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철대오:구국의 철가방], 2012,
'미문화원 점거농성은 코미디 소재가 아니다.'

1985년 5월 23일 12시.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서강대, 성균관대 대학생 73명이 을지로 1가에 있는 미국문화원을 기습 점거했다.
이들 5개 대학의 행동하는 지성은 군사정권이 저지른 광주학살의 진상규명 요구와 함께 한국에 대한 미국의 무조건적 지지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군사독재 정권 박정희의 죽음으로 1980년 민주화의 봄이 찾아오나 했는데, 또다른 군인들이 쿠테타를 일으켜 정권을 잡았다.
뿐만아니라, 그러한 군사정변의 부당함을 항의하는 국민들을 탄압하기에 이르렀고 특히, 80년 5월의 광주에서는 같은 동족이라 할 수 없을만큼 잔혹한 짓을 서슴치 않았다.
언론을 장악해 철저히 보도통제를 이룬 군인들이었지만 외국 언론을 통해, 광주를 다녀온 지식인들에 의해 그리고 광주의 아픔을 겪고, 그 아비규환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에 의해 광주의 참상은 알려졌다.
그러나 아직은 서슬퍼런 군인정치의 나라. 어느 누가 주동세력에 대해 책임을 묻고, 진상을 밝히라고 요구하겠는가?
그러한 일은 감히 목숨을 걸고 해야하는 일이다.
대학생 73명이 의연한 결의로 행동에 옮긴 것은 자신들이 아니면 해낼 수 없다는 소명의식 때문이었다.
아무리 코미디 소재에는 한계가 없다지만 청년들의 애국심을 희화화한다는 건 너무 가벼운 결정이었다.
박하사탕(1999), 송어(1999), 조폭마누라(2001), 말죽거리 잔혹사(2004), 해운대(2009), 마이웨이(2011), 퀵(2011)
그리고 광해, 왕이 된 남자(2012)에서 도부장 역을 맡아 명품조연의 연기를 보여주었던 김인권(강대오 역)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코미디 영화 [강철대오:구국의 철가방]은 아무리 생각해도 코미디 소재를 잘못 고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