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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우리들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때로는 표류하고 있는지도 몰라요.
우리는 어쩜
이 세상이라는 곳에서
스스로 걷는다고
생각하고들 있지만
표류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잠을 자다가
문득 눈을 떠보니
물 위에 둥둥
땅 위에 둥둥
하늘 위에 둥둥
나는 누구와 함께
어디에 있는 것인지
나는 어떤 목적을 가지고
어디로 향하고 있는 것인지
사실, 저는 잘 모르겠어요.
제가 살아가는 것인지
어찌어찌 살아지는 것인지.
_삶의 표류, Jiri-깽이 恩敬, 아름다운 나의 이야기(아나story)_
산으로 바다로 다니며
수없이 지도를 들여다 봐왔지만
제주도 지도를 제대로 들여다 본 적은
별로 없었던 것 같아요.
여행갈 때는 보통 가야할 부분만 찾아 들여다 봤을 뿐.
이곳 제주도에 오기 전,
부산 오륙도에서부터
창원~고성~통영~고성~사천~하동
광양~순천~여수~순천~보성~고흥~보성~
장흥~강진~해남의 땅끝마을 마지막 구간까지
남해안 총 1,200km를 표류하듯 걸었고.
이번에 제 표류지는 바로 제주도(濟州道)
해남 땅끝마을에서 남쪽 바다로
직선거리 90km 정도 되는 곳입니다.
바다에 길이 있다면 주말 동안 걸어서
닿을 수 있는 거리며,
손에 잡힐 듯 참 가까워요~
제주도는 가운데를 가로로 딱 갈라서~
위로는 제주시, 아래로는 서귀포시
2개의 시로 나뉘어져 있구요.
한자로 제주도(濟州道)[건널제/고을주/길도]
제주도는 섬도(島)자를 쓸 거 같지만
아니라는 말씀을 전하며^^
예전 섬도(島)자를 쓰던 전라남도 행정구역 일부였던 적도 있지만
해방이 되고 1946년 8월1일
길도(道)자를 쓰는 하나의 행정구역이 되었습니다.
하나의 큰 행정 구역 등을 나타낼 때는
길도(道)자를 씁니다.^^
전에 이 사실 알고는 쪼매 신기했었습니다.
제주라는 명칭은 고려 고종(1214)때부터
사용하기 시작하였구요.
그전 삼국시대 때에는 탐라국이라는 이름으로^^
제주는 '바다를 건너가는 고을'이란 뜻이며
제주특별자치도로의 출범은 2006년 7월부터~
제주 해안길 시작은 용두암(龍頭巖)에서부터.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었구요.
공항에서 가까운 곳이라서.
승천하지 못하고 돌이 되었다는 이녀석
뭔가 원망하듯 속에 있는 것들을
하늘 향해 쏟아내고 있는 듯 거칠어 보입니다.
움직일 수 없이 어떤 족쇄에 묶여 있다는 것은
얼마나 가혹한 형벌인지...
이녀석은 기한이 정해져 있지 않은
유배 생활 중일까요?
그 옛날 이곳 제주도에 유배되었던
광해군 등 왕족이며 추사 등 선비들,
네델란드에서 일본으로 가던 중 표류하다가
한동안 억류 제주 생활을 했던 하멜 일행들이
어떤 마음이었을까? 잠시 생각해 보며...
그들도 이 용처럼 때론 울부짖었겠지요.
하늘 향해,
끝도 없이 펼쳐진 바다 향해~
제주에서 5일간의 여정에 함께할
제겐 너무나 사랑스러운 그녀인 엘리사벳 언니
"언니 제주도 해안길 같이 갈까?"
언니와 미리부터 시간을 정해 빼놓기로 약속해뒀고
이렇게 약속된 시간은 왔습니다.
언니에게도 제주도 한바퀴는
늘 마음 한 켠의 꿈처럼 있었대요^^
하루에 60km를 걷는다는게 쉽지 않다던 방장님
제가 5일간을 걸어낼 수 있을지
사실 저는 별로 의심하지 않았는데
주위에서 3일 이상 걸어본 사람들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산이 아닌 도로에서 하루 60km씩 걷는다는 것
이틀까지는 누구나 할 수 있지만
3일째부터는 모르긴 몰라도 꽤나 힘들거라며...
토요일 오전, 비행기 타고 제주도 도착했구요.
대한항공 큰 비행기라 그런지 역시나
떠오르는지도 모르게 잠들었다가
내려서는지도 모르게 잠에서 깼습니다.
제가 머리만 대면 잠을 그렇게나 잘 자요^^
눈뜨니 벌~~써~~ 제주도 땅 위.
택시로 잠시 이동~ 용두암에 도착,
걷기 시작한 시간은 오전 11시30분입니다.
5일간 제주해안둘레길 걷기
일단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엘리언니와 제가 결국 해내고 왔습니다.
쉽지 않은 걸음임을 인정~
1일차) 2월26일(토)
오전11시 30분쯤 시작~밤10시까지
용두암~김녕항 인근 35km
고래고래게스트하우스
2일차) 2월27일(일)
새벽5시 넘어 출발~새벽1시30분까지
김녕항 인근~표선해수욕장 인근 65km
뉴그린펜션
[누적 100km]
3일차) 2월28일(월)
5시30분 출발~새벽1시까지
표선해수욕장 인근~대포포구 인근 58km
다솜펜션
[누적158km]
4일차) 3월01일(화)
새벽6시 출발~새벽1시까지
대포포구 인근~신창리포구 인근 57km
배배게스트하우스
[누적 215km]
5일차) 3월02일(수)
새벽6시30분 출발~새벽12시10분까지
신창리포구 인근~용두암까지 50km
(호텔엘린 투숙)
5일간 제주해안길 총누적 265km
하루 약 60km씩 걸어내기 위해
걷고 걷고 또 걷고,
암튼 농땡이도 쪼매 부려가면서
제주도가 너무 발길 붙잡아대는 통에^^~
그래도 나름 열심히 걸었다는 사실.
가야할 곳 그 목표만 분명하다면
멈추지 않고, 포기하지 않고 나아간다면
어느새...그 최종 목적지에서
활짝 웃고 있는 나와 마주하게 될꺼예요.
용두암 구경하고 나오니
입구쪽에 제주에 사시는 한다음님이 짜잔~
처음 뵙지만 딱 봐도 알아보겠더라고요.
언제 어디서 만나자는 약속도 없이
불시에 그렇게 만나게 되니
얼렐레?? 깜짝이야. ㅎㅎㅎ반갑네요.
처음 시작부터 용두암 모습에 입 반쯤 열리고~
여긴 숨겨진 명소처럼~ 뭐지??
초록의 물빛이며
용연계곡의 멋진 바위 절벽 모습 속에 정자까지 떡하니~
달밤에 풍월좀 읊으시던 제주 양반분들
이곳에 배 띄워놓고는
낭만의 시간들 심히~ 보내곤 했을 듯.
용연구름다리를 건너갑니다.
한천 물줄기가 바닷물과 만나는 곳으로
한라산 백록담 북쪽계곡에서부터 시작되어 이곳까지~
가뭄에도 물이 마르지 않는다고 전하구요.
용연에 살고 있는 용이 승천해
이곳에는 비를 내리게 한다는 전설이 서려 있습니다.
물 참 많죠^^
용두암에서 동쪽으로 200m정도 거리로
용이 놀던 놀이터래요^^
걷기 시작하고는 얼마되지 않으니
점심 시간이...
밥 때는 왜 이렇게 빨리 오는지^^
한다음님께서 제주에 왔으니 제주갈치조림을 먹어보자며
안내해준 곳은 탑동광장을 지나고
서부두명품횟집거리에 있는 한 식당~
짜잔~ 제주에 왔으니, 요건 필수로 한잔씩
생유산균 가득한 제주 막걸리까지~
막걸리가 이렇게 맛있어도 되나????
갈치의 뽀얀 살이 통통~ 음~냠냠~
한다음님께서~ 건네주신 막걸리며
덜어주신 갈치 넙죽넙죽~ 감사히 잘 먹었습니당.
배 흐뭇하게 두드리며...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산증인~
제주의 의녀(義女) 김만덕(金萬德, 1739년~1812년)
심한 흉년에 본인 사비를 털어 제주도민을 구원한 공로로
정조가 상을 내렸으니
그 소원이라는 것은
한양의 궁궐과 금강산을 보고 싶었던 것
^^
원래 제주 도민은 관의 허락없이
섬 밖으로 나가지 못했다고 하니
얼마나 파격적인 대우였는지....
200년이 넘게 지난 지금까지도 이렇게
김만덕이라는 이름이 제주 곳곳 길마다 붙어
우리 마음을 흔들흔들~
이 세상에 태어났으면 김만덕만큼은 살다 죽어야할텐데...
더 땀나도록 분발해야겠습니다^^
만덕아~~~ 하고 부르면
객주 어딘가에서 담장 너머로
어여쁜 처자 한사람 얼굴 내밀거 같아요.
이제 몇 개월차^^ 제주도 새내기
이청득심님~
이청득심님은 제 남해안 별책부록 진주 후기에
댓글을 너무나 감사하게 달아주신 연으로
제가 기억하고 있었던 분^^
제주 간다는 제 글에 오면 연락달라고 댓글을 남겨주셨고
연이 닿아 이렇게 처음 만나뵙게 되었습니다.
ㅎㅎㅎ 댓글은 인연의 시작~
제주에 살고 있는 한다음님과 이청득심님 두 분도
역시나 이렇게 첫만남 중^^
제주도 해안둘레길 하러 간다고 하니
왜 해안길을 걷냐고, 올레길을 걸어야지~
그렇게 말씀하신 분이 계셨어요.
해안둘레길은요.
산으로 따지면 마루금이며
육지와 바다의 경계^^
우리 산 좋아하는 사람들은 또 마루금 좋아들 하잖아요.
^^
동해안, 남해안도 그랬지만
누군가 인위적으로 만들어 놓은 파랑길, 올레길보다는
좀더 자연 곁에 붙어서 숨쉬며
제 나름 생생한 대자연을 만나고 싶어서 저는 늘 해안길로^^
이렇게 길도 찾아보며 걸음할 수 있는
해안길이 너무너무 좋습니다.
일몰이 아름답기로 유명하여
'사봉낙조(沙峰落照)'라...
이곳 사라봉은
제주시민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장소래요.
여기 오니 정말로 운동하러 나온 분들 모습
적잖게 만날 수 있었습니다.
오르막 쪼매 올라왔더니 헥헥~더워요~
덕분에 상의 하나 탈의하고 갑니다.
우리 제주 온다고, 그동안 그렇게 춥던 날씨가 짜잔~
날이 확~ 풀렸어요.
제주에도 진짜 봄이 왔나봐요.
내 마음에도 봄이 파릇파릇 올라오는 중.
우리가 사라봉으로 올라
이렇게 돌 수 밖에 없었던 이유~
부두쪽으로는 절벽
사라봉에서 떨어져 내리는 해안가의 모습
한다음님 덕분에 뒤돌아 살펴보며
걷고 있어요.
제주 토박이 가이드 한 명 초빙^^~좋아라~
제주의 생생한 이야기들도 함께.
여긴 원래 물길로 화북천인데
지금은 물 흔적이 없어요.
한다음님 사모님 원래 댁(친정)이 여기서 가까웠었는데
예전에는 이곳에 와서 빨래도 하고 그랬었대요.
물이 마르지 않는다던 용연계곡에는
물이 한가득 있었는데
얼마 떨어지지 않은 이곳은
강 폭도 이정도면 작은건 아닌데...
메말라 있으니
아까 만났던 용연계곡이 더 예사롭지 않고 신통해집니다.
화북천 너머로 우리가 걸어왔던 길
저곳이 바로 지금은 돌로 쌓은 담장만이 남아 있는
잃어버린 마을인 곤을동
제주4.3사건...
한동안은 입밖으로 꺼내는 것조차 허락되지 않았던 참극
1947년 3월1일,
제주 관덕정에서의 3.1절 기념식에서
경찰이 말을 타고 지나가다가 6살 아이를 치는 사고가 발생
경찰이 인지하지 못했는지 그냥 지나 가자
군중들이 화가 났고
또다른 경찰들이 보고는 폭동이 일어난줄 알고 총을 쏴
6명의 사람이 죽게 되었었죠.
이후 경찰에 반기를 들고
제주도민 95%가 총파업에 들어가며
발단은 이렇게...
남로당의 무장대와 토벌대간의 무력 충돌로
제주의 대량 학살은 시작되었습니다.
이유도 모른채 끌려나와 죽어갔던
제주의 많은 사람들...
곤을동 '세상에 이런일이' 방송에 나왔었다는
이런 곳도 지나갑니다. 이곳은 카페^^
곤을동 마을을 조금은 무거운 마음으로 지나가며...
이곳 말고도 제주도에는 조천읍 등
아픔의 현장이 너무나도 많이 있습니다.
애 어른 상관없이 자행되었던 대량학살 초토화작전
ㅠㅠ
아, 사람을 사람으로 대하지 않는 세상
왜 그렇게 세상은 잔인해야만 했는지...
저는 이제까지 제주도에 쌓은 돌담은
그냥 막연하게 돌담인줄만 알고 있었어요.
그런데, 환해장성이라는 말을
이번에 제주로 오기 전에 처음 접하고
어떤 모습일까 궁금했었습니다.
곤을동환해장성, 별도환해장성...
그리고 이곳 삼양환해장성까지
제주도는 지역적으로 적의 침범이 잦았던 곳으로
왜 바닷가쪽으로 고리처럼 제주도를 빙~ 둘러
성을 쌓았어야 했을까
이해가 가기 시작합니다.
얼마나 많은 제주 사람들의 손을 거쳐
해안 전체에 돌담이 만들어졌을지...
제주도는 삼다(三多)도라...
돌, 바람, 여자
진짜 돌 많기도 많습니다.
돌이란 돌은 모두 모아 담을 쌓고 성을 쌓았을건데
돌아보면 어느 곳에고 돌 없는 곳이 없을 정도...
제주도의 삼무(三無)도 알고 계시나요?
도둑, 대문, 거지가 없는 살기 좋은 곳
최고의 국내 관광지가 되어버린
제주의 삼다(三多)가 이제는
렌트카, 편의점, 쓰레기로 바뀌었다고 하는데
우스개로 넘기기에는 좀 씁쓸하기도...
사실 걷다보니 해안가쪽으로
바다에서 밀려온 것도 있겠지만
부끄럽게도 쓰레기가 좀 많긴 많더라고요.
오우~ 제주에는 서핑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춥지않을까 싶은데...
하얀 포말 파도 위에 서있는 모습
너무 멋지죠~
아이스크림도 겨울에 먹어야 더 맛있는 것처럼
서핑도 찬바다 겨울에 하는 것이 더 신나려나??
파도를 탄다~ 우왕~
삼양검은모래해변
때 되면 모래 찜질하러들 많이 온다고 합니다.
동네 어르신들 용돈벌이로도 굿~굿~
여기 위쪽으로 삼양수원지가 있구요.
바닷가쪽으로도 물이 철철철철~ 쏟아져 나왔습니다.
이게 바로 용천수^^
한다음님이 내려서더니 물맛을 보더라고요.
우리들 생각에 바닷가로 들어오는 물은
누군가 쓰다 버린 허드렛물일거 같은데...
아니었던가 봅니다.
그래서 저도 따라서 낼름~
민물.. 물맛 괜찮았어요.
엘리 언니도 맛보고.
현지분, 물에 대해 잘 아는 분이 같이 다니니
이런 체험도 해봅니다^^ 히힛!!~
제주도는 불로 만들어진 화산섬이잖아요.
오랜 세월 그 검은 현무암 돌들이 잘게 잘게 부서져
이런 특별한 검은 모래 해변~ 광경이 연출.
검은 모래는 좀더 흙처럼 보드랍고
걸어보니 모래사장인데도
푹푹 빠지는 것이 없었습니다.
그냥 폭신한 흙길 걷는 느낌이었달까요?!~
아~ 제주도 와서 제대로 바닷가로 처음 나와봤어요.
좋다~ 좋아~
물빛이며 하늘빛까지...
공기도 좋고.
요즘도 이렇게 나와 빨래하는 분이 계시네요.
이런 모습들을 만나고 싶었어요.
시간이 지나면서 이제는 자주 만날 수 없는 모습
아예 없어져 버릴지도 모르는 모습
제주에는 포구쪽에도 용천수들이 많이 있는데
이 물도 그 용천수들 중 하나인
샛드리물
이름도 참 정감있고 예쁩니다^^
고개는 계속 왼쪽으로~
나중에 제주해안길 끝나면
몸이 왼쪽으로 틀어져 있을 거 같아요.
제주도 와서 렌트카만 타고 다니면
자전거와 오토바이만 타고 다니면
이런 소소한 즐거움 모두 놓치실건데...
도보가 얼마나 좋은지
해안길이 또 얼마나 좋은지...
길 없는 곳 일부러 찾아들어 해안길 가까이 이렇게^^
새싹보리밭으로 걸어갑니다.
우리 제주 구경왔는데
너희들도 빼꼼~ 세상 구경 잘 하고 있니??
너희들은 초록으로~
제 마음도 파랑, 초록으로 점점 물들어가고 있어요.
마음이 저도 모르게 불쑥불쑥
"좋아~" "아~ 좋다"를 남발하고 있는 중.
길이 있든 없든~ 궁금하니까
"한번 가볼까요?"
"가보죠뭐~" ㅎㅎㅎ
우리들이 걸어가서 이또한 길이 되고
제주의 이분들도 참 좋다~ 한다음님, 이청득심님~
둘도 좋지만
셋도 좋고
넷도 좋아요.
멋진 소나무 두 그루가
그림처럼 바닷가를 바라보며 서 있는 곳
유채꽃이 옹기종기 피어나는 곳
그 그림 속을 유영하듯 걸어갑니다.
하트가 몸 속에서 수시로 뿜뿜
쏟아져 나오고 있어요.
바다에는 제법 파도가 있는 날로
어느 노부부가 그림처럼 낚시를 즐기기도~
누군가 떠나간 아쉬움을 바닷가에
비석에 담아 놓기도 했더라고요.
산다니는 우리들,
산에서도 작은 비석들 종종 만나곤 하는데...
누군가가 나를 기억해준다는 사실은 좋지만
저는 죽으면 흔적~ 남기고 싶지는 않아요.
그냥 지리산 어딘가에 바람과 함께 휘휘!~
뿌려졌으면 좋겠다 싶었는데...
이번에 제주도 바다를 돌면서
생각이 좀 바뀌었어요.
어쩐지 갇힌 산 어느 곳에 뿌려지는 것보다
그냥 너른 들판이나 이런 바닷가에 뿌려지는 것도
좋겠다~ 싶어지더라고요.
제주도 해안가를 걸어가면서
종종 만날 수 있었던 캠핑족들
제주도는 어디고 텐트만 치면
그곳이 그날의 내 집~
앞마당이 바다고, 바람이 벗하고...
이렇게 텐트 치는 것에 별로 제제하고
그런 것이 없는 듯 싶더라고요.
너무 좋겠죠^^
텐트 하나 둘러메고 걷다가
어디든 멋지고 좋은 곳에 텐트를 칠 수 있다는 사실.
그런 제주도 여행도 꼭 한 번 해보고 싶어집니다.
닭모루(닭머르) 이름 특이하죠?
바닷가로 툭 튀어나온 바위 모습이
닭이 흙을 걷어내고 들어 앉아있는 모습과 같다고 해서
불려지게 되었다는 설명이...
닭의 머리처럼 독특하게 생긴 바위라 붙여진 이름
바닷가 제주의 정자는 망루처럼 2층 구조~
딱 봐도, 어쩐지 여기선
잠시 쉬었다 가야될듯 싶어집니다.
정자에 점을 찍듯 그렇게 잠시 머물며...
저 남도의 육지땅에서부터 오는 바람일까?
저쪽이 해남 또 저쪽은 강진 장흥...
어쩐지 남해안 이쪽 구간 걸었을 때의
바닷가 바위와 지금 바라보는 제주도 해안 바위가
좀 닮아있구나 생각도 들어졌습니다.
좋아하면 그리워하면 닮는 것처럼...
엘리 언니와 저도 자매처럼 꼭 닮았나요?
언제나 나에게는 늘 든든하고 죽이 잘 맞는
내 최고의 파트너 ㅎㅎㅎ
한다음님이 가져온 한라봉이며,
이청득심님이 가져온 레드향 제주초콜릿까지~
이런 것들이 제주 산지의 간식~이네요. 음~ 향도 좋고.
아~ 이분들이 오셔서 이렇게 같이 걸어주시니
너무~ 좋습니다.
이제 제주의 남자들이라 불러드려야겠당~
엘리언니와 저는 지금 이 두 분 덕분에
제주를 맘껏 제대로 즐기고 있는 중^^
호강 제대로
호사 제대로
잠시동안 제가 제주를 걸어보고 있지만...
순간 욱~ 해서~
ㅋㅋ 즐거운 욱~이라 해두죠.
제주 바람~ 제주 바람~ 그러잖아요.
모자가 날아가려고 해서
아~ 제주바람은 깡패바람이구나~ 싶었다니까요.
깡패도 좋고 바람도 좋고...
깡패라는 말에 다른 뜻도 있는거 아시죠?
외모나 능력 등이 월등히 좋을 때
우리는 또 깡패같다~라는 말을 쓰잖아요.
제주도는 깡패예요. 아름다운 깡패 제주~
아~ 이 사랑스러움이라니...
제주도 해안길 따라 걷다가 참 많이 만날 수 있는
남탕, 여탕의 모습이예요.
하늘은 뻥~ 뚫려있구요.
용천수입니다.
보면 칸이 세 칸으로 나뉘어 있지요.
맨 윗칸은 식수로 사용 가능.
두번째 칸은 채소 등을 씻을 수 있는 공간
그리고 마지막 세번째는
목욕과 빨래할 수 있는 공간이래요.
이곳 용천수 이름도 '안갯물' 너무 곱죠.
"이따 안갯물에서 만나~^^"
이렇게 이야기했겠죠. 아 참말로 정겹다~
물질하고 와서 이렇게 공동 노천에서 씻고 집으로 가면
진짜 좋겠다 싶어집니다.
제주도 이런 모습 하나 하나 보면
진짜 멋지구나, 지혜롭구나 싶어집니다.
우와~ 대단한 제주의 선조들~
제주도를 여행하면서 용천수를 모르고 가면 앙돼요~
용천수가 있는 곳 위주로
예전부터 마을이 형성되었었겠지요.
지금 어딘가 오름을 거닐고 계실듯한 죽천님~
제주 오름 하고자 제주살이 중이십니다.
제주 곳곳에 녹색의 저 시그널
아마 둘레길이며 오름마다 만나실 수 있을꺼예요.
죽천님과는 방장님과 백두대간16구간 하면서
추풍령 눌의산을 지나 가성산에서
우연히 만난 인연.
그때 죽천님은 대간~정맥,
그리고 자잘한 지맥들을 그렇게 소리없이
모두 해나가고 계셨었네요.
그리고 이제는 제주살이하며 오름 섭렵 중~
우리 산꾼들의 든든한 맏형님이자
산 후기들마다 등장하지 않는 곳이 거의 없을 정도로
너무나 많은 산에
봉우리 명패 작업이며 식수 작업까지.
제겐 영원한 오라버니인 준희오라버니와도
친친~인 죽천님이십니다.
"오라버니라 부르는 걸 허~하노라~"
ㅎㅎㅎ 그래서 언제부터인가
내내 준희 오라버니라 부르고 있구요.
어디 걸음하러 갈때마다 잘다녀오니라~
응원해 주시고 계십니다.
제 후기도 꼭 찾아서 읽어봐주시구요.
그 마음 아니까^^
그러고 보니 길에서 걷다가 만난 귀한 인연들이
제게는 무엇보다도 큰 자산, 힘이 되고 있어요.
아~ 생각만해도 참 좋은
나의 사랑스런 사람들
방장님과 죽천님은 원래 알고 계셨던 분들이셨다는데
그때 서로들 못 알아봤다가는
그냥 지나치려던 순간 어찌 알아보고는
가성산 그곳에 자리펴고 앉아서
한참을 헤어지기 아쉬운 마음 달랬었습니다.
죽천님과의 첫만남
백두대간길이 떠오르는 시그널이 나풀나풀~
기억은 섬광처럼 반짝^^
앞서 걷고 있는 이청득심님, 한다음님과도
이렇게 제주에 와서 고운 인연이
말랑말랑~! 시작되고 있습니다.
알고 있는 사람이라, 만난게 아니예요.
연은 어쩜 내가 먼저 다가가
이렇게 만들어가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제주에 용천수가 얼마나 많으면
용천수탐방길이라는게 존재합니다~
그래서 한동안은 처음 걸음하며 용천수 만날때마다
신기해서 사진에 담다가는
걷다보니 너무 많아서...
일일이 담으며 가지 못했습니다.
그저 눈으로 마음으로 만나며...
뭐야? 뭐지??
ㅎㅎㅎ 제주 똥돼지 화장실이래요.
설명을 못들었다면
그냥 집이구나~하고 지나갔을 작은 골목길
예전엔 이곳에 돼지가 있었다는거네요.
인분 먹고 좋다고~ 꿀꿀꿀꿀~
통통하게 귀여운 돼지 한마리가
담장 안에서 노니는 모습이 그려지며...
내똥 니똥~ ㅎㅎㅎ
근데 어쩐지 이름 앞에
'똥'이라는 글자 들어가면 저는 참 친근하고 좋던데...
우리집 댕댕이도 그래서 "똥깽~"
우리 조카도 부를 때 "똥주윤, 똥주헌~"
유배되어 온 사람들이 제주의 관문인 이곳에서
한양의 기쁜 소식을 기다리면서
북녘의 임금에 대한 사모의 충정을 보낸다 하여
연북정(戀北亭)
모양과 크기가 옹성과 비슷한 것으로 미루어 보아
망루의 용도로 지어졌을 듯 싶다고 안내판에 적혀 있네요.
북쪽 육지에서 누군가 배타고 오면
가장 먼저 보이는 곳
이곳에 올라 소식 기다리다
해가 저물고 발길 돌렸을 뭇 사람들
어쩐지 이곳에서는 그 간절한 마음이 어떤 기운과 함께
고스란히 전해지는 듯 해요.
연북정 바깥을 감싸고 있는 조천진성~
외적의 침입을 방어하기 위해
해안이나 내륙 지역에 쌓은 성곽을 진성이라 하구요.
이곳의 조천진성 외에도 제주에는 총 9개의
진성이 있다고 합니다.
금당포(金塘浦)터
고대 전설에 나온다는 금당포터
진시황의 명으로 불로장생의 선약을 구하기 위해 서불선단이
중국을 떠나 맨 처음 도착한 곳이 이 포구로 알려져 있대요.
이곳의 천기를 보고 조천(朝天)이라는 글을
바위에 새겨놓았다고 하며
그 바위는 고려시대 조천관 건립공사 때
매몰된 것으로 전해진다고.
제주를 탐라국이라고 불렀었잖아요.
탐라...누군가는 탐라가 '타임라인'의 준말이라고...
지금 저는 꼭 타임머신 타고
지구상에는 존재하지 않는
지상낙원에 떨어져버린 것 같기도해요.
제주에서이 이 시간은
순간순간이 그림처럼 정지되고
아~ 나의 제주, 나의 탐라, 나의 타임라인이여~
제주울돌목이라 할 만큼
파도가 거센 곳이라는 말이 정말 실감.
파도가 바위에 부딪혀 하얗게 부서지는
그 힘이.. 그 소리가...
파도가 부서지는 바위섬...
인적없는 이곳에...
세상 사람들 하나둘... 모여들더니~
남은 것은 바위섬과 흰 파도라네~
파란 하늘에 흰구름 둥둥~
파란 바다에 흰파도 철썩~
파란 마음에 흰바람 휘이~
여기는 뭐!!~ 몽골의 대초원같기도 하고^^
제주도는 참~ 아꼽다~
제주도 방언 '아꼽다'라는 말은요.
예쁘다. 사랑스럽다. 귀엽다. 소중하다. 귀하다
제주 바닷가 걷다가
저런 조금 큰 바위들을 세워 고정, 붙여놓은 것들 보고는
엘리언니랑 이야기했었는데...
왜 돌들을 저렇게 세워뒀을까요?
그것도 다닥다닥 붙인 것도 아니고... 듬성듬성
좀 제멋대로인 것도 같고
방사벽의 일종이려나???
왜일 것 같으세요??
환해장성(環海長城)
제주 전체 해안 300리에 둘러진 장성
고려시대부터 시작하여 조선시대까지 계속 축성하였으며
바다로부터 오는 적의 침범을 막기 위한 시설.
이 성은 삼별초의 진도거점 시기에
개경정부가 보낸 관군이
삼별초 진입을 막기 위해 자연석으로 쌓기 시작한 것
높이는 대략 2m안팎입니다.
불턱은 바닷가에 돌담을 이용
어깨를 가릴 정도의 높이로 쌓아 만든
해녀들의 탈의장이며 휴식처
안에 들어가보니 불을 지필수 있도록
되어 있었습니다.
방사탑
신흥리 바닷가에 서있는 두 개의 탑
마을 사람들은 탑을 세운 방향이 허(虛)하다고 하여
남쪽과 북쪽에 1기씩 세웠다고 하구요.
이 탑들이 큰 재앙을 막아 준다고 하네요.
남쪽 포구에 있는 탑은 큰개탑 또는 생이탑
탑이 상단부가 오목~ 음탑을 뜻하고
북쪽에 있는 탑은 오다리탑, 생이탑이라 하여
탑 위에는 길죽한 돌이 세워져 있어~ 양탑.
탑에도 음탑과 양탑이 있다는 사실.
음과 양의 조화~
바다 가운데 2기의 방사탑은 복원한 탑으로
신흥리 비지정 방사탑이라 합니다.
한다음님은 다른 일정이 있으셔서 여기까지만 같이 걸음~
신흥리방사탑인근에서 아쉬움의 인사~
잠깐 얼굴만 뵙게 될 줄 알았는데
이렇게 오랜시간 함께해주며
제주의 살아 있는 이야기며 길안내해주셔서
너무너무 감사했습니다.
고마워요 한다음님~
투명한 저 물빛에 또 발길 붙잡히고 말았어요.
곳곳에서 사랑스러움 폭발~
이러니 진도가 빠르게 나갈 수 없잖아요.
온통 알록달록 무지갯빛
조천읍 함덕리 정주항 해안길을 지나가며...
하늘빛과 물빛은 동색으로~
커다란 바다 안에 파랑 물감 한방울 떨어뜨리고
후~하고 입으로 불면
이런 바다색이 만들어지게 될까요??
아~ 나도 저 바다에 발 담그고 서서
한폭의 그림이 되고 싶어집니다~
그냥 바닥이 훤~하게 보여요.
이 맑은 물 속에는 어떤 녀석들이 살까도 싶고...
물고기들은 여기서 살면
그대로 삶과는 아웃!!
보이는 족족 새들 밥, 사람들한테 잡혀 그날 저녁 식탁 위로~
이런 것들도 불턱의 한 종류겠죠^^
자연친화적인 멋진 휴식장소
짜잔~ 노을지던 부끄럼쟁이 함덕해수욕장~
멀리서 보고
고운 흰모래의 해수욕장인줄 알았는데...
모래가 바람에 날아가는 것을 막으려고
바닥에 이렇게 뭔가로 덮듯 깔아둔 듯.
제주도는 바람이 너무 강해서~
이렇게 안해두면
모래가 사방천지로 날아가버리는 건
시간 문제일 듯.
걷다보면 도로로 날려온 모래들이
대책없이 쌓여있는 곳들도 보였었습니다.
고려는 몽골의 침입으로 임금이 강화도 천도를 했었지요.
결국 원나라의 지배를 받게 되었고
끝까지 굴복하지 않고 저항하며 싸웠던 삼별초
제주도까지 오게되었지만
결국 제주에서 삼별초는...
임금마저도 도망갔던 이 나라
민초들을 위해 끝까지 싸웠던 삼별초분들을 위해
잠시 마음으로 심심한 위로를 보내며...
함덕포전적지
삼별초 항쟁 때 여원연합군이 상륙한 전적지
삼별초가 점거해 있던 제주도에 1273년(원종14년) 4월
여원군이 상륙전을 감행할 때
원수 김방경은 먼저 좌익군을 비양도에 상륙시켜
명월포를 공격할 것처럼 오인시키고
중군을 이곳에 상륙시켰다고 하네요.
양동작전 성공으로 여원군은 그 기세를 타
삼별초를 전멸시키고 승리했다는 내용
서우봉이 보이는 곳에 세워진
서우제당(犀牛齊堂)은
조선시대 봉수대가 있어
왜적의 침입을 알리는 중요한 요새
삼별초의 난이 일어났던 시대에는
삼별초군이 진압군에게 쫓겨
전남 진도에서 경남 거제로 피신해왔다가
거제에서 버티지 못하고 결국 제주까지.
이곳은 삼별초군이 마지막 저항하던 곳.
서우제당은 산신당이기는 하지만
그곳에서 전사한 삼별초군과 정부군의 사망자들을
위로하는 뜻이 담겨져 있는 곳입니다.
뭘까 하고 궁금해서 다가가보니...
고보련 의사자증서
제주동여중 2학년에 재학중이던 당시
함덕해수욕장에서 바다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학원 동료를 구조한 뒤
자신은 힘이 빠져 익사
같은해 12월 보건복지부는 고보련양을
의사자로 선정했다고 합니다.
원래 이청득심님이
서우봉 조망터에 올라서 일몰 보자고 했었는데
쪼매 늦은 우리들.
여기서 보는 것도 좋네요.
나무 모습이 제주스럽고 일몰 빛깔이 너무 곱습니다.
우리 진행 방향이 동쪽이었던지라...
자꾸 뒤돌아봤어요.
제주 해안길을 돌면서
왼쪽으로 고개만 돌리면 바다요.
오른쪽으로 고개만 돌리면 한라산~
한라산 모습이 보이지 않는 곳이란
거의 없을 정도...
제주에 말이 많게 된 배경~
몽골의 지배 때문이죠.
말을 너른 들판 목초지에서 대량으로 사육~
너희들 선조의 고향땅은 어드메뇨.
여유롭게 풀뜯고 있는 이 평화로움이라니...
잠시 쉬었다가...
금방 어둠이 주위를 감쌌구요.
렌턴 꺼내 밝히고
기생화산 오름인 서우봉을 넘습니다.
든든한 이청득심님이 함께 계셨어서
어느 순간 숲이었지만
이 오름을 무서움없이 가뿐히 넘을 수 있었네요.
어둠속에서 북촌의 환해장성길을 지나~ 걷다보니...
밥 먹어야할 시간이 지났고~
우리가 마지막 손님으로 낙점~
우리 뒤에 오신분들은
재료소진으로 되돌아가셨어요.
이야~ 이렇게 제주의 해산물을 통으로~
이런 진수성찬 먹어도 되는건지.
테이블 위에 커다란 철판이 가로놓여지고는
우리들 두 눈은 띠용~
도대체 몇 가지 해산물이 들어있는지...
알고보니 이렇게 길었던 이유가 있었어요.
제일 바닥에 완전 통통 커다란 갈치가 누워있었거든요.
이건 완전 제주 해산물 보약 수준~
여기 사장님 설명도 친절~
자부심이 아주 대단하신 듯
그렇게 딱 그날 정해진 좋은 재료로 요리해서
손님들에게 대접하고 계셨습니다.
후식으로 아이스크림도
다른 곳에서는 맛볼 수 없었던
환상의 맛.
아이스크림만 따로 팔아도
부자되실 듯한 환상적인 맛이었네요.
맥주 딱 한잔씩 기분좋게 곁들여
제주의 바다를 뱃속에 채우며 갑니다.
이청득심님께서 육지 손님들에게 거하게 대접해주셨어요.
이청득심님은 이렇게 첫날 늦게까지 함께 걸어주시다가
집으로 돌아가고~
우리는 좀더 걷다가 김녕항을 지나~
한다음님께서도 전에 묵어봤다며 소개해준
'고래고래게스트하우스'에서
제주에서의 첫날밤을 보냅니다.
저 사실 해안길 걸음하며 모텔에는 종종 가봤지만~
게스트하우스에서 자보는 건 처음이라...
좀 설레이기도 했어요.
거실을 사이에 두고 주방과 화장실은 공통
그냥 주택같은 느낌이었어요.
각자 방이 따로 있는...
그래서 진짜 집처럼 더 편했던거 같아요.
미리 전화해서 예약은 필수~
제주도에 펜션이며 게스트하우스가 많아서
언제든 가면 잠은 잘 수 있겠구나 생각했었는데
예약 안하면 걷는 길 주위로는
잠잘 곳 구하기가 힘들더라고요.
제주에서의 첫날밤이
이렇게 눈이 감기며 곱게도 저물어 갑니다.
둘째날 2월 27일(일요일) 새벽 5시 넘어
밖으로 나와 걷기 시작합니다.
요기가 이름도 잊어버릴 것 같지 않은
고래고래게스트하우스~
편안히 잘 쉬었다 갑니다. 바이바이~
휴대폰 동해 용왕님께 선물하고 왔던
동해안길의 고래불해수욕장이
이 숙소 이름 덕에 잠시 소환되어지며...
모래사장 해안길 신나서 첨벙거리며 걷던 기억들에
잠시 미소가 진~하게 번져갑니다.
도대불... 이름만 보면 뭐지 싶은데...
제주도의 민간등대래요.
등대도 여긴 자연친화적 느낌으로~
해질 무렵 바다로 나가는 어부들이
생선기름이나 송진, 석유를 이용해서 불을 켜면
아침에 들어오는 어부들이 불을 껐다고 합니다.
전기가 들어오면서는
더이상 사용하지 않게 되었다고 하구요.
제주에 바람이 많이 부는데
불을 사용해도 괜찮았을까 잠시 걱정이...
불이 얼마나 무서운지 아니까~
ㅎㅎㅎ 완전 제주도를 제대로 소개해주고 있네요.
당근에 귤~ 저녀석들은 뭔고~~
해녀랑 서핑하는 물고기인가?? ㅎㅎ
어두워서 뭐가뭔지 잘 구분 못하고 걸었구요~
어두워 바닥의 바위며 돌이 위험~ 다시 해변 위로~
여기는 비박하고 계시는 분들 꽤나 있으셨구요.
김녕해수욕장 전용야영장~
주무시다가 발소리에 깰까봐 조용조용 걸음해 갑니다.
여명이 어둠을 밀어내며 밝아오고 있어요.
밤하늘에는 별님 달님이 눈 반짝이며
밤길 걷는 우리들 별일없게 지켜봐주고 있었습니다.
제주도는 밤하늘마저 뭐이리 특별하기만 한지...
아~ 월정리마을을 지나며...
아~구좌읍 월정리로 오니...
아침 노을이 바닷가의 풍력발전기와 콜라보되어
자연빛이 환상이네요.
다가갈수록 점점 그 몸집이 거대해지고~
어둠 속에서 반쯤 감겼던 눈이 이제야 떠지며
제주도가 제 빛깔을 조금씩 내뿜기 시작~
나무는 산에만 심는 줄 알았는데
바다에도 해조류를 심어
물고기들이 잘 살 수 있도록
작업들을 해주고 있나 보더라고요.
누군가들의 보이지 않는 선의 영역들
아~ 너무도 평화로운 제주의 아침 바닷가...
구좌읍 한동리 해안가 길 따라~
어떻게 살고 있습니까? 편안하십니까?
위기가 기회라고 했던가요^^
사실 직장 생활하는 저같은 경우
일주일이라는 시간 내기는 거의 불가능~
십년이상 오래 다녔던 직장이 문을 닫기로
작년 11월 결정을 했고
그렇게 1차, 2차 사람들 퇴사 처리 후
한 주 전, 남아있던 두 명도 마지막 정리.
사장님 두 분과 저만 남아
사무실 2월 25일(금)까지 정리했었습니다.
제주 오기 전날까지 그렇게 마지막 근무하다가
훌훌 털고 이곳에 온거예요.
이렇게 제주도 일주일 놀러온거 보면 팔자 좋다~
그렇게들 생각할 것도 같은데...
남들은 아무 걱정없이 잘들 살고 있는 것 같아보여도
실상을 알고보면 그렇지만도 않아요.
그렇다고 울상짓고 있을 필요는 없구요.
사실 걱정 안되는 것처럼 행동해도 걱정하죠.
왜 걱정이 안되겠어요.
앞으로 또 어떤 일들이 내 앞에 펼쳐질지...
이 일주일이라는 시간은
그런 제게 제 나름 통크게 포상휴가를 준거예요.
그동안 긴 시간 한번 걸어보고 싶었는데
지금 이시간이 아니면
시간 내기도 힘들것 같고,
그냥 걷고 싶었어요. 오래오래~
걱정 근심 모두 잊고 현실에서 떨어져 나와서
이곳 제주도에서 표류하듯~
오래 걸으면 제 몸에 어떤 변화들이 찾아올지도
너무너무 궁금했구요.
어디가 어떻게 아파오고
그런 상황에서 내가 어떻게 극복해갈 수 있을지...
저는 제주도 와서 걸으면서
그런 제 모습을 오롯이 만나고 싶었었습니다.
정면으로 한번 제대로 부딪혀보고 싶었습니다.
어? 여기 라면을 판다는데...
오전9시 오픈이라고 붙어는 있지만
몸부터 들이밀어 봅니다.
이제 8시가 간신히 넘었거든요.
ㅎㅎㅎ 감사하게도 라면 해주신대요.
해산물라면으로다가~
사실 어젯밤 해물통 맛집에서
귀한 보양식 해산물 차고 넘치게 먹었더니
이제 제주도에서 해산물 안먹어도 될 거 같았는데
여기서 또 이렇게 아침부터 해산물 가득 라면을~
9시 안된 시간인데 우리들 말고도
손님들이 찾아들 오고~
라면 먹고 나가기 전
여기 여자사장님과 잠시 이야기 나눴습니다.
너무 빨리 가려고 무리하지 말고
천천히 보며 즐기며 걸으라고 신신당부~
6년전 남편분을 그 좋아하는 산에서 떠나 보내시고
앞만보며 무리하게 걷는 사람들 보면
저절로 제발 그렇게 하지 말라고
당부하는 말이 나온다고 하셨습니다.
남일 같지 않으신게지요.
우리한테도
"몸 잘 챙기며 무리하지 말고
천천히 보면서 즐기면서 걷고, 산행도 잘 하세요."
지나가다가 보면 바다에 하얀포말이 보이는데
그 위로 고래 지나가는 것도 잘 보면
만날 수 있을거라며 문 앞에서 배웅해주셨습니다.
식당안 유리창 밖으로 멀지 않은 여기 앞바다에서도
종종 고래들 모습이 보인대요.
이렇게 가까이까지 오나봐요.
"이거 미역이예요?"
맞다고 하시네요.
미역의 이 비릿한 내음이 또 좋고~
"수고들 하세요~"
요기도 등대가 멋지게 서있네요.
여기 등대 이름은 "도댓불"
제주만의 살아있는 어여쁜 이름으로 곧게 서서
오래오래 남아있으렴~
누군가들의 길잡이로
한때 밤마다 훤하게 불밝혔을 듬직한 녀석.
제주도에는 대문이 없는걸로 유명하죠.
대문 대신 이런 게 문을 대신합니다.
돌담 끝 대문의 틀을 이루는 돌기둥인
'정주석'(구멍을 뚫고)과 '정낭'이라는 긴 나무막대
제주 오기 며칠전 TV에 나오는데
이걸 이야기하더라고요.
총 나무 3개를 걸치게 되어있는데...
아래 1개만 걸쳐두면 옆집에 갔거나
암튼 아주 가까이 다녀온다는 표시
(잠시 외출, 금방 와요)
2개 걸쳐두면 그보다 조금더 멀리 출타 중~
(오늘 중 올꺼예요)
3개를 걸쳐두면 언제 집에 올지 장담못함~
(멀리 멀리 출타 중~)
보통 대문이 닫혀있으면
집에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도 도통 짐작이 되어지지 않는데
제주도는 이렇게 서로 의사 전달을 분명히 하고 있었네요.
도둑이 없고 대문이 없다는 말^^
얼마나 멋진 의사표현 방식이예요.
그런 이야기도 엘리언니와 잠시 나누며~
바람이 제법~ 파도도 제법~
나 쫌 거친 녀석이야~
근데 좀 전 라면집 사장님왈
어제 오늘의 이런 바람은 센것도 아니라시더라고요.
요녀석들 모여있는것좀 보세요.
다들 같은 종류의 녀석들일 거 같은데...
왕따나 텃새부리는 거 없이
여러종류의 새들이 함께 어우러져 생활하고 있어요.
비나이다 비나이다
늘 오는 마당엔
용왕님만 믿고 옵니다.
바램이 있다면
우리식구 어디가서
다치지 말고
몸 축나지 않게
마당물질 오래해서
나 먹을껀 내 힘으로
먹게시리
살펴줍서 살펴줍서
아~ 미쳤다~
정말 깡패 비쥬얼 제대로~
당근주스라는 말에 이끌려~ 카페에 들어갔습니다.
제주도에 왔는데 한번 먹어봐야 할 거 같아서^^
당근주스 2잔에 당근케이크 1개
이정도의 호사는 좀 누려도 되잖아요.
"포장요~"
카페 바로 앞에 저기 의자로 가서
바다 바라보며 냅다~ 앉았어요.
앉는 순간 우리는 완전 행복함에 푹~ 젖어...
엘리언니와 나 우리 둘은 그렇게 순간
한 편의 그림이 되었어요.
당근주스 한모금 쭉~ 빨았더니
우와~ 이맛~
당근케이크도 당근향 가득 머금고 음~맛있네요.
그렇게 당근주스 소품 삼아 둘이 사진찍고 놀고 있으니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합니다.
누가봐도 이곳은 깡패 비쥬얼이니까^^
세화해수욕장의 파란 바다와~ 티끌없는 파란 하늘
거기에 당근주스의 또렷한 색감~
봄꽃 유채의 화사한 화분까지~
바라보고만 있어도
어떡해 어떡해~ 너무 이뻐서... 발 동동~
급기야, 카페 사장님까지 일하다가 뛰쳐나와
우리 당근 주스를 모델로 세우고 사진 찍기 열중~
모르는 사람들이지만 서로들 사진 찍어주며
한동안 왁자지껄 즐거웠어요.
해변가를 거닐면
누구나가 그대로 그림속의 주인공이 되어지고...
얼마나 편안한지...
세화해수욕장에 누워서 본 하늘빛은
또 얼마나 가슴 쾅~ 철렁~인지...
바다를 바라보면
바다에 첨벙 빠져들고 싶고
하늘을 바라보면
하늘에 풍덩 빠져들고 싶어집니다.
제주도 해수욕장 찾으신다면
세화해수욕장도 또한 놓치지 마세요.
물론 당근주스도 꼭 드셔야하구요.
당근~ 하면 제주도 당근이 또 유명하잖아요.
제주도 절로가는길이라고들 하길래
"저리"로 가라 할 때 그 절로~를
말하는줄 알았는데
절 사(寺)의 그 "절(寺)로 가는 길"
제주도에 절이 많은가봐요.
불교성지순례길
보시의길 / 지계의길 / 인욕의길
정진의길 / 선정의길 / 지혜의길
이 길은 지혜의 길로 161km
22개의 사찰을 만날 수 있는 길이네요.
제주시와 서귀포시 해안가쪽 위주로 걷게되며
선광사-보문사-산방사-서산사-영조사-월성사-월계사-
선운정사-흥룡사-정광사-선림사-홍법정사-제석사-
보덕사-삼광사-화천사-덕림사-금용사-용문사-
금붕사-동암사까지~
아~ 언니 어디오나 뒤돌아보니
한라산~ 눈 머금은 모습이 제대로~
지금 당장 저 산에 가고싶다!!
제주도는 어느 곳을 걷든
안내판이 깨끗하게 참, 잘 되어 있었습니다.
조금 걷다보니 만날 수 있는 해녀들의 불턱~
이번에는 하도리 마을~
영문도 좋지만 한글로 해놨어도 참 좋았겠다 싶어요.
우리 한글도 너무 예쁜 글자인데...
돌담이 보이고 걸으멍 쉬멍~
사람들이 다들 성벽 위를 열심히 걷더라고요.
왜 다들 저렇게들 위에서 걷나~ 그랬더니만...
저곳이 바로 별방진이었네요~
제가 제주도에서 만나고 싶었던 것들은
자연도 자연이지만
이런 생생한 삶의 모습들~
방장님이 전에 제주도 다녀오시고는
제주도 사람들은 인사를 해도 인사를 안받는다며
진짜 이상하다고 했었는데....
방장님, 같이 산행을 하든 해안길을 걷든
늘 제일 먼저 당부하시는 말씀이
인사를 잘해야 한다는 것!!!
자~ 궁금하잖아요.
궁금하면 궁금증 풀어야죵.
저분들은 진짜 제주도 분들이니까... ^^
인사하면 어찌 반응하실지...
"안녕하세요~"
뭐야 이 반응~
인사 너무 잘 받아주시잖아요.
진짠가? 그래서 저 뒤에 걸어오시는 분들한테도 인사했는데
역시나 다들 너무 잘 받아주셨어요.
친절하시기만 하구만~
제주도의 멋진 해녀님들 늘~ 물속에서
아말다말 "화이팅" 하세요.
엄지척!! 진짜 멋지세요.
제주도 돌들은 걷다보면 그냥 꽃같아요.
돌에서도 향기도 날 것 같아요.
그냥 그대로 얼마나 어여쁜지...
꼬물꼬물 금방이라도 살아서 움직일 것도 같고.
혹시나 하얀 포말 위로 고래가 솟아 오르지나 않을까
고래가 솟구쳐 올랐다가 들어가는 것을
놓치면 어떻게 하나...
길가다가도 문득문득 바라봐지게 되는 바다~
보고 또 보고 또 봐도 바다는 질리지를 않습니다.
제주해안길은 올레길과 많은 곳들이 겹쳐지며 걷게 되구요.
지도 보면서 해안가쪽으로 갈 수 있는 곳들은
근접해서 가면 됩니다.
어려울 건 없어요.
제주의 해맑은 해녀님들~
제주는 여자가 많다고 하지만...
이제는 여성대 남성 비율로 보자면
남자가 좀더 많다고 하네요. 역전된겨~
이청득심님도 일조하신거 맞죠?
아~ 바닷가에 우리 쉬었다 가라고
이렇게 멋진 바위 테이블이~ 두둥.
이곳 그냥 지나치면 두고두고 후회할 거 같아서...
앉았다 가요.
엘리언니... 보온통에 담아온 따뜻한 물과
제주 간다고 이쁜 딸이 싸준 맛난 초콜릿~
딸 있는 사람은 참 좋겠당!!
얼마나 착한 딸인지 대전에서 청주공항까지
언니 딸이 태워다 주고 갔거든요.
언니... 딸 생각에 헤벌쭉~
여기에 왜 앉을 수 밖에 없었느냐~
저 앞에 우도가 보이잖아요.
바다물 위로 햇살이 부서져내리고 있잖아요.
이 모습을 어찌 그냥 지나쳐 갈 수 있겠어요.
이 큰 맑음 앞에 저절로 경외감을 생기고...
이런건 말로 표현이 되어지질 않아요.
물속에서 노니는 저 두 사람은 지금 어떤 마음일까?!
아~ 물 속에서 때굴때굴 뒹굴고 싶다.
둥둥 떠다니고 싶다.
저 물을 두 손 가득 담으면....저 물빛이 아니겠지요.
제주 바다라는 그릇에 담겨 있을 때만이
이런 빛깔로 보이겠죠.
깨끗한 물이 '나'라는 그릇에 담길 때
어떤 빛깔을 내는지... 살펴볼 일입니다.
구좌읍 종달리를 지나며....
무엇이 이녀석들을
이토록 한꺼번에 꽃피우게 만들었을까?
입이 떡~ 하니 벌어지며...
여긴 그냥 제주 도로변이에요.
꽃을 보고 웃지 않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요?
꽃 한송이라도 다칠까 싶어
감히 그 안에 들어가지는 못했습니다.
세상의 빈 땅마다 모두 꽃을 심는다면
전쟁이란 것은 일어나지 않을거예요.
보기만 해도 이렇게 마음이 착해지는데
꽃한송이도 짓밟지 못하겠는데...
감히 생명을...
물이 가장 낮은 땅을 채우며
세상에 태극을 만들고~ 흐르게 합니다.
도로변에 길게 널린~ 오징어 덕장~
야들야들 고녀석들 곱기도 하네요.
아~ 그냥 지나쳐가질 못하고는...
"1마리 구워주세요^^"
오징어 굽는거 처음 봤는데....
오징어 하나 굽는 것에서도 장인의 손길이 느껴집니다.
5분은 저렇게 요리조리 눌러가며 만져가며 뒤집어가며...
주려고 내오다가는 다시 또 가서 조금더~
정성이 들어가서 그런지 진짜 맛있더라고요.
1마리에 7천원^^
한동안 야들야들 절대 질기도 않아요.
맛난 오징어 씹는 재미에 신나서 걸어갑니다.
성산 일출봉이 가까워 오고...
저녀석 원래 저렇게 생겼었나 싶어요.
전에도 가봤는데
뭐 차 타고 주차장에 주차하고 올라갔다 내려왔었으니...
제대로된 모습을 본 적은 없었던 듯.
우도(牛島)는
제주도의 섬 중에서 가장 면적이 큰 섬이구요.
섬의 형태가 소가 드러누웠거나
머리를 내민 모습과 같다고 해서
우도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합니다.
섬 전체가 하나의 용암대지래요.
원래 제주도 여행 계획하면
우도는 꼭 함께 넣는 필수 코스죠^^
성산일출봉 정상석 인증~
배낭은 표 끊는 곳 우측 건물 밖에
귀중품 보관하는 곳이 있어서
잠시 넣어두고 왔어요.
산 다니기 전에 여기 올라온적 있었는데
그때 엄청 힘들게 올라왔었어서... 걱정했는데...
ㅎㅎㅎ 한번에 쭈욱~ 올라오게 되네요. 얏호!!
성산일출봉은 다른 기생오름들과는 달리
바닷속에서 마그마가 부글부글~
용암이 분출해서 만들어진거래요.
저 안쪽은 출입이 통제되는 천연보호구역
사슴 몇 마리 뛰어 놀거 같은데...
살아있는 생명은 보이질 않더라고요.
조망 좋은 곳에 잠시 자리잡고 앉아서
푸른 바다 망망대해와
"신비로운 지붕"이라고 표현해도 되려나?
그냥 편안하게 바라보며 쉬었다 갑니다.
오름 빨리 올라왔으니, 보상 충분히 해줘야죠^^
이청득심님이 매표소 입구쪽에 와 계시다는 연락이 왔어요.
부지런히~ 내려가야지요.
성산일출봉 옆면 모습...
뭔가 떨어졌거나 깎여 나간것 같기도 하고...
구멍 같은 것들도 보입니다.
광치기해안길로 들어왔어요~
여기 독특한 해안가네요.
여기 뭐지?
말 훈련시키는건지...
해안가 일렬로 달리는 말들 모습도 보고~
성산일출봉~
북쪽에서 남쪽으로 걸어오면서 바라봤던 모습과는
좀 다르게 보입니다.
남쪽에서 뒤돌아 바라본 모습.
지금까지의 해안 중 가장 많은 관광객들이 있었어요.
저마다 포즈 제대로 잡으며 사진 찍느라 정신없더라고요.
성산일출봉의 기운에 자꾸 이끌려 거짓말 보태서
100번은 뒤돌아보며 걸었던 거 같아요.
잠시 해안길 버리고 도로쪽으로 와서^^
이청득심님 몇 개월 동안 제주도 엄청 다니신 듯 해요.
어디가 좋은지 속속들이 알고 계시더라고요.
이곳에서 유채꽃과 함께 성산일출봉을 함께!!
사실 어제부터 계속 말씀하셨어요.
제주도에 왔으면
제주흑돼지는 꼭 먹어봐야 한다셨는데
오늘 제주 흑돼지 사주러 겸사겸사 또 나들이 나오신거예요.
고깃집 쪼매 다녀봤지만
이렇게 이름표 달고 나온 녀석들 만나는 건 처음입니다.
고기굽는 것도 선수급으로다가~
부위부위 골라서~
일반 육지의 돼지와 식감, 맛이 다르긴 다르네요.
어제 해산물에 이어 흑돼지까지
이청득심님 기어코 계산하고 말았어요.
우리 제주 다녀간 이후로
쫄쫄 굶으시는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ㅠㅠ 죄송하게도...
제주 흑돼지 먹고 기운 펄펄~ 신나서~
다시 해안가로 돌아왔구요.
그림자 길게 해안가로 드리우며, 계속 해안길 이어갑니다.
홀로 해안가를 누비며 말타는 분 또 있으셨구요.
이 멋진 광치기해안길에서 말달리며~
나름 영화를 찍으시네요.
참 부럽기도 하고, 멋집니다.
제주도에서는 이런 모습들이 좀 일상적일까요?
모든 곳에 해안이 있고, 말들도 많으니까^^
걸으며 뒤돌아 보니 성산일출봉 뒷편에
또다른 바위가 숨겨져 있었어요.
존재감을 드러내며~ 나 여기 있지롱~
붉은오름 위에^^
하얀 등대 하나가 궁금증을 자아내며
사람들을 끌어 모으고 있어요~
어찌보면 동물 하나가 넙죽~
엎드려 있는 것도 같고.
오름은 큰 화산의 주 분화구 주위 등성이에 생기는
작은 화산을 뜻하며
산같은 작은 언덕을 말합니다.
자~ 저곳에 한번 올라가봐야죠.
등대 이름이 방두포등대
소원을 들어준다고 써 있길래~
두 손 모으고 빌었죠.
제주도에서 잘 걷다 가게 해달라고.
봉수대가 보이고,
햇살이 비추는 저 언덕
웬 사람들이 저렇게들 모여 있는지...
섭지코지
섭지라는 뜻은 재사(才士)가 많이 배출되는 지세며
코지는 곶을 뜻하는 제주어로
코처럼 튀어 나와 있는 지형을 말한대요.
바닷가에 용암이 굳어서 서 있는 바위며...멋지네요.
짜잔~! 섭지코지에 사람들이 찾아오는 건
이렇게 멋진 유채꽃밭 때문~
아~ 노오란 유채꽃 무리들이 한덩어리로 넘실넘실~
그리고 성산일출봉의 멋진 모습까지도
노오란 유채꽃과 같이 만날 수 있기 때문~
제주도는요.
한라산이 중심에 딱~ 자리잡고 서 있구요.
동쪽에서 서쪽까지가 73km
북쪽에서 남쪽까지가 41km인 타원형 구조로
북쪽 끝은 김녕해수욕장,
동쪽 끝은 성산일출봉
그리고 남쪽은 송악산이며, 서쪽은 수월봉
선바위가 신통해서...
머뭇머뭇대고 있는 중
흰등대 있는 곳... 땅이 어째 좀 붉어보이나요?
붉은오름~
다행이예요.
해있을 때, 성산일출봉이며 섭지코지까지
이렇게 만나고 지나갈 수 있어서~
아~ 해안가 따라 걷다 보니
해는 어느새 숨어버리고~
자연빛을 잃어버린 이 섬에는
반짝반짝 인공빛이 그 자리를 대신 채워 갑니다.
붕~ 떠올랐던 마음도
이제는 조금씩 수그러들며 가라앉고 있어요.
신양포구를 지나 온평포구 사이 편의점 앞~
이청득심님 싸온 간식 시간 갖으며
잠시 쉬어갑니다.
배낭에 먹을 거 이것저것 엄청 챙겨오셨어요.
사람 참 편하게 해주시는 좋은 분~
밤에 걷다가 개가 쫓아오거나 하면
언니랑 저랑 둘이면 어떻게 했을까~ 너무 무서운데
어떡해 어떡해~ 벌벌 주춤~
(둘이어도 어찌어찌 잘 가긴 가겠죠^^)
이청득심님이 함께해 주시니 그저 즐겁고 감사할 뿐입니다.
전에 국토종주 처음 시작할 때도
언니랑 저랑 둘이었는데...
미주언니가 합세해서 셋이 되니
그렇게 든든할 수가 없더라고요.
둘은 든든한데... 뭔가 좀 빠진듯 하고
셋은 ㅎㅎㅎ 암튼 천하무적이예요^^
세상 두려울 게 없어요.
어제보다 더 늦은 시간~
10시 30분...
이틀째의 밤을 보낼 숙소 앞에 도착
여기까지 이청득심 함께해주시고 집으로 가셨어요.
우리 좋은 일에 이청득심님 이렇게 고생시켜도 되나...
이청득심님 앞에서 걸어가는 뒷모습 보면
진짜 잘 걸으시더라고요.
도로길 웬만한 사람들은 힘들어하는데...
서귀포시 표선해수욕장 도로변 가까운곳
뉴그린펜션&모텔
우리는 옆 흰건물 펜션으로 안내되어지고
따뜻한 온돌방~
여긴 저렴하게 5만원^^
펜션방 꽤 넓고 깔끔하고 좋았는데...
어쩐지 엄청 이득본 듯 기분 좋아요.
밤늦게 들어가서 새벽 일찍 나와야 하는 우리들은
숙소 비용이 비싸면, 그 돈이 좀 아까워서...
근데 장거리 며칠씩 걸음 오래 해야할 때는
이렇게 들어가서 쉬지 않으면 안돼요.
피로 풀면서 가지 않으면 금세 탈나버리니까.
1일차 2/26일(토)
용두암에서 김녕항 인근까지 오후에 35km
2일차 2/27일(일)
김녕항 인근에서 표선해수욕장 인근까지 65km
이렇게 이틀동안 100km대를 넘기게 되었습니다.
여행오기 전 계획했던 대로
일단은 잘 진행중.
시간은 예상보다 많이 걸리고 있으며
잠자고 쉬어야 할 시간이 덕분에 줄어들긴 했어요.
그래도 이정도면 무난하다고 봐야죠.
제 발은 그동안 해안길에 단련됐는지
밴드하나 없이 물집 기미도 없이 괜찮았는데
엘리언니 약하고 여린발은 온통 난리예요.
덕지덕지 꼼꼼하게도 붙어 있던 밴딩 테이프들
오늘도 길 걸어오는 동안
그 단도리 하는 모습 보면서
에구구 어쩐댜~
발 보니 언니 내일 그 힘들다는 삼일째를
무사히 걸을 수 있을까 싶어집니다.
발의 밴딩 떼어내는 일이며
물집들 제거 정리까지...
밤이며 눈 떴을 때조차 손댈 일들이 많아집니다.
언니의 휴식은 더 짧아져가고.
언니는 아픈 내색 말은 안했지만
첫날부터 몸(발, 허리)에 이상 증상이 시작됐었대요.
이틀의 길 위에서 시간이 갈수록 고통의 강도는 조금씩 높아지고
이미 시작된 인내와의 사투 중이었던
엘리사벳 언니
장거리 산다니는 사람들에게도
일반도로 해안길 걷기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만은 않습니다.
언니가 제주도 걸음하며
고통으로 너무 힘들었을 때 한 얘기가 있어요.
으으읔~~
국공200km보다도 훨씬 더 힘들다고...
세상에 태어나서 그 어떤 고통보다도
가장 큰 고통을 감내하고 있다고.
저는 그 곁에서 뭐라고 했는줄 아세요??
언니에게 찾아온 그 몸의 증상들이 부럽다고
그런 경험을 하고 싶었던 것은
정작 나였는데...
"언니... 언니의 고통이 나는 개부럽~~"
(저 쫌 얄밉겠죠^^)
ㅎㅎㅎ
우리들은 그런 이야기 장난처럼 웃으며
스스럼없이 하는 사이들^^
언니는~ 아프지만
이 제주의 해안길들이
그걸 넘어설 정도 이상으로 너무나 좋다고
계속 이야기했어요.
^^
... 2부에서 또 만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