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명절날 친척집에 모이면 어른들은 모인 아이들을 모아놓고, 으례껏 "너는 커서 뭐가 되고 싶니"하는 식의 질문
을 했다. 거기서 대통령이나 장군같은 권력자나 혹은 판사나 의사같은 '사'자 직업과 같은 똘똘한 대답을 하지 못하면, 그
아이는 뭔가 모자라는 아이로 취급되기 일쑤였다. 물론 부모로부터의 응분의 처벌이 따라오기도 했다. 그러나 커가면서
원한다고 그 직업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도, 또한 그 직업이 행복을 가져다 주는 것도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
다. 그렇다면 직업만족도가 높은 행복한 직업은 무엇일까?
월스트리트 저널은 2009년 1월 6일 구직전문사이트인 '커리어 캐스트 닷컴'의 조사결과를 인용해 미국내 최고의 직업과
최악의 직업을 각각 10개씩 소개했다. '커리어 캐스트 닷컴'은 노동통계국과 인구조사국, 무역협회 등의 자료와 레스 크
란츠의 직업연감 자료 등에 근거해 미국의 200개 직업을 작업환경, 수입, 고용전망, 신체조건, 직업 스트레스 등 5개 영
역을 고려하여 평가했다고 한다. 그 결과 미국내 최고의 직업은 수학자이고 최악의 직업은 벌목공이라고 한다.
최고 직업 1위를 차지한 수학자는 오염된 연기나 소음이 없는 환경 속에서 일할 수 있고 무거운 것을 들거나 몸을 굽히지
않아도 되는 등 작업환경이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즉 육체적 부담없이 스스로 즐기는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학
교때 수학을 싫어했던 사람들에게는 해당사항이 없는 내용이다.) 수학자들의 평균 수입은 연 9만4160달러였다. 수학자
에 이어 최고 직업 2위는 비슷한 분야인 보험계리사(Actuary)였다. 탑 10에 속하는 다른 직업은 모두 화이트 칼라 직업
인 통계학자, 생물학자,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컴퓨터시스템 분석가, 역사학자, 사회학자, 산업디자이너, 회계사 등의 순
이었다.
반면에 최악의 직업 1위를 차지한 벌목공은 위험한 작업환경과 고용 불안과 함께 3만2124달러에 불과한 수입 등으로
인해 최악의 평가를 받았다. 벌목공에 이어 최악의 직업 2위는 낙농업자가 차지했고, 그 뒤를 택시기사, 선원, 응급 의료
구조대원, 지붕 수리업자, 환경미화원, 용접공, 유전 근로자, 제철소 근로자 등이었다. 결국 소위말하는 3D업종이 최악
의 직업군으로 선발된 것이다.
그러나 이 조사에서 보는 바와 같은 직업선호도는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비록 3D업종에 속하지만, 본인이 즐긴다면 좋
은 직업인 것이다. 이런 조사에서 내리는 결론은 주관적인 것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객관적인 내용으로 고
학력과 고소득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그렇다면 이렇게 객관적으로 좋은 직종이 아닌 행복한 직업을 결정하는 진짜 요인
은 무엇인가?
위의 조사에서는 그 요인을 일반적인 기준 다섯가지, 즉 1) 작업환경, 2) 수입, 3) 고용전망, 4) 신체조건, 5) 직업 스트
레스, 였다. 또 다른 전문 직업관련 조사기관인 SHRM (인력관리학회: Society for Human Resource Management)
의 조사에서는 직업만족도가 높은 직업을 결정하는 다섯가지 요인을 조사했는데 그 내용은 일반직장인들에게는 1) 수
입, 수입 외 기타 베니핏, 직업의 안정성, 직업과 생활의 유연성, 안전한 근무요건의 다섯가지였다.
반면에 동 조사에서 프로페셔날에 속하는 직장인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인간관계로 1) 직속상사와의 관계, 2) 수
입, 3) 상사의 인정, 4) 수입 외 기타 베니핏, 5) 직원과 중역과의 의사소통 이었다. 인간관계는 결국 직업 스트레스라는
항목으로 이해될 수 있다.
또 다른 조사들을 살펴보며 직업만족도를 결정하는 이러한 요인들이 비슷비슷하다. 일부에서는 승진가능성과 작업장의
분위기를 중요한 요소로 치기도 하지만 직종에 맞는 수준의 수입, 직업 안정성, 안전한 작업환경, 스트레스 프리 등은
반드시 포함되는 것은 일치된현상이다.
그렇다면 높은 수입을 올리는 대기업의 회장들은 자신들의 일에 만족을 할까? 요즈음 뉴스를 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심각한 경기침체 여파로 독일과 미국 등지에서 내로라하는 거부들의 자살사건이 연이어 일어나고
있다고 한다. 큰 책임과 실적을 올려야 한다는 강박감 때문에 이들의 직업만족도도 그리 높지 않은 것 같다.
미국 굴지의 부동산 경매업체인 ’셀던 굿 & 컴퍼니 옥션스 인터내셔널’의 회장 겸 최고경영자 스티브 굿(52)이 1월 5일
오전 주차된 차에서 자살로 보이는 총상으로 숨진 채 발견됐다. 그 보다 앞서, 메이도프 사기사건과 관련, 14억 달러의
손실을 본 프랑스계 투자회사 '액세스 인터내셔널 아드바이저스'의 공동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인 르네이-티에리 마공
드 라 빌레후셰(65)가 지난달 23일 뉴욕 맨해튼 소재 자신의 사무실에서 자살한 바가 있다. 또한 독일 5위, 세계 94위의
거부인 아돌프 메클레(74)가 열차에 몸을 던져 자살을 한 것도 일종의 사업 스트레스 때문이다.
마음에 들면 수입이 적고, 수입이 많으면 스트레스가 심하기 때문에 힘들기는 마찬가지 인 것 같다. 어쩌면 이래서 세상은
공평한지도 모른다. 누구든지 자기의 인생에서 자신의 몫의 십자가를 져야하기 때문이다. 결국 '행복한 직업'이란 그 직업이
행복을 가져다 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그 직업 속에서 스스로 행복을 찾을 기회를 주는 직업인 것 같다. 그러나 그렇게
중오한 결정이 '친구따라 강남가기식' 혹은 '커트라인 눈치작전'으로 너무 쉽게 결정되는 것이 우리 시대의 비극인지도 모른다.
출처:
나는 뉴욕이 좋다. 2009/01/07 17:14
http://blog.naver.com/skim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