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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바꾸어 놓은 채식이야기
[일다 2006-03-30]
“비빔밥에 계란과 고기는 빼주세요.”
“이 국물에 멸치가루 안 들었죠?”
식당에서 맛있게 식사하고 있을 때, 다른 자리의 어떤 손님이 종업원에게 위와 같은 주문을 하는 것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그 손님은 채식주의자일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이 글을 적고 있는 필자는 일반식당에서 매번 저런 주문을 하는 채식주의자다.
인도여행과 함께 채식을 시작하다
채식을 실천하게 된 것은 <캘커타 코코넛>(cafe.daum.net/calcuttacoconut)을 통해서다. 홍대 부근에서 차와 채식음식을 팔면서 헌책방도 겸하고 있는 까페다. 이곳에서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동등한 여행’을 목적으로 하고 동시에 녹색운동을 실천하는 오지여행을 매해 두 번씩 계획한다. 참가자들이 지켜야 할 사항들이 있는데, 여행팀원 중 1인 이상이 장애인일 것과 여행 중 일회용품, 비닐봉지, 패트병 등 환경위해성 물건을 이용하지 않을 것, 그리고 채식을 하는 것이다.
작년 11월부터 <캘커타 코코넛>에선 2달 간의 인도여행이 계획됐는데, 그 여행에 동참했다. 총 여섯 명의 인원이 녹색여행과 채식여행의 원칙을 지켰으며 많은 것들을 겪고 경험하고 느꼈다. 그리고 이 여행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채식을 하고 있고, 비닐봉지를 사용하지 않기 위해 작은 주머니를 장바구니용으로 가지고 다니며, 녹차물을 담은 수통을 지녀서 되도록 플라스틱 병에 담긴 음료를 사 먹는 횟수도 줄이려고 노력하고 있다.
인도는 채식주의자가 여행하기에 안성맞춤인 나라다. 어디를 가든 모든 식당엔 채식주의자를 위한 식단이 따로, 그리고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다. 사실 ‘채식주의자’가 우리 나라처럼 ‘특정한’ 부류로 인식되지도 않는다. 식당 메뉴 판에 “Vegetarian”뿐 아니라 “Non-vegetarian”라고 비채식주의 음식을 따로 표기하는 것을 봐도 알 수 있다.
인도를 여행하는 두 달 동안 달걀, 쇠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등 육류와 생선, 조개, 오징어, 게, 새우 등 어패류를 전혀 먹지 않았다. 대신 쌀밥과 각종 야채와 콩, 감자, 고구마 등으로 조리한 다양한 음식과, 저렴한 과일과 견과류를 먹으며 여행했다. 그리고 여행 전보다 훨씬 맑은 정신과 건강한 몸으로 귀국했다. 얼굴빛도 맑아졌고, 건조해서 괴로웠던 피부에 대한 걱정도 없어졌다. 채식주의를 선언했을 때 건강상으로나 외양 상으로 업그레이드 된 내 모습을 보고 적극 동조해 준 이도 나를 늘 보아왔던 가족들이다.
‘현대에서’ 닭고기를 먹는다는 것
과거엔 닭고기를 먹으려면 마당에서 키우던 닭을 잡거나 마을시장에 가서 사오면 됐다. 하지만 오늘 내가 닭고기를 먹으려면, 양계장에서 식용으로 키운 닭을 잡아서 만든 고기를 요리해 먹어야만 한다. 양계장 풍경을 머리 속에 그려본다. 다 자란 닭이 한 치도 움직일 수도 없을 좁은 철장이다. 발은 철장 바닥에 묶여 있고 부리는 잘라져 있다. (다른 닭들을 공격해 상해를 입힘으로써 발생하는 손실을 막기 위해 부리를 자른다.)
그 철장이 나무 쌓기 식으로 쌓여 있어 위에 있는 철장 속 닭의 배설물이 아래 철장 속 닭들에게 쏟아진다. 각종 환경호르몬이 첨가된 사료를 먹고 자란 닭들은 이렇게 열악한 환경 속에서 각종 스트레스 때문에 높은 공격성향을 띠게 된다. 이렇게 키워진 닭을 재료로 하여 만든 고기는 아무리 신선하고 청결하게 관리된다 한들 양질의 닭고기를 섭취한다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닭고기 한 마리를 생산하기 위해 사용되는 곡류의 양과, 2차로 발생하는 공기, 토양, 수질오염, 사라지는 경작지와 자연들에 대한 이야기들은 또 어떤가. 쇠고기에 대한 자료가 있는데, 1kg의 쇠고기를 생산하려면 18kg의 곡류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즉 한 사람이 고기를 덜 먹으면 여러 사람이 많은 곡류를 먹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전쟁과도 같은 기아문제를 생각한다면 솔깃한 사실 아닌가. 또, 고기와 암에 대한 얘기 등 이외에도 참고할 만한 사실들이 많다.
채식에 대해 알면 알수록 고기를 먹어야 할 필요성은 줄어들게 됐다. 사실 나는 환경운동가도 채식운동가도 동물생명운동가도 아니다. 내가 채식을 하는 것이 세상을 아름답고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드는 일이란 생각도 하지 않는다. 다만 육류를 먹는 것이 자연을 훼손하고 환경을 오염시키며, 열악한 조건 속에 동물들을 사육하고 도살하는 축산산업에 일조하고, 생명을 괴롭히는 결과들을 낳게 되는 것이란 사실을 알게 됐으니, 그런 결과들이 발생하도록 돕지는 않는다는 마음으로 채식을 유지하고 있다. 게다가 고기를 먹지 않아도 건강하게 생활할 수 있다는 것을 몸소 체험했지 않은가.
불편함, 그보다 더한 즐거움
채식을 하다 보니 예전에 겪지 않았던 불편함을 계속 느끼게 된다. 예를 들어 명절음식에서 고기가 안 들어간 음식이 거의 없다. 야채 전에도 계란은 들어간다. 평소에도 된장국 하나를 끓이더라도 따로 하나를 끓여야 하고, 외식도 많은 제약을 받는다. 특히 다른 사람들과 함께 식사하려고 할 때, 내가 먹을 수 있는 음식을 사가지고 포장해서 동행인들과 식당에 들어가야 하는 일이 생긴다. 한국 먹거리 문화에서 찌게나 국거리를 가운데 놓고 함께 떠 먹는 ‘훈훈함’을 즐기기 어려워진 것이다. 또 대수롭지 않은 듯 고기를 억지로 권하는 사람들을 겪어내는 것도 곤란하고 부담스럽다.
그러나 채식을 하면서 고충도 따르지만 즐거움도 크다. 채식을 제대로 하려면 공부가 필요하다. 사탕 하나를 먹어도 모회사에서 만든 것은 피해야 한다. 왜냐하면 그 안에는 곤충 추출물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사탕에 곤충 추출물이라니, 채식을 하지 않았다면 몰랐을 정보다. 같은 종류의 과자라도 회사마다 동물성 젤라틴을 넣는 곳도 있고 넣지 않는 곳도 있다. 동물성 젤라틴이란 용어도 채식공부를 하며 처음 접했다. (한국채식연합 www.vege.or.kr)
요리에 대한 관심도 증대됐다. 음식을 만드는 일이 즐거워 진 것이다. 단지 맛있는 음식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몸에 좋은 음식을 만든다는 사실 때문이다. 일종의 창작능력도 필요하니 지루하지 않다. 미식가는 아니지만 채식식당이나, 채식음식들을 만드는 곳들을 찾아가는 재미도 쏠쏠하다. 채식도 하나의 문화인데, 새로운 문화를 알아가는 것이 즐거움을 제공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큰 즐거움은 삶에 대한 자세와 의식의 변화다.
채식은 문화이자 삶이다
좋은 먹거리가 중요하다고 얘기되는 시대다. 깨어있는 마음에 대한 관심도 높은 때다. 육류가 해악스러움만 있다고 여기지는 않는다. 고기를 먹는 즐거움을 이해 못하는 바도 아니다. (채식을 하기 전 생선구이 매니아였던 나는 고등어나 삼치구이를 먹으며 즐거움을 누렸다). 다만 근현대에 먹을 수 있는 고기들은 저렴한 원가로 생산되어 많은 소비자들에게 제공되어야 하는 생산체계 속에서 ‘좋은 먹거리’로 탄생하기 불가능하다는 점, 이 문제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또한 중요한 것은 음식 선택과 섭취가 삶의 자세와 연결된다는 점이다. 채식은 단순히 풀만 먹는 음식문화가 아니기 때문에, 어떤 먹거리를 선택해야 하고 그것이 왜 좋은지 알아야 하며 그것을 내가 만들거나 찾아 먹기 위한 지식도 필요하다. 이러한 공부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채식을 하는 당위성을 돈독히 할 수 있다. 또한 일회용 제품을 쓰지 말고, 비닐봉지대신 장바구니를 사용하고, 쓰레기를 줄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하며, 좋은 음식이 나오기까지 많은 노력과 마음씀씀이가 필요하다는 것 등, 앎의 부족으로 인해 모르고 행해왔던 바르지 못한 생활습관을 반성하게 되고 고치고자 하는 ‘의지’를 생성한다. 신기하게도 말이다.
채식은 먹는 것을 단순히 영양분을 섭취하는 행위가 아니라 삶의 과정으로 인식하게 된 소중한 경험이었다. 독립적인 생활패턴이 아니라 생활의 다른 양식과 삶의 의식까지 그물처럼 연결되어 있다는 얘기다. 이 모든 것이 어우러져서 스스로를 순화시키고 있다고 확신한다. 이 글을 통해 육식이 나쁘고 채식이 좋으니 꼭 채식을 해야 한다고 설득할 의도는 없다. 나는 경험에 근거해 이제 막 채식을 시작한 소심한 실천가일 뿐이다. 그런데 그 실천이 나를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이롭게 하고 있어, 그 이점을 살짝 알리고 싶은 것이다.
국제 노동기준, 언제까지 외면할 건가
[한겨레 2006-03-30 ]
국제노동기구가 그제 한국 정부에 대한 강도 높은 권고문을 채택했다. 내용은 공무원 노조활동 제한부터 건설노조 간부의 실형 선고 비판에 이르기까지 여러 가지다. 한마디로 수많은 국제 노동기준을 지키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부는 우리 노동운동이 국제 수준에 뒤처져 있다고 주장하지만, 정작 국제 기준에 미달하는 건 정부의 노동정책인 것이다.
국제노동기구가 지적한 문제점은 공무원 노조의 파업 금지와 가입자격 제한, 노조전임자 임금 금지 규정, 필수공익 사업 규정, 업무방해 등을 내세운 노조원 구속 등이다. 특히 건설노조 간부들이 원청 회사로부터 노조전임 비용을 받았다가 ‘공갈·협박’ 혐의로 구속된 사건에 대해선 정부에 피해 보상을 요청하기까지 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법원 판결까지 문제 삼는 등 너무 과도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비슷하게 생각하는 시민도 꽤 많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국제 사정을 알게 되면 생각이 달라질 것이다. 국제 노동계에선 폭력을 행사하는 경우가 아니면 노조활동을 이유로 구속해선 안 된다는 게 상식이고, 실제로 선진국에서는 이런 일이 거의 없다. 우리 정부도 이를 의식해 노동법 위반으로 구속하는 건 될수록 피하지만, 대신 형법상 업무방해 등을 적용하고 있다. 국제 기준으로 보면 ‘눈가리고 아웅식’ 탄압인 것이다.
공무원 노조의 파업 제한, 과도한 필수공익 사업 규제 등도 명백한 노동권 제한이다. 특히 정부의 위선이 드러나는 부분이 노조 전임자 임금금지 규정이다. 정부는 세계적으로 전임자 임금을 주는 나라가 없다고 주장하지만, 권고문은 이 문제를 노사 자율에 맡기지 않고 법으로 금지하는 것이야말로 잘못임을 지적하고 있다. 정부는 권고문을 존중해 노동정책을 국제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마땅하다.
‘탄소 경제’ 가고 ‘수소 경제’ 뜬다
[주간조선 2006-03-30 ]
현재는 주로 천연가스·석유서 추출... 연료전지 등 수요 커져 연 10%씩 생산 늘어
태양·풍력·해양 에너지 등 저장 기능... 원자력·미생물 이용 생산법도 개발 중
요즘 가장 인기 있는 기체(氣體)는? 두말할 것 없이 수소다. 수소는 배출가스가 없는 친(親)환경 에너지의 대명사로 주가가 급상승 중이다. 반면, 이산화탄소는 지구온난화의 주범으로 지목돼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화석연료와 함께 ‘공공의 적’이 됐다.
노무현 대통령은 2005년 3월 청와대에서 현대자동차가 개발한 투싼 수소 연료전지차를 시승한 뒤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에게 “임기 동안 적극적으로 밀어드리겠다”라고 말했다. 산업자원부는 같은해 9월 ‘친환경 수소경제 마스터플랜’을 청와대에 보고했다. “오는 2040년까지 전체 자동차의 54%, 발전설비의 22%, 휴대용 전자기기의 100%를 연료전지로 대체하겠다”는 내용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2040년 수소 연료전지 산업 규모는 109조원에 달하고 고용효과는 100만명에 이를 전망이다.
최근에는 ‘수소 경제’가 선거 공약으로도 등장했다. 열린우리당 서울시장 후보를 자청한 이계안 의원은 지난 14일 ‘이산화탄소 없는 수소 서울’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그는 “서울의 환경오염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탄소로 유지되는 에너지원을 교체해야 한다”면서 “시장이 되면 수소 연료전지 버스를 도입하고 서울시 관용차량을 수소 연료전지 자동차로 바꾸겠다”고 말했다.
수소 경제는 수소를 대표적인 에너지 저장 수단으로 사용하는 경제를 의미한다. 수소는 주로 자동차의 연료나 수력·풍력 발전소의 일시적으로 남는 전력을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사용하는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런데 중요한 사실은 수소가 독립된 에너지원이 아니라는 점이다. 수소는 에너지를 저장하고 전달하는 수단일 뿐이다. 수소 경제에 대한 대부분의 오해는 수소를 석유나 원자력을 대신할 수 있는 대체 에너지원이라고 착각하는 데서 빚어진다.
수소는 우주에서 가장 풍부한 원소다. 우주의 75%는 수소로 이뤄져 있다. 그런데 지구상에서 수소는 대부분 다른 원소와의 화합물 형태로 존재한다. 물은 수소와 산소의 화합물이다. 석유, 천연가스, 석탄 등 우리가 쓰는 화석연료도 수소와 탄소의 화합물이다.
그러나 물이나 화석연료로부터 순수한 수소를 분리하기 위해서는 에너지가 필요하다. 수소 생산에 필요한 전기나 열을 공급할 화력·수력·원자력 등 에너지원이 있어야 수소 경제가 돌아갈 수 있다는 얘기다. 또 천연가스·석유 등 화석연료로부터 수소를 추출하는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를 줄이기 위해 수소 경제로의 이행을 서둘러야 한다는 주장은 대부분의 수소가 화석연료에서 생산되는 현실을 고려하면 설득력이 약하다. 그래서 궁극적으로 수소 경제는 원자력에 의존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수소 에너지의 역사는 일반인이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길다. 수소로 달리는 친환경 자동차는 이미 1930년대에 등장했다. 같은 시기에 수소로 움직이는 버스, 기차, 잠수함이 개발됐고 수소로 추진력을 얻는 어뢰까지 만들어졌다.
1930년대 수소를 교통수단의 연료로 사용하는 실험은 독일인 기술자 루돌프 에렌이 주도했다. 그는 휘발유·디젤 등 전통적인 화석연료와 수소를 병용할 수 있는 엔진을 개발했다. 에렌이 개발한 엔진은 독일과 영국에서 상당히 많은 차량에 사용됐다.
에렌은 폴란드의 북(北)실레지아 지방 출신으로 기성학계에 반감을 가진 재야 발명가였다. 그는 어린 시절 맥스 펨버턴의 소설 ‘철의 해적’을 읽고 수소에 관심을 갖게 됐다. ‘철의 해적’은 획기적인 수소 엔진을 개발한 과학자를 해적들이 납치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에렌은 1928년 북부 베를린에 에렌모터사(社)를 세우고 수소 엔진 연구에 몰두했다.
1930년 베를린에서 열린 세계동력회의에서 에렌은 자신이 연구한 수소 엔진을 발표했다. 이 엔진은 공기와 혼합한 연료를 엔진에 주입하는 대신 압축한 수소를 공기가 들어 있는 연소실 내에 주입하는 방식으로 작동했다. 수소 엔진의 출력과 연비는 기존 엔진보다 높았다.
에렌은 영국의 몇몇 회사로부터 초청을 받아 런던에 에렌 엔지니어링사를 설립했다. 에렌은 1930년대 중반 독일 나치 정부에 기존의 내연기관을 수소 엔진으로 개조하자는 제안을 하기도 했다. 당시 나치는 경제적 자급자족을 이루기 위해 수입 연료의 의존도를 낮추고 싶어했다.
이미 보급된 디젤 엔진을 수소·디젤 겸용 엔진으로 개조하는 데는 한 대당 몇 백달러(수십만원)면 충분했다. 약 3000~4000대의 차량이 이런 방식으로 개조됐다. 독일 전역에 퍼져 있는 수력발전소의 잉여 전기로 수소를 생산한 뒤 이를 연료로 사용하자는 아이디어도 나왔다. 당시 독일의 수력발전소는 필요한 전기 수요보다 두 배 가까운 발전 용량을 가지고 있었다.
독일의 철도청은 1932년 낡은 기차 엔진을 수소 엔진으로 개조하는 데 성공했다. 당시 보고서에 따르면 수소와 디젤을 혼합한 연료를 사용할 경우 엔진의 동력이 종전보다 9.7% 증가한 83마력까지 올라갔다. 수소만 연료로 사용했을 경우에는 이보다 낮기는 하지만 77마력을 냈다.
에렌은 1942년 영국 정부를 위해 수소를 연료로 사용하는 잠수함과 어뢰를 발명했다. 기존의 어뢰는 방출된 배기가스가 만드는 물방울 때문에 육안으로 어뢰의 이동 경로를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수소와 산소를 연료로 사용한 어뢰는 배기가스 대신 물을 방출하기 때문에 궤적이 드러나지 않았다. 수소와 산소를 연료로 사용하는 잠수함 역시 배기 방울을 전혀 만들지 않았다. 수상운항 중 디젤 엔진을 돌려 수소와 산소를 만든 뒤 잠행할 때 이를 연료로 사용하는 방식이었다. 거대하고 무거운 배터리를 배 안에 설치할 필요가 없어 잠수함이 항해할 수 있는 거리도 1만5000마일까지 늘어났다.
그러나 2차대전이 끝나자 수소에 대한 관심도 식었다. 석유가 수소에 비해 저렴하고 수송이 용이했기 때문이다. 수소를 생산하기 위해 별도 에너지원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수소 가격이 비싼 이유를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수소는 최소한 그 생산에 사용된 에너지원보다 비쌀 수밖에 없다.
수소 에너지가 최근 다시 각광받게 된 것은 환경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연료전지 기술이 발전했기 때문이다. 연료전지는 물을 전기분해하는 과정을 거꾸로 뒤집어 수소와 산소를 반응시키면 전기가 발생한다는 간단한 원리를 이용한 것이다. 일반 배터리에 비해 많은 양의 전기를 저장할 수 있고, 연료를 보충해주면 계속해서 전기를 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미래의 첨단 기술로 알려진 연료전지가 실제로는 가솔린 엔진보다 40년 앞서 발명됐다는 사실은 흥미롭다.
연료전지는 1839년 한 영국인 판사가 발명했다. 연료전지를 처음 발명한 판사 윌리엄 그로브는 원래 물리학자로 발전기를 발명한 마이클 패러데이의 친구였다. 그는 물의 전기분해를 연구하다가 그 과정을 반대로 해 수소를 산소에 반응시킬 경우 전기가 생성될 수 있을 것이라고 추론했다. 그는 1839년 이를 입증해냈다. 최초의 연료전지인 그로브 전지가 일으킨 전기는 대단히 미약한 것이었다. 이후 그는 50개의 작은 연료전지를 연결한 대형 연료전지를 개발하고 수소뿐 아니라 염화수소 및 에테르, 알코올로도 연료전지를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러나 이를 실용화하지는 못했다.
1889년 영국인 과학자 루드비히 몬트와 찰스 랭거는 그로브의 연구를 이어받았다. 연료전지라는 말은 이들이 처음 사용했다. 몬트의 연료전지는 실용화를 위해 산소 대신 공기를, 순수한 수소 대신 불순물이 섞인 산업용 수소가스를 사용했다. 1.5W의 전력을 얻는 데 성공하기는 했지만 가스 속에 남아 있는 일산화탄소가 촉매로 쓰인 백금을 부식시키는 등 여러 문제가 발생했다.
연료전지의 실용화에 성공한 사람은 영국인 기술자 프랜시스 베이컨이다. 베이컨은 1932년 고가의 백금 대신 비교적 저렴한 니켈을 촉매로 사용한 산화수소 전지를 개발했다. 베이컨은 1959년 2톤 용량의 지게차를 움직일 수 있는 5㎾ 연료전지를 만들어 직접 시운전하기도 했다.
1960년대 초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장기간의 우주비행에 사용할 전력원으로 연료전지가 가장 적합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일반 배터리는 수명이 너무 짧았고 충전용 배터리는 우주에서 충전할 콘센트가 없었다. 태양광 발전은 태양을 볼 수 있는 위치에서만 전기를 생산할 수 있었다. 반면 액화수소나 액화산소로 작동하는 연료전지는 같은 무게에 당시 최고 성능의 배터리보다 8배의 전기 에너지를 담을 수 있었다. 아폴로 우주선에 사용된 연료전지는 베이컨의 연료전지 특허권을 사들인 유나이티드테크놀러지가 개발했다. NASA의 대규모 연료전지 계약 덕분에 1990년대부터 연료전지 시장이 형성됐다.
연료전지는 대규모 발전에도 쓰인다. 1980년대 초 도쿄전력회사(TEPCO)는 유나이티드테크놀러지와 공동으로 지바현 고이(五井)에 4.5MW급 연료전지 발전소를 건립했다. 이 발전소는 메탄을 연료로 사용했으며 1983년부터 약 2800시간 동안 전력을 생산했다.
초소형 연료전지 개발도 이뤄지고 있다. 연료전지는 휴대전화와 노트북 컴퓨터, 휴대용 전자기기의 전력원으로 사용할 수 있다. 수소 연료전지로 작동하는 손전등, 수소 화합물인 메탄올과 알코올을 연료로 사용하는 노트북 배터리 등이 속속 개발되고 있다. 휴대전화의 배터리로 사용할 수 있는 몇 만원짜리 연료전지 팩도 등장했다. 일부 초소형 연료전지 개발자들은 연료전지를 휴대전화 배터리로 사용할 경우 일반 배터리의 절반 가격으로 통화시간을 50배 늘릴 수 있다고 주장한다.
수소가 곧 화석연료를 대체할 것이라고 요란떨지 않는다면 수소 에너지의 미래는 밝다. 수소는 이미 대규모 생산이 이뤄지는 성장 산업이다. 세계의 수소 생산량은 매년 10% 증가하면서 지난 2004년 5000만톤을 넘었다. 지난해 생산된 수소의 경제적 가치는 1350억달러로 추산된다. 이 수소를 전력으로 환산하면 연간 200GW(원자력 발전소 200기의 발전 용량)에 달한다.
미국은 2003년 전체 전력 생산량의 10%가 넘는 48GW(1100만메트릭톤)의 수소를 생산했다. 수소의 저장 및 수송 비용이 높기 때문에 필요한 지역에서 생산한 뒤 곧바로 소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현재 생산된 수소의 절반은 암모니아, 즉 비료를 만드는 데 쓰인다. 나머지 절반은 석유나 식물성 기름을 정제하는 데 쓰인다. 메르세데스 벤츠·BMW·도요타 등 주요 자동차 업체들이 수소 자동차의 실용화를 서두르고 있어 자동차 연료로의 수요도 늘어날 전망이다.
수소의 절반 가까이는 천연가스(48%)에서 추출된다. 그 다음으로 석유(30%)와 석탄(18%)이 수소의 주된 공급원이다. 물을 전기분해해 얻는 수소는 전체의 4%에 불과하다. 비용이 비싸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소의 수요가 커지고 가격이 오르면서 새로운 생산 방법이 속속 개발되고 있다. 가장 기대를 모으는 방식은 원자로를 이용한 고온열화학 분해다. 일부 시험용 원자로는 섭씨 850~1000도에서 작동하는데 이 온도에서 물을 열화학 분해할 경우 열 에너지의 50%를 수소 에너지로 변환할 수 있다. 기존 방식에 비해 효율이 2배 이상 높아지는 것이다.
천연가스에서 수소를 추출하는 데 드는 비용은 2003년 1㎏당 1.40달러였다. 지난해에는 천연가스 가격이 오르면서 수소 추출 비용이 2.7달러까지 치솟았다. 원자로를 이용한 고온열화학 분해법은 수소 1㎏당 1.53달러의 비용이 드는 것으로 알려져 가격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태양·풍력·수력·해양력 등 공급량이 불규칙한 자연 에너지로 물을 전기분해한 뒤 발생한 수소를 모았다가 전력을 공급하는 방식도 모색되고 있다. NASA는 1990년대부터 태양 에너지로 비행하는 무인 항공기를 개발해왔다. 이 항공기는 낮에는 태양 에너지로 비행하고 남는 에너지를 수소 연료전지에 저장했다가 밤에 이를 이용해 야간 비행을 한다. 이론적으로는 몇 개월 동안 쉬지 않고 하늘을 날 수 있다. 과학자들은 이 방식을 자동차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수소는 이처럼 태양 에너지나 풍력·해양 에너지 등 자연 에너지가 석유·석탄을 대신할 수 있을 때 진정한 친환경 에너지가 될 수 있다.
미생물을 이용해 수소를 생산하는 바이오매스 생산법도 주목받고 있다. 일부 미생물은 음식물 쓰레기, 축산 분뇨, 산업 폐수 등에서 수소를 분해한다. 이 수소는 곧바로 이산화탄소와 결합해 메탄으로 바뀌기 때문에 자연상태에서는 수소 발생이 미미한 수준이다. 과학자들은 이 과정에 인공적으로 개입해 수소를 얻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이 방법은 쓰레기도 처리하고 수소 에너지도 얻는 일석 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전 세계의 폐기물을 바이오매스 생산법으로 처리할 경우 연간 에너지 소비량의 30%를 충당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번역]Korea to celebrate Foreigners` Day next year
[코리아헤럴드 2006-03-30 ]
The Ministry of Justice plans to designate a national commemoration day for foreign residents beginning next year.
Kang Myeong-deok, director general of the Immigration Bureau, yesterday told a forum that the agency will begin consultating other ministries soon to establish the tentatively named National Foreigners` Day.
He said the day will be designed to promote greater harmony between Koreans and expats because the number of foreign residents is sharply growing making the country increasingly multicultural.
"We are fully aware that multi-cultural diversities prevail among us. We are strongly requested to take more concrete steps towards successfully harmonizing the diversities within our society," Kang said at the Immigration Policy Forum in Seoul.
"As all of us are convinced, diversities become more valuable when they are peacefully integrated. The Korean Immigration Bureau is the top agency responsible for providing a services for foreign residents in Korea, and has already realized the importance of promoting harmony," Kang said.
As the government has tried to enhance public awareness of the foreign minority community across the nation, establishing a commemorative day is the start of laying fundamental groundwork for future social harmony and integration, said Cho Woo-seok, chief officer of trade policy and international relations of the bureau.
The number of foreign residents in Korea has sharply increased, reaching 722,000 as of the end of 2005. There were about 552,000 foreigners in 2001. And in major cities like Seoul, one out of 20 residents is a foreigner, the Ministry of Justice said. Also 35,447 Koreans chose foreigners as their spouse in 2004.
As a "win-win strategy," Kang said the national day would be worth celebrating both for foreigners and Koreans, who also can recognize the contribution foreigners make in the country.
"(Establishing the day) would require a much higher degree of tolerance and understanding on the part of the receiving community as also on the part of the newcomers to the Korean society," Mustafa Kamal, Bangladeshi Ambassador to Seoul, told at the forum.
"It would no doubt be an event to increase public awareness for enhancing, nurturing and fostering the feeling of integration amongst peoples of diverse cultures, origins and faiths thus building a harmonious society," he added.
Peter Rowe, Australian Ambassador to Seoul, also shared his country`s experience, saying his country`s Harmony Day, March 21st, has promoted social cohesion and encouraged understanding between people with different cultural backgrounds.
"On Harmony Day every year, events are held in communities across Australia to celebrate Australia`s cultural and linguistic diversity, to reinforce Australian values that lead to tolerance and understanding and to recognize the social, cultural and economic benefits that our cultural diversity brings us," Rowe said.
한국, 내년부터 `외국인의 날` 기념
법무부는 내년부터 외국인 주민을 위한 국가기념일을 지정할 계획이다.
강명득 출입국관리국장은 어제 한 포럼에서 출입국관리국은 가칭 외국인의 날을 제정하기 위해 곧 타 부처와 협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외국인 주민의 수가 크게 증가해 한국이 갈수록 다문화국가가 되어 가고 있다는 점에서 이 날은 한국인과 외국인간의 화합을 도모하는 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문화적 다양성이 확대되고 있다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 다양성의 조화를 이루기 위한 보다 더 구체적인 조치를 취하라는 요구가 강해지고 있다”고 강 국장은 서울에서 열린 출입국정책포럼에서 말했다.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듯이 다양성은 평화롭게 통합될 때에 더욱 소중해진다. 출입국관리국은 한국에서 외국인 주민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최고기관으로서 화합의 중요성을 이미 인식하고 있다”고 강 국장은 말했다.
정부가 전국에 있는 외국인 소수사회에 대한 국민의 인식을 높이려고 노력함에 있어서 기념일 제정은 앞으로 사회화합과 통합의 근간을 마련하는 시작이 될 것이라고 조우석 출입국관리국 통상정책 및 국제관계 담당관이 말했다.
한국의 외국인 주민의 수는 크게 증가해 2005년 말 현재 722,000명이다. 2001년에는 약 552,000명이었다. 그리고 서울 등 대도시에서는 주민 20명 중 한 명이 외국인이라고 법무부는 말했다. 그리고 2004년에 외국인 배우자를 선택한 한국인이 35,447명이나 되었다.
강 국장은 “상생전략”으로서 기념일은 외국인과 한국인 모두에게 기념할 만한 날이 될 것이며 한국인은 외국인의 국가적인 기여를 인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념일 제정은) 받아들이는 사회나 한국사회에 새로 들어오는 사람 모두에게 더 높은 관용과 이해를 요구할 것”이라고 무스타파 카말 방글라데시 대사가 말했다.
“다양한 문화와 국적 그리고 종교간에 통합감을 고취, 육성해야 할 국민적 인식을 높여 화합된 사회를 구축하는 행사가 될 것임에 틀림없다”고 그는 덧붙였다.
피터 로우 호주대사도 호주의 예를 이야기하고 3월 21일인 호주의 Harmony Day가 사회적 화합을 높이고 다른 문화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간의 이해를 증진했다고 말했다.
“매년 Harmony Day가 되면 호주의 문화적 언어적 다양성을 기념하는 행사가 호주 전역에서 열려 관용과 이해로 이어진 호주의 가치를 강화하고 우리의 문화적 다양성이 우리에게 가져다 준 사회적, 문화적, 경제적 혜택을 인식하게 해 준다”고 로우 대사는 말했다.
♥ 목표를 세우면 목표가 나를 이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