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오픈에서 꿈의 무대를 펼치고 있는 멜라니 오딘. 아래는 오딘의 8강 진출 희생자가 된 페트로바, 그리고 뉴욕의 타임스 스퀘어에서 포즈를 취한 오딘.
|
|
17살 멜라니 오딘(미국)의 상승세가 무섭다.
오딘은 8일 오전 약 2시경(한국시간)에 시작된 여자 단식 16강에서 나디아 페트로바(러시아)를 1-6 7-6(2) 6-3으로 꺾고 생애 첫 그랜드슬램 8강을 이뤄냈다.
1991년생 17살인 오딘은 이번 대회 2회전에서 엘레나 데멘티에바(4번시드)에 이어 마리아 샤라포바(29번), 페트로바(13번)까지 러시아의 시드선수들을 상대로 3세트 역전승을 거두어내며 젊은 피의 저력을 선보이고 있다.
첫세트 때 페트로바의 서비스게임을 처음이자 유일하게 브레이크하며 단 1게임만 따냈던 오딘이었으나 2세트 때는 초반 분위기를 지배했다.
부모와 브라이언 드 비어스 코치, 그리고 쌍둥이 언니와 여동생까지 측근들이 모두 자리한 가운데 홈팬들의 일방적인 응원 역시 오딘의 든든한 백그라운드였다.
2세트 1-1에서 자신의 서비스게임을 지킨 뒤 브레이크에 성공하면서 3-1 유리한 위치를 만든 오딘이었으나 노련한 페트로바가 2게임을 만회하며 3세트에 대한 저지선을 만들려 노력했다.
페트로바가 브레이크에 성공하며 4-3 역전, 정작 자신의 서비스게임에서는 오딘의 두번째 브레이크 포인트에서 아웃 범실로 게임을 내주고 말았다.
오딘은 연신 "컴온~"을 외치며 홈팬들의 환호를 이끌어 냈으며 (시기 적절하지 않은 때도 있었다) 포핸드 위너로 자기 게임을 지켜 5-4를 앞서갔다. 무엇보다 3세트로 가면 승산이 있었다.
서브가 좋은 페트로바가 5-5를 만든 데 이어 러브게임으로 자신의 게임을 지킨 오딘,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포핸드가 네트에 걸려 타이브레이크가 되었다.
지금까지 9개의 서브에이스를 날린 페트로바는 허나 5포인트를 내리 내주더니 백핸드 범실로 오딘에게 첫 세트포인트가 왔다. 네트플레이로 1포인트를 만회했으나 오딘의 서브에서 페트로바의 백핸드가 사이드라인 아웃되면서 3세트를 맞이하게 되었다.
파이널세트, 2-0으로 리드하다가 경기시간 2시간을 넘기자 페트로바가 2-2 리듬을 맞췄다.
듀스 접전 끝에 어이없는 더블폴트로 자기 게임을 내주며 오딘이 다시 3-2로 앞서갔고 체력이 달리는 듯한 페트로바를 맞아 손쉽게 자기 게임도 지켜냈다.
페트로바의 백핸드 범실에 이은 스매시 아웃으로 오딘이 5-2, 브레이크 당해 5-3, 페트로바의 서비스게임에서 40:0으로 매치포인트를 맞는다.
마침내 오딘의 세번째 매치포인트, 완벽한 포핸드 위너로 2시간 30분의 접전 끝에 이 작은 금발소녀의 8강 진출이 현실로 이뤄졌다.
오딘의 쌍둥이 언니 캐서린은 승리가 확정되자 엉엉 울음을 터뜨리며 기쁨을 표출했고 양 부모와 드 비어스 코치도 얼싸안고 환호했다.
이에 오딘은 "가족들이 모두 와서 큰힘이 됐다. 열렬히 응원해준 관중들께도 감사드린다"며 "그랜드슬램 8강이라니 정말 날아갈 듯 기쁘다"며 행복해 했다.
이로써 오딘은 1999년 세레나 윌리엄스에 이후 10년 만에 최연소 미국선수의 US오픈 8강 진출을 이뤄냈다.
1991년생의 어린 나이로 투어 데뷔 2년도 안되어 윔블던 16강과 US오픈 8강을 연속 이뤄낸 것은 오딘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 또 린제이 데이븐포트와 윌리엄스 자매에 이은 미국의 차세대 주자임을 스스로 증명한 것이기도 하다.
168센티의 작은 키이지만 발을 쉴 새 없이 움직여 코트 커버력이 좋고 특히 포핸드가 뛰어나며 리턴도 좋은 편이다. 반면 키가 작아 찬스에서 스매시를 치지 못하고 서브와 네트플레이도 보완할 부분으로 보였다.
오딘의 8강 상대는 잠시 후 야간경기로 펼쳐질 캐롤라인 보즈니아키(덴마크)와 스베틀라나 쿠즈넷소바(러시아) 경기의 승자이다. 17살 오딘의 그랜드슬램 정복기는 어디까지 이어질까?
신데렐라 스토리는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US오픈 8강 이룬 오딘은 누구? 1991년 9월 23일생. 미국 오하이오주 남동부의 작은 도시 매리에타에서 태어나 지금도 부모님, 두 자매와 고향에서 살고 있다.
7살 때 할머니를 통해 테니스를 배운 오딘은 12살에 US오픈 경기장을 찾으면서 '테니스 챔피언이 되겠다'고 마음 먹었다. 작년에는 주니어대회를 비롯해 단식, 복식, 혼합복식 5개 종목에 모두 출전하기도.
당시 시니어 단식은 1회전에서 패했으나 주니어 단식은 4강, 복식은 8강까지 진출하면서 주니어 세계랭킹을 2위까지 올려놓았다.
이미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와 ESPN 매거진이 뽑은 차세대 운동선수로 꼽혔던 오딘은 2년 사이 국제 주니어대회에서 7개, 5만달러급 서키트대회에서 3개의 우승을 견인하면서 지난 8월 최고랭킹을 67위에 찍었다.
그리고 오딘이 유명해진 것은 올해 첫 출전한 윔블던에서 옐레나 얀코비치(세르비아)를 꺾고 16강에 오르면서부터. 그랜드슬램은 작년 US오픈에서 데뷔한 뒤 올해 호주오픈 1회전 탈락, 프랑스오픈 예선 탈락, 윔블던에서 16강, US오픈에서 8강 진출을 기록 중이다.
2007년에 373위로, 이듬해 177위로 마감한 뒤 2009년 윔블던 이후 124위에서 70위로 올라섰고, 이번 US오픈에 67위로 출전했다. 그만큼 오딘의 가파른 상승세가 매섭다. 100위내 선수 중 최연소이며 미국선수로는 세레나와 비너스 이후 3위이다.
작년 2월에 프로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어 미국 서키트와 투어대회에서 와일드카드로 본선 경험을 치른 데 이어 찰스턴에서는 예선을 거쳐 4회전까지 진출한 뒤 윔블던서도 예선 통과 후 16강을 이뤄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