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오늘은 좀 편하게 얘기하려구요. 그 동안 여기에다 우리나라에서는 생소한 환경에 대한 얘기를 하려니, 참 흥미도 없을 것 같고, 또 그 많은 얘기를 한꺼번에 다 쏟아내는 것이 힘들기도 하거니와, 쓰다 보면 미진한 부분이 있고 또 단계마다 얘기를 조금씩 발전시켜 나가야 하니 참 어렵네요. 그렇다고 제가 무슨 권위자도 아니고 말입니다. 그래도 어쨌거나 잘못된 정보를 드리지 않으려고 나름 노력하고 있답니다.
제가 요즘 이곳에서 스킹을 하면서, 아쉬운 게 하나 있습니다. 오늘은 그 얘기 좀 하려구요. backcountry에서는 스킹을 혼자하는 것은 금물입니다. 그런 곳에서 혼자 스킹을 하는 건, 사고를 내겠다라는 말과 다름이 없거든요. 설령 사고가 없다 해도 혼자 타는 건 정말 재미 없습니다. 여기서는 혼자 스키를 타지 않는 이유는 안전이 먼저입니다.
backcountry는 아무 편의 시설이 없는 말 그대로 그냥 산에서 스킹을 하는 것입니다. 거기에는 리프트고 뭐고 아무 것도 없습니다. 스키장에서 backcountry 운운 하는 것은 그냥 그와 유사한 지형이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스키장에 따라 방대한 backcountry 지형을 갖고 있는 곳도 더러 있습니다. 이런 곳은 물론 리프트나 스노우캣이 있습니다. 하지만 엄밀한 의미에서 backcountry는 아닙니다.
거기서는 경험이 일천할수록 expert skier와 같이 타야 합니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거든요. 안전 뿐 아니라 여러 가지를 배울 수 있습니다. 즉, backcountry skiing을 배워야 하는 겁니다. 이건 skiing의 기술 뿐 아니라 그 외의 여러 가지를 배울 수 있는 지름길입니다. backcountry에서는 스킹이 전부가 아니랍니다. 암튼 혼자 모험하려는 생각조차가 무모한 겁니다.
backcountry skiing lesson을 받게 된다면 다 배울 내용이지만, 대략 말씀 드리겠습니다. backcountry skier들에게 가장 큰 골치 거리는 눈사태입니다. 눈사태는 치명적입니다. 아무리 조심을 해도 과하지 않습니다. 해서 대부분의 장비들-스키 빼고-은 눈사태와 그에 대한 대비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있어야 할 것들 : 우선 avalanche beacon이라는 위치추적장치는 기본으로 있어야 합니다. 같은 주파수(457 kHz)를 쓰기 때문에(1986년부터 국제표준), 내 것 하나만 있으면 됩니다. 물론 같이 타는 사람들도 그들의 것을 갖고 있어야겠죠. 서로 찾아주는 겁니다, 유사시에요. 시그널을 보낼 수도 있고 받을 수도 있습니다. 대개 반경 50m 이내에서 가장 강한 시그널을 받아들이게 디자인 되었습니다. 그리고 생소하게 들리실 수 있는 avalanche probes라는 게 있어야 합니다. 이건 그냥 막대기 같은 건데(조립하면 길어집니다), 눈에 빠진 사람 찾을 때 쓰는 겁니다. 위치를 추적하면서 눈을 찔러보는 거죠. 그리고 삽이 있어야 합니다. 손으로 파내는 것보다 10배는 빠릅니다(. 삽은 플라스틱이나 알루미늄으로 되어 있는 것이 좋습니다. (키커도 만들 수 있습니다^^)
권장 사항 : serious한 backcountry skier일수록 아마츄어 radio(ham)를 사용합니다. 여러 편법이 있을 수 있으나 다 소용 없는 짓이고, 그냥 내가 ham(아마츄어 무선 통신사)이 되는 것이 가장 나은 방법입니다. 위급 시에 가장 안정된 구조 요청 장치입니다. 그냥 흔히 파는 무전기는 무용지물입니다. 그건 구조 요청도 할 수 없습니다. 산 위에 눈이 올 때는 거의 앞이 보이지 않을 때가 흔합니다. 서로 간의 커뮤니케이션이 절실히 요구되는 상황을 마주하게 되는 겁니다. 소리 질러 봐야 들리지도 않습니다. 미국에서는 산 위에서 전화도 잘 안 됩니다. 안테나 뜨지 않는 곳이 많답니다. 여긴 지하만 내려가도 전화 뚝입니다. 그리고 산 위에서 전화는 믿을 게 못 됩니다. 어쨌거나 구조 요청을 할 일을 만들지 말아야 합니다. 하기야 뭐 누가 원하겠습니까만은 구조 요청 해서 자칫 헬기 뜨고 하면, 그 비용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보험이 있어 봐야 커버 안 됩니다. 얘기가 또..음. 여기는 햄들이 상상 이상으로 많습니다. 상당한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 외 : 물도 있어야죠. 비상식량도 약간 있어야 합니다. 나침반과 지도, 스위스칼. 그거 하나면 웬만한 공구는 다 커버합니다. 그리고 여분의 옷이 있으면 좋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갖고 있는 고글을 다 가져갑니다(그래 봐야 3개지만). 가보시면 압니다. 어떤 배낭은 안에 물탱크가 있어서 호스만 빨면 물이 나오는 것도 있습니다. 또 어떤 배낭은 안전장치를 해제하면 배낭 뒤로 거대한 풍선이 만들어져(그것도 두 개나) 눈 위로 뜨게 해주는 것도 있습니다. 조난을 대비해 고체연료와 fire starter를 준비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하이킹을 하는 일이 많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각종 장비들을 휴대하고 또 스키를 짊어지고 갈 일이 많기 때문에 당연히 배낭이 필요합니다. 눈 사태를 위한 필수적인 장비들을 제외하고는 개인의 필요와 준비에 따라 내용물이 달라지겠죠. 하지만 준비를 단단히 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귀찮아도 말입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눈사태에 대한 공부입니다. 그런 일은 거의 없지만, 리조트 내에서 스킹을 할 때도 더러 눈사태가 나는 일이 있습니다. 하물며 backcountry는 말할 것도 없습니다. 눈상태를 점검하거나, 눈사태가 자주 나는 곳은 피한다거나 하는 등등의 정보를 수집하는 것도 눈사태에 대한 공부입니다. 눈사태에 잡히면 그냥 그것으로 끝입니다. 그러니 피해야 합니다. 스킹 루트를 꼼꼼하게 점검하고, 날씨를 점검하고 하는 등의 일들은 기본적인 것입니다. 스킹을 나서기 전에 누구에게든 스킹을 간다는 사실과 언제 돌아올 것이란 얘기도 해두는 것이 좋습니다(lodge office에라도).
어떤 스키장들은 아예 대놓고 험난한 back country 지형을 갖고 있기도 합니다. 제가 가본 중에는 lake tahoe에 있는 squaw valley라는 곳이 가장 험난한 back country 지형을 갖고 있었습니다. 더 심한 곳도 있겠지요. 거기는 아예 guide들이 있습니다. 싸지는 않지만, 어쩔 수 없는 노릇입니다. 모르면 못 가는 거니까요. 그냥 내려 갔는데 다시 못 올라오면...? 겁나서라도 못 가죠. 전 까불다가 예전에 조난을 당한 적이 있습니다. 그것도 lake tahoe에 갔을 때 그랬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창피하기도 하고 겁이 다시 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감사하며 살고 있습니다. 살아있다는 것에 감사합니다. 그러니 좀 돈이 들어도 가이드 필요합니다. 스킹도 배우고 그 외의 것들도 많이 배울 수 있습니다.
제가 지금 이런 말을 하는 것이 와닿지 않으시리라는 것 이해합니다. 저라도 그랬을 겁니다. 이 모든 것은 눈이 많기 때문입니다. 아무 데서나 탈 수 있거든요. 허나 그런 데가 아니더라도 스키장들이 정말 큽니다. 또한 될 수 있는 한 자연 상태 그대로 놔둡니다. 큰 스키장들은 대개 연평균 10~15m의 적설량을 갖고 있는 스키장들입니다. 눈이 한 번 왔다하면 정말 엄청나게 옵니다. 그러니 굳이 저렇게 많은 것들을 짊어지고 스킹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만,
여기 사는 사람들이라면 특히나 스키장 근처에 사는 로컬들이라면 얘기는 달라집니다. 그 고생을 해서라도 그들은 거길 갑니다. 그들은 스킹을 할 목적 그리고 자연을 만끽하려는 목적...인생을 즐길 목적으로 갑니다. 한 두 시간 걷는 것은 그저 흔한 일이라고 치부합니다(난 정말 죽겠던데). 그들은 정말 자연을 사랑하는 사람들로 여겨집니다. 진정한 스키어란 자연에 대한 경외심을 갖고 만끽하며 아끼고 사랑하고...그런 사람들이 아닌가 하는 생각입니다.........만(이말이 사실이긴 하지만), 사실 재밌으니까 그 고생을 무릅쓰고 가는 겁니다. 재미 없으면 누가 그짓을 하겠습니까. 스키장에서는 느낄 수 없는 그런 재미가 있답니다. 그건 지극히 개인적인 것이니 뭐 할 말도 없고, 해봐야 소용도 없을 것 같습니다.
근데요, 암만 눈이 많이 와도 파트너 없으면 땡입니다. 아무리 스키에 미쳤어도 혼자 가면 안 됩니다. 그게 backcountry skiing의 맹점입니다. 지금부터라도 평생의 스키 파트너를 구하세요. 파트너를 구할 때는 벅찬 상대말고요, 그렇다고 만만해서도 안 되구요, 지속적으로 동기부여를 받을 수 있는 사람이 제일 좋습니다. 잘 타고 못 타고를 떠나서 말입니다. 여러 모로 서로 도움이 되고 의지가 됩니다. 게다가 빠른 발전을 이룰 수 있는 지름길입니다.
"근데 난 어디 가서 찾나..이 놈들은 스키장에선 콧배기도 보기 힘들 텐데... 대장 그러지 말고 빨리 와라."
같은 영상 계속 걸어서 죄송합니다. 전 이 영상이 참 좋습니다. 일본이 얄밉기도 하고 부럽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인생 최고의 스키여행이었다고 한 것도 great partner와 함께 해서였을 겁니다(그렇다고 말하네요^^). 길에서 경찰로 보이는 사람에게 잡힌 게 초입 부분에 살짝 나옵니다. 미국에선 저련 경우에 인정사정 없이 상당 금액의 벌금을 부과합니다. 여기선 1년치 하루에 탔다고(비싼 스킹했다고) 그럽니다.^^ 여러분은 그러지 마세요. 저도 안 그럽니다.^^;
첫댓글 팁 하나만요. backcountry에서 탈 때는 한 명씩 내려갑니다. 안전의 이유 때문입니다.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헤아리실 것이라...
앞사람 죽나 안죽나 확인하고 내려가는거? ㅋ
뭐...그런 거죠..파내기도 하고. 음.
그래.. 가자!! 같이 가자!! 쿨하게~ ㅎㅎ
대장은 누가 파트너(적수)였소? 지금도 있능감...?
아무래도 우리 대장님 꼭 미쿡에 가야될 것 같은 느낌이....
캬캬캬캬캬캬...
기다리면 오겠죠. 아마 그럴 겁니다. ^^
예전에 무주에서도 외국인들이 패트롤 무시하고 슬로프 아닌 나무사이로 막 내려가길래...
저것들이 미쳤나했더니....저렇게 놀던게 그리웠나봅니다....ㅋㅋ
초보때는 혼자 스키타는것도 너무 즐거웠는데....이제는 여러명이 같이 조런데 가서 타는게 무지 좋을것 같습니다...^^
스킹은 혼자 하는 것보다 같이 하는 게 즐거움이 더 배가되는 것 같습니다. 더욱 빠른 속도로 발전도 하고 말입니다. 모글 스키팀 만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