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경제]원주협동사회경제네트워크 지역 파급효과 400억
(4)`주민이 주인'인 협동조합
최근 사회적경제가 주목받는 이유는 `지역을 기반으로 현지 주민들이 주도'하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무작정 시장원리에만 맡겨두되 지역 자본과 사람이 외부로 빠져나가는 일반적 경제 상황과는 근본부터 다른 셈이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주민들이 필요에 의해 모임을 만들고 스스로 돈을 모아 지역에서 민주적으로 운영하는 협동조합은 사회적경제에서 중요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실제로 상당수 협동조합들이 고용과 지역이익을 창출하는 사회적기업으로 탈바꿈하기도 한다.
국내에서는 원주가 모범적인 대표 사례로 꼽힌다.
■ 두레, 품앗이의 전통
사회적경제가 잘 발달해 있는 유럽에서는 협동조합의 전통이 상당히 강하다. 근대협동조합 운동의 효시라고 불리는 `롯치데일공정개척자조합'은 자본주의 초기에 열악한 조건에 있던 노동자들이 양질의 식료품을 조달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만들었다.
우리나라에서도 협동조합과 유사한 조직형태는 오래전부터 존재했다. 두레, 품앗이, 계 등이 전통적인 협동조직으로 꼽힌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는 오랜 전통을 갖고 있고 발전 가능성이 컸음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소홀하게 다뤄져 왔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이다. 반대로 전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협동조합운동은 그 자체로 사회적경제 활동의 중요한 성과를 이뤄내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커다란 민간조직으로 꼽히고 있는 `국제협동조합연맹(ICA)'은 1995년 맨체스터 대회를 통해 `지역사회에 대한 기여'를 포함한 7대 원칙을 재정립하고 협동조합의 새로운 임무를 `세계적 기아의 극복', `인간적이고 생산적인 일자리 마련', `상업적 성공에 머물지 않는 사회보전자로서의 역할', `협동조합지역사회의 건설'로 정리했다.
■ `몬드라곤'의 신화
대표적인 성공사례가 스페인 바스크(Basque)지역의 `몬드라곤 협동조합'이다.
`몬드라곤'은 바스크 지역의 레니스 계곡에 있는 지역 명으로 스페인 내전 이후 피폐해져 있던 지역에서 청년들에게 일자리를 만들어주기 위해 `돈 호세 마리아 아리스멘디아리에따'라는 가톨릭 신부의 주도로 기술전문학교가 개설된 것이 시초였다. 지역주민들과 함께 약간의 자금을 모아 만든 이 학교에서는 지속적인 졸업생을 배출했고 그로부터 14년 후인 1956년 5명의 졸업생이 작은 석유스토브 공장인 `울고(Ulgor)'라는 몬드라곤 최초의 협동조합을 만들었다.
이후 1965년 4개의 협동조합을 그룹화해 울라르코(Ularco)로 조직명칭을 변경하고 1986년에는 약 100개 협동조합을 그룹화해 파고르(Fagor)협동조합으로 격상시켰다.
2006년 말 현재 몬드라곤 협동조합에서 일하는 총 근로자 수는 8만3,000여명이다. 이 중 바스크 자치주 내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3만6,697명으로 이 지역 노동자 수의 3.8%를 차지한다. 지역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협동조합이 지역을 살리고 일자리도 스스로 만들어낸 것이다.
■ 원주, 몬드라곤을 꿈꾸다
국내에서는 원주가 `협동조합 운동의 1번지'로 꼽힌다. 원주지역은 가톨릭의 지학순 주교와 무위당 장일순 선생이라는 걸출한 인물의 영향 아래 1960년부터 다양한 형식의 협동, 자립운동이 시도됐다.
1970년대 남한강 대홍수에 따른 재해복구 과정에서 신용협동조합운동과 마을 구판장 형태의 소비조합운동이 농촌과 탄광지역을 중심으로 한 영서 남부지역에서 활발하게 진행됐고 1980년에는 `도시와 농촌의 상생'이라는 주제로 한살림과 생활협동조합운동으로 발전했다. 2000년대 들어 먹을거리의 안전성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증폭되면서 한살림과 생협운동이 빠르게 성장했다.
2002년, 원주 협동조합 운동에서 중요한 전환점이 마련된다. 바로 원주의료생활협동조합의 창립이 그것이다. 기존에 활동하던 한살림과 원주생활협동조합, 밝음신용협동조합 등이 출자를 하고 주민들이 조합원으로 참여해 자금을 모으는 `새로운 형태'로 출발한 원주의료생협은 유기농산물 등 안전한 먹을거리 중심의 구매생협에서 `보건의료서비스'라는 사회적서비스 영역으로 협동조합운동이 확장되고 있는 중요한 사례로 평가되고 있다.
최재혁 원주의료생협 전무는 “의료생협은 지난 2007년 사회적기업으로 인증받으면서 새롭게 진화 발전하고 있다”고 전제하고 “의료생협의 활동은 단순히 조합원뿐만 아니라 지역주민 모두에게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이웃들과 함께하는 모임으로 성장 중”이라고 했다.
■ 협동조합 간의 협동
원주지역 협동조합 운동의 또 다른 특징은 친환경농업 기반이 튼튼하다는 점이다. 원주가톨릭 농민회는 1980년대 말 재야운동 방식에서 생명농업운동으로 방향을 전환했고 다른 농민단체 역시 유기농업에 주력해 현재 원주생활협동조합의 전신인 호저생활협동조합을 창립했다. 이러한 흐름은 `원주협동조합운동협의회'의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원주협동조합운동협의회는 `협동조합 간 협동', `지역사회에 대한 관심'이라는 원칙을 기치로 2003년 창립됐다. 협동조합운동 방식의 사회적경제 블록을 활성화하기 위해 최근 `원주협동사회경제네트워크'로 명칭을 변경하고 활동 중이다.
현재 총 12개 협동조합이 있으며 이 속에서 직접 고용돼 일하는 인원은 250명, 조합원은 2만8,700여명에 이르고 있다.
원주협동사회경제네트워크 회원단체들은 자체적으로 다양한 경제사업을 벌여왔고 최근에는 사회적일자리 사업을 활용, 사회적기업을 창립하는 등 그 영역을 점차 넓혀가고 있다. 사회적서비스 분야 협동조합인 원주의료생협이 2007년 도내 최초로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은 것을 시작으로 성공회 원주나눔의 집은 친환경농업기반과 생협 유통망을 활용해 무농약 쌀과자를 만드는 (합)햇살나눔을 창립, 지난해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았고 노인일자리 창출을 주사업으로 하는 원주노인생협도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았다.
■ 또 다른 시작
원주에는 이외에도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친환경급식지원센터가 기업연계형 사회적일자리사업단으로 2008년부터 사업을 시작, 현재 농촌지역의 어린이 집과 초중학교, 상지대 구내식당 급식 등에 원주지역산 무농약쌀을 공급하는 등 로컬푸드 운동을 진행 중에 있고 원주한살림생활협동조합은 자체 가공사업 부문을 분리해 지역사회협동기업 형태의 살림농산으로 운영 중이다.
원주협동사회경제네트워크가 이러한 활동들을 모아 단순한 매출이 아닌 지역사회에 미치는 영향 등을 포함한 사회적 지표로 분석한 결과 약 400억원에 이르는 효과를 창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원주협동사회경제네트워크는 앞으로 각 부분별 위원회를 통해 회원단체를 지원하고 협동조합 방식의 지역협동기금의 설립, 친환경급식지원센터의 사회적기업화, 마을단위 운동의 모델이 될 협동의 집 건립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조세현 원주협동사회경제네트워크 사무국장은 “앞으로 원주 협동조합운동의 고민은 인근 지역과의 공동 사업 등을 통한 경제시스템 구축과 자금 및 사람을 모아내는 일”이라며 “자치단체에서도 외부 기업유치에만 신경 쓸 것이 아니라 지역 자체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무궁무진한 동력을 발굴, 지원하는 인식의 전환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출처 : 강원일보 사회 2009.1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