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초대석(이호준 시인)
소외받는 대상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시집
『사는 거, 그깟』 출간하여 호평 받는 이호준 시인
-본인 소개 부탁합니다.
시인이자 여행작가 이호준입니다. 시인으로 등단하기 전부터 오랫동안 국내외를 여행하면서 많은 산문집과 기행산문집을 펴냈습니다. 대표적인 것만으로도 산문집에 『사라져가는 것들 잊혀져가는 것들』(1, 2권),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안부』, 『자작나무숲으로 간 당신에게』 등이 있고 기행산문집으로는 『클레오파트라가 사랑한 지중해를 걷다』 『나를 치유하는 여행』, 『세상의 끝 오로라』 등을 썼습니다. 2013년 등단했고 2018년에 첫 시집 『티크리스강에는 샤가 산다』를 냈습니다. 6년이 지난 올 2월에 두 번째 시집 『사는 거, 그깟』을 출간했습니다.
-이번 시집 <사는 거, 그깟>을 소개하면?
SNS에 『사는 거, 그깟』을 소개하면서 이렇게 쓴 적이 있습니다. “이번 시집의 콘셉트는 ‘떠돌이 시인 이호준이 세상의 약자들에게 내미는 소소한 위로’, ‘외롭고 춥고 배고픈 이들에게 차려내는 따뜻한 밥상’ 정도가 될 것 같습니다.” 이 말처럼 소외받는 대상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시들이 대부분입니다. 저는 여전히 이곳저곳을 떠돌며 살고 있습니다. 제 시들은 그렇게 떠도는 과정에서 보고 듣고 느낀 것들을 적은 일종의 ‘보고서’입니다. 특히 세상의 그늘진 곳을 안타까운 마음으로 바라보면서 쓴 시가 많습니다.
-이번 시집이 나오기까지...
앞에서 말한 대로 6년 동안 떠돈 궤적이 시 속에 담겨 있습니다. 많은 분이 제 시를 읽고 “시인의 삶이 고스란히 시가 됐다”고 평가해주고 있습니다. 그동안 시집을 내라는 권유가 여러 번 있었는데, 뭔가 미진한 것 같아서 계속 미뤘습니다. 이번 시집에는 72편의 시가 실렸는데, 그 72편을 고르기 위해 100편 이상의 시를 버렸습니다. 제 눈에 미흡한 시는 독자에게도 미흡할 테니까요. 어느 정도 완성된 시를 세상에 내보낼 수 있어서 행복합니다.
-평소 시에 대한 생각
저는 평론가나 시인을 대상으로 시를 쓰는 게 아니라 오로지 독자를 바라보고 씁니다. 전문가들의 눈높이에 맞춘 시를 써서 좋은 평가를 얻기보다는 대중에게 깨달음을 전하고 그들과 소통하는데 더 마음을 쓴다는 뜻입니다. 인기에 영합하겠다는 게 아니라, 좀 더 많은 사람이 시로써 위로받기를 소망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가능하면 어려운 시어(詩語)를 택하지 않습니다. 제 시만큼은 많은 사람에게 편안하게 다가가, 가슴 데워주는 역할을 하기 바랍니다.
-많은 독자들께 사랑받는 이유?
글쎄요. 사랑을 받고 있는지 장담하기는 어렵겠지만, 만약 사랑받고 있다면 위에 말한 이유 때문일 겁니다. 제 시에서 따뜻함을 느끼고, 위로를 받은 분들이 박수치고 격려해주시는 덕분이겠지요. 시를 읽고 걷잡을 수 없이 눈물을 흘렸다는 분, 시를 읽다 전율이 일었다는 분, 제 시를 모두 필사했다는 분들의 고백이 제겐 큰 힘이 됩니다. 제가 지고 갈 빚이기도 하지요. 시인은 욕심을 부려서도 안 되고 오만해져서도 안 됩니다. 박수는 순식간에 지나가고 시를 쓰는 고통은 죽을 때까지 계속됩니다.
-애착이 가는 자작시 한 편 소개
이런 질문이 가장 난감한데요. 제가 쓴 시는 하나하나 똑같은 무게로 애착이 갑니다. 그런데 이번 시집에서 독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시가 「2월 아침에」라는 시더라고요. 제 애착보다는 독자의 사랑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그 시를 소개하겠습니다.
2월 아침에
겨우내 파먹은 김장독 우묵 깊어도
쌀독 바닥 긁는 소리 늑골 적셔도
뒤축 떨어진 고무신마냥 나뭇간 헐거워도
2월이 반가운 이유는 다리 끝에서
3월을 만날 수 있기 때문
일부러 입술 동그랗게 내밀어 봄!
불러볼 수 있기 때문
외길 따라 걷다 모롱이 돌고 내 건너면
겁겁한 밭종다리 아침놀에 풍덩
온몸으로 팔매질하는 소리
괜스레 마음 총총한 늙은 홰나무 푸르르
살비듬처럼 쌓인 시간 터는 소리
-앞으로의 계획
시인의 계획은 늘 시에 머물게 마련이지요. 다행히 이번 시집의 반응이 좋은 편이라 힘이 납니다. 더욱 열심히 쓰겠습니다. 저와 제 시에 사랑을 보내주신 분들께 보답해야 한다는 마음을 늘 갖고 있습니다. 올해는 시집 외에도 산문집을 한 권 낼 계획으로 열심히 준비하고 있습니다.
-뷰티라이프 독자들께 한 마디
반세기 동안 미용업계를 선도해온 뷰티라이프 독자 여러분 반갑습니다. 아름다운 삶을 위해 노력하시는 여러분 덕분에 세상에 조금 더 밝아진다고 믿습니다. 늘 건강하고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뷰티라이프> 2024년 3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