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기구 최근 인공 감미료를 발암 가능성이 있는 물질로 분류하다
인공 감미료가 설탕보다 더 나쁠까?
2023.07.17 07:00 김민재 리포터
세계보건기구 최근 인공 감미료를 발암 가능성이 있는 물질로 분류하다
세계보건기구는 최근 아스파탐과 같은 인공 감미료를 발암 가능성이 있는 물질로 분류했다. 물론 발암 ‘가능성’이 있는 물질로 금지된 것은 아니지만 이러한 인공 감미료 물질의 분류는 최근 큰 이슈를 낳고 있다.
최근 슈퍼마켓에 가면 “무설탕”이라고 광고하는 탄산음료, 주스, 기타 스낵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이를 통해서 무설탕은 최근 음식의 풍미를 좌우하고 있는 가장 대표적인 식품 업계 마케팅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무설탕 탄산음료의 성분을 자세히 살펴보면 설탕이 전혀 들어 있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대신 E950, E951 또는 E954와 같은 다양한 인공 감미료가 들어 있다. 참고로 E-번호는 아세설팜칼륨, 아스파탐, 수크랄로스 등 합성으로 생산된 화합물을 나타내는 코드이다.
설탕보다 최대 500배 더 달콤한 인공 감미료
인공 감미료는 칼로리가 거의 없기 때문에 과체중과 비만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가정용 설탕보다 몇 배나 더 달콜하다. 음식의 단맛을 내는 데 인공 감미료 몇 밀리그램만 있으면 충분하다.
설탕보다 최대 500배 더 달콤한 인공 감미료들 © web.musc.edu
예를 들면 아스파탐은 가정용 설탕보다 200배 더 달고 수크랄로스는 500배나 더 달다. 식품업계는 이를 이용해서 살이 찔 수 있다는 죄책감 없이 단맛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을 이유로 저열량 케이크, 탄산음료, 과자 등을 광고한다.
아스파탐과 사이클라메이트는 발암 물질인가?
그러나 과학계에서는 감미료에 대해서 좀 더 비판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다. 감미료에 대한 지속적인 우려 중 하나는 감미료가 발암 가능성 물질이라는 점이다. 이를 토대로 2023년 7월, 세계보건기구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감미료 아스파탐을 “발암 가능성이 있는 물질”로 분류했다.
인공 감미료들은 설탕보다 최대 5~600배 정도 달지만 칼로리는 매우 적다. © Insider Science
위 결과는 쥐를 대상으로 한 연구를 포함한 연구 결과에 따른 것이며 쥐에게 고용량의 사이클라메이트를 먹인 결과 일부 쥐가 방광암에 걸린 점을 토대로 내린 연구 결과이다. 하지만 사람에게는 동일한 결과가 나타나지 않았으며 이는 사람이 일반적으로 실험에서와 같이 인공 감미료를 많은 양 섭취하지 않기 때문일 수 있다. 따라서 IARC는 이 평가에 대한 과학적 증거는 아직 미약하다고 밝혔다.
감미료의 “가능한” 위험에 대한 경고
베를린 샤리테 병원의 내분비학 및 대사 의학과 의사이자 연구원인 스테판 카비쉬 박사(Dr. Stefan Kabisch)에 따르면 동물과 사람의 세포를 대상으로 한 실험, 테스트 및 연구를 통해 인공 감미료가 실제로 발암성을 나타낼 수 있다고 한다. 이를 토대로 그는 잠재적 위험에 대한 경고는 인류에게 나쁘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는 아스파탐이 ‘발암 가능 물질’로 분류되었다고 해서 우리가 일상적으로 섭취하는 양이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히며 이러한 결정은 유보적인 분류(reserved classification)로, 암을 유발한다는 위험이 확실하지 않고 특별히 가능성이 높지도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한 여러 가지 증거로 이전에 권장되었던 체중 1kg당 최대 40밀리그램의 아스파탐 일일 섭취량은 여전히 유효한 점을 들 수 있다. 즉, 체중이 70 kg인 성인이 이 양을 초과하려면 하루에 9~14캔의 다이어트 청량음료를 섭취해야 한다는 뜻이다. 사람이 이 정도의 청량음료를 매일 계속해서 마시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감미료에 대한 연구가 너무 적다
또 다른 우려는 감미료가 소화관에서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미생물인 장내 세균총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2014년 이스라엘 연구진이 쥐를 대상으로 실시한 실험에 따르면 사카린과 수크랄로스를 정기적으로 섭취한 쥐의 장내 세균총이 교란되고 포도당 대사에 문제가 생긴 것으로 나타났다. 카비쉬는 장의 단맛 수용체가 감미료의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감미료 섭취로 인한 장내 세균총의 변화는 상당히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하지만, 이 연구가 아직 결정적인 판단을 내리기에는 근거가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카비쉬는 이것이 인공 감미료 연구에 대한 기본적인 문제라고 밝혔다. 보통 두세 가지 감미료만 테스트하는 경우가 많은데, 화학 구조가 다른 감미료가 너무 많아서 결론을 일반화할 수 없기 때문이다. 카비쉬는 의미 있는 결과를 얻으려면 유럽 연합에서 승인된 모든 감미료를 대상으로 각각의 실험을 수행하는 것이 좋다고 주장했다.
뇌를 속이는 인공 감미료
카비쉬는 감미료의 또 다른 잠재적 위험으로 어린이의 미각 인식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아이의 발달 초기에는 뇌가 단맛을 고칼로리 단 음식과 연관시키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하지만 감미료는 뇌에 불협화음을 유발하게 될 수 있다. 단맛에서 쾌감을 느끼지만, 열량이 없어 배고픔이 더 빨리 돌아오게 되기 때문이다.
당뇨병학자인 아킴 피터스(Achim Peters)와 같은 다른 연구자들도 이 효과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피터스는 연구를 통해 감미료가 뇌를 속이고 건강한 신진대사에 위험을 초래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예를 들어서, 인위적으로 단맛을 낸 머핀을 먹으면 뇌와 신체에 고칼로리 음식이 다가오고 있다는 신호를 보내게 된다. 하지만 뇌와 신체에 필요한 당분이 도착하지 않으면 뇌는 결국 에너지 공급 여부를 판단하는 능력을 상실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불확실성은 부수적인 생리적 반응을 일으켜 과도한 음식 섭취를 초래할 수 있다.
인공 감미료는 중독을 일으킬 수도 있다. © The Clean Addicts
또한, 중독이라는 심리적 문제도 유발될 수 있다. 쥐를 대상으로 한 프랑스의 과거 한 연구에 따르면 감미료도 일반 설탕과 마찬가지로 중독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코카인과 같은 기호용 마약보다 더 중독성이 강할 수도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인공 감미료가 설탕보다 더 나쁠까?
하지만 여러 전문가는 이러한 새로운 연구 결과에도 불구하고 인공 감미료에서 가정용 설탕으로 다시 전환하는 것을 권장하지 않는다. 설탕의 경우 비만, 제2형 당뇨병, 충치를 촉진한다는 증거가 훨씬 더 명확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설탕은 암을 유발할 위험성도 훨씬 높다. 이를 토대로 카비쉬는 감미료를 적극적으로 피해야 할 큰 이유는 없지만 적극적으로 추천할 이유도 없다고 주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