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세게 운수 나쁜날
이갑종
삼 년 전 십이월 달은 생각조차 하기 싫은 달이다. 아침에 출근을 하려고 버스를 탔는데, 일 분도 채 못가서 통진 사거리에 들어서는데 흰색승용차가 버스 앞을 가로 질러 지나는 바람에 버스가 급정거를 하게 되었다.
버스뒷문 바로 뒷좌석에 앉았던 나는 급정거 하는 바람에 차 바닥으로 넘어지며 무릅에 타박상을 입었다. 내 뒷 자석에도 손님들이 두 명 정도 있었지만 그들은 핸드폰에 정신이 팔려 못 보았는지, 나를 일으켜 주지도 않고 기사님한테 사고 소식을 알리지도 않았다.
버스기사는 사고가 났는지도 모르는 채 껌만 짤깍짤깍 소리 내어 씹고 있었다. 다행히 다음 마송 정류장에서 전에 같이 일하시던 아주머니를 만나게 되어 조금 전 사고 소식을 얘기하였더니 가만히 있지 말고, 기사님한테 얘기하고 내리라고 알려주었다. 내가 내리려는 정류장에 거의 다 가서 기사 분 한테 조금 전 통진에서 기사분이 급정거 하는 바람에 바닥으로 넘어 졌다고 말씀 드렸더니 기사 분은 죄송하다고 두 번이나 머리 숙여 나에게 사죄를 했다.
차 사고이후 사흘 째 되던 날 점심때부터 무릅이 아프기 시작 하더니 퇴근 할 때쯤 되니 걷기도 힘들었다. 그때만 해도 동네 병원에 들려 물리치료를 받으면 괜찮겠지 생각했는데 자고 일어나니 화장실 가기도 힘들었다. 그때서야 큰애한테 사고소식을 얘기 했더니 병원에 입원 하셔야 된다고 말하면서 구십 번 선진버스 회사로 전화를 넣었다.
우리 어머니가 사흘 전에 버스에서 사고가 났는데 오늘은 걷지도 못하셔서 병원에 입원을 하셔야겠다고 운수회사 직원에게 통보를 하였다. 직원은 사흘 전이면cctv도 다 지워져서 증거가 남아있지 않았을 거라며 둘러 대더라고 했다. 입원을 한지 며칠이 지나도 운수회사에서는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
그러던 차에 알고 지내던 지인한테서 전화가 왔다. 별일 없이 잘 지내고 있느냐고? 나는 버스사고 소식을 전해드렸더니 경찰서에 사고 접수를 했느냐고 물었다. 나는 그때까지 차사고가 나면 경찰서에 신고하는 것도 모르고 있었다. 그 말을 듣고서야 전에 남동생이 서울 모 경찰서 교통과에 근무했던 생각이 퍼뜩 떠올랐다.
동생한테 전화로 차사고 경위를 설명하니 빨리 김포경찰서 교통과로 신고하라고 알려 주었다. 잠시 후 경찰서로 전화를 넣으니 본인이 직접 경찰서로 방문해서 신고 접수를 하라고 했다. 불편한 다리를 이끌고 경찰서에 방문해서 신고를 마치고 돌아왔다. 조금 후 담당 경찰관한테서 전화가 왔다. 운수회사 이사님이 경찰서에 방문하기로 했으니 만나서 면담을 하라는 것이었다.
이사님과 면담을 하는 도중 사고버스 차번호를 아느냐? 기사 분 성함을 나느냐고 물었다. 그때서야 나는 아차! 싶었다. 이렇게 될 줄 모르고 차 번호도 메모하지않고 기사 분 성함도 묻지를 않았다고 대답했다. 사고당시에는 큰 불편이 없어 동네 병원에서 물리치료를 받으면 낳을 줄 알았고, 시동생도 버스 기사를 하고 있어 신고할 생각을 하지 않고 기사 분 한테 분명히 사고 얘기하고 기사 분 얼굴 기억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무릎이 너무 아파서 병원에 입원하게 됐다고 말해 주었다.
이사님은 칠십 만원에 합의하자고 나한테 제의했다. 나는 아직 치료도 끝나지 않았는데 무슨 합의를 보느냐고 따졌다. 그리고 동생이 경찰서 교통과에 근무 한 적이 있는데 동생 하고 상의 해보겠다고 말하고, 동생한테 전화를 걸어 의논 해보니 병원치료비하고 회사에 근무 못 한 것에 대한 보상만 해달라고 말하라고 알려 주었다. 동생한테 들은 대로 전하니 그렇게는 할 수가 없고 사고 버스 차번호도 모르고, 기사 성함도 모르고 우리 회사 차에서 사고가 났다고 어떻게 증명을 하느냐 다른 곳에서 다치고, 우리한테 억지를 부리는 것이 아니냐고 민사재판을 하던지 마음대로 하라고 조금 전에 합의 하자고 했던 것에 대하여 안면몰수 하고 으름장을 놨다.
나는 사고버스에서 내리면서 기사 분한테 사고 얘기를 분명히 전하고 내렸다고 말하고, 담당자한테 못 믿으면 통진 사거리 CCTV를 확인 해보라고 했다. 병원에 돌아와 조금 있으려니 담당자가 전화를 해서 기사님 두 분 사진을 보내 드리니 어느 분이 사고 운전자인지 확인을 해보라고 했다. 사진을 확인해보니 사고를 낸 기사 분은 오십대 중반쯤으로 보였는데 보낸 사진은 삼십대 초반 입사 때 찍은 사진 같았다. 나는 그들에게 농락을 당한 기분이었다. 담당자한테 전화를 걸어 요즘 찍은 사진을 보내야지 몇 십 년 입사 때 찍은 사진을 보내면 어떻게 알아보느냐고 따져 물었다. 그러던 중 사고버스기사와 면담을 하게 되었다. 그 기사 분은 나를 보더니 고개를 숙이고 나와는 눈도 마주치지 못 했다. 그래도 기사 분은 양심이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 했는데 그것은 나에 착각이었다.
두 번째 면담 때부터 기사 분은 고개를 빳빳이 들고 자기는 사고를 내지 않았고 억울하다고 말했다. 내가 하찮은 시골 아줌마라고 무시하고 그들은 사고 담당자. 운수회사 이사. 운전기사 셋이서 짜고 나에게 오리발을 내밀었다.
이렇게 저쪽에서 나를 무시하고 나오는 이상 내가 발 벗고 나서서 이 사건을 해결해야겠다고 마음을 단단히 먹고 시동생한테 자초지종을 얘기하고 어떻게 해결해야 되는지 물었더니 첫 번째로 시청교통과를 방문해서 사고 난 날 날짜 몇 시에 어느 정류장에서 타고 내렸는지를 확인하면 다 알 수 있다고 알려줬다. 두 번째 내가 가지고 있는 교통카드로 캐시비 단말기회사 1644-0006번으로 전화해서 카드번호를 알려주면 사고를 낸 버스번호를 알 수 있으니 확인해보라고 했다.
단말기 회사에 내가 가지고 있는 카드 번호를 알려주니 엉뚱하게도 김포우리 병원에서 검단까지 운행하는 841번 경기 바 1411호 차에 내 교통 카드가 찍혔다는 것이다. 참 어이가 없었다. 나는 통진 성당 앞에서 양곡 신협 앞 까지 타고 왔는데, 경찰서에서도 내 휴대폰으로 841번 버스사진까지 찍어서 전달해 왔다. 운수회사에서 이미 단말기 회사에 손을 써 놓은 것이 분명했다. 2차로 시청 교통과 민원실을 방문했다. 그곳에는 90번 버스가 운행하는 시간 각 정류장 마다 몇 시에 도착하고 출발하는 시간이 컴퓨터에 기록이 되어 있었다.
그러나 내가 탔던 사고차량은 삭제되어 운행을 하지 않은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고 시청 교통과 담당자도 고개를 갸웃 하였다. 사고 차번호를 메모하지 않는 것이 이렇게 큰 실수가 되리라고 예상 못했다. 내 동생. 조카 두 명도 경찰 공무원을 하고 있지만 내가낸 세금으로 월급을 받고 있는 담당자한테 푸대접을 받는 생각을 하니 가슴이 터질 것 만 같았다. 약자 피해자 측에서 서서 공정한 수사를 해야 하는데 피의자 측에 서서 편파적 수사를 하는 데는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
담당자는 사고가나면 제일 먼저 운수회사를 방문해서 증거물을 압수해야 하는 게 도리인데 운수회사를 한달 만에 방문하여 CCTV도 지워지고 증거물이 없다고 하고 시청민원실에 들려 컴퓨터 확인부터 했어야 하는데도 오히려 피해자가 사고 차량번호를 알아낸 후 시청교통과 민원실은 방문 안하느냐고, 이야기를 했더니 석 달이 지나서야 방문했다. 통진 사거리 사고 현장에도 가야 되는 것이 아니냐고 말했더니 그곳 CCTV는 시청 교통과에서 주차단속을 하려고 설치한 것이라 소용없다는 거짓말을 늘어놓았따.
내가 다니는 회사에서는 치료도 다 끝나지 않았는데 출근을 하던지 아니면 대신 다른 조리할 사람을 구해서 보내던지 식당을 오래 비워 둘 수 없다는 연락을 받았다. 나는 몸이 불편했지만 출근을 하면서 일을 해결하기로 했다. 그러던 중 버스회사 이사와 두 번째 면담에서 이사의 실수로 사고차량 번호 기사 성함까지 담당자한테 말해 버린 것이다. 나는 재빨리 메모를 해 놨다가 시청 교통과로 달려가서 차량 번호를 알려주니 담당자는 검색을 해보더니 드디어 찾았네요. 그 시간에 경기 바 0000번이 운행한 것이 컴퓨터에는 찍히지 않았는데 부평역 종점에 도착하는 것이 CCTV에 찍혔다면서 내가 탔던 사고버스하고 시간이 딱 들어맞았다는 것이다.
그들은 사고를 은폐하려 했지만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속담처럼 진실의 햇살은 나에게 빛을 비추어주었다. 경찰서에서 사건을 해결해야 줘야 하는데 피해자인 내가 발 벗고 나서서 해결한 셈이 되었다. 그래도 자기는 억울 하다고 말하는 버스기사와 마지막 대질신문이 3월 4일에 있었다. 나는 그렇게 억울하면 우리 버스 CCTV를 경기 지방경찰청으로 보내서 확인해보는 방법이 어떠냐고 제의 했더니 담당자가 그곳보다 국과수로 보내 의뢰해보는 것이 더 확실하고 빠르다면서 국과수로 보내기로 결정했다.
3월 9일 사고버스 CCTV가 경찰서에 도착했고 3월 17일 국과수에 접수되었다. 접수한지 한 달 만에 운수회사 이사와 같이 경찰서로 나오라는 연락을 받았다. 도착하니 담당자가 하는 말 국과수에서 확인해본 결과 경기 바 0000가 사고 낸 것이 확실하다면서 국과수에서 내려 보낸 서류를 대충 읽어주더니 두 분이서 합의보라는 말을 남겨놓고 꽁무니가 빠져라 하고 자리를 떠났다. 이사도 연락 준다는 말을 남기고 가버리고 이후 버스회사에서 아무런 연락이 없어 버스공제회사에 접수해서 병원 치료비하고 회사에 일 못 한 것에 대한 보상금을 신청했다. 남들은 보상금을 더 신청 하라고 했지만 치료비만 받았다. 버스공제회사에서 직원이 보상금을 통장으로 넣었다고 전하면서 아주머니 같은 분이니까 보상 받으셨지 다른 분들 같으면 못 받았다고 너스레를 떤다.
주의에서는 사고 담당자를 경기 경찰청 민원실로 민원을 넣어 혼내주라고 했지만 내 동생, 조카들을 생각해서 민원 올리는 것을 포기했다. 나라에 중요한 사건사고를 처리해야할 국과수에서 불성실한 경찰 공무원 한 사람 때문에 국과수까지 피해를 준 것 같아 입안이 씁쓸하다. 사고나 난지 사 개월 만에 경찰서에 열 두번 드나들고서야 사건이 해결되었다. 앞으로는 나 같은 피해자는 더 이상 나오지 않기를 마음속으로 바랄뿐이다.
첫댓글 언니, 고생 많으셨네요.
인내심과 지혜로 사건을 해결하신 점 대단하세요. 다른 사람들에게 크게 도움 되는 내용이에요.
수고 하셨어요 ~~~ 짝짝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