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의 후예>의 폭풍이 몰아치고 나니 피폐해진 심리만 남았다.
비의 노래 '태양을 피하는 방법'처럼 태양의 후예를 보지 않겠다고 <미생>을 줄기차게 보았지만 결국 태양을 피하지 못했지 말입니다. ㅎㅎ 판타지도 이런 판타지가 없고 리얼리티라고는 눈을 씻고 봐도 찾을 수 없었지만 그래도 약간의 가슴 떨림이 있었다. 어쨌든 태양을 보내고 나니 이제 친구가 찾아왔다.
바로 tvn <디어 마이 프렌즈>라는 드라마다. 노희경 극본이라는 점이 대번에 눈에 띈다. 중견배우들이 대거 출연한다는 점은 좀 의아했다. 물론 미끼로서의 고현정, 조인성 커플이 나오긴 하지만 두 사람을 제외하고 평균연령이 대충봐도 70세가 넘어 보인다. 채널만 돌리면 꽃미남, 어린 애들이 판을 치는 프로그램이 널리고 널렸는데 (PRODUCE 101 을 보라, 평균연령이 18세쯤 되려나?)이런 늙다리들을 모아놓고 무슨 얘기가 나올까 싶었는데 아니었다. 역시 극본의 탄탄함이 베이스에 깔려 있어서였겠지만 내노라 하는 중견배우들, 원로배우들의 연륜이 묻은 연기 아우라가 장난이 아니었다.
내용을 다 이야기하긴 무리가 있다 싶을 정도로 6회차 지나오는 동안 버라이어티하고 파란만장한 사건들이 많았다. 그 중 어제 방영된 6회에서는 정아(나문희분)는 큰 딸 순영이 남편에게 지속적인 폭행당한 사실을 알게 되는데 그 아픔에 공감하며 하염없이 우는 장면이 나로서도 눈물을 참기 어렵게 만들었다. 순영은 정아 부부가 아이가 생기지 않아 입양한 딸로서 자신을 키워준 부모에게 미안하기도 하여 맞고 사는 사실을 감추었었다. 안타까운 불통이다.
내가 예상했던 노년보다 노인이 되면 일어날 일이 훨씬 많은 날들이 드라마에서 열렸다. 노인은 노인이 아니었고 그 마음엔 아직도 청춘이 흘러넘치는데 세상은 늙었다고 손가락질 하는 세상, 결국 스스로 나는 늙었구나 시인할 수 밖에 없는 것인가? 앞으로의 그네들의 드라마속 모습은 내 미래의 그것이 될 가능성도 있으리라 생각하니 가슴 한편이 서늘해진다.

첫댓글 샘.. 오랫만에 오셨네요...ㅠㅠㅠ 감동입니다.
글까지 써 주시고요.
여기 혼자 지키느라 외롭고 고독해요....(ㅋㅋ)
디어마이프렌즈는 제가 한 번도 보지 못한 드라마여서 뭐라고 말씀은 못 드리겠네요.
출연진 캐스팅은 정말 대박입니다요. 맛깔나는 글솜씨 종종 보여주세요. 노년이 날들이 드라마에서 열렸다는 표현... 환상이지 말입니다. 저도 찾아 봐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