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색
(1) 대포수
포수의 복장을 하고 나무 총(조총, 화승총)을 든다. 등에는 망태를 짊어지고 꿩 깃이나 토끼 가죽 등을 단다. 망태 속에 치배들의 각기 여분의 채를 두었다가 연희자들이 공연 도중 채가 부러지면 그 부러진 채를 교체해 주기도 한다. 지역에 따라 탈을 쓰기도 하고 머리에 대포수관을 쓰기도 한다. 전쟁에서 대포 쏘는 사람을 서낭신에게 기도를 하고 쏘도록 하면서 이를 무당 주에서 선발했다고 한다. 이것이 대포수가 등장하는 시초가 되었다고 하고 지금의 대포수의 총은 동물이나 사람을 잡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 무당들이 포귀수가 되어 활을 쏘아 잡귀를 쫓고 액풀이를 하듯이 총을 쏘아 액을 쫓는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지역에 따라 총을 들지 않고 채찍을 드는 경우도 있는데 마찬가지로 무격의 지휘봉 같은 역할로 해석 할 수 있다.
(2) 양반
갓이나 정자관을 쓰고 흰 두루마기를 입은 모습이다 손에는 대게 담뱃대나 부채를 든다. 느릿느릿 걷거나 도포 자락을 휘날리며 근엄하게 춤을 춘다. 그러다가 어린아이들이 놀려대면 아이들을 뒤쫓아 방정맞게 달려간다. 양반사회의 허세를 드러내는 풍자적인 인물이다. 당제나 동제라 불리는 마을굿을 할 때는 대개 유교식의 독축헌작 즉, 축문을 읽고 술을 올리는 의식을 하게 되는데 이 때 잡색 중에 양반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유교적인 종교행사를 대표하는 사람이 되어 복을 빌어주는 대리 신앙인으로서의 역할을 담당하게 되는 것이다.
(3) 중(조리중)
스님의 복장인 장삼에 머리에는 송낙이라 부른 짚새리로 만든 원뿔형의 모자를 쓰고 등에는 바랑을 짊어진 모습이다 .송낙을 ‘조리’라 부르기도 해서 조리중이라는 말을 쓰디고 한다. 대포수의 망태와 마찬가지로 바랑에 치배들의 잡물을 여분으로 가지고 다니다가 필요할 때 주기도 한다. 중광대라 부르며 얼굴에 탈을 쓰기도 한다. 중이 굿판에 등장한 것도 타락한 중의 모습을 풍자하는 차원에서부터 일종의 종교의 대리자로서 ‘나무아미타불’의 염불을 외우면서 복을 빌어주고 파의 액을 쫒는 종교적 기능의 차원까지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4) 창부
머리에 꿩 깃을 양편에 꽂은 초립을 쓰거나 개화꽃이나 어사화를 단 패랭이를 쓰기도 한다. 개화꽃이나 어사화는 벼슬을 하고 금의환향할 때 쓰는 관으로 축제의 마당의 상징과 서민들의 관에 대한 동경의 징표로 볼 수 있겠다. ‘삼대구대궈농지사’라고 써 붙이기도 하는데 농사의 중요성을 알리는 역할도 수행한다. 창부라는 말은 원래 무가 쪽에서 나온 말로서 광대신을 창부라 한다. 창부신은 노는 것을 좋아하고 재수를 좋게 하는 신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신의 대리자로서 창부가 굿판에 있는 것은 그 굿판이 신명나게 놀아줘야 하며 그러한 놀이가 오신의 과정 즉, 신을 즐겁게 하는 과정이 됫고 그러므로 해서 그 참여한 사람들이 선덕을 입게 하는 상징으로 바라봐야 할 것이다.
(5) 각시
초록 저고리에 빨간 치마, 붉은 치마에 노랑 저고리, 녹색 저고리에 붉은 치마 등으로 옷을 입고 머리에는 흰 수건을 쓰고 손에는 손수건을 들거나 색 띠를 잡거나 한다. 바가지로 만든 탈을 쓰기도 한다. 남자가 각시 역을 맡아 익살을 부리기도 한다. 여장을 한 남자의 충자성도 있지만 그보다 더 근원적으로는 무당의 역할이 굿판으로 들어온 예라 보여진다. ‘물럿거라 쐐!’라고 하거나 ‘우여!’침을 뱉는 시늉과 손을 내 젓는 동작 등으로 잡신을 쫓고 신을 맞아들이는 무속의 대리자로서의 역할을 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6) 무동
지역에 따라 복색은 차이가 있다. 붉은 치마에 노랑 저고리를 입기도 하고 녹색 저고리에 남 괘자를 걸치고 붉은 색띠를 허리에 매기도 한다. 고깔을 쓰기도 하고 수건이나 댕기를 매기도 한다. 피조리라고 부르기도 하고 꽃나부라 하기도 한다. 어른의 어깨 위에서 춤을 추며 재주를 부리기도 하고 무동놀이를 따로 하기도 한다. 조선시대 관습도감에 소속되어 주로 정재를 추었던 무동이 풍물 판의 무동으로 변화했다고 하고 마을에서는 영리하고 건강한 어린이를 무동으로 선정하여 마을의 상징인 ‘신동’으로 삼기도 했다 한다. 아이의 성장의례를 통하여 생산력을 얻고자 하는 주술에 기인한 것이다. 이처럼 무동의 역할은 그 굿판에서 신적인 주술의 매체로서 역할을 했던 것이라 볼 수 있다.
이와 같은 잡색들의 역할은 종교적인 내용을 담고 있었다고 볼 수 있고 지금은 그 굿판을 흥겹게 하는 역할을 한다. 관중들과 연희자들 사이를 자유롭게 오고 가면서 연희자 에게는 힘을 북돋아 주고 관중들에게는 폭소와 익상을 통해 굿판을 재미있게 느끼게 하고 사람들이 굿판에 참여하도록 손을 잡고 이끈다. 그리하여 굿판이 춤판이 되고, 놀이판이 되도록 열심히 뛰어다니는 것이다 풍물판의 흥겨움은 바로 잡색들이 어떤 역할을 하느냐에 따라 좌우된다고 볼 수 있다 . 이외에도 잡색은 지역데 따라 다소 다른 모습을 가지고 있다. 호랑이, 곰, 소, 거북이와 같은 동물가장의 잡색도 있고 할미광대, 비리쇠, 방울쇠, 참봉, 홍적삼, 농구, 화동 등의 잡색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