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중루의 운탄고도 1330 기행, 제9-2 최종 완주길 걷기
운탄고도(運炭高道)는 옛 한 때, 영월, 정선, 태백, 삼척 지역의 높고 험한 산에서 석탄을 캐내어 고산 준령을 넘나들며 실어
나르던 길이었다. 탄광에 종사하던 수많은 당시 사람들의 삶과 애환이 깃들어 있던 길이다. 그리고 오래도록 그 길은 잊혀
갔다. 그러던 그 길을 이 지역 4개 시군에서 '성찰과 여유, 이해와 치유의 길'이란 캐치프레이즈로 다시 이었다. 이른바 '강원
을 걷다, 운탄고도 1330길'이 그것이다. 이 길의 1330은 백두대간 만항재의 해발고도를 상징한다. 그리고 만항재 구간 운탄
길은 해발 평균이1,100m에 이르는 하늘길이다. 영월 청령포를 시작으로 정선과 태백의 고산 준령을 넘나들며 삼척시 해변
의 소망의 탑에 이르는 173km, 440리 길이다.
지난 7월 2일, 운탄고도1330길 기행에 나선 이래 한 달에 두 번씩 찾아 걷고, 어저께 그 마지막 구간 9-2길을 걸으며 전구간
을 완주했다. 이 길은 총 아홉 개 구간으로 편성되어 있지만, 4길과 9길은 24km가 넘는 구간이라서 보통은 이들 구간을 4-1,
4-2구간과 9-1, 9-2 구간으로 나누어 총 11개 구간으로 나누어 걷는다. 지난 주말, 그 마지막 9-2길을 찾아 걸으며 전구간 완
주를 마쳤다. 구름 위를 걷는 운탄도도 1330길, 그러나 그 길도 일부 구간은 그 길의 성격과는 조금 차이가 있다. 바로 삼척
시 마지막 구간이다. 전편에서도 언급했듯, 이전 영월과 정선과 태백 구간이 이름처럼 운탄고도라면, 태백과 삼척시 도계
구간은 운탄철마길에 더 가깝다 하겠다. 그리고 나머지 삼척시 도계읍에서 삼척 해변에 이르는 구간은 오십천 감입곡류길
이다. 삼척을 지나 동해로 이어지는 철길이 오십천을 따라 나 있기 때문이다.
삼척시 미로면 하거노리, 미로역 앞 오십천 물살은 급류로 변해 있었다. 바로 이틀 전 많은 겨울비가 내렸기 때문이다. 겨울
답지 않게 포근해 많은 비를 내렸던 이런 날씨가 오늘은 또 중부 내륙에 한파주의보가 내릴 만큼 기온이 급감해 영하 12도
의 혹한이 엄습해 왔다. 백두대간 태백 삼수령(三水嶺)에서 내린 물길을 모아 흐르는 이곳 오십천은 삼척의 젖줄이다. 도계
읍에서 하천의 규모를 이룬 오십천은 이후 여느 깊은 산골 지형의 하천이 그렇듯 산모퉁이 돌고 돌며 심한 감입곡류(嵌入
曲流)로 흐르고, 삼척시 성내동 죽서루에서 화룡점정을 이룬 후, 하구역(河口域)을 이루어 서서히 동해로 향한다. 오십천
물길따라 미로면 하거노리, 무사리를 거쳐 삼척 시내로 들어서서 성남동 삼척시립박물관을 돌아본 후 죽서루(竹西樓)를 찾
았다. 오십천이 굽 돌며 깎아지른 절벽 위의 죽서루는 변함없는 승경이었다. 명사들의 현판들이 넓은 다락 천정 곳곳에서
눈길을 끌어가고, 관동제일루(觀東第一樓)라는 현판은 이 죽서루의 아우라를 한마디로 대변한다. 바로 옆의 용문굴(龍門
窟)도 언제나 그렇듯 선사시대의 암각화를 간직한 채 변함없었다. 누대에 올라 발치의 낙화암 같은 절벽 아래 오십천을 쫓
자 영하의 칼바람이 절벽을 타고 올라 댓닢을 스치며 몸을 가누기 어렵게 하였다.
오십천 하구역엔 한 무리의 갈매기 떼가 찾아와 있었다. 언제 봐도 낯익은 풍경, 이 기수역(汽水域)엔 먹거리가 많음을 그
들은 이미 잘 알고 있다. 겨울 철새들 무리들도 강변 갈대숲을 보호처로 삼고 끼리끼리 무리 지어 동심원을 그리고 있었다.
정라동 육향산(六香山)을 올랐다. 이곳은 조선시대에 동해안 9개 군과 울릉도 독도까지 해상방위를 총괄했던 삼척포 진성
(三陟浦鎭城)이 있었던 곳이요, 역시 조선시대 대학자요 정치가인 미수(眉叟) 허목(許穆.1596~1682) 선생이 삼척 부사(三
陟副史)로 있을 때 동해척주비(東海陟州碑)를 세운 유적지다. 이 유적지의 세세한 것은 후일, 삼척시립박물관 별편과 같
이 엮을 예정이다.언제나 부산한 삼척항도 변함없었다. 4년 전 해파랑길 걸을 때 봤던 해일 차수막 공사도 끝나 있었고, 정
라진 해안 이사부 사자 또한 원동을 향해 포효하며 파도를 부르고 있었다. 밀려와 부서지는 파도는 그 자체가 낭만이다.
오랜 운탄고도 길의 가슴 시린 선물이었다. 굽이 진 해안을 돌아 오른 언덕에 소망의 탑은 홀로 우뚝 했다. 아직은 미완인
채 저 혼자 앙가슴을 조이며 우뚝 서 있었다.
촬영, 2023, 12, 16.
▼삼척시 미로면 하거노리, 미로역 9-2길 들머리
▼ 운탄고도 1330, 9-2길 (최종구간) 지도
▼미로교 아래의 삼척 오십천 곡류
▼삼척시 미로면사무소
▼미로 2교 내미로 갈림길
▼미로 2교 그저께에서 강심을 넓힌 오십천
▼미로면 무사리 버스정류장 앞
▼무사교 아래 오십천 곡류
▼강기슭 감나무에 앉은 '황조롱이'
▼무사리 동구
▼삼척시 마평동에 이른 오십천
▼삼척시 마평동 이모작 보리밭
▼마평동에 핀 12월 개나리 / 한 울타리에 가득 피었음
▼마평동 마을회관
▼마평동 버스정류장 앞
▼삼척 마평 정수장
▼삼척중학교
▼삼척 건지동 사거리
▼삼척 오죽(烏竹)
▼삼척 성남동 박물관 앞
▼삼척시 문화예술회관
▼삼척시립박물관
▼삼척 기줄다리기 시연 모형 - 1
▼ 삼척 기줄다리기 시연 모형 - 2
▼오십천변 정자에서 본 관동팔경 삼척 죽서루
▼삼척 오십천과 관동팔경 삼척 죽서루
▼필자의 인증
▼삼척 죽서루 아래의 오십천 곡류
▼삼척 성내동 죽서루(竹西樓) - 1
▼ 삼척 성내동 죽서루(竹西樓) - 2
▼죽서루 용문바위 - 1
▼ 죽서루 용문바위 - 2
▼삼척시 정상동 장미공원
▼정상동 오십천 하구역, 기수역을 찾은 갈매기 떼 - 1
▼ 정상동 오십천 하구역, 기수역을 찾은 겨울오리 떼 - 2
▼삼척시 봉황산
▼ 장미공원
▼정라 삼거리
▼삼척시 정라동 육향산 - 1
▼ 삼척시 정라동 육향산 - 2
▼ 삼척시 정라동 육향산 - 3
▼ 삼척항 - 1
▼ 삼척항의 초대형 해일 차수막 타워 - 2
▼ 삼척항 - 3
▼삼척항 이사부광장
▼삼척시 정라동 해안 ' 이사부 사자바위'
▼ 정라동 해안 이사부길 - 1
▼ 정라동 해안 이사부길 - 2
▼ 정라동 해안 이사부길 - 3
▼ 정라동 해안 이사부길- 4
▼ 정라동 해안 이사부길, 소망의 탑 - 5
첫댓글 드디어 운탄고도 트레일도 막을 내렸네요 같이 걷든 아니든 스치고 지나갔었을뻔 했던 소중하고 귀한 곳들 해설로 사진 으로 두루 감사했습니다 즐거운 연말 알차게 보내세요^^
네, 친절한 댓글 고맙고
함께한 길이라 오래토록 기억에 남을 것같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