년들이 초등반, 중등반, 고등반 그룹별로 모여
앉아 극단 이름 짓기가 한창이었다. 노래와 악기, 춤에 뛰어난 청소년들이 오늘은 앉아서 고민을 한 뒤 열띤
토론을 해야 하는 날이었다.
그룹에서 열띤 토론을 벌이는 이유는 바로 다문화 청소년들의 뮤지컬극단 이름을 짓기 위함이었다.
각 그룹마다 극단 이름 후보를 몇 개 지은 뒤 앞에 나가서 발표를 하고 투표를 통해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방식
이었다. 청소년들은 자신이 내 놓은 아이디어가 극단의 이름이 될 수 있다는 사실에 한 껏 들떠 여러가지 아이
디어를 쏟아냈다. 모든 후보들의 프리젠테이션이 더 없이 훌륭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여러 차례의 투표 끝에
중등부의 “다같이 뮤지컬”을 뜻하는 “다뮤”가 선정되었다.
스무명 가량의 청소년들이 모여 만들어 낸 첫 결과물이 극단 이름이었고 이는 시작에 불과하다.
국내 전문 연기강사, 뮤지컬강사, 노래강사, 안무강사, 예술대학교 교수들이 함께 모여 기획한 다문화청소년
뮤지컬 프로그램의 가장 큰 목적은 다양한 문화를 겪으며 많은 고민을 했을 다문화청소년들이 자신들이 생각해
낸 이야기로 스스로 무대를 꾸미고, 그 위에서 공연을 하여 자신감을 한껏 높이게 함에 있었다.
극단 이름을 지은 다음 주에는 모든 학생들에게서 자신이 창작한 이야기를 자유 형식으로 지어보도록 하였다.
학생들이 지은 각각의 이야기는 어른들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참신하고 아름다운 것들로 가득 차 있었다.
마리 이야기, 부모가 뒤바뀐 이야기, 꼬리를 달고 태어난 아이의 이야기 등등… 셀 수 없이 많은 훌륭한 이야기
들이 아이들의 마음속에서 쏟아져 나왔다.
이제 이 이야기들을 가지고 작곡가와 연출가, 안무가, 마임이스트 등 강사들이 청소년들이 뮤지컬을 만들어
가는 과정을 함께 할 예정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 수업을 하는 등 여러 어려움이 있지만 매번 스무 명 이상이 참여하는 높은 출석률은
청소년들이 자신들의 무대를 얼마나 갈망하는지 잘 알 수 있게 해준다.
겨울의 첫 페이지에서 청소년들이 마음의 문을 열고 보여줄 아름다운 세계는 과연 어떤 모습일지 기대하지
않을 수 없으리라.
오는 11월 7일, 성암소극장에서 다문화청소년들의 아름다운 이야기가 무대위에서 피어 날 예정이다.
그 때쯤 코로나19로 인한 고통이 가셔지고 그 어느 때보다 희망차고 따뜻한 겨울을 준비할 수 있기를. 다문화
청소년들의 웃음소리가, 다양한 문화를 겪어내며 수많은 아름다운 것들을 내면에 쌓아 온 그들의 미소가
다가올 겨울의 시림을 잊게 해줄 수 있기를 바래 본다.
글. 기획 김봄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