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이후 학업성취도 평가, 자율형 사립고 지정 등을 놓고 정부와 갈등을 빚어온 이른바 '진보' 성향의 김승환 전북도교육감이 지난 28일 오전 전북대 삼성문화회관에서 열린 한국초등여교장협의회 하계연수회에서 자신의 교육관을 주장하다가 야유를 받았다.
김 교육감은 이날 전국 초등 여교장 600여명이 참가한 연수회 개회식에서 "있는 집 아이나 없는 집 아이나 차별하지 않기 위해 무상급식이 필요하다"는 주장으로 환영사를 시작했다. 그는 "지방자치가 된 지 언젠데, 국가에서 통제하려 하면 충돌이 일어난다"며 "학생이 문제가 있다고 접근하는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말도 했다.
그의 환영사가 6분쯤 지나 "교사도 변해야 한다. 다양한 가치를 존중하고 통제적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견해로 이어질 때 객석 앞쪽에서 한 교장의 항의가 터져 나왔다. 손을 든 이 교장은 "축사하러 오신 분이 왜 본인의 철학을 이야기하느냐"며 환영사를 가로막았다. 이 교장의 말에 주변에서 동조 박수가 쏟아졌고, 뒤에서는 "그만두세요"라는 야유까지 터져 나왔다. 김 교육감은 멈칫하다가 "반기지 않는 축사는 그만두겠다"며 내빈석으로 돌아갔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곧이어 안양옥 한국교총 회장이 등단해 "정부와 교육감이 갈등을 빚고 있는데 김 교육감이 교육을 잘 이끌라는 뜻에서 격려의 박수를 보내자"며 분위기 조정을 시도했다. 일부 박수가 나오기도 했지만 교장 대부분은 냉랭했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한 참석자는 "환영사가 길어서가 아니라 교육감이 일방적으로 자신의 철학을 가르치듯 했다는 데서 교장들이 반발했던 것 같다"고 했고, 또 다른 참석자는 "교육은 변화도 필요하지만 본연의 가치도 추구해야 하는데 교장이 가로막고 있다는 듯한 발언을 해 다수 교장이 분개한 것 같다"고 했다.
김 교육감은 지난 13~14일 전국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대체학습 참여자를 출석 처리하라고 지시, '결과(缺課) 처리' 지침을 내린 교육부에 맞서면서 학교들에 혼란을 줬다. 또 김 교육감의 방침에 따라 30일 전북교육청은 전임 교육감이 지난 6월 지정한 자립형 사립고 2개교를 취소하겠다는 방침을 밝혀 두 고교로부터 강력한 반발을 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