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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꽃나무일기
Feb. 18 Sunday 오늘 최고 기온이 18도다 어제와 오늘 정말 온화하다. 2 주 전 쯤 우연히 크로크스가 올라와 있는 것을 발견했는데 엊그제 따뜻하더니 바로 노란 꽃을 피웠다. 수선화들이 올라오고 상사화도 올라오는 것이 보였다. 오늘 아침에는 명이나물 싹이 올라오는 것이 보였다. 올 겨울엔 눈 대신 비가 많이 왔다. 내일 모레도 비가 전국적으로 많이 온다는 예보가 있고 매화꽃행사나 벚꽃 행사들이 일 주일 정도 빨리 있을 것이라는 예보를 들었다. 지구의 따뜻해짐이 더 빨라지는 것일까.
Mar.17 Sunday 지난 주 일요일 오후에 심었던 명이나물 오십 포기가 잘 자라고 있다. 그 전 해의 명이나물은 잎이 자라 채집할 수 있을 정도이고 어제 저녁에 고기와 함께 몇 잎을 이미 먹었다. 명자나무에 붉은 꽃이 많이 피었다. 명자가 참 좋다. 키도 제법 컸다. 살구나무에 꽃몽우리가 맺혔고 직박구리 새가 네 다섯 마리 날아와 앉아 찍찍 울어댄다. 봄이 온 것을 안 것 같다. 동네를 산책하니 매화 꽃나무가 꽃을 피워 화려하다. 산수유도 마찬가지다. 산쪽으로 산책하니 생강나무도 꽃이 활짝 피었다. 교회의 할미꽃이 피었다. 우리 집은 아직이다. 수선화도 곧 필 것 같다. 교회 토종 수선화는 벌써 꽃이 질려한다. 봄이 찾아온 느낌이다.
Mar. 30 Saturday 날씨가 화창하다. 그저께 비가 와서 도랑엔 물이 제법 흐른다. 이틀 전 저녁 무렵에 비 오는 중에 철포나리 20 알을 심었다. 접시꽃 씨앗처럼 생겼다. 크기도 조금 작고 두께도 얇다. 비행접시처럼 생겼다. 어제 저녁에는 호랑가시 나무 3주를 현관 입구과 대문 옆에 각각 심었다.
아내는 밭에 감자를 심는 것 같았다.
아침에 보니 튜울립이 꽃을 피우려고 맺혀 있는 것이 보였다. 모란이 많이 자랐고 꽃송이도 맺혀 있었다. 작약이 새싹을 힘있게 내밀고 있다. 비비추들도 창처럼 새싹을 올라오고 있다. 자두는 꽃이 많이 피었다. 벌써 꿀향기가 흐른다. 자두꽃 향기는 너무 좋다.
잠자기 전이다. 오후에 쉬고 있는데 주문한 로즈마리 다섯 포기가 와서 바로 심었다. 분명 세 포기 주문했는데 어째서 두 포기 더 왔을까? 잘못 누른 것일까? 확인해 봐야 할 것 같다. 누가 실 수 했을까.? 낼까? 아니면 판매자? 그 후 곧 바로 작년 가을에 캐 둔 칸나를 화단 두 곳과 밭 가장 자리에 심고 물을 주었다. 개울 가 둑에도 집마당에 올라온 수레국화 열 포기 정도 캐서 심고 물을 주었다. 잘 자라 꽃이 여기 저기 많이 피었으면 좋겠다.
Apr. 7 Sunday morning 일요일 아침이다. 토요일 오전에 사전 투표를 했다. 일찍 일어나 집 주변을 돌았다. 옥매가 활짝 피기 바로 전이다. 황매도 꽃망울을 맺어 피려한다. 튜울립도 꽃봉오리를 터뜨리기 바로 전이다. 올해에는 흑자두 나무에 꽃이 피었다. 무슨 나무 인지 정확히 모르겠다. 교잡종으로 알고 있는데 열매가 맺혀봐야 알 것 같다. 꽃이 많이는 피지 않을 것 같다. 작약이 올해 꽃이 필지 궁금하다. 그러나 순이 많이 올라와 기쁨이 크다.
한 주를 보내면서 집에서 나는 봄나물을 많이 채취해서 먹었다. , 산마늘 잎, 두릅과 취나물 그리고 부추, 원추리 등을 데쳐 먹음으로 봄을 몸으로 느낀다. 이런 삶이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 자두 꽃이 빛을 잃는 대신에 모과나무와 배나무 꽃이 화려하게 피어 오른다. 박태기 나무 꽃이 지금 화려한 자태를 자랑한다. 우리 집 수선화들이 정말 아름답다. 글라디올러스 순이 조그마하게 올라오는 것이 보였다. 가을에 캐야한다고 했지만 그대로 두어도 얼어죽지 않는 모양이다. 올해에는 칸나도 그렇게 할 것이다. 아마 죽지 않을 것 같다. 날씨가 화창하고 온도가 본격적으로 오른다. 벚꽃이 이번주가 절정일 것 같다. 작년보다 약 3일 정도 늦는 것 같다. 아무도 그 날짜를 정확히 예측할 수 는 없는 것 같다.
어제는 진달래와 분꽃나무를 심었다. 며칠 전에는 가침 박달나무를 한그루 심었다. 다 잘 자라기를 바라고 또 바란다.
Apr. 15 Monday evening. 그저께 온도가 너무 올랐느지 오늘 전국적으로 비가 왔다. 우리 동네도 비가 부슬부슬 왔다. 며칠 전에 옥션에서 구매한 꽃씨 다섯 종류를 화단에서 심었는데 비가 와주어서 너무나 기쁘다. 나는 그 전에 뿌린 씨앗들이 싹을 티우고 있는지 궁금하여 화단을 자세히 들여다본다. 왜 이리 바보같을까? 기다리고 있으면 때가 되면 씨앗이 싹을 티울 것이다. 나는 기다리지 못한다. 오늘 살펴보니 작년에 심어 꽃을 보았던 글라디올러스가 가늘게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빨간 글라디올러스다. 노란색 글라디올러스는 아직 소식이 없다. 올해엔 칸나도 캐지 않고 글라디올러스처럼 노지월동을 시켜봐야겠다. 월동이 안된다던 글라디올러스가 죽지 않고 살아 올라온다. 아직은 더 기다려야하고 꽃도 피우는지 보아야할 것 같다. 이 년 전에 심었던 사과나무가 올 해 가지의 눈마다 꽃을 피우고 있다. 참으로 대견하고 기쁘다. 작약이 거의 3년 만에 꽃망울을 맺었다. 분명 꽃이 피겠지. 작년에 처음 꽃을 피웠던 백모란이 올해에도 3개의 꽃망울을 맺었다. 그늘에 심어져서 그런지 아직 풍성하지는 않다. 때가 되면 적응해서 풍성해지겠지. 가을이 되면 거름을 좀 많이 줘야할 것 같다. 산옥매와 황매가 지금 절정이다. 산옥매는 흰꽃이 얼마나 복실복실하게 피는지 나무가 온통 꽃이다. 참으로 놀라운 꽃나무다. 황매는 산옥매에 견줄 수는 없지만 자신만의 매력이 분명 있다. 누구도 그를 따를 수 없는 부분이 존재한다. 황매는 황매만이 가지는 매력을 가지고 있다. 작년에 심었던 꽃양귀비가 여기저기 살아 자라고 있다. 기대하진 않았지만 씨앗이 바람에 날려 여기 저기 떨어져 자신의 생명을 이어가니 놀랍다. 화분 속에 떨어진 씨앗이 발아율이 높은 것 같다. 설악초, 수레국화, 그리고 메리골드가 마당에 잡초처럼 많이 자란다. 거의 뽑아내야 할 것 같다.
Apr. 28 Sunday evening. 4월이 바쁘다. 어제는 홍천에 결혼식이 있어 갔다 왔다. 결혼식 전에 도착해서 산나물 축제에 가보았다. 아내가 더덕과 곰취 모종을 사와서 오늘 심었다. 밭에 가보니 아내가 고추모종을 많이 심어둔 것을 보았다. 오이와 토마토 모종도 두 세개 심고 호박도 밭가에 심어둔 것을 보았다. 벌써 밭에 많은 것이 심어진 것 같다. 언듯보니 감자가 올라오고 있는듯 했다
집 앞 화단에 오래전에 심었던 층층나무가 올해 꽃을 멋지게 피웠다. 마치 푸른 잎 위에 눈이 온 듯 하얗게 꽃들이 덮었다. 참 멋지다. 나무들은 이렇게 한 해 365일 중 약 열흘은 자신의 존재감을 멋지게 드러내는 것 같다. 이제 곧 줄장미가 자신의 존재감을 보여줄 것 같다. 백모란이 지금 활짝 피었다. 작약도 꽃망울을 자꾸만 부풀린다. 집안에 있는 작은 텃밭에 상추도 조금씩 조금씩 자라고 있다. 저녁에 두릅나무 가지를 강전지해주었다. 옆에 체리나무가 자라기도 하고 가지와 잎이 너무 무성하면 주변의 시물이 자랄 수 없기 때문이다. 산옥매, 모과나무, 그리고 라일락 나무의 가지를 조금 다듬어 주었다. 살구와 자두와 매실은 벌써 작은 열매가 되어 땅에 떨어지는 것이 보인다. 참 시간은 잘도 흐르고 나무들은 놀랍다. 사과나무가 여전히 꽃을 보여준다. 아침에 일어나 커텐을 열면 바로 보이니 얼마나 즐거운지 알 수 없다. 날씨가 여름으로 접어드는 느낌이다.
May 19. Sunday morning. 오전 6시 반이다. 쓸 것이 많았음에도 오월은 날씨도 좋고 야외활동하기 좋아 책상 앞에 앉지 못했다. 마당의 식물들이 모두 저마다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고 밭에도 식물들이 자라고 있다. 주말에는 아침 일찍 집앞 개울길을 따라 가면 말채나무가 있는데 지금 꽃을 피우려 하고 있다. 나무 중에는 말채나무가 꽃을 늦게 피우는 것 같다. 이팝나무도 벌써 꽃이 다 지고 없다.
디기탈리스 이야기를 먼저 해야 할 것 같다. 작년 봄에 시앗을 뿌리고 겨울에도 잎이 죽지 않고 있었는데 올 해 지금 마침내 놀라운 꽃을 피웠다. 흰꽃과 진한 자주색 꽃들이 줄기를 따라 셀 수 없을 만큼 많이 달렸다. 지금까지 이 식물의 이름을 몰랐는데 꽃이 핌으로 알게 되었다. 그런 면에서는 금어초도 마찬가지다. 이제 꽃을 피우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잡초같았다. 뽑으려 하다가 기다렸다. 작년까지 풀처럼 존재했는데 올 해 지금 마침내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디기달리스처럼 조롱조롱 꽃이 핀다. 노란 색이다. 분홍 낮달맞이 꽃이 피기 시작하고 샤스타 데이지가 마당 정원에 활짝 피었다. 수레국화도 흰색, 푸른 색 꽃들을 피우기 시작한다. 석류 꽃이 피기 시작했다.
자두 열매가 올 해 많이 달렸다. 살구도, 매실도, 보리수, 사과, 복숭아도 열매가 벌써 눈에 보이고 감나무는 올 해 봄 바람에 어린 가지가 무수히 꺾여 떨어져 나에게 안타까움을 주었다. 이제 형태를 잡아가는데 영 볼품이 없어졌다. 그래도 올해 잘 자라 주리라 생각한다. 꽃이 작년 보다는 많이 피었고 아마 열매도 많이 열릴 것이다. 뽕나무 열매 오디가 무수히 열렸다. 새까많다. 아내가 이것으로 뭘 할까 궁금하다. 난 그저 몇 개 따 먹을 뿐이다. 정원에 딸기가 잘 익었었는데 없다. 추측컨대 쥐가 먹어 버린것 같다.
몇 가지 꽃 씨를 뿌렸는데 시원찮다. 여름이 지나야 무슨 꽃인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양귀비가 꽃망울을 맺고 있다. 작년에 씨들이 이곳 저곳에 날아가 올해 저절로 올라와 지금 필려한다.
어제는 상추를 직접 수확해서 삽겹살을 구워 먹었다. 오래 전에 구매했던 돌판을 마침내 사용해 보았다. 좋았다. 밭에는 지금 고구마, 고추, 가지, 오이, 파 등등이 자라고 있다. 개울에 뚜레박을 던저 물을 길어 주기도 하고 옆 집 아저씨가 물통도 준비해주고 수돗물도 가득 채워주어서 올 해는 물걱정이 없다. 좋은 이웃이 있어 좋다. 여름이 시작된 느낌이다. 저녁에는 바람이 얼마나 시원한지 어제는 한참이나 마당에서 아내와 커피를 마셨다.
May 27 Monday evening. 어제 오후에 마늘을 수확했다. 크진 않았지만 충실했고 만족스러웠다. 양귀비가 꽃을 피우나 마자 열매를 맺었다. 루드베키아와 금계국이 화단에서 꽃망울을 맺고 있다. 루드베키아를 본 지 2,3년은 지난 것 같은데 그 동안 씨앗이 생명을 붙잡고 있다가 이제 생명을 티운 것인가. 모르겠다. 보리수 열매가 익어 몇 개 따 먹었다. 맛있다. 오디는 너무 많이 수확했다. 아내가 이것을 가지고 무엇을 만들지 궁금하다.
June 10 Monday evening. 올해 살구는 거의 달리지 않았다. 처음에는 아예 안 달린 줄 알았지만 그래도 익어가니 붉은 살구가 몇 개 보여 안심이다. 대신 복숭아는 정말 많이 달렸다. 석류 꽃이 계속 핀다. 정말 붉은 꽃들이 정열의 화신 같다. 석류 꽃이 이렇게 예쁜 줄 키워보지 않고는 모를 것이다. 보리수 열매는 오며 가며 하나씩 따 먹고 씨는 뱉어낸다. 아직도 얼마쯤 달려 있다. 아침에 앵두나무와 쥐똥나무의 가지를 정리해주었다.
화장실 전구를 사러 갔다 오는 길에 마트에 들러 빵 몇 개를 샀다. 토마토 잼, 오디잼, 매실잼, 그리고 상추를 넣어 점심으로 먹었다. 점차 열매들을 가공해서 먹는 날이 많아졌다. 매실잼은 선물로 받은 것이고 나머지는 아내가 직접 만들었다. 오는 길에 마트에서 목마가렛 하나를 사서 저녁에 문 앞에 심었다. 백리향을 큰 항아리 화분에 옮겨 심었다. 캘리포니아 양귀비 하나가 꽃망울을 맫은 것 같아 안심이다. 물 준 보람이 있다. 다른 씨앗들은 다 죽었느지 보이지 않는다. 밭에는 고추, 오이, 가지, 호박 등이 뿌리를 내려 자라고 있는 중이고 약간 꽃이 피기 시작한다. 고추는 열매를 벌써 많이 맺은 것 같다. 여름은 채소와 과일의 계절이다. 오늘 부터 본격적으로 여름이 시작하려나 보다. 낮 최고온도가 32도다. 걱정된다.
June 16, Sunday morning. 매실을 땄다. 한 바구니 쯤 된다. 살구가 그래도 마당에 몇 개씩 떨어지고 있다. 치자 꽃이 피었다 지곤 한다. 어제 천도 복숭아를 몇 개 따먹었다. 완전히 익은 것은 아니지만 향기가 있고 즙이 많다. 일 주일 지나면 완전히 익을 것 같다.
July 27, Saturday night. 주초에 장마가 끝나고 가장 더운 여름이다. 며칠 전이 중복이었고, 백숙 음식점 주차장에는 차들이 가득 차 있었다. 어제부터 여름 휴가가 시작되었다. 늦 복숭아가 아직도 달려있다. 굵기도 하고 맛도 좋다. 너무 더워 낮부터 저녁까지 에어콘을 의지하게 된다. 저녁에 밀구지에 연꽃을 보러 갔는데 연꽃은 다 지고 열매만 맺혀 있었다. 갈수록 날씨를 의식하게 되고 더 힘들게 느껴진다. 7월이 어떻게 지났는지 모르겠다. 대략 2 주 정도는 비가 온 것 같다. 다른 지방은 비가 너무 많이 와서 물난리를 겪었지만 여긴 그래도 다행이다. 정원의 사과 나무에는 사과가 떨어지지 않고 주렁주렁 열려 점점 굵어진다. 배도 올해에는 제법 굵다. 석류가 거의 익어간다. 석류를 볼 때마다 입에 침이 고인다. 밭에는 오이, 가지, 고추들이 정말 많이 달렸다. 고구마 줄기를 이용해서 아내가 여러가지 반찬을 만들어낸다. 저녁에는 안나가 와서 소고기, 돼지고기를 구워 먹었는데 박잎간장 절임과 고구마줄기간장 절임을 함께 먹었다. 아내의 요리 솜씨가 좋아졌다. 어제 오후에 밀가루 반죽을 숙성시켜 오븐에 빵을 구웠다. 아직은 볼품이 없다. 빵을 멋지게 만들어 먹고 싶다. 여러 번 굽다 보면 잘 구울 것 같다. 그 날이 오겠지. 올 여름이 너무 더워 걱정이다. 우리는 늘 여름에 여름걱정, 겨울에 겨울 걱정을 하며 사는 것 같다.
Aug 21, Wednesday night. 올 여름이 왜 이리 더운 지 모르겠다. 뉴스를 보면 2018년 이후 6년 만에 열대야가 길다고 했다. 정원에 무슨 열매가 익고 무슨 열매가 떨어지는 지 모를 정도로 덥다. 배가 아직 몇 개 달려 있는듯 하고 석류를 빨리 따봐야 하는데 아직 하나도 따지 못했다. 감은 다 떨어지고 두 개만 남았다. 사과는 계속 굵어지는 느낌이다. 쉽게 굵어지진 않는 것 같다.
오늘 수요일, 일찍 왔지만 수요예배에 가지 않고 에어컨 틀고 방바박에 누워 있다. 아내 혼자 갔다. 에어컨과 선풍기 틀고 잠을 자다 덥다 춥다 하다가 감기 걸린 느낌이다. 미디어엔 코로나가 유행한다고 한다.
설악초가 이럴게 예쁠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잡초처럼 잘도 자라는 설악초를 봄에 다 뽑아 버리고 몇 개 남겨두었는데 이 여름에 타조처럼 크게 자라 꽃도 좋고 줄기도 멋지게 자라 보기 좋다. 배롱나무 꽃 만큼이나 여름을 대표하는 느낌이다. 상사화가 그늘에 막혀 올해엔 줄기가 올라오지 않을 것 같았는데 기다려도 기다려도 올라오지 않던 줄기가 어느 날 올라와 꽃을 피우고 있었다. 뜨거운 여름에 얼굴을 내미는 상사화가 놀랍다. 금새 지고 말아 정말 아쉽다.
오늘 서해 상에서 세력이 약화돤 태풍 종다리 영향으로 전국이 비오고 습하고 덥다. 이렇게 더운 태풍은 처음인 것 같다. 그래도 우리 동네로 비나 바람이 많지 않아 고맙긴 하지만 너무 더워 미칠 것 같다. 집에 오자마자 에어컨 틀고 애완견 뚱이도 더울 것 같아 거실로 불러 늘어지게 누워 자라고 했다.
Sep 6, Before morning. 어제 저녁 무렵 6시에 산으로 갔다. 못 주변에 난 길이다. 칡꽃이 피었다. 깎인 산 기슭과 이곳 저곳에 붉꽃이 환하게 피었다. 무릇이 맥문동처럼 피어 있었다. 고마리, 여뀌 등이 예쁘게 피었다. 밤이 곧 떨어질 것 같은 그런 날이다. 여전히 덥다. 그래도 밤은 결딜만 하다. 며칠 전에는 시원했는데 어젯밤에는 열대야가 다시 올까 걱정돠었다.
Oct 2, Night 올 해에는 날씨가 더워 꽃무릇이 늦게 피었다. 추석 때 줄기가 막 올라오기 시작했다. 줄기가 작년보다 많아진 것 같다. 며칠 전 화려하게 피었다가 이제 쇠약해졌다. 꽃무릇보다 화려한 꽃이 있을까? 상사화 종류로서 아마 가장 늦게 피는 꽃일 것이다.
며칠 전 잔업이 끝나고 늦은 시간에 집 마당에 들어서는데 금목서의 향기가 코 끝에 전해졌다. 시월 중순에 피는 꽃이 아닌가 생각하며 나무 가까이 가서 나무에 촘촘히 달린 밝은 주황색 꽃들이 막 피어나는 모습을 보았다. 아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단 말인가! 그 향기는 또 어떤가? 그저 놀랍기만 한 나무다. 옆집에서 키우는 나무이지만 우리 집 답 바로 옆에서 자라므로 난 늘 시월이 되면 이 꽃나무를 생각하게 된다. 시월에는 이 꽃이 피고 이 꽃 향기는 시월 한 달 나의 마음을 행복하게 한다.
November 9, Saturday night 국화가 너무 많이 피었다. 지난 주 그 전부터 핀 청화쑥부쟁이는 여전히 보라색이 햇살에 반짝인다. 산국은 절정이 지나고 여러가지 집 국화들이 계속 피고 아직 망울이 져 피려고 야단이다. 흰색, 분홍색, 노란색, 갈색 국화들이 집 마당 가득한다. 언제 심었는디 알 수 없는 국화들이다. 작은 꽃이 있고 제법 큰 꽃들도 많다. 메리골드도 여전하다. 아마 메리골드는 영하로 떨어져야 없어질 것 같다. 메리골드와 국화는 온 가을을 즐겁게 해준다. 색깔은 물론이고 향기도 진하다. 어느 화창한 날 집에 들어오는데 국화향이 얼마나 진한지 이게 뭐지 하는 그런 느낌이었다.
시월초에 금목서의 향기가 대단하다면 십일월 초에는 우리 집 구골나무가 꽃을 가득 피운다. 향기도 얼마나 진한지 알 수 없다. 달콤한 향기는 아니지만 진하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다. 지금 차나무가 어리긴 하지만 자꾸자꾸 꽃망울을 터뜨린다. 씨앗을 심어 자랐지만 아직 키는 너무 작다. 빨리 크기를 바라지만 매우 느리다. 올 봄에 심은 호랑가시 나무도 마찬가지다. 세 포기를 심었지만 둘은 여름을 견디지 못하고 하나만 남았다. 그러나 처음처럼 작다. 그래도 새 잎은 계속 돋는듯하다.
아내가 텃밭에 심은 마늘은 제법 자랐다. 언제 보니 양파도 한 줄 심어 두었다. 올 해 텃밭 한 쪽에 심은 칸나가 얼마나 많이 번졌느지 지금도 무성하다. 여름이 지나고 심은 배추가 다른 밭의 배추와는 비교할 수 없지만 잘 자라고 있다.
한 주 전에는 겨울처럼 추웠지만 이번 주는 그래도 따뜻하다. 마당과 지붕에 살구나무 잎새들이 자꾸만 떨어진다. 곧 겨울이 올 것 같다. 2,3만에 만든 깨찰빵을 다시 만들어 저녁으로 먹었다. 겉면과 밑면이 조금 타는 것을 빼면 맛은 시중의 빵보다 맛있다. 타지 않도록 온도를 150정도로 낮추어야 하나? 좀 더 용량이 큰 오븐을 하나 구입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올 해는 몇 차례 여러가지 빵을 더 도전해보아야겠다.
November 23, Saturday. 한 주 동안 감기로 기진했다. 처음엔 콧물 눈물이 나더니 기침도 심했다. 다행히 열은 나진 않았지만 기온 탓있지 일할 때 거의 추운 느낌이 많이 들었다. 감기약을 먹었지만 낫진 않았지만 좋아진 것은 확실하다.
아침에 마당에 나가보니, 그리고 늘 가던대로 밭길을 걸어보니 서리가 잔뜩 내렸다. 메리골드 위에도, 아내가 애써 가꾼 열 서너 포기의 배추 위에도 서리가 내렸다. 어제가 소설이라서 그런지 요 며칠 확실히 추웠다. 마당에는 살구나무 잎이 한 가득 떨어져 뒹군다. 다 떨어진 것은 아니다. 그래도 오늘은 바람도 없고 따뜻한 느낌이 든다. 친구 아들 결혼식이 있어 조금 후 포항에 간다. 그리고 배추를 얻기 위해 엄마 집에 가야겠다. 어두울 때 쯤 돌아 올 것 같다.
December 2, Monday evening. 일 주일 만에 세상의 모든 나무들이 잎을 떨군 느낌이다. 춥다가 따뜻하다를 반복했다. 그래도 아직 국화꽃이 피었고 노란장미도 그 신비한 노란 장미꽃을 보여준다. 오월의 장미와는 물론 다르다. 약간 슬픔이 느껴진다. 남천이 이 때 쯤 빨간 열매를 주렁주렁 달고 있어 얼마나 아름답고 예쁜지 모른다. 자꾸 눈길이 간다.
December 14, Saturday morning. 7시 20분. 마당 한 쪽에 있는 물통의 빗물이 완전히 얼었다. 손으로 밀어보아도 깨지지 않는다. 올들어 가장 춥다. 오늘 오후 4시에 두 번째 탄핵 표결이 있다. 탄핵이 되어 미친 놈에게서 모든 직무를 빼앗아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무슨 문제가 일어날 지 아무도 알 수 없다.
천리향이 꽃을 피우려 준비하는 것 같다. 어제는 마지막 남은 알로에 화분을 실내에 들였다. 알로에 줄기가 얼기 시작했다. 국화는 그럼에도 아직 꽃을 피우고 있다. 정말 국화는 강한 식물이다. 남천의 빨간 열매가 정말 아름답다. 며칠 전에 배추쌈을 먹었느데 너무 달아 아내에게 물었다. 우리 집 배추라고 했다. 못생기고 알안은 모습이 탄탄하지 못했었는데 이렇게 달고 맛있다니 참으로 놀랍다. 우리 집 배추는 정말 거의 야생과 같다. 최선을 다했지만 거의 관리를 못해주었는데 서리가 몇 차례 내리고 영하권 날씨가 되자 이렇게 맛있는 배추가 되었다. 그런 면에서는 모든 것이 자연에 맡겨져 사람의 관리가 최소 일때 최상의 결과가 나오는 것은 아닐까. 물론 외모는 형편없다. 그러나 그 중심은 너무 놀랍다. 자연의 맛이 탄생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