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양과 족발
그 아가씨는 김양이라고 불렀고 나이는 20대 중반이었는데 그녀의 얼굴에서는 전혀 술집 아가씨 같은 모습은 찾아 볼 수가 없었고 오히려 뼈대 있는 집안의 규수처럼 보였다.
우리가 보통 하기 좋은 말로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고는 하지만 어찌되었든 술집아가씨라고 하면 어느 누가 순수하게 봐 주겠는가.
나는 파출소 긴 의자에 힘없이 앉아있는 김양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시간을 때우다 교대시간이 되어 최 순경하고 교대를 하면서 최 순경에게 통금시간이 해제되면 아가씨를 보내주라고 지시를 하고는 2층 숙소로 올라가 잠을 잤다.
그리고 하루가 지나고 다음날 늦은 시간에 파출소에서 평소와 같이 소내 근무를 하고 있는데 밤12시가 임박해서 엊그제 통금에 걸려서 파출소에 붙들려왔던 김양이 족발하고 간단한 음료를 준비해가지고 파출소에 찾아왔다.
나는 웬 족발이냐고 물었더니 김양이 하는 말이 그날 이 순경님이 근무시간이 끝나고 숙소로 올라갔을 때 방범대원한테 이 순경님은 드시는 것 중에 뭘 좋아하시냐고 물었더니 방범대원이 하는 말이 이 순경님은 족발을 좋아 하신다고해서 족발을 좀 가지고 왔다는 것이다.
나는 고맙기는 했지만 한편으로는 난감했다.
김양은 그 후로도 내가 근무하는 날이면 용케 알고 족발을 사들고 파출소에 찾아왔다. 그로인해 나는 다른 직원들로부터 오해를 사기도 했다.
김양하고 무슨 관계냐고 묻는 직원들에게 나는 내 속을 까뒤집어 보여 줄 수도 없고 참으로 입장이 난처할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였다.
결국 나는 김양에게 앞으로는 족발을 사오지 말고 파출소에도 오지 말 라고 냉정하게 말을 하였다.
나에게 그런 말을 들은 김양은 무척이나 서운한 표정 이었다.
그동안 김양은 말로 표현은 안했지만 나를 무척 좋아하는 눈치였다.
나도 솔직히 말해서 김양이 술집아가씨라는 선입견만 없었으면 내가먼저 프로포즈 를 했을 것이다.
그녀는 얼굴도 이쁘고 마음씨도 무척 고왔다.
특히 나한테 무척이나 신경을 쓰고 잘해주었지만 나는 그녀를 사랑 할 수 없다는 현실이 나로서는 무척이나 안타까웠다.
그 후로 김양은 파출소에 나타나지 않았고 얼마 후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그녀는 아리랑 술집을 그만두고 어디론가 떠나가 버렸다는 이야기를 전해들을 수가 있었다.
막상 그녀가 어디론가 가버렸다는 이야기를 전해들은 내 마음은 허전하면서 한편 으로는 가슴이 뻥 뚫린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훗날 내가 방범대장을 통하여 들은 이야기지만은 김양은 동네 아는 오빠로부터 강제로 성추행을 당 하고나서 집을 나와 이곳저곳을 전전하다가 직업소개소를 통하여 아리랑 집으로 오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나는 김양에 대한 미안함과 그녀의 마음을 차마 받아주지 못한 죄책감으로 여러날 마음이 무거웠 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녀에 대한 생각도 내 머리 속에서 희미하게 지워져갔다.
30 여년이 지난 지금, 그녀는 어디서 좋은 사람을 만나서 아들딸 낳고 잘살고 있을까 하는 기대감 아니 꼭 잘 살아야 한다는 마음으로 그녀를 생각해 보고는 한다.
내가 만석파출소에 근무 할 때는 그 일 말고도 또 다른 유사한 일이 있었다.
< 내 마음속의 당신 >
설마 당신이 나를 싫다고 해도
당신은 내마음속에 있습니다
당신이 나를 외면해도
나는 당신만 바라보고 있습니다
당신이 멀리 떠나려 해도
내 마음속에서 벗어 날수가 없습니다
나만 당신을 소유해서 미안해요
중산 시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