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호] 황금의 땅 ㅡ2권 7 "당신이 제일 걱정이 된다는구만. 허, 그놈이 이젠 즘 여유가 있는 모양이야. 에미 생각을 다 하고." "그러니 어서 일어나 기운을 차려.이제 곧 영무의 누명도 풀릴 것이 고, 그놈도 돌아올텐데." "신부님이 그럽디까?" "그래, 산타마리아라든가 산타밀라라든가 하는 그 교회의 신부님이 라는데 영무가 죄가 없다는 것을 말해 주었어.신부님의 말씀이야.하 느님의 말씀하고 똑같은거야. 법관이 말하는 것보다 더 든든하구만." "어서 기운을 차려." 고진호씨는 생기가 지나쳐 수선스럽기까지 했다. "영무가 살아 있긴 살아 있는 모양이군요." 지친 듯 눈을 감으며 김영순 여사가 말했다. "하지만 영무하고 전화했다는 것은 당신이 지어낸 말이지요." "아니, 이 사람이." "영무 그놈이 그런 말 할 놈이 아니에요. 내가 제일 걱정이 된다느니 어찌느니 하는 말 말이에요. 제 할 말만 뚝뚝 던지는 놈인데." "당신이 내 생각 하고 하시는 말씀이지 " "이 사람이 나를 어떻게 보고." "아이구, 이놈아, 살아라, 살아 다오." 한꺼번에 숨을 및아내면서 어머니가 천장을 바라보았다. "제발 살기만 하거라. 어디에 있든 간에 살아만 있어 다오." 어머니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그녀는 사건이 신문에 보도되고 나서부터 꼼짝하지 않고 자리에만 누워 있었다 하루종일 방에 누워서 천장만바라보는 것이었다. 고진호 씨가 꾸및듯이 말하면 겨우 음식을 먹는 시능을 하다가 수저를 내려놓 곤 했다. 고진호씨는 이제 아들보다 아내가 더 걱정되었다. 실내복 차림의 유장수가 피로한 듯 의자에 머리를 기대고 않아 있었 다. 넓은 응접실에는 침묵이 흘렀다. 한동안 탁자 위를 내려다보고 있던 장규식이 머리를 들었다. "아파트는 비어 있더군요.세간살이는모두 깨끗하게 정리되어 있었 지만 놈들이 살았던 흔적이 있었습니다. " "멍 청한 놈들, 진작 가정부를 목표로 삼을 것이지 " 유장수가 이맛살을 찌푸리며 머리를 돌렸다. "저희들은 그들이 다른 아파트를 가지고 있는지를 전혀‥‥‥‥ "너희들은 언제나 한발씩 늦어. 이틀만 먼저 알았어도 이런 일이 일 "이번에는 놓치지 말아." 머리를 든 유장수가 다짐하듯 말했다. "로비에 세 놈이 있었어. 아니 그보다 많을지도 몰라.얼핏 눈에 띈 게 세 놈이었으니까." 신용만이 커튼을 들치고 밖을 내려다보았다. "빌어먹을, 유장수를 아예 죽여 버리든지 해야지." "거, 시끄러워 그만 씨부렁 거리 란 말이다. " 침대에 팔베개를 하고 누운 최대광이 버럭 소리쳤다. "열 놈이 있으면 뭐하고 스무 놈 있으면 어때? 입 닥치고 잠이나 자." "지금이 몇 신데 잔단 말이야?" 창가에서 몸을 뗀 신용만이 힐끗 시계를 올려다보았다. 저녁 일곱시 가 조금 지나 있었다. "형님만 그런 일이 없었다면 진작 배를 탓을텐데." 침대 끝에 엉덩이를 걸치고 앉으면서 신용만이 말했다. 고영무의 행 방은 알 수가 없었다. 엊그제 일간지에는 그가 산속으로 도망쳐 들어 갔다는 기사가 났을 뿐이었다. "망할 자식,그런 일이 있으니깐 못 간다는거야?의리 없는놈 같으 니라구." 옆으로돌아누우면서 최대광이 말했다. "이런 때일수록 가서 도와줘야 하는 거란 말이다, 더러운 놈아." 벌써 이 일로 몇 번을 다투었는지 모른다. 앞으로 언제까지 이런 식 으로 유장수의 부하들을 달고 다녀야 할지 알 수가 없었으므로 신용만 도 불쪽 떠나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그러나 밀항하는 것도 문제지만 콜름비아에 가서도 막막한 것이다. 한 달 가깝게 걸리는 뱃길이다. 그 동안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도 없다. "에이, 답답혀 " 침대에서 벌덕 상체를 세운 최대광이 신용만을 바라보았다. "저놈들이 연제 또 우리 식구를 데리고 갈지도모른단 말이다. 다음 번에는 우리 어머니나 아버지를 데리고 갈지도 몰라.그러면서 테이프 하고 바꾸자고 할거란 말이다. " "야야, 대한민국이 그렇게 무법천지는 아니니까 쓸데없는 소리 말 아. 그때는 테이프가 모두 신문사나 방송국에 보내졌을테니까. 내가 확 실하게 말해 주었어." 최대광이 우두커니 신용만을 바라보았다. "넌 가족도 없어?" 그의 갑작스런 물음에 신용만이 입술을 한쪽으로 비틀었다. "이 자식이 난데없이 무슨." "넌 부모도 형제도 없느냔 말이다. " "내가 부모 형제 있으면 왜? 네 식구 대신 그놈들에게 잡히라고?" "넌 부모 없는 호로자식이냐? 말 즘 해봐 임마." 갑자기 신용만의 발길이 옆쪽으로 휘익 날아들어 최대광의 옆구리 를 쳤다. 예상치 못했던 일이라 최대광이 허리를 비틀며 침대 위를 ◎ 굴더니 반대쪽으로 굴러 떨어졌다. "이 새끼가 쳤어!" 금방 얼굴이 검음게 달아오른 최대광이 한손으로 침대를 번책 들어 서 뒤집어 놓았다. 침대가 뒤집히면서 탁자를 깔아 부수는 소리가 요 란하게 났다. "그래 이 자식아, 나는 호로자식이다. " 한쪽으로 비켜 싫던 신용만이 정충 뛰어올라 그의 턱을 향해 발길질 을 했다. 머리를 틀어 그의 발길을 피한 최대광이 손을 휘둘러 그의 다 리를 쳤으나 벗나갔고,그 순간 신용만의 주먹이 그의 배를 연타로 두 들겼다. "이놈의 자식 ." 눈을 부릅뜨고 이를 악문 최대광이 두 괄을 벌리며 다가왔다. "죽여 버 릴테여." "그래 이 새끼야,잘됐다. 같이 죽자. 난부모도 형제도 없는호로자 식이니까 서러워할 사람도 없다. " 다시 신용만이 온몸을 던지듯이 뛰어들었다. 그의 주먹이 최대광의 가승을 연달아 치고 무릎이 접어지떤서 옆구 리를 박았다. 그러다가 그의 허리춤이 최대광의 손에 잡혔고 어느 사 이에 뒤집혀서 신용만이 침대에 부딪히며 나가떨어졌다. 그러나 신용 만이 통기듯이 몸을 세웠다. "이 새끼! 아직 멀었어!" 눈을 부릅뜨고 이를 악문 신용만이 뛰듯이 다가왔다. "됐다, 이 새끼야. 휴전이다. " 와락 뛰쳐드는 그의 주먹을 피하면서 최대광이 소리쳤다. "그만해, 이 새끼야! 휴전이라니판." 어깨를 잡힌 신용만이 온몸을 비틀면서 빠져나오려고 하다가 이윽 고 사지를 늘어뜨렀다. "난.부모도 없고 형제도 없어.친척이 몇 명 있지만 연락을 끊고 살 아왔으니까 네 말대로 호로자식인지도 몰라." 성한 침대의 귀통이에 걸터않은 신용만이 무릎 위에 두 팔굽을 짚고 바닥을 바라보았다. "난 호텔에 근무했던 것도 아니야. 공무원 시험에 합격해서 동사무 소에 근무했어. 밤에는 야간대학에 다녔다. 영문과를 졸업했지." 최대광이 벽에 등을 기대고 앉아물끄러미 그를 바라보았다. "난 잠잘 방하고 세 끼 먹을 수만 있으면 만족했다. 어렸을 때부터 그것이 꿈이었지. 대통령이 되고 장군이 되겠다느니 의사, 검사가 되겠 다느니 하는 생각은 못했어. 아니 안했어 나는 먹고 잘 수만 있으면 되었어." 신용만이 허리를 펴고는 호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다. 그 가 주머니를 더듬거리는 것을 본 최대광이 라이터를 던져 주었다. 바깥에서 차량의 엔진 소리가 가까워겼다가 멀어졌다 그것은 끊임 없이 반복되고 있었다. "4년을 동사무소 서기로 근무했다. 구청장 표창도 받았지. 일과 끝 나면 운동하고,공부하고.그렇지,운동은 내 취미였지 기죽지 않으려 면 주먹 이 있어야 했으니까. 15년 되었지, 운동한 지는." 담배 연기를 내뿜은 신용만이 머리를 돌려 최대광을 바라보았다. "난 동사무소에 배당된 불우이웃돕기 성금을 은행에서 찾아내고는 동사무소를 그만두었지." 신용만의 얼굴에 웃음이 번졌다. "5백만 원쯤 되었는데, 전날부터 불우이웃이라는 사람들이 동사무 소에 찾아와서 기다리고 있었어.늙은 할머니 또는 찌든 아줌마들 난 그돈을 가지고 튀었어." "워 돈 들데가 있어서 그런 것도 아니다. 직장생활이 특별히 싫어서 도 아니고. 돈을 찾으니까 이 돈을 내가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구.그래서 가졌어.그렇게 해서 동사무소 생활을 그만줬고 이렇게 및 쟁이 신세가 됐지." "야 임마, 하필이면." "시끄러, 이 자식아. 잠자코 들어." 입을 열었던 최대광이 입맛을 다시면서 다시 벽에 둥을 기대었다. "그러고 나니까 눈이 확 뜨이더구만.돈 벌 데도 많고,쓸데도 많더 라구 " "쌍놈의 새끼, 나한테는 호텔 직원이었다구 했지?뭐? 미국에서 몇 년 있다가 오면 지배인이 되었을 것이라구?" "내가 그랬나?" "호텔에 들어온 여자가 어쩌구 어째?소리가 나서 방에 들어갔더니 후장을 파고 있었다구?" "너한테는 그런 사연이 인상적일 것 같아서.너 같은 돌대가리가 기 억하고 있는 걸 보니까 내 추측이 맞았군." "빌어먹을 놈." 최대광이 손바닥으로 옆구리를 문지르며 침대 위로 두 다리를 주욱 별었다. "아무리 그령다고 불우이웃 성금을 들고 뛰어?하고 많은 돈 중에서?" "흥, 내가 불우이옷이다, 이 자식아.동정받기 싫어서 들고 튀긴 했 지만." "그건 들치기지, 이 자식아." "동사무소에서는 내 퇴직금이네 적금 같은 것으로 해결했어. 아마 몇십만 원 남았을거야. 언젠가는 그 돈을 받으러 가야 돼." "이자까지 쳐서 받아라." "난 돈을 벌거다, 엄청나게 벌거야.유장수를 봐라.그런 놈이 새끼 들 데리고 떵떵거리고 사는 걸 보란 말이다. 그리고 어린 년도 들어祭 혀 놓고." "네놈이 하고 싶은 모양이구만." 신웅만이 머리를 들고 최대광을 향해 웃었다. "우리 부모는 내가 열 살 때 자살했어, 내 동생도 함께 죽었다. 나는 위장이 좋았던 모양이야. 나만 살았어." "이제 너는 알았으니까 호로자식이라고 해도 된다. 모르고 하는 그 소리는 정말 듣기 싫더라. 소름이 끼쳐 ." "야,임마, 거기 라이터 즘 이리 줘." 담배를 입에 문 최대광이 라이터를 가리켰다. "뭘 먹었는데? 쥐약 먹 었냐?" 불을 붙여 문 최대광이 이맛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아니, 수면제 ." "그렇지, 수면제가 깨끗하지." 최대광이 머리를 끄덕였다. "내가 어릴 때 쥐약 먹고 죽은 사람을 보았는데 못 보겠더라. 아주 꿈자리가 사나웠어 " "느그 부모는 배운 사람이었던 모양이야. 점잖게 수면제를 잡수시 "그, 수면제를 먹으면 꿈도 안 꾼다던데, 참말이냐 최대광을 바라보고 있던 신용만이 머리를 돌리며 피식 웃었다. 그들 은 한동안 딴 곳을 바라보며 입을 열지 않았다. 방안은 거친 숨소리와 신음 소리로 가득차 있었다. 유장수의 온몸은 땀으로 덮여 있어서 살이 부딪칠 때마다 철택거리는 소리가 났다. "살살 해줘요." 이맛살을 찌푸린 홍성희가 숨가쁜 소리로 말했다. 그녀는 유장수가 그런 말을 들을수록 기세를 부리며 거칠게 나오는 것을 안다. 그의 얼 굴에서 흘러내린 땀방울이 가슴 위로 떨어져 내렀다. 두 다리로 그의 허리를 감은 흥성희가 머리를 좌우로 저었다. "여보, 나, 되려고 해요." 그녀의 입에서 길고 억눌린 듯한신음 소리가터져나왔다.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유장수가 뜨거운 것을 분출시키는 것이 느껴졌다. 저도 모르게 그의 목을 끌어안은 홍성희가 온몸을 굳히며 폭발하는 듯한 비 명 소리를 내었다. 유장수의 온몸이 늘어지기 시작하고 있었다. "이봐, 오랜만에 하니까 기분이 다르구만 그래 . 색다른 맛이 나." 천장을 바라보고 누운 유장수가 문득 입을 열었다. 아직도 그의 숨소리는 정상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숨소리뿐만이 아 니다. 그의 섹스도 작년과 다르다 그는 언제나 상대를 만족시켜 준다 고 믿지만 그것은 모르는 말씀이다. 이쪽에서 그의 상태를 보고는 소 리와 몸짓으로 절정을 맞춰 줄 뿐이다. 작년과 비교해서 흥성희는 절 정의 시간을 많이 단축시켜 놓고 있었다. "넌 나하고 궁합이 맞아, 그것만 알아둬라." 홍성희의 어깨를 안으면서 유장수가 말했다. "다른 놈은 널 이렇게 못해." "아이, 또 그 소리 ." 홍성희가 몸을 틀어 두 다리로 그의 하반신을 감았다. "꼭 길들인 강아지한테 말하는 것 같아서 기분 나빠요." "흥. " 유장수가 입술 끝으로 웃었다. "그것 괜찰은 표현이군." "소름이 끼쳐요. 지난 일주일을 생각하면. 당신 원망도 많이 했어 요." "혹시나 그놈들이 저를 해치지나 않을까 잠도 자지 못했어요." "그럴 순 없었지. 우리가 그년을 잡고 있었는데." 유장수의 호흡이 정상으로 돌아와 있었다. 그가 머리를 돌려 이쪽을 바라보았다. "네가 그 이야기를 털어놓는 바람에 내 입장이 난처해졌어.왜 강일 준이 이름까지 끄집어낸거냐 "죽일 것 같았어요. 정말 무서웠어요." 커다랄게 눈을 치켜뜬 홍성회가 상체를 반좀 세우고는 그를 내려다 보았다. "그 큰놈은 마치 미친 놈 같았어요. 말하지 않으면 날 강간하고 죽이 겠다고 하는데 어떻해요?그놈한테 강간당하느니 털어놓는 게 나았어 요." "그리고 그 신 뭐라고 하는 놈은 대충 윤곽을 아는 것 같던데요 뭐 . 다그치는데 어떡해요?" "할수없는 일이지. 어차피 놈들은 오늘밤 끝나게 되어 있으니까." 입맛을 다신 유장수가 손을 철어 그녀의 젖가습을 쓸었다. 그에게 바짝 몸을 붙인 흥성희가 늘어진 그의 남성을 손으로 감싸 쥐었다. "제발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어요. 속초에서는 그게 뭐예요? 내가 그 놈들에게 끌려가면서 당신을 얼마나 원망한 줄 알아요?" "오늘밤은 그렇게 안될거다. 열 명이 내려가 있는데다가 강사장이 칼잡이 다섯 명을 내려보냈으니까." "아예 호텔을 봉쇄하고 일을 벌일거다. 잘 안되면 죽이라고 했어." "그놈들이 데이프를 터뜨리면 어떻게 하죠?" 홍성희가 그의 가슴에 얼굴을 대고 물었다. 그의 남성은 어느덧 단 단해져 있었다. "테이프 있을 만한 데를 알아봤어. 그리고 터뜨려도 상관글어. 우리 가 손을 쓰면 돼. 조금 귀찰기는 하겠지만 놈들을 살려 두고 골치를 썩 이는 것보다는 낫다. " "내가 위로 올라가요?" 그의 남성을 건드리면서 흥성희가 묻자 유장수가 머리를 끄덕였다. "빨리 해줘요. 난 기운이 없으니까, 오래하면 안돼요." 그러나 이번은 째 오래 갈 것이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이쪽이 절정 을 맛볼 수도 있을 것이다. 흥성희는 그의 몸 위로 몸을 올렸다. 로비에 모여선 사내들을 둘러보던 장규식의 시선이 한 사내에게 멈 추었다. 검은 얼굴에 콧수염을 기르고 있어서 동남아계처럼 보이는 사 내였다 키는 1미터 70이 조금 넘게 보였으나 양복의 어깨에서 팔로 흐르는 션이 둥글게 보일 정도로 부풀어 있었다. "이형, 4층의 손님들을 모두 다른 충으로 옮길 때까지 조금만 기다 려. 30분이면 끝난다고 하니까." 장규식의 말에 그는 잠자코 머리를 끄덕였다. 밤 열한시가 되어 가고 있었다. 투숙객으로 보이는 사내가 여자의 부축을 받으며 그들의 옆을 지났다. 술에 엉망으로 취해 있어서 제대 로 걸음을 걷지도 못한다. "오늘밤 절대로 놈들을 놓치면 안된다. 다시 말하지만 어떻게 하더 라도 놈들을 잡아서 끌고 나가야 돼. 알아들었어?" 억눌린 듯한 목소리였으나 주벌에 둘러선 사내들이 알아들은 듯 머 리를 끄덕였다. "그럼, 이형, 부탁합시다. " 콧수염을 기른 이한기에게 말하고 난 장규식이 몸을 돌렸다. 사내들 이 제각기 홑어지고 이한기의 주위에는 여섯 명의 사내들이 남았다. 그들이 방을 습격할 결사대인 셈이다. 정확히 말하면 이한기는 장규식 의 부하도 유장수의 부하도 아니다. 그는 이번 일에 신경을 곤두세운 강일준 사장의 부하였다. 이한기가 팔장을 끼고는 둘러선 여섯 명의 사내들을 둘러보았다. 세 명은 자신이 데려온 부하였고 나머지 셋은 장규식의 부하였다 "나 참, 두 놈 가지고. 이건 전쟁을 하는 것 같구만." 그러자 세 명의 부하는 싱글거리며 웃었는데 장규식의 부하들은 반 응이 없다. 그들은 이한기가 이쪽을 무시한다고 느핀 모양이었다. 이한 기는 온갖 싸움을 다 해본 사내였고 그만큼 감각도 빠르다. 금방 정색 을 하더니 사내들에게 한걸음 다가가 섰다. "방이 좁으니까 일단은 나하고 이쪽 형씨들이 펀저 들어가기로 하 지. 그러면 우리는 넷이로군. 내가 덩치 큰 놈을 맡을례니까 형씨들은 다른 놈을 맡고." 그는 자신의 부하들에게 시선을 돌렸다 "너희들은 문밖에 서 있다가 우리가 일이 생기면 한 명씩 뛰어들어 와. 내가 말할 때까지 칼은 던지지 말아라." 장규식의 부하들은 만족한 듯 머리를 끄덕였고 그의 부하들도 보스 의 명령 인지라 잠자코 있다. "앰블런스는 도학했나?" "예, 호텔 옆 골목-에 있습니다. " 이한기가 묻자 누군가가 대답했다. 그들이 곱게 잡혀 가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법블런스 에 싣고 가는 것이 어울릴 것이었다. 시계를 들여다보던 이한기가 이 맛살을 찌푸리고 로비를 둘러보았다. 프런트 담당계원 옆에 서 있던 장규식과 그의 부하들이 보였다. 아직 손님들의 이동이 덜 끝난 모양 이었다. 이한기는 팔장을 풀고 바지 주머니에 두 손을 쩔렀다. 오른쪽 손에 두툼한 나이프의 손잡이가 잡혔다. 칼을 쓰게 되지는 않을 것이다 도무지 이름도 없는 조무래기 두 놈 을 처치한다고 이런 소동을 부리는 유장수를 이해할 수가 없었다. 들 리는 소문으로는 그의 부하들 여섯 명 이 놈들을 기습했다가 도리어 모 조리 머리가 깨지고 코가 달아나는 중상을 입었다는 것이다. 유장수도 이제 한물 간 모양이었다. 장규식이 긴장하고 있는 것을 보아도 짐작할 수가 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들은 경쟁도 없이 한국에서 태평성대를 누려왔기 때문이다. 그 러나 이쪽은 다르다. 흥콩이나 태국 또는 말레이시아의 조직들을 누르 고,또는 해적들과도 싸우면서 마약사업을 해왔다. 이한기는 장규식을 바라보며 템그레 웃었다. 보스는 5인 위원회의 위원인 유장수의 힘을 과대평가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보스는 이번 일을 계기로 유장수의 능력을 알게 된 것 같았다. 그러나 프런트에 서 있던 장규식이 몸을 돌렸다. 그리고는 이쪽을 향해 다가왔다. "이형,4층은 모두 비었소. 이제 시작합시다. " 머리를 끄덕인 이한기가 몸을 돌렸다. "이형, 나는 4층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겠소." 장규식의 말을 등뒤로 들으며 이한기는 엘리베이터로 다가갔다. 멈 추어 있던 엘리 베이터가 곧 열렸다. "빌어먹을, 점점 비윗장이 틀어지는구만, " 엘리베이터의 문이 닫히자 이한기가 어금니를 문 채 이를 갈듯 말했 다 "조무래기 두 놈 잡는데 이런 소동이라니 이건 솔직히 우리 얼굴에 똥칠하는거 야." 여섯 명의 사내들은 모두 입을 열지 않았다. 그러나 이한기는 장규 식의 부하들이 눈법을 곤두세우는 것을 보았다. 그들은 악에 받쳐 분 발할 것이다. "이번에 놓치면 아예 발을 셋자구, 모두 말이야." 엘리베이터 안은 살기가 압축되어 가는 듯 긴장감이 감돌았다. 곧 4층의 불이 켜지고 엘리베이터가 열렸다. 그들은 눈앞에 펼쳐진 팅 빈 복도로 쓸아져 나왔다. 복도의 끝 쪽에는 비상구가 있었고 그쪽에는 장규식의 부하들이 지 켜 서 있을 것이다. 4층의 투숙객들은 이미 다른 층으로옮겼으므로 다 른 것에 신경활 일도 없다. 그들은 말없이 408호실 앞으로 다가갔다. 작전은 짜놓았으므로 더이 상 말할 것도 없다. 408호실 앞에 다가서자 이한기는 힐끗 사내들을 둘 러보았다. 그러자 세 명의 사내들이 문 옆쪽으로 비켜났고 나머지 세 명은 그 의 등 뒤쪽으로 다가셨다. 머리를 끄덕인 이한기는 문에서 한걸음 물러졌다. 재발리 눈치를 챈 부하들이 제각기 허리를 숙이거나 양손을 앞으로 내밀었다. 사내 한 명은 이미 20센티즘 되어 보이는 회칼을 빼어들고 있었다. 장규식의 부하였는데 얼굴이 사생결단을 할작정인지 하얗게 굳어 있었다. 이한기는 한 발을 높게 올리고는 문고리를 향해 힘껏 내질렀다. 우지끈 소리와 함께 문이 활짝 열렸다. 마르틴은 밤 아흡시가 되어서야 방으로 들어섰다. "고, 일들은 모두 잘 되었어요. 산체스도 만나보았고." 그는 들고 온 종이봉투를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봉투 위로 삐어나 온 한 덩어리가 보였다. "수고하셨습니다, 신부님 " 고영무는 봉투 안에 든 방과 통조림들을 탁자 위로 꺼내놓았다. 둘 이서 사흘간은 먹을 수 있을 것 같은 분량이었다. "복도에서 성당의 주임신부를 만났는데 나보고 내일 미사를 집전해 달라는거야. 그래서 사업관계로 안된다고 했어." 마르틴이 주머니에서도 통조림 깡통을 꺼내어 놓았다. "나한레 이런 큰 사업이 또 있겠소? 산타밀라의 성당을 증축하는 사 업 말이오. 주임신부가 눈을 둥그렇게 뜨더니 돌아서 가더군." 그는 유쾌한 듯 보였다. "고, 당신 아버지께 전화도 했소." 돌아서서 윗도리를 벗으며 마르틴이 말했다. "당신의 말을 그대로 전했어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본 채 고영무는 움직임을 멈켰다. "아버지도 당신을 믿는다고 합디다. " "집안은 걱정하지 말라고도 했어요." 고영무는 빈 봉투를 접어 한쪽에 놓았다. 다시 힐끗 마르틴을 바라 보았으나 그는 더이상 아무 말이 없다. 소매를 걷어붙이면서 탁자로 다가오더니 합과 깡통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산체스는 30만 페소로 딴아 줍디다. 다른 사람한테는 40만 페소를 받는다고 하더군 내 부탁이니까특별히 할인해 준다는거야." 마르틴이 그를 바라보며 웃었다. "그리고 나더러 밀항자를 모집해 달라고 하지 않겠소? 1인당5만페 소씩 수수료를 주겠다는거야." "배는 사흘 후에 출항할거요.산체스의 배인데 밝았지만 쓸만해요 아마 미국까지 백 번도 더 다녀왔을테니까." "아버지가 다른 이야기는 안했습니까?" "안했소." 마르틴이 머리를 저었다. "난 당신이 전하라는 말만 전했고 그쪽도 그 말만 합디다. " "그 깡통을 이리 주시오. 저녁 준비는 내가 할테니까 당신은 저쪽에 가서 기다리고 있어요." 마르틴이 식탁을 치우면서 말했으므로 고영무는 침대로 돌아와 끝 쪽에 걸터앉았다. 이제 사흘 후면 콜름비아를 떠나게 된다. 그러나 아 무런 감회도 일어나지 않았다. 이곳이나 저곳이나 장소는 아무런 의미 가 없다. 아직은 그를 반길 나라가 아무 곳도 없는 것이다.
< 계 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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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ㅎ늘 감사히 잘읽고 갑니다
잘~~~감상~~~고맙습니다~~~~~
감사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