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인 8월20일 홍도영건축가가 주관하고 건축주가 참여하는 전체 테크니컬 미팅이 있었습니다.
5월 중순 경, 프로젝트팀의 구성부터 지금까지는 온라인상으로만 접했던 분들이 최초로 대면 미팅을 하는 것이라, 설레이기도 하고 정리된 잇슈들에 대한 의사결정을 해야하는 자리라 긴장되기도 하였습니다.
서울에 미팅 장소가 잡혔는지라 아침 일찍 밥 단디 먹고 서울로 출발하였습니다.
회의는 오전 9시에 시작하여 점심 저녁을 거쳐 밤 12를 넘겨서야 끝이 날 수가 있었습니다.
자리에 참석한 누구도 회의가 끝나기 전에는 시간이 그렇게까지 흘러간 것을 눈치채지 못헸을만큼 뜨거운 분위기에서 진행되었습니다.
핵심 요소 중에 하나인 유리, 창호, 덧문, 출입문에 관한 견적 의뢰는 홍도영 건축가가 독일에서 출발하기 전에 이미 국내외 5개사에 견적을 의뢰한 상태였고,
또, 회의 전날에는 홍도영건축가가 이미 따로 외장마감인 조적 부분과 인테리어 부분에 대한 회의를 별도로 진행하였습니다.
20일은 건축공간, 구조해석, 공조설비, 냉난방 부하 및 설비 구성 등에 관한 잇슈들을 각 분야의 업체들을 상대로 순차 회의를 해가면서 정리해나가는 것이 당일 회의 목적이었습니다.
회의를 끝내고 늦은 밤에 집으로 차를 몰고 오면서 여러가지 묘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1. 대체 어떤 건축가가 설계도서를 작성하는 것 말고 건축의 각 요소에 대해서 직접 견적을 받아내고, 단종 시공사들과 대면 미팅을 해 가면서 건축설계를 해 줄까? 이 단계가 끝나면 또 시공 관리에도 참여하는 것으로 예정되어 있습니다.
2. 특히, 당일 중요 잇슈가 되었던 복사냉난방 분야의 미팅에 있어서는 매출규모가 상당한 국내 대표적인 회사들의 테커니션들이 세부 기술 구성별로 전문가들을 구성하여 3,4명씩이 참여하였는데, 하여 관련 분야들이 두개 이상 연결되면 한번의 회의에 최대 8명 정도가 참여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조그마한 단독주택 하나 제대로 지어보겠다는 것 때문입니다.
미팅의 주체 구성원들은 물론이고 그 회의에 참여하는 참여자 모든 분들이 한번은 집고 넘어가야할 문제들에 들에 대해서 이번에는 반전의 기회를 만들어 보겠다는 열의가 있지 안고서는 가능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3. 회의가 덕담을 주고 받는 자리는 아니었습니다. 날카로운 공방이 오가는 냉랭한 분위기였다는 것이 더 적합할 것입니다. 그러나, 그 미팅의 목적에 위반되지 안는한 어떠한 격론도 허용되지 못할 이유는 없다고 할 것입니다.
많은 잇슈들이 당일 정리되었고 미처 결론을 짓지 못하고 자료를 더 확보한 다음 추후 결론을 짓기로 한 부분들도 있었습니다.
대충의 큰 뿌리는 잡았다고 보여집니다.
당일 결정된 사항에 따라 구체화될 내용들은 앞으로 실체적 사항들이 정리되면 소개해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더하여, 한가지 제 생각을 더 첨하고자 합니다. 인구에 회자되는 말로
'집을 제대로 짓는 것은 좋은 시공사를 만나는 운에 달려 있다'
라는 말이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공감하고 있고, 저 또한 공감하는 바가 많습니다.
다만, 저는 이런 견해에 동의하지는 안습니다.
대체 시공을 잘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만약, 이 의미가 설계 도서에 나와있는 그림과 시방대로 원칙을 지켜가면서 시공을 한다라는 것을 의미한다면 위에 거론된 '시공사 운빨'이라는 말은 타당한 것입니다.
그런데, 애초에 정확한 도면도 없고 시방도 없는 상황이라면 어떻게 하는 것이 잘하는 시공일까요?
이렇게 되면 시공사가 알아서 한 것이 건축주 맘에 들면 잘하는 것이고 맘에 안들면 시공을 못하는 것인가요?
만약, 그렇다면, 건축주는 시공사와 계약을 하기 전에 그에 앞서 점쟁이를 찾아가서 양쪽의 궁합이 맞는지 부터 봐야하는 것 아닌가요?
일을 기가 막히게 잘해내는 숙련공이 있다고 쳐도 어떻게 하는 것이 맞다라는 도면과 시방이 없다면 그가 어떻게 하는 것이 맞는 것이고 잘하는 것인가요?
건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수많은 하자요인들에 대한 것들 예를들어
결로, 곰팡이, 층간소음 특히 사운드브릿지(SOUND BRIDGE), 누수, 공기질, 미적요소 기타등등 이 모든 요소들에 대한 것이 미리 정해진 것 없이 오로지 '시공사 운발'로 승부가 난다는 것이 말이 되는 것인가요?
가정하여 도면에 표기되지 안은 사항에 대해서 잘못 되었다면 과연 누구의 책임인가요?
건축가가 문이 있어야할 자리에 문을 그려 넣지 안았는데, 시공사가 문을 달지 안았다면 이것도 '시공사 운빨' 일까요?
좀더 근본적으로 시공자가 문을 다는 것이 맞는 것인가요? 안다는 것이 맞는 것인가요?
동탄성계수 억수로 좋은 값비싼 소재로 층간 소음재를 선택해 놓고도 이를 한번에 무력화 시킬 위험이 있는 사운드 브릿지를 막을 수 있는 디테일 도면이 없어서 무용지물이 되도록 시공되었다면 이것은 누구의 잘못인가요?
동탄성계수 좋은 소재를 쓰면 뭐합니까? 사운드브릿지 하나 발생하면 다 무용지물이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아파트고 단독이고 이를 막을 수 있는 디테일 도면이 없는 것은 물론이고, 제 보기에 오히려 현재 있는 그 도면대로 하면 말짱 꽝입니다.
도면이 없는데 알아서 하는 것이 건축인가요?
그렇다면 국어 사전에 시공이란 의미의 풀이를 바꿔야 할 것입니다.
저는 대체 이 말은 누가 최초로 하였을까? 라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건축주, 건축가(설계자), 시공자 이 셋 중에서 말입니다.
'집은 시공사 운빨로 결정이 난다' 라는 말은 설계에는 문제가 없다라는 것이 전제되는 것입니다.
건축가의 책임이 모두 면제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 말을 최초로 한 사람은 건축가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원칙은 설계가 모든 필요 요소들에 대해서 완전하게 정리되어 지고, 시공은 딱 그대로 되면 집이 완성되어져야 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그런데, 원칙의 출발인 설계를 빼 버리고 문제를 해결할려니, 진전이 있을 수가 없고 갈등이 난무하는 것입니다.
저는 화공엔지니어입니다.
그래서 건설 비슷한 것을 합니다. 플랜트죠.
볼트 규격하나, 구멍하나 그 어느것도 이유없이 설계에 들어가는 법이 있을 수가 없습니다.
누락되는 것을 더더욱 허용되는 것이 아닙니다.
단 한번의 실수가 참혹한 인명 피해로 연결될 수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어떻게 된 놈의 것인지는 몰라도 이 놈의 집 짓는 일은 드라마로 말하면 쪽대본으로 연결되고 있더군요.
하루 지나봐야 대본이 나오고 대본 나오면 또 드라마를 찍는 것입니다.
건축대본 따로, 설비대본 따로,시공대본 따로,인테리어대본 따로, 끝이 없습니다.
배가 산으로 갈지 바다로 갈지 알 수가 없습니다.
말그대로 드라마틱 합니다.
이로고도 명 안줄이고 집 지을 방법이 있나요?
1. 설계하고 승인 합니다.
2. 도면에 따라 시공견적을 받고 계약합니다.
3. 계약시에 계약이행보증서 받고 준공시에 하자이행보증서 받습니다.
4, 설계가 잘못되어 발생한 하자는 설계사에게 손해 배상을 청구하고, 시공이 잘못되어서 발생한 하자는 시공사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거나 설계대로 재 시공하게 합니다.
이것 말고 다른 답이 있습니까?
집이 무엇인가의 정의 부터가 건축가 다르고 건축주 다르고 시공자 다릅니다.
부엌의 까스랜지가 집에 포함되는 것입니까? 안되는 것입니까?
안방의 붙박이장은 집에 포함되는 것입니까? 안되는 것입니까?
아파트 모델하우스에 까스랜지도 없고 붙박이장도 없으면 분양이 되겠습니까? 안되겠습니까?
이게 집이라면 건축가가 도면에 그려넣고 세부 사양을 표기하는 것이 맞고 아니라면 빼야겠죠.
그런데 이 삼자의 생각이 같을까요?
대체 어디까지가 우리가 말하는 집이란 말인가요?
집이 무엇인지를 확정하지 안고 평당 얼마라고 하면, 건축주와 건축가와 시공자가 다 다른 꿈을 꾸고 있는 꼴 아닌가요?
쌈이 안나면 그게 이상한 거죠.
설계란, 그것을 삼자 모두가 인정할 수 밖에 없도록 확정짓는 것입니다.
설계에 표시되지 안은 것에 대해서 시공자가 알아서 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되는 것이 아닙니다.
정말 한심한 문화입니다.
그래서 내린 결론은 이렇습니다.
건축 문화를 바꿀려면 '시공사 운빨' 이란 말부터 폐기하고
'설계에서 부터 시작되는 그 분명한 원칙으로 돌아가야한다.'
라는 것입니다.
그동안 해온 관행과 한국의 특수성이 있기 때문에 안될 것이다 라고 지례 생각지 마시기 바랍니다.
제가 기어이 이렇게 해 낼 것이고,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모든 전문가들이 저의 생각과 다르지 안습니다.
첫댓글 패시브하우스를 선택한 이유는
1. 친환경,에너지절감? -> 아닙니다.
2. 쾌적한 삶의 질? -> 본질적인 목표이지만 어찌하면 달성될 것인가의 의문을 숙제로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3. 바로 이것이 이유입니다. -> 건축설계자가 위에 적시한 모든 문제를 시스템화하지 못하면 건축 목표가 달성될 수 없도록 건축물 자체가 강제하고 있다. 즉, 좋던 싫던 해야만 한다 라는 점이 바로 제가 패시브하우스를 선택한 찐짜 이유입니다.
누가 됐던 패시브하우스를 설계할려면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이거 다 해야 합니다. 안하면 안되게 되어 있습니다.
패시브하우스가 어렵고 복잡하다고요?
패시브가 아니라 집이 원래 복잡하고 어려운 것입니다.
공동주택에 있어서 층간소음재를 어떤 것을 하는 것이 좋은지? 또 우리는 몇등급 또는 EVA가 좋은지 EPS가 좋은지 하는 글들을 보아왔습니다.
참 입떼기가 어려워서 망설여 온 부분입니다만,..........
그 모두가 입주자대표들의 피나는 노력의 결과인 것은 분명하고 또 존경의 마음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 논의에 앞서 그 좋은 소음재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설계되고 시공되는지를 살펴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제 보기에 안된 말로 말짱 꽝입니다.
현관출입구, 화장실, 방통층의 디테일들이 모두 층간 소음재를 무력화할 수 있는 사운드브릿지를 형성하도록 설계되어지고 또 시공되어지고 있습니다.
제가 학습한 바에 따르면 목욕탕의 타일을 고정하는 얇은 본드 층 하나만 뜬 바닥을 벗어나서 사운드브릿지에 연결되어도 소음이 15-20 데시벨이 올라갑니다.
모든 공동주택의 현관에는 아예 차음재가 없습니다.
이것을 개선하지 안고서는 뭘 갖다놔도 소용이 없는 것입니다.
문제의 본질에 좀처럼 다가가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단독도 마찬가지입니다. 목조고 콘크리트고 그것보다는 디테일이 있느냐? 그대로 시공되느냐? 그것이 문제의 핵심입니다.
IFREE님이 계셔서 든든하네요.
제가 먼저 피를 볼 것이니 님은 제가 실수하는 것만 피하시면 될 것입니다.^^
나중에 많이 신세져야할 것 같아요.
설계도가 이렇게 중요하다는 걸 크게 다가옵니다
IFREE님
집을 짓다보면
개인적인 프라이버시 땜에
모든것을 오픈하기 쉽지 않은 법인데
대단하십니다.
건축하기 시작하면
꼭 구경 가 보고 싶습니다.
오세요.
제가 집장사도 아니고 집 자랑할 일도 없고 단지, 내 이웃들이 살만한 집을 갖는데 힘을 보태는 것, 그리고 세종시가 단독주택의 천국이 되는 것이 제 바램입니다.
그렇습니다. 집을 지으려고 나름 건축가에게 설계를 부탁해도.. 실제 현장에서 기둥세우고 천정에 보거는 일 창문 다는 일은 시공자 개인의 능력에 따라 진행되는 설계와 시공사이의 간극이 존재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진정한 건축가라면 자신이 짓는 집의 시공과정을 두루 꿰고 그것이 기본이 되는 가운데. 건축미를 구현하는 진정 집짓기의 마스터여야 할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런데.. 저부터도 건축가를 찾으면서 그사람이 지어놓은 집의 겉모습부터 보게 되고 거기에서 끝나는 일이 대부분이네요. 물론 당연히 기본적인 부분은 다 알겠거니 하는 생각을 하면서 스스로 위안은 하지만,,. 아 저는 더 겁이 나는데요.
단지, 제가 원하는 것은 하나입니다. 세종시 단독 패시브하우스를 진행하면서 여기보다 더 신경을 쓰는 것은 그런 문화가 아니였기에 하나 하나 더 검토를 하게 됩니다. 하지만 그것이 어쩌면 인생에 단 한번 지을까 말까한 건축주에 대한 건축가의 의무라 봅니다. 대구 어느 모 업체랑 미팅을 하면서 그런 말을하더군요. 어느 한 건축주가 지은지 이제 2년이 된 집을 철거하고 다시 집을 짓는다 합니다. 건축주는 집을 짓기전부터 꿈을 꾸기 시작합니다. 그 꿈이 악몽이 되지 않기위한 과정이라 봅니다. 그럼에도 건축현장에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문제는 이 출혈을 얼마나 최소화 하는 가 입니다.
열심히 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며 잘 알아서 해주세요는 더 능사가 아닌것이 그 이유입니다.
말로만 듣던 패시브하우스!!! 정말 기대 큽니다. 추후 제가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었으면 합니다. 정안되면 소주라도 한잔 살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