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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창결(焦倉訣)
1. 개요
초창결의 근세의 기인 반계(磻溪)가 그 아들과 대화로 미래사를 예언한 참서다. 반계는 근세(숙종~영종)의 사람이며 이 글은 비결로서는 가장 새롭고 현실과 가깝게 설명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초창이란 말은 반계가 거처하던 당호이기도 하지만 항상 창생의 미래사를 염두에 두고 일생을 살았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이
비결은 대략 네 개의 단원으로 구분하여 설명하였는데 제1단계가 저자가 살고 있던 영정(英正)시대에서 나라가 망한
경술년(1910)까지이고 제2단계가 나라를 빼앗긴 후부터 광복이 될 때까지이며 제3단계가 광복이 되고 난 후의 혼란 시기에서
이른바 계룡산 도읍이 시작될 때까지이다. 그리고 마지막은 다른 비결에서 언급한 난해한 문제들을 알기 쉽게 풀이한 부분으로 되어
있다.
그 아들의 말을 빌리면 반계옹은 숨은 기인으로 학문이 극에 달하여 위로 천문에 통하고 아래로 지리에
달하였으며 중간의 인사(人事)마저 달관한 사람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 대화에서 물음에 거침없이 대답을 했고 또 대답한 내용이
지금까지 있었던 수많은 비결보다 정확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아쉬운 것은 질문을 한 아들의 수준이 그 아버지의 달관에
미치지 못해서 가장 중요한 핵심을 외면한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는 점이다. 좀더 자세하게 설명할 수 있도록 질문을 유도했더라면
목표를 잃고 우왕좌왕하는 대중들에게 뚜렷한 진로를 제시해 주고 그들의 소신을 키워서 국가 발전에 이바지할 기회를 줄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하여간 반계옹의 설명은 그 어느 누구보다도 직설적이며 사태를 직시하여 설명한 장점이 있고 다른 사람들처럼
천기누설(天機漏泄)이니 또는 악한 사람이 알아서는 안되느니 구실을 붙여서 파자나 은어를 사용하여 남이 알아보지 못하도록 한 일이
적다. 오직 자손의 장래를 위한다는 뜻으로 간명하게 해설한 것이 특이하다 하겠다.
이 방면에 뜻을 두고 국가장래를
염려하는 사람들에게 한번씩 읽게하여 처세하는데 다소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랄 뿐이다. 그리고 이 책이 미래사를 예언하면서 제시하는
상황이 너무도 현실과 일치하기 때문에 근래에 만들어진 위서(僞書)가 아닌가 의심하는 이가 많다. 또한 위서로 의심을 받을 만한
사유로는 저자의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점이다.
그러나 이 글이 위서가 아니고 반계(磻溪)가 가공된 인물이 아님을 증명하는 뜻에서 한가지 사실만을 밝히고자 한다.
이 책이 처음 간행된 것은 1923년, 기미독립선언으로 일정의 식민지정책에 차질이 생겼을 때 일제가 민심수습책(民心收拾策)으로 간행 반포하였다.
우
리 민족의 줄기찬 척일운동(斥日運動)이 민족속에 깊이 뿌리박은 비결때문이라고 보고 그 비결이 위작이며 아무 의미도 없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현병주(玄丙周)라는 인물의 비평을 첨가해서 <비난정감록진본(批難鄭鑑錄眞本)> 또
<정감록(鄭鑑錄)>이란 제목으로 한성도서주식회사에서 간행된 바 있고 같은 해
<정감록비결집록(鄭鑑錄秘訣集錄)>이라는 제목으로 동경에 있는 자유토구사(自由討究社)에서 간행한 바 있다. 저 일정은
정감록과 우리나라 비결에 왜가 망한다는 말이 여러 곳에 나오자 그것이 우리 민족의 뇌리에 뿌리박힐 것이 두려워 사상말살운동의
일환으로 전개한 것이니 이 책이 그 가운데 포함되어 간행된 것이라면 이 책은 이미 나라가 망하기 전부터 있었음이 분명하고 또
일정시대에 일본의 멸망을 예언한 것이라면 위서라고 인정하기는 어렵다는 점이다.
특히 저자의 반계의 고장인 안동에는 예부터 익명의 기인달사(奇人達士)가 많이 나와 나라에 공헌한 바가 많다. 임진왜란 때 서애(西崖)선생을 도와 팔년풍진을 무사히 치르게 한 사람도 이름 없는 치숙(痴叔)으로 남아 있다.
2. 원문 해석
반
계공(磻溪公)은 나의 아버지이다. 학문이 깊어 위로 천문을 통하고 아래로 지리를 달했으며 중간으로 인사를 깨달았으나 남이
알아주거나 국가가 등용해 주기를 바라지 아니하고 영가(永嘉)의 화석산장(花石山庄)에 물러나서 은거하니 이 해는 옹정(雍正:청나라
세종의 연호) 4년(영조 2년:1726) 봄이었다.
내 항상 곁에 모시고 잠시도 떠나지 아니했는데 어느날 아버지 앞에 꿇어 엎드려서 국가의 운수기세를 물어 보았다.
"지나간 일은 들어봐도 소용이 없으니 다가올 일에 대해 듣고자 합니다."
"물어서 무엇하겠느냐?"
"후세 자손들이 이것으로 지표를 삼아서 덕을 닦고 또 집을 보전하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고자함입니다."
"집을 보전하는 길은 말이나 글에 있지 아니하고 오직 마음에 있는 것이다. 너는 기우(杞憂:쓸데없는 근심)가 심하구나."
이러한 꾸지람을 듣고 황송해서 다시 물을 수가 없었다. 며칠이 지난 뒤 또 물었다.
"한양 이씨의 운이 장차 다할 것 같으니 앞일이 궁금합니다. 자세히 가르쳐 주십시오."
"심하다. 너의 물음이…"
"이씨의 운이 다할 때가 되면 따로 위태롭거나 어려운 일이 없겠습니까?"
"어찌 위태로움과 어려움이 없겠느냐. 네 저 고목(枯木)을보아라. 죽은 지 오래되면 벌레가 생기지 아니하더냐."
"운세가 장차 어떻게 되겠습니가?"
"
운세를 추산(推算)해 보니 4509-13(大定數)이 되면 쇠기가 점차 불어나서 기강이 헤이해지고 다른 나라들이 통상을 빌미삼아
모여들고 그것 때문에 국가의 기밀이 누설되며 임금은 후사가 없어서 갑자생 임금이 뒤를 잇게 된다. 비록 보위에 나가기하지만 궁중의
요망한 계집들이 장난치는 일이 수도 없고 외척을 불러들여서 군자들을 물러나게 하고 소인들만 조정에 모아 임금을 조롱하고 심지어는
적국과 내통하게 된다. 이찌 나라가 망할 조짐이 아니겠느냐. 또 2785-33운이 되면 서양함대가 바다로 밀고 들어오므로
나라안은 대난리를 겪게 되고 10인의 간인(奸人)과 8명의 적도(賊徒)가 어깨를 나란히 흉계를 꾸며서 혁신을 한다고 주장한다.
날마다 외적(外賊)들과 가까이 하여 나라를 팔아먹을 일을 꾀하므로 나라의 운세는 하루가 다르게 기울어진다. 43012-97운이
되면 외적이 성안에 가득 들어와서 군요(軍擾)를 크게 일으키며 각료끼리 서로 해한다. 43080-301운에는 천변이 자주 일어나서
검은 구름이 해를 뚫고 악질이 유행해서 백성들이 많이 죽는다. 요망한 별이 나타나서 국운은 날로 시들어 간다. 38017운이
되면 형혹(熒惑:별이름. 천상의 살육을 맡은 별)이 전쟁을 일으키고 흰 기운(살기)이 하늘로 뻗는다. 푸른 도포를 입은 무리들이
크게 일어나서 이름을 동학(東學)이라 부른다. 한낮에도 저주를 그치지 아니하고 사람을 마구 죽여서 백성들도 그들을 범하면 다 죽게
된다. 4507-4010운은 용이 제위에 올라 연호를 광무(光武)라 하고 관제를 개정하여 인국과 조약을 맺어 개발한다는 명목
아래 차관을 산처럼 끌어들인다. 또 향락과 낭비로 국고는 비게 되고 관직을 매매하며 세금도 날마다 불어난다. 학정에 시달리던
백성들이 벌떼같이 일어나서 도적이 되었지만 스스로를 의병이라 부르고 인민을 노략질하며 나아가서는 나라를 망하게 하는데 그때가 되면
국권은 이미 이등(伊藤)의 손에 들어 간 뒤가 될 것이다. 500670운이 되면 황제가 아들에게 선위하나 갑술생인 새 황제는
혼약하여 그 직분도 완수하지 못하고 적수에게 전권을 맡겨서 처리하게 하므로 군신은 모두 머리 깎은 중이 되어 몸에는 홀태바지
직삼(直衫)을 입고 융희 4년까지 이른다. 503670운에는 금구(金狗) 즉 경술(庚戌)년으로 때아닌 매미가 울고 흰 무지개가
해를 뚫으며 혜성(彗星:재앙의 별)이 경계를 침범하니 적신들이 상감을 위협하여 보위를 적에게 이양하게 한다. 이것을
일한연합(日韓連合)이라 부를 것이며 적이 국권을 장악한다. 패주의 신세가 된 황제는 고궁에서 감금생활을 하고 용상은 주인을 잃게
된다.
아! 5백년 종사(宗祀)가 여기서 마감한단 말인가. 심하구나 적국의 정치여. 산도 측량하고 땅도 측량해서
삼각산을 기점으로 고을을 합하기도 하고 나누기도 할 것이다. 또한 곳곳에 병영을 세우고 병영앞에는 짧은 비석으로 표시하며 작은
갓을 쓰고 짧은 소매옷을 입게 하니 사람이면서도 사람이 아니다. 아! 슬프다. 조국의 연호는 어디로 갔단 말인가.
해
와 달과 삼태성같은 하늘의 이치가 무슨 일을 했더란 말인가. 말세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은 공리(功利)만 크게 성하게 하는
것뿐이다. 천한 자가 세월을 만났다고 윗자리로 올라가고 윗자리에 있던 사람들이 강등되어 수치를 감당해야 한다. 윤강(倫綱)이
상실되고 질서가 무너져서 사람들이 서로 잡아먹으려하니 부자의 천륜도 모르고 형제의 우애도 없어지니 털이 없는 짐승과 다를 것이
무엇이겠는가. 이 때의 백성들은 다만 재리만 알 뿐 그 부모조차 모른다. 그것을 금전세계라고 부르는 것이 좋을는지…. 아!
백전(百錢)짜리 지화(紙貨:일원)를 사람들은 경보(經寶)라 부른다. 구학은 철폐되고 신학을 주장하며 남녀가 함께 배우게 되니
예의라는 것이 어디에 있느냐. 동북 천리에 철마(鐵馬:기차)가 내왕하며 성시(城市)로 모여들며 전깃불은 줄로 연결되고 얼굴은 보지
아니하고도 통화가 되며 만국에 편지를 보내고 하늘로 배가 날아다닌다. 바람과 구름은 허리부근에 머무르고 이단이 떨쳐 일어나서
사학(邪學)이 크게 번성한다. 앞에서 부르짖으면 뒤에서 소리치고 따르며, 조세는 불어나서 하늘처럼 많아진다. 소와 범이 서로
만나는 해 술주(戌主:순종. 순종이 갑술(甲戌)년에 탄행했기 때문에 칭하는 말) 즉 순종(純宗)이 승하하는데 만민의 슬픈 소리에
죽는 자 많아지고 나라는 망하며 임금은 죽으니 이 때의 시사를 알만하다.
"그렇다면 동국 삼천리가 영원히 적국의 손으로 들어갑니까?"
"
이 또한 일시의 운에 불과하다. 하늘의 뜻을 어찌 감히 거역할 수 있겠느냐. 나라의 운이 쇠하는 것은 다만 우리나라뿐만은 아니다.
중국 또한 이러한 쇠운을 만나게 되는데 선통(宣統:청나라 말 황제의 연호)에 이르면 중국의 운도 다하게 된다."
"선통이란 무엇을 말하는 것입니까?"
"
선통은 청나라 연호를 말한다. 48732운이 되면 일본이 동쪽 지역을 빼앗아 몽고 남쪽은 저 일본이 차지하여 만주국이라 부를
것이며 일본과 만주가 연합해서 청국의 폐제를 복위시키고 정권을 간섭해서 우리나라 백성들을 만주로 이민시킬 것이다. 그때가 되면
백성들은 앞을 다투어가며 만주로 들어갈 것이다."
"만주에 들어가는 것이 이 땅에 살기보다 낫습니까?"
"
발빠르게 들어간 사람은 비록 한때의 살곳이 된다고는 할 수 있으나 끝내는 머리 없는 귀신의 신세를 면할 수 없을 것이니 어찌 섶을
지고 불에 뛰어든 꼴이 아니라 할 수 있겠느냐. 10660-42운, 즉 소(丑)와 양(未)이 대충(對沖)하는 해가 되면 중국과
일본이 전쟁을 시작하고 태양이 둘로 갈라져서 자웅을 결하게 된다.(일장기도 태양을 상징하고 중국의 백일청천기도 태양을 상징함). 그
귀신은 머리가 업다. 중국과 일본이 전쟁을 하면 죽음이 산과 같을 것이며 피는 흘러서 내가 될 것이다. 남쪽과 북쪽을 모두
일본에게 뺏겨서 북경과 남경이 텅 비게 될 것이다. 일본의 세력이 점차 강해지면 송장(宋蔣:송미령과 장개석)이 고립되어
국부군(國府軍)은 산쪽 즉 서천(西川)으로 옮겨갈 것이다. 중국이 비록 한때 패배는 당하지만 끝에 가서는 열강의 도움으로 회복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이 때가 되면 편안해집니까?"
"어찌 편안하기를 바라겠는가. 두 마리의 범이
서로 다투면 구경꾼은 놀라게 된다. 사람마다 고을을 바꿔 일본이 이길 것이라 믿고 일본군대에 자원하여 나간다. 또한 전쟁물자와
곡식을 내고 함께 일본이 이기기를 빈다. 그리고 평화가 완전함이 반석같다고 하여 비록 요순세계가 다시 왔다고 자랑하지만 이것도
장차 망하려는 징조일 뿐이다. 인력으로 어찌 하겠는가."
"중국이 여러번 패한다면 영원히 세상을 구제할 영웅이 없겟습니까?"
"
영웅과 군자가 어느 때인들 없겠느냐. 반드시 필요할 대가 되어야 나타나는 법이다. 장개석과 송미령의 전쟁방법은 아이들의 장난과
같다. 만약 이러한 이치가 없으면 코끼리와 가축의 싸움이 될 것이니 어찌 그들을 제거할 수 있겠느냐. 급히 서두르면 실패하고
천천히 움직이면 때가 돌아와 일본의 힘이 줄어든다. 만약 이렇게 되지 아니할 경우 영웅을 기다린 뒤에 살아 갈 길을 얻지
않겠느냐."
"중국에는 어떠한 성씨가 나라를 세우겠습니까?"
"서장(西庄) 사람이 반드시 다음 시대에 나라를 일으켜서 4백년간 계속될 것이다. 3580의 백마운에 가야 끝이 난다.
"중국은 이렇게 부흥이 되는데 우리 나라는 중국에 이웃해 있으면서 부흥할 길이 없겠습니까?"
"
어찌 회복할 운이 없겠느냐. 비록 그러하지만 운에도 그 운이 있고 때에도 그 때가 따로 있으며 사람에게도 그 일을 맡아서 처리할
사람이 따로 있는 법이다. 우리나라가 비록 작기는 하지만 산천의 기운이 맑고 아름다우며 팔괴중 간(艮)괘에 속해 있다. 천하의
모든 일은 간에서 시작되고 간에서 마치는 것이다. 황극유일(皇極唯一)의 운도 반드시 간방에서 시작되어 곤(坤)이 위에 가고
건(乾)이 밑에 오는 지천태괘(地天泰卦)를 이룰 것이니 하늘이 회복하는 이수를 이괘와 함께 내릴 것이다. 진주(眞主)가
간야(艮野)에 나타나서 백성을 어려움 속에서 건져내고 지도자를 멸망 속에서 구제해줄 것이다. 그때가 되면 이 나라의 정치가 천하에
으뜸이 될 것이니 아름답지 아니한가."
"만약 세상을 구제할 진주(眞主)가 있다면 어떻게 적국의 압박을 견디어 내겠습니까?"
"
이것도 이미 정해진 운에 따른 것이다. 한번 일어나고 한번 쇠하는 것은 모두 하늘의 이치에 미리 지정되어 있을 뿐이다. 우리나라와
같이 우매한 인민으로 저 일본이 아니었으면 어찌 개혁과 진화의 길을 열 수 있겠느냐. 이것은 한(漢)의 고제(高帝)가
항우(項羽)를 섬긴 것이 본보기이니 현모한 이치로 미루어 보면 원수가 도리어 은혜가 된 셈이다."
"이씨 운이 다한 뒤에 정(鄭)씨가 계룡산 8백년 기업을 이룬다고 하는데 과연 그 말이 맞습니까?"
"어찌 허언을 하겠느냐. 인심은 곧 천심이니라."
"포은(圃隱)의 후손입니까?"
"그렇다."
"포은선생은 혈손이 없다고 들었는데 어찌 자손이 있다고 하십니까?"
"선생께서 화를 입기는 하였지만 어찌 혈손(血孫)을 보전하지 못했겠느냐. 중국에 사신으로 갔을 때 자손을 섬(島) 가운데 남기신 일이 있느니라."
"그렇다면 그 분은 영웅입니까, 성인입니까?"
"하늘이 내신 훌륭한 성인(聖人)이니라."
"국운이 이러할 때 저의 후손들이 생명을 보전하고 집을 지키고자 하려면 어떻게 처신해야 합니까. 자세히 가르쳐 주십시오."
아버지는 말 없이 한참 계시다가 말씀하셨다.
"
이때 집을 보전하는 방법은 오직 마음심(心)자 한 자에 달려 있다. 그러나 말세가 되거든 당파(黨派)에 들어가지 말고 관리도 되지
말고 돈이나 재물도 아끼지 말고 남을 해하지도 말며 만주땅에 들어가지 마라. 조심하여 사람들이 모여사는 대처를 피하고 사람들이
드문 곳을 가려서 흙으로 벽을 바르고 겨우 무릎만 들이밀 정도로 집을 짓고 농사를 지으면서 이름을 숨기고 몸을 닦되 짐승처럼
거처한다면 절로 집이 보전될 것이다."
"옛 비결(秘訣)에 이르기를 전쟁, 흉년, 질병 세가지의 난이 있다고 하던데 그 말이 맞습니까"
"삼재뿐만 아니라 팔란(八難)까지 겹쳤으므로 지난날에는 볼 수 없었던 대변고라 할 수 있다. 곧 천지가 개벽되는 운이다."
"몸을 닦고 선을 행하면 이 난을 면할 수 있습니까?"
"난을 피하는 방법에도 고금이 다르다. 이름을 묻고 농사를 지으면 전쟁의 피해는 막을 수 있다. 그러나 흉년이나 질병은 적선을 해서 사람을 얻지 못하면 어려울 것이다."
"선행을 하는 것은 마음에 있지만 선을 쌓고 인을 행하는 것으로 사람을 얻어서 집을 보전할 수 있겠습니까?"
"어리석구나, 네 말이여! 사람이 선을 행하게 되면 도와줄 사람이 절로 이르게 된다."
"곡식의 씨를 삼풍(三豊)에서 구하라는 말은 무슨 뜻입니까?"
"삼풍이란 즉 물이 풍부한 곳이다. 말세가 되면 비록 부자라도 호의호식 때문에 생명을 보전하지 못할 것이다."
"흉년을 살아가는 방법을 가르쳐 주십시오"
"흉년에 목숨을 보전하는 방법과 병을 고치고 죽음을 피하는 방법은 격암유록(格庵遺錄)에 상세히 기록되어 있는데 무엇이 어렵겠느냐."
"재난이 몇해나 계속됩니까?"
"2년의 병과 3년의 흉년이다."
"고결(古訣)에 이르기를 지각이 없는 사람은 죽는다고 하니 이것은 질병이 아닙니까?"
"
이때의 병은 하늘이 내리는 것이다. 비록 대방국수(大方國手;그 나라에서 가장 뛰어난 기술자라는 뜻. 지금에 와서는 바둑 장기의
고단자를 국수라고 부르지만 옛날에는 국수는 곧 의사(醫師)를 말함)라도 지각이 없다면 그 생명을 보전할 수 없을 터이니 조심하고 또
조심해야 하느니라."
"말년에 생기는 질병을 무엇이라고 부릅니까?"
"병은 이름 없는
급질(急疾)이다. 산에서 일어나는 독기와 바다에서 일어나는 장기(장氣:바다에서 뿜어대는 기운 가운데 독이 되는 기운. 오늘날
화학적 작용으로 생기는 공해와 같은 것)로 수만명은 더 죽을 것이다. 수승강화(水升降火)한 재목이 아니라면 그 생명을 보전할 수
없을 것이다."
"고결에 이르기를 부자는 죽고 가난한 사람은 산다고 했는데 이러한 이치도 있다고 보십니까?"
"
어찌 고결을 그르다고 하겠느냐. 부귀한 사람은 항상 여러 사람에게 악한 일만 했으므로 사람들이 모두 원망을 하게 된다. 또한
재물에 인색하고 의로움을 모르며 남을 도울 줄도 모르니 가난한 사람들이 원수같이 보지만 몸은 편안하고 마음이 태평하여 남의 급한
사정을 알지 못하므로 친한 이나 먼 이나 누구도 원망을 갖지 아니한 이가 없다. 이러한 사람이 난세를 만나 어찌 집을 보전할 수
있겠느냐. 그러한 까닭이 또 하나 있으니 천지의 이치는 본시 겸비시키는 일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유사이래로 부귀하는 집에는
대지(大智)와 대현(大賢)이 태어나지 아니하며 또 집도 보전할 수가 없다. 성현군자와 영웅호걸과 지사(智士) 기사(奇士)
기재(奇才)가 대개는 빈천한 집에서 태어난다. 하늘이 그 사람을 부귀하게 해주었으면 그만이지 또 기재(奇才)를 겸하게 하겠느냐.
이러한 까닭으로 뿔이 있는 짐승은 발톱이 없고 날아 다니는 새는 힘이 약하다."
"부귀한 자는 어찌해야만 가족을 보존할 수 잇습니까?"
"
어려운 사람을 구해주고 급한 사람을 도와주며 외로운 사람을 구휼하고 가난한 사람을 불쌍히 여기면서 음덕을 남이 모르게 베풀며
재물을 풀어서 사람을 구제하고 사람이 많은 곳을 피해서 살며 사람들이 그가 재물이 맣다는 것을 알지 못하게 하고 먼저 가족들에게
악의(惡衣)와 악식(惡食)으로 생활습관을 들이며 산야간 길성(吉星)이 비치는 곳을 가려서 토실(土室)을 짓고 돌로 베개를 삼으며
이름을 숨기고 그 마음을 굳게 지키면 절로 가족을 보존하는 길이 생길 것이다. 또는 아는 사람이 나타나서 도울 것이니 이 말을
어겨서는 아니된다. 만에 하나 이 말을 어기면 절대로 집을 보전할 수가 없을 것이다."
"부자가 자기의 재물을 풀지 아니하고 귀한 사람이 그 벼슬에서 물러나지 아니하고는 집을 보전할 방법이 없습니까?"
"
심하다. 너의 질문이…. 부귀한 사람이라 해서 삶을 좋아하고 죽음을 싫어하는 마음이 없겠느냐. 그러나 몸과 마음이 편안하게
지내면서 어려운 일을 겪지 아니했고 또 시세를 알지 못하기 때문에 어찌할 수가 없다. 비유하자면 처마 밑에 깃들여사는 제비나 새가
집에 불이 붙어 타는 것도 알지 못하고 새끼를 희롱하면서 즐기는 것과 같다. 안일에 젖어 있다가 갑자기 난을 당하게 되니 손 쓸
방법이 없는데 이찌 망하지 아니하겠느냐. 말세에는 나라의 세금이 날마다 증가하여 백성들은 삶조차 생각할 수가 없다. 소나
말·개·가축 등과 술·담배·고기·소금 등과 가옥 도로등과 초목의상 등에도 세금이 붙어서 사람에게 자유란 없다. 또한 명목도 없는
무리한 세금도 많아져서 어염(魚鹽)은 지극히 귀하고 땅값은 똥값이 될 것이니 어찌 집을 보전할 수 있겠느냐. 간혹 약간의
세전(世傳)한 재물이 있더라도 먼저 풀어서 급한 이를 구해주고 한산한 이름 없는 곳으로 피해가서 거하는 것이 상책이다. 질병으로
말한다면 먼저 기름낀 창자를 가진 자 죽을 것이므로 약을 써도 효력이 없다. 부귀가 한 세상을 진동했는데 어찌 남은 복이 있어서
난세에 가족을 보존하겠느냐. 그러므로 부귀한 자가 시세를 알지 못함은 슬픈 일이 아닐 수 없다."
"이 때에 병혁·질병·흉년으로 백조일손(百祖一孫)이 된다고 하는데 그 말이 맞습니까?"
"천조일손이라 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이 때는 일본과 중국이 교전하나 전쟁이 북쪽에서 일어나므로 우리나라에는 미칠 여가가 없다. 혹 군에 가서 죽은 사람은 있다.
그
러나 전쟁은 없어도 백성들의 고통이 극심하여 살아 있어도 산 것이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저 일본의 힘이 줄어들고 중국이 득세하여
호병(胡兵)이 들어와서 천안 이북까지 이르게 되면 천리의 인영(人影)이 끊어지고 북지는 어육이 된다. 그래도 이것은 조그마한
근심이다. 일본과 중국의 전쟁이 세계대전으로 확대되면서 만국이 기회를 엿보므로 세계가 큰 혼란에 빠지게 된다. 이럴 즈음에
범(范)가와 곽(郭)가 두 장수가 북쪽의 군대를 이끌고 동쪽을 향해 쳐들어오게 되면 지나가는 자리에 개와 닭도 남지 않을 것이나
파주에 와서 이동(二童)의 손에 패망할 것이다. 그 뒤에 정씨 8명과 이씨 7명과 조씨 2명이 서로 다투어서 살육이 끝이 없고
피흘러 내가 될 것이다.
아! 이 나라 생명이 여기에서 끝이 나는 구나. 8정 가운데 6인이 패망하고 7인 가운데
6인이 패망한다. 2조를 합쳐 5인이 다투다가 2인은 요동으로 달아나고 3인이 솥밭처럼 벌려서서 자웅을 결정하지 못하고 각각 한
곳을 지키게 된다. 이 때가 되면 천조일손이 되는 시기다. 슬프다. 창생이 어디에서 살아나겠느냐. 만일 땅을 가려서
혈거(穴居)하지 아니하면 비록 지각이 있는 사람이라도 재앙이 미쳐서 옥과 돌이 함께 타게 될 것이다. 사람들이 버리거나 살지
아니하는 곳을 찾아 궁하게 살면서 농사를 짓고 본심을 잃지 아니하고 문을 닫고 출입을 삼가야만 이 난을 면할 수 있다. 땅을 가려
숨어 살며 머리에 상투를 보전하고 민족의 표시인 흰옷을 입는 자는 범곽의 난을 면할 수 있고 토실에서 궁하게 살며 하늘에 목숨을
빌고 진경(眞經)을 많이 외우면 8정의 난을 면할 수 있다."
"3인이 때를 얻으면 세상은 안정이 됩니까?"
"그렇지 않다. 하늘은 더러운 덕을 싫어하는 법이다. 천명이 진주(眞主)에게로 돌아가느니라."
"진주(眞主)는 어느 때 나옵니까?"
"
추산해보니 155-86운에 자주빛 구름과 노란 안개가 사흘동안 하늘을 가리고 남해에서 나와 배로 하동에 이르며 풍천을 거쳐 완산에
이른 뒤 도량을 금산사에 설치하고 삼걸만 제거할 뿐이니 창생이 무슨 죄가 있겠느냐. 적자같이 보호할 것이며 다시 요순세계와 같은
평화를 누리리라."
"이 3걸을 제거하는데 병기를 씁니까?"
"큰 성인이 일을 하시는데 어찌 병기를 쓰겠느냐. 도술로 웃으면서 제거하지만 그들은 제거당하는 줄도 모르고 끝이 날 것이다."
"삼걸에게는 신인도 헤아리지 못하는 재주가 있다는데 어찌 그리 쉽습니까?"
"
천명(天命)이 진주(眞主)에게 돌아왔으니 하늘을 거스리는 자에게는 망함이 있을 뿐이다. 천인의 재주와 세상을 구제할 학문이
진인에게 따라다니니 곧 3존자와 12신인과 8백법사가 담소하면서 일을 처리할 것이므로 며칠 걸리지 않을 것이다."
"이때 인재는 옛날 제갈공명이나 강태공과 같은 분입니까, 아니면 이여송이나 한신 같은 사람입니까?"
"바보스럽구나 너의 생각이. 제갈무후나 한신같은 이도 감히 비교할 수가 없거늘 하물며 이여송에게 비유할까. 오로지 신술(神術)만을 사용할 것이므로 신인줄 알지 못한다고 하는 것이다."
"정씨의 운은 도술로 일어나고 도술대문에 망한다는 말이 있는데 이것입니까?"
"
그렇다. 대저 정씨의 운은 귀신의 세계로 유불선(儒彿仙) 3도가 합쳐져 하나가 되는데 불이 진주가 되어 서로 죽이는 일이
없어진다. 불의 진리와 유의 예범과 선의 조화가 겸해서 그 도가 되니 계룡의 운에는 낮에도 하늘을 날아 다니는 자 가끔 있을
것이다. 아름답구나 이 운이여! 온 세상이 모두 연화세계가 될 것이다."
"인재가 이렇게 많다고 한다면 장래 자손 가운데도 성인될 자 있습니까?"
"세 사람이 있으나 하나는 죽고 둘이 남을 것이다."
"말세에 땅을 가리자면 길흉을 알 수 없을 것이니 어떤 곳이 길성이 비치는 곳인지 가르쳐 주십시오."
"길지(吉地)도 마상록에 언급되어 있으니 복이 있는 자손이면 자연 알게 될 것이다."
"고결에 이익이 궁궁을을(弓弓乙乙)에 있다고 했는데 무엇을 뜻합니까?"
"대궁(大弓)은 무궁(武弓)을 말하고 소을(小乙)은 무을(武乙)을 말하나 지각이 있는 자가 아니면 그 참뜻을 알 수가 없다. 그러나 일반적인 견해로 말하다면 곧 혈하궁신(穴下弓身)으로 궁하게 살면서 약하게 보여야 한다."
"소두무족(小頭無足)은 무엇입니까?"
"소두무족은 즉 불이니 창생들이 다 불에 죽을 것이다."
"삼인일석(三人一夕)은 무엇입니까?"
"닦을 수자니 곧 수심과 수도이다."
"사답칠두락(寺畓七斗落)은 무엇입니까?"
"수원이 풍부한 논을 가려서 농사를 지으라는 것이다."
"부금냉금(浮金冷金)은 무엇이며 또 엄택곡부(奄宅曲阜)는 무엇입니까?"
"부금냉금은 농기구를 말하고 엄택곡부는 밭가에 집을 짓는 것이니 곧 궁하게 살면서 부지런히 농사를 지으라는 뜻으로 생각하면 틀림이 없다."
"인종을 양백에서 구하라는 말은 무슨 뜻입니까?"
"양백에는 뜻이 둘이 있다. 하나는 모든 것을 그 시기에 합당하게 한다는 뜻이요 하나는 각(角)자의 뜻인데 백을 두게 합하면 각자가 된다."
"고결에 십승지지(十勝之地)가 있다고 했는데 십승지지에 들어가면 과연 가족을 보존할 수 있습니까?"
"
십승이란 다만 물의 근원만 보고 말하는 것으로 가뭄이나 수해가 없으서 흉풍을 모르며 백성들이 편안하게 살아갈 수 있는 곳이다.
비록 승지라도 맞는 곳과 맞지 않는 곳이 있는데 십승에 들어가 살아서 편안하게 집을 보존한다면 세상에 보전하지 못할 사람이 없을
것이다. 어찌 그러한 이치가 있겠느냐. 피난의 근본은 다만 마음에 있으므로 선한 자는 살고 악한 자는 죽는다. 말세에 선한 사람이
몇이나 되겠느냐."
"십승 밖에 길지가 또 있습니까?"
"십승 외에도 길에 적합한 곳이 있으나 치세에 길지가 있고 난세에 길지가 있다."
"난세의 길지는 어디 있으며 치세의 길지는 어디에 있습니까?"
또 전국에는 몇 곳의 치란의 길지가 있습니까?"
"치세의 길지는 36처요 난세의 길지는 24처다. 모두 격암유록에 기록되어 있다. 절대로 나쁜 사람에게 말해서는 안되니 각별히 입을 조심하도록 하라."
"치세의 길지 외에 난세의 길지가 있다는데 난세에 거할 수 없습니까.?"
" 그렇다."
"난세에 거할 만한 곳을 무엇으로 증거 삼습니까?"
"난세의 길지는 다만 길성의 조림(照臨)할 뿐만 아니라 그때가 되면 현인과 지사가 자연 들어와서 살게 될 것이며 주민들도 그들의 도움을 받아 편안하게 살아가게 된다.
첫댓글 다른 비결서에 비해 쉬운 말로 되어 있지만 제게는 그래도 어려움이 있으니 부끄러울 따름입니다 선덕을 행하며 궁하게 살며 마음을 바로 세우는 일에 정진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