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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의 글에서 우리가 명사로만 알고 있었던 단어들이 동사로서 쓰이는 것을 살펴보았습니다. 그리고 글의 마지막에서, 품사의 전용, 전환은 비단 명사에서 동사로 변하는 것 뿐만 아니라, 다른 여러가지 품사들 사이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잠깐 언급했습니다. 그리고 품사가 변하는 것은 단어의 위치가 어디에 놓여 있는가에 따라서(어순에 따라서) 좌우된다는 말을 했습니다. 오늘은 더욱 자세히 여러가지 예를 들어서 살펴보겠습니다.
사실 품사가 명사에서 동사로 변한다든가, 아님 형용사에서 동사로 변한다든가, 전치사가 부사로 변한다는가 하는 식의 표현은 정확한 표현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변한다기 보다는 여러개로 동시에 쓰인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 것 같습니다.
dry 라는 단어가 "건조한,마른" 이라는 형용사로도 쓰이고, "말리다" 라는 동사로도 동시에 쓰이고 있다는 개념을 가져야지, "어! 원래 형용사 아닌가? 그런데 동사로 쓰이네?" 와 같은 식으로 "예외적으로" 생각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겁니다. 오히려 웬만한 영어단어들은 2개 이상의 품사로 같이 쓰이고 있다는 생각을 하셔야 합니다. 예외적인 것이 아니라, 당연한 거라고 생각을 하세요.
이런 의미에서 영어단어는 위치에 따라 자신의 색깔을 바꾸며 "변신" 을 하는 카멜레온에 비유를 할 수도 있겠고,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가 되는 물건과도 같으며, 칼로도쓰고 가위로도 쓰고 손톱도 깎는 "맥가이버칼"(Swiss army knife)에 비유를 할 수도 있을겁니다. 또한 직장에서는 부장, 집에서는 아버지, 교회에서는 장로, 친구들사이에서는 동창회장이 되는 우리들의 아버지처럼, 위치에 따라 그 용도와 역할이 바뀌는 것이 영어의 품사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서론이 길었군요. 그럼 여러가지 예를 들어보죠.
여기 있는 것들은 대부분의 학습자들이 "형용사인 줄로만" 알고 있는 단어들을 뽑아 봤습니다. 영영사전의 정의는 Oxford Advanced Learner"s Dictionary 를 참조했습니다.
cool(시원한) empty(비어있는) dry(마른) wet(젖은) smooth(매끄러운) blind(눈먼)
clean(깨끗한) narrow(좁은) slow(느린) better(더나은) free(자유로운) dirty(더러운)
예를 들고 싶은 것이 얼마든지 있지만 여기까지만 하겠습니다. 보시다 시피 여러분에게 너무나 친숙한 형용사들이죠? 하지만 모두가 동사로도 역시 쓰이고 있는 단어들입니다.
cool - to become or to make sb/sth cool or cooler
(무언가를 시원하게 만들거나 그렇게 되다)
empty-to remove everything that is in a container, etc. to become empty.
(용기등에 있는 내용물을 비우다, 비게 되다.)
dry - to become dry ; to make sth dry
(마르다, 말리다)
wet -to make sth wet
( 적시다)
blind -to make it difficult for sb to see for a short time
(잠시동안 제대로 볼 수 없게 하다)
narrow- to become or make sth narrower
(좁아지다, 좁히다)
better -to be better or do sth better than sb/sth else
(어떠한 것보다 낫거나, 더 잘하다)
Glass contracts as it cools. (유리는 식을 때 수축한다)
She emptied the water out of the vase. (그녀는 꽃병에서 물을 비워냈다.)
He emptied the ashtrays. (그는 재떨이를 비웠다.)
Be careful. The paint hasn"t dried yet. (조심해. 페인트카 아직 안말랐어.)
Wet the brush slightly before putting it in the paint. ( 붓을 페인트에 넣기 전에 좀 적셔라.)
This is where the river narrows. (여기가 강이 좁아지는 데야.)
이렇게 형용사는 얼마든지 동사로도 쓰일수가 있습니다. 그러면 형용사가 명사로도 당연히 쓰일 수 있겠지요? 제가 군대 있을 때 차에 EXPLOSIVES 라고 써져 있는 걸 봤습니다. 저는 그때 explosive = 폭발성의 라는 형용사로만 알고 있었는데 -s 가 붙어서 의아하게 생각했던 것이 아직도 기억이 납니다. 여기서는 "폭발성의--->폭발물" 로 명사로 전용된거죠.
형용사 명사
additive 부가적인<----->부가물
explosive 폭발성의<----->폭발물
captive 감금된<------->포로
contraceptive 피임의<------->피임약
아까 위에 나온 cool 도 "시원한 공기", "시원한 장소" 라는 명사로도 쓰이며,
clean 도 "손질, 청소" 라는 의미의 명사로도 쓸 수 있습니다.
아까 말씀드렸지만 위의 형용사들이 동사나 명사로 쓰이는 것을 알려면 문장속에서 어떤 위치에서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를 봐야 합니다. 어순, 단어의 위치가 그래서 중요한 거죠. 물론 영어단어들도 단어만 봐서 품사를 알 수 있는 것들이 있습니다. 주로 라틴계나 그리스계 어휘죠.
create 창조하다 effect 효과
creation 창조 effective 효과적인
creative 창조적인 effectively 효과적으로
creatively 창조적으로 effectiveness 효율성
영어에 모든 단어들이 이처럼 품사가 다르면 형태도 다르게 된다면 얼마나 공부하기 좋겠습니까? 하지만 우리가 소위 "기본단어", "기본동사", "전치사", "자주 쓰는 단어" 라고 하는 것들일 수록 이런 변화를 보이지 않고, 앞에서 예를 든 것 같은 위치에 따른 품사의 변화를 보입니다. 그래서 라틴계나 그리스계 단어를 좋아하시는 분들은 영어가 딱딱하고, 쉽게 해도 될 말을 어렵게 하고, 김치 냄새가 많이 난다는 지적을 받기 십상입니다.
하지만 기본동사를 잘 쓰고, 쉬운 단어가지고 말을 잘 하고, "미국적"인 냄새를 물씬 풍기는 표현을 구사하는 사람들은 , 의식적으로 익혔든 무의식적으로 익혔던 간에 이러한 어순에 따른 품사의 전환을 잘 구사하시는 분들입니다. 쉬운 단어몇개가지고 여러가지 말을 할 수 있다는 것은 바로 이런 겁니다. creatively 는 부사로밖에 쓰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기본단어 clean, cool, dry, up, down과 같은 것들은 동사로도, 명사로도, 부사로도, 전치사로도 마구마구 품사를 바꿔가면서 다용도로 쓰이고 있는 것들입니다.
말이 나온 김에 그야말로 품사 전용의 왕자, 최고의 문어발, 양다리 라고 할 수 있는 우리에게 친숙한 전치사 몇개를 살펴보겠습니다.
down.... 지금까지 어떻게 알고 계셨어요? 그냥 ~~아래 라는 "전치사" 로만 알고 계셨나요? 다음 예문을 보시죠. 예문은 제가 올린 단순이의 영어정복기에 있는 예문입니다.
He lives down the hill. (전치사) 그는 언덕 아래에 산다.
Slow down! (부사) 속도 줄여!
Hollyfield downed Tyson. (동사) 홀리필드는 타이슨을 다운시켰다.
I had many ups and downs last year. (명사) 작년에 별별 좋은일, 나쁜일이 다 있었죠.
My computer was down then. (형용사) 내 컴퓨터는 그 때 다운됬었어.
세상에나.... 8품사 중에서 접속사, 감탄사, 대명사를 뺀 5 개 품사로 쓰여버렸습니다.
down the hill 에서 down 은 hill 이라는 명사 앞에 온 전치사며,
down 이 ~~를 KO 시키다라는 "동사" 로까지 쓰였네요.
ups and downs 에서 down 은 "안좋은 일" 이라는 의미의 "명사" 로 쓰였구요.
마지막은 "작동하지 않는(not working)" 의 의미로 쓰였습니다.
Slow down 에서는 밑으로, 아래로 라는 의미의 부사로 쓰인거죠.
그럼요...down 이 이렇게나 다용도로 쓰이면 up 도 과연 어떻게 될까요? 그렇습니다.
up 을 지금 제가 사전에서 찾아보니까...
up --adv., prep., adj., verb., noun (부사, 전치사, 형용사, 자동사, 타동사, 명사)
이렇게 5개의 품사로 전부 다 쓰일 수 있다는 것이 나와있네요..
back 도 보니까 명사, 형용사, 부사, 동사 이렇게 4개의 품사로 쓰이고 있는걸 볼 수 있습니다.
He went up the hill.
그는 언덕을 올라갔다. (전치사)
Speed up!
속도내라구! (부사)
LA Dodgers are up(down) by three.
LA 다저스가 3점차로 이기고(지고) 있어. (형용사)
The government upped the gas price again.
정부가 또 기름값을 올렸어. (동사)
I know all the ins and outs of the matter.
나는 그 문제를 속속들이 알아. (명사)
Did you count all the ins?
들어오는 사람(것)들 다 셌어? (명사)
(정말, 원어민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표현같지 않습니까?)
전치사가 이렇게 5개 품사에 전부 손을 대버렸습니다. 정말, 갈데까지 갔군요. 우리나라말의 품사개념으로는 "상상도 못할 일이 벌어진 것입니다." 전치사가 이렇게까지 외도? 를 해대는데 조동사라고 가만히 있겠습니까? 갈데까지 다 갔는데. 그래서요.
Speaking English in our company is a must.
우리회사에는 영어로 말하는 건 필수다. (명사)
Let me tell you some do"s and don"ts.
제가 여러분들한테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야야 할 것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명사)
지금까지 말씀드렸던 것들의 요점은 이처럼 영어의 품사는 그 단어가 들어간 위치에 따라 품사전환을 자유롭게 할 수 있다는 겁니다. 여기까지 보아오셨다면 다음에 나오는 문장들도 어렵지 않게 그 의미를 짐작하실 수 있으실 겁니다.
Arby"s is different. Different is good. (다른 햄버거 식당과는 다르다는 Arby"s 의 광고)
Wider is better. (자동차 폭이 넓을수록 좋다는 TV
Get more for less. (더 적은 돈으로 더 많은 것을 사라는 광고)
그리고 마지막으로 중요한 것은 비록 어떤 단어가 품사가 바뀌었더라도, 그 근본뜻은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must 가 ~~해야 한다는 의무를 나타내는 조동사이죠? 그래서 명사로 바뀌었을 때는 같은 의미로서 "필수, 의무적인 일" 이라는 뜻이 된 겁니다. 위에 예를 들었던 모든 단어들이 바탕은 다 같은 상태에서 그 뜻과 용도가 바뀐 것을 보실수 있습니다.
그리고 전에 글에서 보셨듯이 명사---->동사 로의 전환의 "충격" 을 극복을 할 수만 있다면,
형용사---> 동사
전치사---> 형용사
조동사---> 명사
전치사--->부사
와 같은 품사전환은 훨씬 더 쉽게 받아들일 수 있을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