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로만칼라라는 것은 클러지셔츠의 한 종류로,
성직자만의 복장이 아닌 당시 두루 착용하던 과거 유럽의 복장 유행 정도로 보셔야 합니다.
클러지셔츠에도 몇가지 종류가 있는데, 크게 앞깃식, 목띠식, 로마식이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보는 개신교의 클러지셔츠는 목띠식으로,
이것은 가톨릭의 전유물이 아닌, 과거 유럽의 공직자들이 입는 옷깃의 형태입니다.
과거 유럽 귀족들의 그림을 보면 여러 종류의 클러지셔츠를 흔히 볼 수 있습니다.
로만칼라는 클러지셔츠의 한 형태일 뿐이며,
이러한 아무나 입을 수 있는 평상복을 성직에 도입된 역사로만 보자면
1827년 경 개신교(루터교)에서 먼저 시작되었습니다.
물론, 이미 말했듯이 초기 클러지셔츠는 대중적인 평상복이므로
가톨릭에서는 전혀 입지 않았다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이때의 클러지셔츠는 말 그대로 아무나 입을 수 있는 옷이었으므로
가톨릭의 것이냐, 개신교의 것이냐는 논쟁의 꺼리가 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현대에 와서 클러지셔츠, 혹은 이것에서 유래한 로만칼라를 가지고
교황에 대한 순결의 다짐이라는 등의 의미 부여는, 가톨릭 내부적으로는 그들의 자유이지만,
외부에까지 그러한 의미를 부여하고자 하는 것은 "오버" 라고 하고 싶습니다.
다시 말씀드리자면, 클러지셔츠는 본래 가톨릭의 것이냐 개신교의 것이냐라는 논쟁거리가 되지 못합니다.
여러 복장 중에 어느 복장을 자주 입을 것이냐의 선택의 결과일 뿐이지
성직을 목적으로 개발한 복장이거나 전유물이 아니라는 것이지요.
그러한 와중에 개신교에서 클러지셔츠를 더 많이 애용함으로 인해 개신교의 것 이라는 관념이 굳어진 것이지요.
1960년대 가톨릭 내부에서 조차 클러지셔츠는 개신교의 것이므로 입지 말자는 운동이 있었습니다.
과레스끼의 소설 "신부님 우리들의 신부님" 이라는 소설을 보면
사제 "돈 까밀로" 가 보좌신부의 클러지셔츠 착용을 보고 사제 같지 않다며 핀잔을 주고
자신은 절대 입지 않겠다는 다짐을 합니다.
당시 상황을 잘 보여주는 장면이지요.
절대 독점되어서는 안되는 복장을 가지고
"우리의 것이다..." 라고 못 받으려 시도한 일부 개신교 측 시도를 두어 잘했다는 것은 절대 아니지만,
반대로 "우리의 것을 따라했다..." 라는 주장에 대하여도 사실을 곡해하는 것 같아 글을 남깁니다.
복장은 복장일 뿐입니다.
굳이 충성과 성결의 서약을 하고 싶다면 예수 그리스도께 하십시오.
감리교의 공식 답변이 아닌 개인적인 견해임을 밝히면서 한가지 추가로 감히 답변을 드립니다.
(의견이 다르고 거북스럽더라도 그냥 다른 견해로만 간주해 주십시오.)
은혜님께서 언급하신 감리교는 성공회에서 갈리는 개신교파로,
다른 개신교파 특히 장로교파에 비교하자면
그렇게까지 극단적인 갈등으로 까지 치달으면서 가톨릭으로 부터 갈라진 교회가 아닙니다.
웨슬레는 고교회주의자였고, 끝까지 성공회에 남아 있었으며,
현재 감리교는 웨슬레의 고교회주의를 따르고 있고, 고교(가톨릭, 정교회)에 입은 빚이 많음을 인정합니다.
웨슬레는 교황권에 대하여 "적그리스도" 라며 비판한 바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가톨릭과 성공회의 모든 것을 반대하였던 것은 아닙니다.
당시 성공회의 식은 신앙으로 인해 말뿐인 교회를 개혁하고자 하여 실천과 현장설교, 선교를 많이 강조하게 되었지요.
교리면에 있어서도 성공회의 39개 조항을 그대로 가지고 나왔으나 훗날 이를 수정, 보완하여 25개 조항이 되었습니다.
때문에 교회의 외적인 구조와 구성에 있어서도 성공회와 비슷합니다.
성공회가 가톨릭과 비슷하다고 하면 곧 감리교도 가톨릭과 비슷하다는 말이 되겠지요.
다만, 비슷한 부분에 있어서 그 의미하는 것에 대하여 성공회, 가톨릭과 다른 의미를 부여하는 것도 있습니다.
위에 클러지셔츠에 대하여 답변을 하였습니다만,
그것이 아니더라도 복장(영대 포함)은 복장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의 의미도 없습니다.
12월25일이 과거 태양신 숭배일이라 하나 기독교에서는 그리스도의 탄생으로 기념하듯, 그 의미를 달리 하는 것이지요.
만일 복장에 대하여 "우리의 것", 혹은 어떠한 의미만을 부여하여 비판하는 무리가 있다면,
12월25일은 태양신 숭배일인데 왜 기독교에서는 이 날에 예배를 드리느냐며 비판하는 무리와 다를 바 없는 겁니다.
가톨릭의 것이라고 하여 무조건 반대하거나 적대하지 않습니다. 대화의 대상입니다.
받아들일 것은 받아들이고, 반대할 것은 입장을 분명히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모든 개신교의 교리가 가톨릭으로 부터 연하여 발전되었다는 것은 결코 부정할 수 없습니다.
역사라는 것은 흐르는 강물 처럼 끊어지지 않고 계속 이어져 있습니다. 교회사도 그러하지요.
만일 개신교가 가톨릭과 전혀 관련 없이 독자적으로 발전되었다면 "개혁교회" 이라는 말은 적용 불가능합니다.
"신흥종교" 라는 말이 더 어울리겠지요.
"개혁"은 기존 것에 대하여 의견이 다른 부분에 대하여 수정, 보완하는 것이지,
무조건 모두 폐기하고 싹~ 갈아 엎는 것이 아닙니다.
수정할 것은 수정하고, 혹은 의미를 새로이 부여할 것이 있다면 그렇게 하고,
폐기할 것은 폐기하고, 보존할 것은 보존하는 것. 이것이 개혁입니다.
싹~ 갈아 엎었다면 "혁명" 이라는 말이 더 어울릴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