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열차 타고 1일 투어
해변으로 가는 ‘색다른 지름길’
열차여행에 잠 못 들던 사람들 신나겠다 그 열차, 짧게나마 개펄 옆을 달린다. 김포공항~인천공항을 연결하는 공항철도가 지난 3월 23일 개통된 뒤, 서울사람 영종도 가는 길, 인천사람 김포 놀러 가는 길이 달라졌다. 도심에서 해변 가는 길도 가장 빨라졌다.
서울사람 영종도, 무의도 놀러가기
영종도 가는 길에 모처럼 가슴이 ‘콩닥’거린다. 5호선 김포공항역에서 내리면 곧바로 공항철도 역사. 갈아타는데 1분 정도 걸린다. 짐 들고 낑낑거리며 김포공항 버스정거장까지 걷지 않아도 돼 속이 시원하다. ‘알뜰여행족’이라면 당연히 저렴한 일반열차(3100원)를 이용한다.
열차는 김포공항역을 벗어나면 화창한 햇살 속을 질주한다. 인천 계양산이 멀리 보이고 공항고속도로를 달리는 승용차보다 빠른 스피드가 느껴진다. 열차 내에 붙어 있는 LCD 화면으로 스포츠 뉴스를 보다가 언뜻 시선을 돌리면 벌써 바다다. 영종대교를 지나면 열차는 개펄과 같은 눈높이로 낮게 달린다.
버스나 승용차를 타고 다닐 때와는 사뭇 다른 풍경이다. 처음 공항열차를 타봤다는 현춘아 씨(21)는 “빠른 것보다는 폼 나서 좋다”며 들뜬 표정. 그렇게 열차여행으로 감성지수를 높인 뒤 인천공항 인근의 섬을 둘러보는 투어에 푹 빠져 본다.
무의도
공항철도 개통으로 더욱 인기를 끌 전망이다. 인천공항 5번 출구에서 222번 버스가 1시간 간격으로 잠진도 선착장 앞까지 운행한다. 잠진도에서 무의도까지 배로 10분 소요. 운임은 대인 2000원.
투어 포인트는 개성이 다른 두 개의 해수욕장을 둘러보는 것. 섬 남서쪽에 위치한 하나개 해수욕장은 기암괴석과 모래사장이 이어졌는데 권상우, 최지우 주연의 드라마 ‘천국의 계단’ 촬영 이후 더욱 유명해졌다. 무의도를 종주하는 산행 코스도 이곳 하나개에서 시작된다. 호룡곡산(246m)과 국사봉(230m)을 잇는 등산로는 일몰 산행으로 알려져 있다 .
섬의 서쪽에 자리 잡은 실미 해수욕장은 2km 달하는 초승달 모양의 해변과 100년 넘은 소나무 군락이 운치 있다. 바닷길이 열리면 영화 ‘실미도’의 실제 무대인 실미도까지 걸어서 건널 수 있다.
신도, 시도, 모도
드라마 두 편 때문에 입소문이 났다. 신도, 시도, 모도는 서로 연결돼 있다. 공항철도 운서역에서 하차해 203번을 타거나 인천국제공항에서 시티콜(1588-1278, 1만3000원)을 불러 삼목선착장으로 향한다. 신도행 배는 삼목선착장에서 오전 7시 10분부터 1시간마다 출발. 왕복요금은 대인 3000원, 소인 2000원.
<풀하우스>, <슬픈 연가> 등 두 편의 드라마를 찍은 후 연인들이 쏠쏠하게 다녀간다. 시도에 <풀하우스>, <슬픈 연가> 세트장이 들어서 있고 모도에는 근사한 조각공원과 카페, 펜션이 있다. 섬에 버스가 다니며 자전거도 대여해준다. 4월이면 신도 구봉산에 벚꽃이 피는데 정상 가는 길의 성지약수는 아들 낳는 데 효험이 있다는 속설이 있다.
을왕리 해변, 왕산해변배 타지 않고 들르려면 을왕리 해변이 무난하다. 용유도의 크고 작은 해변 중 회나 조개구이 먹으러 온 사람들로 주말이면 엄청 북적이는 해변이다. 인천공항에서 301번, 306번 버스를 이용 을왕리해수욕장에서 하차.
일몰이 예뻐 낙조대라는 카페도 있고 간조 때는 백사장의 폭이 200m나 드러난다. 왕산해변은 을왕리해수욕장 바로 옆에 위치했다. 예전에는 걸어서 이동했는데 길이 새로 뚫려 301번, 306번 버스가 이곳에도 멈춘다. 을왕리보다 한적하고 물도 깨끗하다. 낙조도 더욱 분위기 있다. ‘왕산낙조’는 용유팔경의 하나로 꼽힌다.
마시란 해변, 선녀바위 해변용유도의 또 다른 테마 해변들이다. 마시란 해변은 해변 따라 소나무 숲이 있는데 모래둔덕과 소나무 숲이 울창해 야영하기에 좋다. 선녀바위 해변은 스토리를 간직한 해변이다. 수군을 통솔하던 지휘관과 애첩의 사랑과 죽음에 관한 얘기가 담겨 있다. 별 헤는 밤이면 선녀들이 놀다간다는 이 바위는 부부가 보면 금슬이 좋아진다는 사연도 전해져 내려온다. 인천 공항에서 301번, 306번 버스 이용 각각 마시란, 선녀바위 해변 앞 하차.
용궁사, 백운산
바다 말고 산을 보려면 백운산으로 향한다. 백운산(255.5m)에서 맞는 안개는 그윽하며 산 중턱에 웅대한 느티나무가 있는 사찰 용궁사가 있다. 인천공항 3, 5번 게이트에서 1시간마다 202번 버스가 백운산 초입까지 다닌다.
산 정상에 오르면 인천국제공항과 인천 앞바다에 흩어져 있는 섬을 바라볼 수 있다. 봄이면 산철쭉과 진달래가 흐드러지게 핀다. 신라 문무왕 때 원효대사가 창건한 천년고찰 용궁사는 흥선대원군이 10년간 머물며 직접 쓴 ‘용궁사’라는 편액이 걸려 있다. 경내의 천년 묵은 느티나무 두 그루는 각각 할아버지 느티나무, 할머니 느티나무라는 재미있는 이름이 붙어 있다.
영종도 선착장, 해수피아 노천탕
영종도 선착장은 예전에 구읍뱃터로 불리던 곳으로 인천 월미도까지 배타고 오가는 사람들이 애용한다. 싱싱한 횟감을 직접 골라 맛볼 수 있는 어시장은 아직까지 활기가 넘친다. 영종도 선착장 가는 길에 해수피아 노천탕도 자리 잡았다. 지하 800m에서 끌어올린 심층해수를 온천수로 사용하며 노천해수탕 외에도 소나무한 불한증막 등을 갖추고 있다. 인천공항 3,5번 게이트에서 영종도 선착장까지 202번 버스가 다닌다. 해수피아행 셔틀버스가 인천공항과 영종도 선착장에서 운행된다. 입장료 어른 6000원, 어린이 4000원. 032-886-5800
인천사람, 김포 놀러가기
인천지하철과 공항철도는 환승역인 계양역으로 연결된다. 계양역에서는 김포공항까지 단 한 정거장(900원). 인천사람들에게는 영종도뿐 아니라 김포로 놀러가는 방법도 다양해진 셈이다.
김포 조각공원
이 일대 여행지중 가장 그럴싸한 곳이다. 김포 조각공원에는 세계 11개국 작가들의 조각작품 30여 점 전시돼 있다. 김포공항, 송정역에서 1, 3, 8번 버스를 타고 월곶면 군하리에서 하차. 공원내 산책로를 따라 늘어선 작품들은 ‘통일’을 주제로 하고 있으며 공원 정상에서는 멀리 북녘 땅도 보인다.
프랑스의 다니엘 뷰렌, 미국의 솔 레이트 등 세계적인 도시환경 조각가들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데 입장료는 무료다. 각 작품들은 다양한 테마의 산책로 안에 옹기종기 숨어 있어 1시간 30분 가량 산책을 하며 둘러보는 재미가 있다. 문수산이 바로 코앞에 위치했다. (031-989-6700)
문수산, 유리공예 체험장
김포조각공원과 함께 둘러보면 좋다. 강화도를 바라보고 있는 문수산은 산성, 삼림욕장, 고찰이 어우러진 곳이다. 문수산성에 오르면 한강과 서해바다를 동시에 조망할 수 있다. 축성 당시에는 공해루, 취예루 등 세 개의 문루와 세 개의 암문이 있었으나 현재 취예루만 복원된 상태다.
문수산 삼림욕장은 4.6km의 등산로와 1.4km의 삼림욕로로 이뤄져 있다. 김포공항, 송정역에서 1,3번 버스를 타고 김포대학앞 하차. 48번 국도변에 위치한 글라스빌 유리공예 체험장은 가마 안의 유리용액으로 공예품을 만드는 과정을 직접 구경할 수 있고, 다양한 공예품도 직접 만들 수 있다. 2층에 전시관에는 이색 와인잔 등이 전시돼 있다. 김포대학 입구에서 걸어서 5분 거리. (031-981-2727)
개화산
김포공항의 비행기가 뜨고 내리는 모습을 조망할 수 있는 산이다. 정상에 봉수대 터가 남아 있는 데 개화산 봉수는 여수 돌산도에서 시작해 전라도, 충청도의 해로를 따라 올라간 뒤 서울 남산으로 전하는 중간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재 봉수대터에는 통신대가 주둔하고 있으며 개발제한지역으로 묶여 있어 인근 숲이 울창하다. 산자락에서 한강, 임진강, 행주산성 등이 보인다. 김포공항에서 지하철 5호선 이용 개화산역 하차.
계양역 인근 둘러보기
그동안 인천까지 에둘러 가는 길에 지쳤던가. 환승역인 계양역을 기점으로 인근 명소를 둘러볼 수 있다.
황어장터
황어장터는 3.1운동의 역사가 서린 옛 5일 장터. ‘황어’는 누런 잉어를 뜻하는 말로 백여 년전에 생긴 이 장터는 우시장이자 잉어가 거래 되는 장으로도 유명했다. 계양역에서 30번, 81번 버스를 타고 신동아아파트 초입에서 하차. 5분 거리다.
한강물이 여러 갈래의 수로를 타고 내륙 깊숙이 흐르는 지형이기 때문에 옛날부터 이 지역에서 잉어가 많이 생산됐을 뿐 아니라 1일 500여 두의 소가 거래되기도 했다. 3.1운동 당시 장날 때 수백 명이 만세운동을 일으켜 인천지역의 가장 대대적인 만세시위가 촉발했으며 황어장터 만세운동 기념비가 이곳에 건립돼 있다.
계양산, 도호부청사
계양산(395m)은 인천을 대표하는 산으로 인천에서 가장 규모가 큰 계양공원을 산자락에 품고 있다. 인천공항철도와 나란히 달리다 좌측에 보이는 산이 계양산이다. 계양산성, 봉월사터, 봉화대 유적이 남아 있다. 봄이면 정상으로 오르는 길에 철쭉이 피어난다.
계산동 부평초등학교 안에 위치한 부평도호부 청사, 우리나라 전통 향교의 형식을 취하고 있는 부평향교와 함께 둘러보면 좋다. 부평향교가 위치한 경인교대역 일대는 젊은이들이 몰리는 곳이기도 하다. 계양역에서 인천지하철로 환승, 계산역 또는 경인교대역 하차.
여행지 옆 소문날 맛집
용유도 황해해물칼국수
영종도 주민과 인천공항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이 애용하는 칼국수집이다. 그날 들여온 조개를 그날 쓰는 게 맛의 비결이다. 싱싱한 가리비와 바지락 등을 듬뿍 넣고 푸짐하게 끓여낸다. 외관이 허름하지만 낮에 줄을 설 정도로 인기가 높다. 032-746-3017 해물칼국수 5000원. 잠진도 선착장 입구 사거리 주유소 옆. 301번, 306번 버스 이용하여 무의도 입구 다음 정거장 하차.
김포 천정꿩만두
담백하고 다이어트에 효과가 있다는 꿩만두 요리로 늘 북적인다. 생강을 이용해 꿩의 비린내를 제거해 누구나 쉽게 맛볼 수 있도록 했다. 꿩뼈를 우려낸 육수에 두부, 양파, 부추, 호박 등 20여 가지 재료를 넣은 전골도 인기. 48번 국도변 통진중학교 맞은편 위치. 강화행 버스타고 통징에서 하차. (031-989-9999) 만두 5000원.
계양역 인근-동해막국수
이 지역 주민들에게 맛있는 막국수 집으로 소문 난 곳이다. 문을 연 지 6년 됐으며 숲속 고택 분위기에서 호젓하게 국수 맛을 볼 수 있다. 메뉴는 물막국수, 비빔막국수, 메밀부침, 수육 등으로 이 집의 간판 메뉴인 물막국수는 5000원으로 저렴하다. 수육은 1만5000원. 30번 81번 버스를 타고 신동아아파트 초입에서 하차한뒤 도보로 매립지 도로 방향으로 10여 분 걸으면 승마클럽 지나 위치. (032-515-2731)
공항열차 tip
김포공항에서 인천공항으로 향하는 첫차는 오전 5시 41분, 막차는 오후 11시 46분이며, 인천공항에서 김포공항으로 향하는 첫차는 오전 5시 27분, 막차는 오후 11시 26분이다.
열차는 일반과 직통으로 구분하는데 12분 간격으로 운행하는 일반열차는 인천국제공항~김포공항간 33분이 소요되며, 1시간 간격으로 운행하는 직통열차는 28분이 소요된다. 일반열차의 요금은 김포공항~인천공항이 3100원, 직통열차는 7900원이다. 일반, 직통열차는 출발하는 플랫폼이 다르니 주의할 것.
김포공항~인천공항 구간에는 김포공항, 계양, 검암, 운서, 공항화물청사, 인천국제공항 등 모두 6개역이 있으며 계양역에서 인천지하철 1호선으로, 김포공항역에서는 서울지하철 5호선으로 각각 환승할 수 있다. 직통열차는 지정좌석제로 운영하며 승무원이 중간에 표검사를 한다. 맨뒤 차량에는 화물전용칸이 별도로 마련돼 있다. 김포공항~서울역 구간은 2010년 개통될 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