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5회 月刊『現代詩學』2012年 新人作品賞 受賞作 폐쇄회로 외 4
폐쇄회로 외 4편
김인숙
나는 TV를 켜고 채널을 돌린다
하루를 여는 CCTV,
멈춰진 많은 시간을 창밖에 두고 잘 수 없다
한 번도 허기진 적 없다
항상 허공에 의지한 육중한 체중, 그리고 고통,
도망치는 발소리 쫓아 눈을 회전시킨다
그림자가 줄어든 겨울
내 관절에 시간을 쏟아내는 밤
구겨진 계단을 재단하던 가로등이
내 옆구리에 눈을 밀어 넣고 있다
숨을 몰아쉬면서 인기척을 듣는다
왕성한 이빨만 드러낸 호기심 섞인 차가운 속내
그들은 내 시야를 벗어나려고 발버둥친다
어떤 이는 안테나로 달빛을 끌어당기고
누군가는 고양이 꼬리를 넘나들며 주정을 부린다
개 짖는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사각지대
그들은 내 눈 밖에서
그들의 눈 속에서
비밀이 살해된 세상
나로 돌아가고 있다
여름 판타지
햇살을 양푼에다 비벼 먹어야지
일요일은
일렁이는 포도나무 아래로 기어 다니며
쏟아지는 비를 기다려야지
하늘이 뚫린 작은 방에 내 우울을 가둬야지
벌겋게 타올라서
쑥 쑥 자란 말들을 비워내야지
슬픔은 목젖 아래 밀어붙이고
말라터진 입술로 긴 촉수를 뻗어야지
내 우울을 뿌리 채 뽑아들고
벌 벌 떨어야지 난 맨발로
뛰어들어 일요일을 부셔버려야지,
신경줄처럼 매달린
내 분노의 포도알들을 으깨버리고
내 속의 비명을 들어야지,
그물처럼 출렁이면서
순간 스케치
그녀는 소리쳤다 눈싸움을 하세요 골목의 눈을 밀고 내려오자
그녀는 다시 외쳤다 안돼요, 거기는 썰매가 지나갈 곳이에요 어
설피 잡은 눈덩이가 손에서 미끄러진다
눈발의
아우성, 눈 터는 소리, 눈발마저 잠재우는 포장마차의 김발,
뚫고 나갈 틈이 없다 파리바케트 유명약국
애플
피시방 간판까지
바꾸는 눈발, 바람 한 자락 내려와 불 켜진 십자가
창가에 블럭을
쌓는다 낡은 집 처마에서 나는 서둘러 걸음을 옮긴다
눈싸움을 하세요
골목 끝
집의 소녀, 붉은 망토를 걸친 푸들과 썰매를 탄다 내일을 바겐세
일 하는 전당포, 사람들은 눈을 헤치고 비틀비틀 꿈을 빌리러 간다
고래라
도 잡을 듯이 속력을 내는 망사스타킹들의 발길, 쌓인 눈이
스르르
돌아앉
는다
폭설, 내가 던진 눈덩이가 사람들 가슴에 떨어지는 소리, 투명하다
작별 판타지아
그림자가 일렁이는 어둠 속에서는 죽어 있는 자신을
본다고 그는
15년째
말하고 있다 어째서 죽어있는 자신이냐는 질문은 이제
부질없다 그는
그것이 고양이를 업고 전생, 후생을 넘나들던 핏
줄의 대물림
탓이라고 믿었다
그는 자신을 찾기 위해 위험한 빙판길을 나서지는 않는다
대추나
무 빗으로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면 그는 죽어 있는 자신을 볼
것이
라고 했다 내 주검 앞에서 사람들이 사탕 알을 굴리는지 쓸개를
씹
는지 볼 것이라고 했다 그것이야말로 씁쓸한 영화일 것이라고 그는
재미있어했다
"그렇긴 해도 벗어놓은 모자만큼의
허전함이겠지요?"
그의 최후는 모든 꿈이 빈 껍질로 허우적거릴 뿐이라는 그의
말을
부정하지 않았다 마지막 순간에 고양이 울음이라도 남기기를
바랐다
TV에서 저 세상 악귀들이 신음하는 것을 보았다 밧줄을 잡아
오르려
고 아우성치는 것이 당연한 게 아닐까 생각한 적이 있다
그래 고양이의 투시안? 신의 흔적마저 꿰뚫는
귓바퀴?
그는 그것이 고양이를 업고 전생, 후생을 넘나들었던
그의 家系 물림이라고 믿었다
사각형의 한쪽 모서리
2월.
그날,
나는 기차를 탄다
07:00am,
아침이 휘파람을 분다
지난밤이 앉았던 자리엔 소주병들이 구
른다 나무의자.
유리창에 눌린
얼굴,
시린 바람이 뼈마디에
새겨
진다 기차가 숨을 토해낸다 누군가 뿜어 올린 담배
연기,
천안,
익산,
지도를 그린다 폰은
9시쯤 폭설을 만날 것이라고 예보했다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는 이름,
패배감의
무게,
어둑한 바깥
풍경,
하얗게 저울질 한다 늘 일방적으로 기우는
시소놀이,
바닥에 발이
닿지 않았다
허물어지듯 급정거하는
기차,
셔터 누르듯 흐린 풍경이
뛰어든다
네거티브 필름이 깊이 새겨진
이름들
06:00pm,
기차는 폭설을 만나려고 역을 버린다 나는 손을
흔든다 눈의 무게
만큼 휘어지며 하늘 한쪽으로 기운 내가
허물어진다
月刊『現代詩學』新人作品賞
受賞 所感
뻔뻔함 그리고 감사함
낡은 서랍속의 먼지 쌓인 습작노트를 다시 들추는 일엔 많은 용기가
필요
했습니다. 습작노트라는이름만큼이나유효기간이지난말들을다
시 주워
담아야 하는 민망함. 덜된 주제에 예민하기만 했던 어린시절
의자신과다시마주쳐야하는쑥스러움. 시라는 것은
그렇게 어린 시절
기억에만 못
박힌 꿈이라고 만 생각했었습니다.
무슨 바람이 불어와 준 덕분일까요? 이제 와서 왜
옛 기억을 끄집어
낼 용기를 냈는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아마도 많은 시간의
흐름
이 제게
뻔뻔함을 보태준 덕분이었겠지요. 이 모든 부끄러움을 뒤로
하고 시를 다시 써보겠다고 덤벼든 걸보면……
시와의 대결은 언제나 질 수밖에 없는 싸움이었습니다. 내
언어를 세
상과화해시키는법을몰라버거웠습니다. 놓친 시간을 따라
잡는건 또
왜 그렇게 어렵던지요. A4 한 장에 몇 줄 글 하나 얹기가
이렇게 힘든지
새롭게 배우고 있습니다. 그렇게 버둥대던 와중에
이렇게 큰 영광을 안
았습니다. 뭐라 더 표현 할 수 없이 기쁩니다. 또
다시 질 수밖에 없는 싸
움에 나서는 길에 이것 보다 더 큰 힘은 없을
것 같습니다. 이제는 쇠잔
한 머리와 삭막한 가슴밖에 남아 있지 않지만 시간이 허락하는 한 많은
말을 찾는 여행을 이어가고 싶습니다.
저에게 한 자락의 자리를 허락해 주시고 또 의미
없이 흩어져 있던 제
말들을 있어야 할 자리로 이끌어 주신 심사위원님들께 깊은 감사를 드
리며 月刊『現代詩學』여러분께도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또한 항상 저
에게 격려를 주셨던 선배 문우님들께도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月刊『現代詩學』2012년 4월호 게재
'김인숙' 님의 프로필
*성신여자대학교 同 대학원 일문학 석사
*관동대학교 일어일문학과 겸임교수
퇴임
*2012년『현대시학』신인추천작품상 수상 등단
*2014년『한국현대시인협회』작품상 수상
첫댓글 나이도 있는데 표현이 이렇게 신선할 수도 있다니! 우리도 힘 냅시다.
쉽게 쓸 것 같은 시 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왜 어렵게만 느껴질까요.
제목부터가 다르지 않나요? - 현대적인 감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