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 일본 역사책 속에서 찾는 우리 말
‘쌍둥이’의 옛말은 ‘갈오기’, ‘갈오(갈우)’라고 한다. <함께 나란히 함>을 가르키는 옛말이란다.
또한 ‘갈오(갈우)’는 ‘맷돌’, ‘절구’, ‘방아’의 뜻으로도 쓰였다.
이러한 우리 옛말의 의미를 모르는 일본 학자들은 고대사 책을 해석할 때 웃지 못할 실수를 저지르고 있다고 한다.
일본의 12대 왕이라는 경행왕은 쌍둥이 왕자를 두었는데 이들이 태어날 때의 상황을 「일본서기」에는 이렇게 기록하고 있다.
두 왕자는 한 날 쌍생아로 태어났다. 경행왕은 놀라 맷돌을 향해 소리쳤다. 그래서 이 쌍둥이 왕자의 이름을 큰 맷돌, 동생 이름을 작은 맷돌이라 지은 것이다.
응? 쌍둥이가 태어났는데 왕이 맷돌을 향해 소리쳤다고?
일본학자들의 이에 대한 해석이다.
아내가 난산할 때 남편이 맷돌을 업고 집 둘레를 돌아다니는 옛 습속이 있었는데
왕도 왕비가 난산하는 바람에 그랬던 것 같고,
아이가 태어나자 얼른 맷돌을 내려놓으려 했는데
또 한 아이가 남았다는 말에 그만 맷돌을 향해 제기랄! 하고 소리쳤던 것으로 보인다
- 일본고전 문학대계 -
작가는 제발 웃지 않길 바란다고 말한다. 이것은 이미 일본 학계의 정설이니까.
작가가 내놓은 정답이다.
“갈온(갈우)이다!” 즉 “쌍둥이다!”
별안간 쌍둥이가 태어났으니 왕이 “쌍둥이다!”하고 놀라 소리친 것이다.
그런데 등에 업은 맷돌을 향해 ‘제기랄!’ 하고 소리쳤다니....
「일본서기」 집필자는 ‘갈오(갈우)’라는 새김의 한자 碓(방아 ‘대’)를 활용하여 이 말을 표기했다.
‘쌍둥이’. ‘맷돌’의 이두체 표기 방식이기 때문이다.
7세기 후반에서 8세기 초에 쓴 「일본서기」, 「고사기」, 「풍토기」 기록의 뼈대는 한문으로 했지만,
이와 같은 회화(會話) 부분은 대체로 이두체에 의한 우리 고대어로 쓰였다.
이러한 어의를 모르는 일본학자들은 막무가내식 추적을 하기에 해독이 꼬이기 마련이다.
‘맷돌’, ‘절구’의 일본말은 'うす(우스)’다.
‘갈오(갈우)’는 지금은 다른 뜻으로 살아 있다.
가벼운 상태를 뜻하는 ‘가루(輕, かる)’ ,‘가로(輕, かろ)’로 남아있다.
물체를 갈면 갈수록 가루가 되어 가벼워지니 두 말은 한 말이었던 것 같다.
우리 말에서 ‘쌀가루’, ‘떡가루’로 남아있는 이 말은, 일본에 건너가서 ‘가루(かる)’ ,‘가로(かろ)’가 된 것이다.
앞서 말한 ‘맷돌’의 일본말 ‘うす(우스)’도 우리말의 <맷돌로 부수다>의 ‘부스’의 변형이다.
보통 우리말의 'ㅂ’이 일본에서는 ‘ㅇ’ 음으로 변하는 것처럼 된 것이다.
일본 역사책에는 ‘가루’라는 이름의 왕자와 왕녀가 자주 눈에 띈다.
그런데 이들 모두가 가야계로 짚이는 인물이다. '가루'는 '가야'의 일본식 상징이다.
가야만이 아니라 신라는 ‘시라’, ‘시로’라 읽히는 白이라는 한자로 표기되는 경우가 많았다.
예를 들어 ‘白髮(백발. しらかみ 시라카미)’, 白玉(백옥, しらたま 시라타마)은 신라 왕을 의미함이고,
白鬚(백수, 수염 ‘수’), 白髥(백염, 구렛나룻 ‘염’)은 ‘신라칼’을 의미했다.
고구려는 구마(くま), 고마(こま)로, 백제는 모모(もも)라 읽히는 百이라는 한자로 흔히 상징되었다고 한다.
「만엽집」이 암호로 된 노래 묶음집인 것처럼 일본의 역사책도 역시 암호로 채워진 문헌이다.
일본의 뿌리인 한국의 존재를 가리기 위해 애써 창제된 암호들이지만,
그 속을 알고 보면 오히려 역사의 수수께끼를 푸는 고마운 열쇠가 되어준다며 작가는 “아이러니란 바로 이런 일을 두고 하는 말인가” 하며 글을 맺는다.
(그리고 나는 이분이 일본말 속에서 찾아내는 우리 옛말로 이렇게 역사적 수수께끼를 풀어나가는 것에 반해 아직도 일본 식민 통치의 잔재로 남아 우리말처럼 사용하는 무수한 일본말이 있는 아이러니를 새삼 깨닫는다.)
이 글은 1993년 5월 30일부터 조선일보 일요판에 연재된 기획물 ‘노래하는 역사’를 간추린 내용이다.
더불어 스크랩한 신문의 뒷면에 실린 30년 전의 사회 실상을 추억하는 내용을 덧대었다.
* 작가 李寧熙(1931-2021) 선생은 이대 영문과를 졸업하고 동화작가, 한국일보 기자, 논설위원을 역임하였다.
* 만엽집(萬葉集·まんようしゅう /만요슈)
8세기 나라 시대에 편찬된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시가 모음집( 20권 4,516수).
5세기부터 8세기까지의 시가이지만 대부분 7세기 초반에서 8세기 중반에 지어짐.
당시 일본에는 문자가 없어 우리의 향찰(이두 문자)와 비슷하게 일본어 발음을 한자로 표기.
그러나 문자에 대한 해석이 완전하지 않아, 여러 가지로 번역되고, 현재도 정확한 의미가 불분명한 것들이 있다. 만요슈의 많은 노래는 중국, 한반도(특히 백제)의 영향을 받았다고 분석하기도 한다.
30년 전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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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언은 충치가 없다? 다큐 프로그램에서 남미 인디오들의 건강한 치아가 그들이 씹는 약초라고 소개하던데 Bloodroot가 바로 그것인지 모르겠다. 어쨌든 꽤 오랜 세월, 치약은 <럭키 치약>이었다. 신뢰의 이름 럭키금성, 상표도 정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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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양주 광고인가? <1883년, 영국에서 그녀는 위스키로 다시 태어났다>는 광고 카피가 대담하다. 그 무렵 해외 출장 때 면세 양주 사는 것은 필수 코스 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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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교육 세대인 우리이지만, 교과서 대신 이 책으로 공부했다면 훨씬 많은 한자를 유익하게 배웠을 것이고 중국어 공부에도 도움이 되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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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존재하는 책인가 해서 조회했더니 <季刊 對話> 대신 <月刊 對話>에 대하여 아카이브에 이렇게 기록되어 있다. 필진으로 보아 폐간 후 민주화 시대에 다시 창간한 것 같다.
어쩌면 지금이나 47년전이나.....
- 중앙정보부, 월간 「대화」 편집장 임정남, 동아투위 정연주 연행 -
크리스챤 아카데미에서 발행하는 월간 「대화」 1977년 10월호가 발간되자 편집장 임정남과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 정연주가 10월 6일 중앙정보부로 연행되었다. 문제가 된 직접적 동기는 월간 「대화」 10월호에 게재된 정연주의 「언론계 선배‧동료들에게」라는 편지 형식의 글이 문제가 된 것이었으나, 이미 이전부터 박 정권으로부터 여러 번 비공식 압력과 경고를 받아온 바 있다. 문제가 된 정연주의 글은 유신체제에 완전 흡수되어, “무기력과 굴종의 깊은 늪에 빠져 있는” 제도 언론의 기자들에게 띄운 공개서한과도 같았다.
문공부는 이 사건을 계기로 월간 「대화」에 무기한 휴간 조치를 내렸다. 통권 82호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