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DEC
세 시.
굳은 살이 안 생긴다 생각했는데 은근히 굳은 살이 생겼다.
오늘 안다만 카페 두 번.
타이달 웨이브 보다는 느낌이 좋다. 아마도 타이달 웨이브에서 적응한 탓에 각에 대한 부담이 덜한 듯. 행텐에 올인하기 보다 다양한 쉬운 루트를 더 하는게 좋겠다. 안다만도 좋고, 그 옆도 좋고.
오전에는 촬영모드로 열심히 등반. 오후에도 촬영 모드로 쭉 갈까나? 동라일레이 쪽 타이완드 월에 피치바위 하러 간 홍석 오빠, 선례 언니, 애븐이 좀 늦어지는 것 같다. 거기서 본 톤사이 풍경이 꽤나 멋질 것 같아 찍어올 사진이 무지 기대된다.
카페 안다만을 하는 모습
(이건 아마 저녁에 쓴 일기인듯)
아침에 나서는데 이곳의 하루 생활이 몸에 익은 듯했다. 자연스럽게 자일 바구니를 둘러 매고 해변으로 가서, 톤사이 베이 리조트에서 톤사이 루프가 보이는 곳에 앉아 커피 한 잔. 루프 아래 자리를 깔고 앉아 등반 순서를 기다리며, 총무인 나는 물도 사오고, 해수욕하는 사람들도 보고, 모래밭을 뒹구는 조개껍데기도 줍고, 늘어지게 자기도 하고. 이 일상도 내일까지겠지.
자, 이제 오늘 저녁은 크리스마스 이브 모드다!
오전 등반을 마치고 수영을 할까하다 덤스키친 옆 볼더링 바위 그늘에서 낮잠을 두어 시간 잤다. 해변에 누워 그렇게 달게 잔 것은 처음이다. 나는 이제껏 등반 중에 몸을 뉘어 쉬는 것은 절대 피했다. 몸의 리듬이 조금 깨지는 것 같아서이다. 예전에 고창 선운산의 속살바위에서 당한 부상 때문에 생긴 징크스인지도 모르겠다. 그 때 추락도 아닌 발을 높이 디뎌 힘을 쓰다 왼쪽 다리뼈 끄트머리뼈가 부러진 그 어이없는 부상! 그 때 그 등반 전에 잠시 누워 잠을 잤다. 그 때가 그렇게 잔게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는데. 그렇지만 여기 톤사이에서는 그런 걱정할 필요 없을 듯. 조급하게 굴 일 없으니. 오후 5시 넘어 쉬엄쉬엄 등반을 할 생각이었기 때문에 달게 잤다. 정말 푹 잘 잤다.
잠을 깰 즈음 피치 등반을 마치고 타이완드 월에서 피치 바위를 끝내고 프라낭에서 수영을 하다 온 팀을 만났다. 하강 코스에서 오버행에 바람이 꽤나 불고, 줄이 짧았던 터라 조금 위험했다고 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마치고, 톤사이 루프 쪽으로 슬슬 걸어가는데. 미리 가있던 선례 언니가 손짓을 하며 우리를 불렀다. 사람들이 듬성듬성 모여 웅성거리는 분위기. 뭔가 심각한 듯한 분위기인데 그 속에 있는 언니 표정은 그리 심각하지 않은데? 가서 보니 이런 이를 우째! 심각하다고도 덜 심각하다고도 볼 수 없는 그런 사건이었다. 타이달 웨이브와 행텐을 등반할 때 함께 쓰는 종유석이 떨어져 나간 것이다.
떨어진 종유석.
종유석이 붙어 있던 자리
상황은 이런 거다. 상원이형이 행텐을 등반하다 마지막 퀵드로를 건 후(앵커 말고) 추락하면서 발로 그 종유석을 찼는데 홀드가 깨졌다. 떨어진 자리는 바위가 축축히 젖어 있었다. 그 종유석은 두 손으로 감아쥔 수박 정도 크기였다. 그래서 그 홀드는 두 루트 모두 쉬어가는 아주 좋은 곳이었다. 특히 행텐은 그 종유석을 잡고 퀵드로에 줄을 걸어야 하는 동작이 있는데 큰일났다. 허걱.
애븐 말로는 떨어진 종유석을 다시 붙힐 수 있을 거라 했다. 풀과 볼트를 이용해서.
영원할 거라 생각했던 바위의 루트도 이렇게 바뀌기도 한다는 사실이 새삼스러웠다. 상원형의 발길은 다만 계기가 되었을 뿐 루트가 변형된 것은 어쩌면 바닷바람에 녹이 슬고, 깎이는 무엇인가처럼 자연스러운 일이 아닐까? 헌데 몇몇 서양사람들은 그렇게 생각을 안 하는 듯 했다.
민. 제일 정이 많이 들었던 친구.
애븐. 별로 말이 없지만(말을 할 수 없었지만?) 참 속 있어 보였던 청년. 나보다 훨씬 어린.
상원. 역시 어디서나 눈에 띄는군. 암튼 상원이 등반 모습은 참 멋지다. 밖에서 보니 더.
크리스마스 이브에 해변에서 벌어진 불쇼. 관광지라서 그런지 불쇼하는 도구도 잡화점 같은데서 팔고 있었다.
첫댓글 적금 들어서 꼭 가보고 싶어라....
카페 안다만이 그립군..중간에 걸터앉아쉬는 모습 누구나 그렇게 한번쯤 쉬어가는 코스....이브날 밤 바닷가의 불쑈도..영국인 청년 에븐도 그립고..민은 잘 지내겠지..역시 시원한 창()이 제일 그리운데..
톤사이 해변을 생각하면 지금의 스트레스가 다소 풀어지는 듯....... 현실은 괴로워도, 다시 톤사이에서의 신나는 그 날들을 위하여 욜씨미 돈 벌 어 야 징....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