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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금산을 가는 날입니다. 띵띵 부은 손등에 딸랑 파스 한 개 붙이고 사당 역
1번 출구를 찾아 갔습니다. 뭐가 잘 못 됐는지 꼬리 글 151개 가 달렸던 정기산행이
최종14명으로 확정 되면서 우왕좌왕 하다가 회비 10만원으로 의기투합을 이루어내고
대형버스를 출발시켰습니다. 자~열심히 일 한 당신 떠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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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갈 버스정류소에서 수원 팀 4명을 픽업 2시에 삼천포 창선연륙교에 도착할 동안
악동 이는 육군 정량 4시간 수면을 마치고 딱 맞춰 기지개를 폈다는 것 아닙니까?
날씨 좋고 경치 조오습니다. 사천시와 남해군을 연결하는 삼천포 연육교가 확실히
한려해상의 명품 맞습니다. 맞고요~다리 위에서 내려다보는 바다는 전철로 한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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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과할 때 내려다보았던 것보다 훨~ 넓고, 푸르고, 가깝게 보였습니다.
바닷바람에 바람 같은 외로움을 날려 보내려고 워킹투어를 시도했습니다.
쿨 한 바람이 내 몸에 임팩트 되면서 에메랄드 빛 무덤으로 나를 유혹하고 있습니다.
산바다를 연결하는 다리 연육교를 걸어서 남해 보물섬에 도착했더니 슬슬 배가 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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왔습니다. 우리들이 가난한 산 바다 꼬셔 싱싱한 해삼이며 멍게를 시식했는데
속 깊은 악동 이는 식당 아줌마들 늦은 점심식사에 조인해서 입 하나를 덜었습니다.
12,000원 하는 유람선 투어가 비싸서 충무공 가묘가 있는 사당에 들려 노닥거리다가
다랭이 마을까지 버스로 이동하였습니다. 향촌마을 안에 있는 다랭이 마을에 들어 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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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그을려 시껌뎅이 된 부뚜막, 산비탈에 일궈놓은 텃밭이 정겹습니다.
골목길 사이사이에 모여 있는 민박집이며 유채, 마늘, 달맞이꽃들이 영락없는 70년대
우리네 동네입니다. 미륵바위(암수바위)가 뭐냐고 묻는 줌마들 때문에 악동이가 괜히
얼굴이 빨개졌는데 손지까지 본 헤리가 남자 거시기를 끌어안고 황홀경을 느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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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긴 해도 시어머니 죽고 처음 경험하는 삐리리~ 일겁니다. 사진 찍고 까르르 까르르
거리다가 숙소로 들어왔는데 스잔 표 홍어삼합에 낮에 공수해온 농어, 그야말로 산해진미를
앞에 두고 무엇을 먹어야 할 지 모르겠습니다. 펜션 리빙 룸에 세팅된 파티에 향기가 불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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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인 친구들 4명 토룡이 14명이 거하게 한 상을 받아서 잘 쳐 먹었습니다.
술이 들어가니 가슴에 눌러둔 그리움이 스물 스물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맥주에 오징어 땅콩 한 봉지 들고 바닷가로 나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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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마음
너 나 없이 첫 마음은 변치 않을 일이다.
짐작도 못하는 사이에 오는 것이 끝 날이다.
몸 없는 곳에서만 사랑이 넘친들 무슨 소용이냐?
처음 만나던 때를 잊는다면
마음이 마를 틈이 없을 것이다.
바라만 보아도 기쁜 사람들과 함께 사는 것은 행복이다.(중략)
2.
거실 소파에 잠깐 잠들었다가 눈을 떠보니 새벽 1입니다.
여자 2명에게 전화가 왔는데 한 통은 아내가 심각한 문자를 보내왔고
또 한 통은 엇 그제 가게에 와서 진상을 피우던 여자 애가 술 사 달라 네 요.
연병, 이놈의 팔자는 산행 와서도 날을 하얗게 새고 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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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세면장 때문에 한바탕 전쟁을 치룬 뒤 가까스로 체크아웃을 마쳤습니다.
남해에 온 목적이자 목표인 금산 산행을 위해 버스를 탔습니다. 비싼 전세버스긴
하지만 버스 대절하니까 편하긴 합니다. 금산이 615m네 705m네 옥신각신 했는데
안내 표시판마저도 각각 달라서 인터넷을 찾아봤더니 높이는 681m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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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신라의 원효가 이 산에 보광사라는 절을 세웠던 데서 보광 산이라 하였는데,
고려 후기 이성계가 이 산에서 100일기도 끝에 조선왕조를 개국한 그 영험에 보답
하는 뜻으로 산 전체를 비단으로 덮었다 해서 금산이라고 부르게 되었답니다.
하여간 한려해상국립공원 내의 유일한 산악공원으로 경치 하나는 끝내줍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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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봉(主峰)인 망대를 중심으로 왼쪽에 문장 봉· 대장 봉· 형사 암, 오른쪽에
삼불 암·천구암 등의 기암괴석이 카메라 셔터를 멈출 수 없게 만들었고 기도 빨
먹힌다는 보리 암에 들려 불공 인파들 속에 악동이도 남은 인생 20년을 착하게
살아야 하겠다고 다짐했는데 보시를 안 넣었으니 말짱 도루묵이 아닙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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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0원 아끼느라고 고불고불 아스팔트길을 한 시간 넘게 걸었더니 왕짜증이
났으면서도 저마다 옆집들을 위로하는 분위기라서 악동이도 꾹 참고 남해에서의
마지막 만찬을 하기 위해 식당을 찾아갔습니다. 멸치 쌈밥에 장어구이는 아무래도
사치가 아닌가? 한숨 자고 일어났는데 노래방 시작한다고 신청곡을 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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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이가 ‘우리사랑‘을 부르고 향기가 '황진이‘를 불렀는데 하여간 이쁜 것들은 뭐가
달라도 다르다니깐, 신청곡 You mean everything to me가 없어서 악동은 희나리로
목청을 높였습니다.
2011.5.16.악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