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YWCA 청소년 방과 후 아카데미
아이들이 사랑 속에서 희망찬 미래를 꿈꾸는 공간, 청소년 방과 후 아카데미
아이들의 머리가 젖어 있다. 방금 수영을 마치고 문제풀이를 하고 있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다기에, 열악한 시설에서 피곤에 절어 열심히 가르치는 선생님들, 그리고 풀이 죽어 있는 아이들을 생각했건만 들어오면서 가졌던 생각들은 와르르 무너지기 시작한다.
수영장까지 있는 시설이란다. 게다가 아이들의 눈망울하며 씩씩한 모습까지 나무랄데 없이 자라고 있는 것 같이 보인다.
하지만, 처음부터 그런 것은 아니었다고 한다. 모집대상이 한부모 가정 자녀나 저소득층 자녀라서 여기에 다니기 전까지 아이들은 거의 방치되다시피 한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여기 있는 아이들은 모두 초등학교 4~6학년이지만, 처음에 들어올 때는 모두 유치원생처럼 보였습니다. 작은 키에 빈혈을 가진 아이들도 많았죠. 물론 지금은 몰라보게 살이 오르고 부쩍 키가 커졌습니다.” 정미경 선생의 말이다.
조리사의 고민만큼 아이들은 많이 성장하고 편식하는 버릇도 없어졌다고 한다. 게다가 음식이 굉장히 맛있어서 정미경 선생 자신도 여기서 3끼를 다 해결한다고 살짝 귀뜸한다. 그리고 이곳의 운영 목적 중의 하나가 양질의 급식 및 간식제공을 통해 아동의 건강한 영양상태를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하니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을 듯 하다.
“아이들이 여기에 다니면서 많이 달라졌어요. 요즘엔 퇴근을 하면 아이들이 밥을 차려주기도 하고 안마도 해줍니다. 예전엔 지쳐서 서로 대화도 없었는데 많이 달라졌죠. 정말 가정의 소중함을 다시 느끼고 있습니다” 아이들 부모의 말이다. 다른 것은 몰라도 아이들의 건강과 인성은 확실히 책임지는 것 같았다.
청소년 방과 후 아카데미에서는 공부도 가르쳐 주지만 요가도 배우고, 종이공예, 레고닥터도 배운다. 요리실습이나 댄스 수영도 있다. 주말에는 역사기행, 비누만들기, 생태교육 등 체험프로그램이 이어진다. 물론 연중 지속된다. 아이들이 지루해 할 틈은 전혀 없다.
이런 시설과 프로그램을 이용하기 위해서 아이들은 한 달에 얼마를 내야 할까? 단돈 만원이란다. 정미경 선생은 “한 달에 만원을 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만원조차 부담이 되어 더 이상 나올 수 없다며 울먹이는 아이들도 있습니다.”라며 안타까워했다.
“그래서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많습니다. 이런 어려운 아이들을 위해 후원결연 사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또 지금도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을 많이 받고 있지만, 아이들과의 일대일 멘토링사업을 계획하고 있어 더욱 더 많은 자원봉사자들의 손길을 필요로 하고 있습니다.”라고 덧붙였다.
학부모들의 조급함도 어려운 문제점의 하나다. 이곳을 일반학원처럼 생각해서 한두 달 보내다가 성적이 오르지 않는다고 그만두게 하는 부모도 있다고 했다.
청소년 방과 후 아카데미에서는 공부가 중심이라고 할 수는 없다. 아이들의 인성과 건강, 건전한 정신과 꿈을 키워주기 위한 공간이다. 이곳에서 방과 후 시간을 보낸 지 6개월이 지난 지금 모든 아이들의 성적이 향상되고 있다. 못한다고 나무라는 것이 아니라, 칭찬과 격려로 풀어나간다. 그래서 그렇게도 공부를 싫어하던 아이들이 이제는 ‘시간이 조금 남는데 수학문제 풀고 있으면 안돼요?’라고 할 정도다.
(정미경 선생)
얼마 전에는 학교 선생님에게서 고맙다는 전화도 받았다고 했다. 자신의 반에 공부를 너무 못하는 학생이 있어서 방과 후에 부진아 수업을 해야만 했었다고 한다. 그런데 꼭 청소년 방과 후 아카데미에 가야 한다고 해서 당분간 지켜보았더니 지금은 다른 아이들과 학습 진도를 같이 나가고 있다고 한다.
이처럼 조금만 여유를 두고 참고 지켜보면 되는데, 부모들은 그게 쉽지 않은 모양이다. 그렇지만 나는 초등학교 4~6학년 가운데 어려운 가정 자녀가 대상이고, 그것도 40명밖에 다닐 수 없다는 점이 가장 아쉬웠다.
돌아오면서, 이러한 시설이 더 많이 생겼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해졌다.
◇ 청소년 방과 후 아카데미 현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