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술에 이용되는 술
약술을 담글 때는 양조주나 증류주, 또는 혼성주를 모두 이용하여 담글 수 있다.
양조주 즉 탁주를 빚을 때 약재를 가미하여 발효시켜도 되고, 여러 가지약재를 인공으로 섞어 발효시켜 약효를 얻어 내는 방법도 있으며 약재를 증류주에 담가 오랜 기간이 지난 후에 약효를 얻는 방법도 있다.
이 중에 어떤 방법을 이용할 것인가는 질병의 증세를 보아 선택할 수 있다. 즉 병세가 급박하여 빨리 먹어야 할 때는 양조주나 혼성주를 이용하여 담그고 그렇게 급히 먹을 것이 아니라면 증류주에 담가 오래 저장해 두었다 먹는 것이 좋다. 이렇게 혼성주나 양조주를 이용해서 만들어 먹으면 속성으로 먹을 수 있는 이점이 있는 반면 한꺼번에 많은 양을 만들어야 하므로 조금만 필요할 경우에 불편한 점이 있다. 이에 대해 증류주를 이용해 담그면 숙성기간이오래 걸리긴 하나 조금씩 필요한 만큼만 담가 먹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탁주는 꽃, 건피, 과실 등을 모두 이용하여 빚을 수 있다. 지역마다 조금씩 담그는 방법이 다르긴 하지만 알코올 도수는 거의 비슷하다. 따라서 각 지방마다 전해져 내려오는 방법대로 술을 빚으면 된다. 어떻게 담그든 간에 발효되는 과정에서 생약의 약효가 침출되어 나오는 것이니 굳이 제조방법을 통일시킬 필요는 없다.
다만 소개하는 내용 중에 (막걸리(농주)에 담가 먹는 법이 있다)고 하는 대목은 준비한 생약재를 술밥에 같이 섞어 넣는 것을 말한다.
술밥이라 함은 지에밥을 말함이요, 지에밥은 곧 고두밥이다.
그리고 누룩을 띄울 때는 넣고자 하는 생약의 나무뿌리를 삶아 그 물로 띄우고 또 용수도 이 물을 이용해서 술을 담그면 더욱 좋은 약효가 난다. 누룩은 대개 통밀을 깨끗이 씻어 말려서 곱게 갈아 만들기도 하고 통밀을거칠게 찧어 만드는 방법, 밀가루를 약간 제거하고 만드는 법, 밀기울로만 만드는 법 등이 있다.
그러나 시장에 가면 쉽게 구할 수 있으므로 적당히 곰팡이가 난 것을 사서 담그면 된다.
탁주에도 여러 가지가 있어 삼해주나 유화주, 약산춘이라는 술은 흰무리떡을 쪄서 담는다.
또, 하향주나 일년주 같은 종류는 쌀가루를 물로 반죽해서 떡 모양으로 빚어 삶아 담는다.
또 청명주, 벽향주, 사철주같은 종류는 죽을 쑤어 담기도 하는데 보통 약재를 이용할 수 있고
빨리 먹을 수 있도록 일반화된 술은 동동주나 농주, 청주, 생약주 등으로 가장 만들기 쉽고 빨리 먹을 수 있으며 실패가 없다.
따라서 여기에 밝히는 농주나 탁주에 가미하는 약술은 지에밥을 사용하는 일반화된 농주다.
시일이 임박하여(급하여) 빠른 시일 안에 먹을 수 있는 술로 속성주, 또는 삼일주가 있다.
특별히 제조방법을 적어 본다.
우선 우물물 한 말을 펄펄 끓여 식힌다.
여기에 누룩가루 4되(조금 독하게 할려면 4.5되)를 넣어 하룻밤 정도 재워둔다.
쌀 한 말을 깨끗이 씻어 시루에 푹 찐다. 이 과정에서 약재를 넣어 찌는 수도 있고 약재 달인 물을 솥에 붓고 김을 쐬이기도 하면서 술밥을 찐다.
멍석을 깔아 놓고 술밥을 펴서 완전히 식힌 다음 물에 담가둔 누룩을 채로 걸러 건더기는 건져버리고 우러난 물을 술밥에 섞어 빚는다.
이렇게 하여 독에 담가 밀봉해 두면 3 5일 안에 술이 익는다. 이때 질이 좋은 술을 한 사발 부으면 술맛이 더욱 좋고 빨리 익는다.
약술을 만들고자할 때는 우물물을 끓일 때 준비한 약재를 넣어 끓여 식혀서 쓴다. 또 술밥(지에밥)에 약재를 같이 넣고 찌든가 섞어 담기도 한다.
약술을 잘 담그려면
(1) 재료의 선택과 구입방법
재료는 우선 상하지 않고 되도록이면 신선한 것을 고른다.
건조품으로 담글 때는 부패되었거나 곰팡이가 나지 않은 것으로 선택한다.
초근목피는 원래 본인이 스스로 구해서 담그는 것이 원칙이나 초심자로서는 진품을 구분하기가 힘들므로 한약 상가나 전문가에게 문의하여 구입하는 것이 좋겠다. 왜냐하면 비슷한 모양의 독초도 많이 있기 때문이다.
요즘 한약재 건재상에는 계절에 관계없이 모든 종류의 약재가 준비되어있으며 가격도 비싸지 않고 믿을 수 있으니 웬만하면 이런 곳에서 구하는 것이 좋다. 재료선택에 있어 보다 세부적인 사항과 손질법은 아래와 같다.
#1 뿌리 부분을 이용하려면
동쪽으로 뻗은 뿌리의 껍질을 취한다. 뿌리 중에 가장 약성이 강한부분이며 기의 생기가 모여 있다. 신선한 것을 채취하여 물에 깨끗이 씻어 겉 껍질을 갉아 버리고 다시 껍질을 벗긴 후에 속 나무 심은 버린다. 잔뿌리 쪽이 더욱 좋다.
#2 과일을 이용하려면
과일은 신선하고 조금 덜 익은 미숙과를 사용해야 산미가 강하고 약효가 높으며 오래 보존할 수 있고 부패하지 않는다. 깨끗이 씻어 물기를 제거한 뒤 통째로 쓰거나 썰어서 쓰려면 죽도나 그 밖의 쇠칼이 아닌 것을 사용하여 썰어 담근다. 과육은 쇠붙이가 닿으면 성분이 변하여 약성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3 꽃을 이용하려면
꽃은 개화 직후 반쯤 피었을 때가 좋으며 만개된 것은 꽃잎이 떨어지기 쉬우므로 좋지 않다. 이렇게 만개되기 전의 것을 꽃봉우리째 따다가 담는 것이 좋다.
#4 전초를 이용할 경우
병든 잎이나 단풍이 들은 것은 좋지 않으므로 잎이 푸를 때 채취하여 사용한다. 반쯤 말려서 사용해야 할 것은 음지에서 말려야 하며 생것을 이용할 때는 깨끗이 씻어 물기를 제거한 후 되도록이면 쇠붙이 칼로 썰지 말고 플라스틱 칼로 썰어야 한다.
#5 한약재나 건재품을 이용할 경우
신용있는 한의원이나 한약건재상에서 믿고 구입하여 사용하면 좋다. 한약 건재상을 이용하면 사시사철 담글 수가 있어 편리하다.
(2) 약술에 사용하는 술의 도수
증류주를 이용하여 약술을 담그려면 주도가 최소한 35도 이상 되어야한다.
일반 가정에서 술을 담글 때는 대개 25도짜리 소주를 이용하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약술을 만들 때는 이렇게 담그면 안 된다. 왜냐하면 도수가 낮은 술로 담그면 약재료가 부패해서 약의 효능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때문에 약술에 쓰는 술은 45도짜리 배갈이나 위스키 등 양주를 이용해야 한다.
약의 성분이 가장 잘 침출되는 알콜의 도수는 60도에서 70도정도이다.
양조주나 혼성주로 담글 때는 술의 재료가 균형을 이루고 보존장소나 상태가 적당하면 대체로 40도 이상의 전액을 얻을 수 있다.양조장에서 직접 탁주의 원액을 얻어다 담그면 아주 좋다.
(3) 당분을 첨가하는 방법
일반 술을 담글 때나 포도주를 담그려면 당분을 첨가하여 담그지 만약 술을 만들려면 당분을 가미하지 않는다.
만약 당분이 들어가게 되면 오래보존하기 힘들고 부패하기 쉬우며 약효가 줄어들거니와 두통이나 체질의산성화 등의 다른 부작용을 일으키기 쉽다.
그러나 특정의 몇몇 약술에는 당분이 들어가야 하는 것도 있다.
이럴 때 우리는 대개 흰 설탕을 쓰는 것이 보통인데 흰 설탕은 비타민 C를 파괴시키고 우리 몸을 산성화시킨다고 한다. 때문에 흰 설탕 보다는 흑설탕이 좋은데 흑설탕을 넣으면 술의 색깔이 제대로 나지 않고 흑설탕의 독특한 냄새로 인해 약술의 제 맛을 낼 수가 없다.
따라서 굳이 당분을 첨가하고자 하면 꿀을 이용하는 것이 좋으며 양봉보다 토종꿀이 더욱 좋다고 한다.
꿀보다 더 좋은 것이 포도당이다. 이는 영양보충도 되고 단맛도 내니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어 좋다. 외국에는 포도당이 제품으로 생산되어 판매되고 있기 때문에 이것을 이용하여 많이 담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보급되어 있지 못하므로 꿀을 넣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4) 보존방법과 기간
우선 술을 담그는 용기는 유리제품보다는 질그릇 종류의 항아리나 독이 좋다.
유리병에 담그면 색깔을 볼 수 있어 좋지만 직사광선이나 밝은 빛이 직접 닿게 되면 그릇 속의 재료가 빨리 산화되어 색깔이 변하고 향과 맛이 변해 버린다고 한다. 또 온도의 변화가 심하기 때문에 술이 제대로 숙성되지 못한다. 쇠그릇이나 플라스틱 제품도 마찬가지이다.
만약 질그릇이 없어 굳이 유리병에 담가야 할 때는 그릇의 겉면을 검은 천으로 감싸서 어두운 곳에 두어야 한다.
또 한번 사용했던 그릇은 불에 그을려 소독해야 하며(볏짚을 태운 불에 하는 것이 가장 좋다) 끓는 물을 부어 2 3일간 우려낸 뒤 완전히 건조시켜 사용해야 한다.
이렇게 질그릇에 담근 술은 직사광선이 닿지 않는 어두운 곳, 특히 어린이나 손님들의 왕래가 없는 곳에 두어야 한다.
이는 부정타는 것을 방지한다는 민간신앙에서 나온 얘기인 것 같기도 하지만 사람의 왕래가 잦은 곳에 두면 잘못하여 깨뜨릴 우려도 있고 도난당하거나 술이 채 익기도전에 개봉하게 되는 수가 많기 때문이리라.
그러므로 술독은 반드시 냉암소나 지하실 또는 땅속에 묻어 두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
시골은 장소를 구하는 데 어려움이 없지만 요즘도회지에서는 곤란한 점이 많으므로 적당히 어두우며 공기가 잘 통하는 서늘한 곳이면 보관해 두고 눈에 띄지 않게 잘 가려 두면 되겠다.
땅속에 묻을 경우에는 독의 뚜껑이 땅 표면에서 3자 아래까지 내려가도록 하며 만약 이만큼 깊이 파지 못했을 경우에는 독 위로 흙을 북돋워 주어야한다. 이때 땅 위로 5자 이상의 흙무덤을 만들어 준다.
왜냐하면 이렇게 해야 춥거나 더운 날씨의 변화를 덜 받게 되기 때문이다.
묻는 장소도 화장실 옆이나 하수구, 동물의 우리 옆은 피해야 하며 가장 좋은 곳은 술의 재료와 같은 나무의 아랫 쪽에 묻는 것이다. 묻고 난 뒤 흙무덤의 정중앙에 팻말을 박고 술의 이름과 재료, 제조연월일, 개봉 날짜등을 기록해두어야 한다. 이렇게 해야 실수 없이 술을 꺼낼 수가 있는 것이다.
약술의 보존기간은 되도록 길면 좋다. 진공상태로 밀봉하여 적어도 1년 이상 3년 정도 되어야 충분히 약효가 나게 된다. 구체적으로 들어 보면 탁주 종류의 양조주로 담그면 3일 7일이면 먹을 수는 있다.
또 증류주로 담글 경우 꽃을 이용해서 담근 술은 빠르면1개월부터 3개월 사이에 먹을 수 있고 과일을 이용한 것은 2 3개월 사이에 먹을 수 있으며 뿌리나 전초로 담근 것은 6개월에서 1년 어떤 것은 3년 5년 되어야 먹을 수 있다.
물론 예외적으로 인분을 이용한 술 같은 것은 24시간 후면 바로 먹을 수 있기도 하다.
그러나 대개 6개월에서 1년 정도 지나야먹을 수 있다.
(5) 마지막 손질과 마시는 방법
재료의 비율을 잘 맞춰 술을 담갔으면 공기가 새지 않도록 완전히 밀봉해야 한다.
뚜껑을 꼭 닫은 뒤 비닐로 싸매거나 양초 땜을 하는 방법도매우 좋다.
술독을 보관할 장소를 정하고 옮겨 놓고 나면 술이 완숙될 때까지 용기를 움직이지 않도록 한다.
머루주 같이 개스가 많이 발생되는 술은 용기에 충격을 가하면 용기가 폭발해 버리는 수가 있기 때문이다.
용기 겉면에다 제조연월일, 약재명, 보존기간 등을 기재해 두면 아주편리하다. 술이 완숙되어 먹을 때가 되면 개봉하여 건더기는 건져 버린 뒤 잘 걸러 목이 가는 병에 보관해 두고 조금씩 마시도록 한다.
약술은 한 번에 많이 마시는 것이 아니다. 약을 먹듯이 조금씩 시간을 지켜 복용해야 하며 되도록 세 끼니 식전에 마시는 것이 좋다.
치료방법에 따라 만취하도록 먹는 것도 있지만 대개 한두 잔을 넘기지 않는 것이 좋다. 또한 약술은 대개 약효가 서서히 나타나는 것이므로 성급히 생각하지 말고 꾸준히 장복해야 한다.
끈기와 믿음으로 오래 먹다 보면 병이 스스로 없어진 것을 알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