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지에 먹는 맛있는 동지팥죽 한그릇
재미있는 동지팥죽 이야기
이제는 밤이 너무 길어졌네요. 그만큼 낮이 짧아져서인지, 하루가 빠르게 흘러가는 것만 같아요. 내일(22일)은 한해 중 밤이 가장 길고 낮이 짧은 동지(冬至)랍니다. 동지하면 팥죽이죠. 동지팥죽은 꼭 챙겨먹어줘야 하는 음식이예요~ 하얀 김이 모락모락 나는 동지팥죽 먹기는 우리 조상부터 내려온 풍속이죠. 그러고 보니, 동지에는 왜 팥죽을 챙겨먹는 걸까요? 동지팥죽을 그냥 챙겨왔는데 왜 동지팥죽을 먹는지 문득 궁금해지는데요? 무심코 해왔던 일들의 의미를 찾아가는 일을, 오늘도 판타시티와 함께 알아보도록 해요.^^*
동지는 어떤 날인가요? 동지는 태양이 남쪽으로 기울어 한해 중 밤의 길이가 가장 길어지는 날이에요. 그래서 동지는 겨울 동(冬)에 이를 지(至)를 써서, 겨울에 이르렀다는 뜻을 갖고 있죠. 동지를 기점으로 낮의 길이가 점점 길어지게 되는데요. 그래서 옛날 사람들은 동지부터 태양이 기운을 회복하기 시작한다고 하여, 동지를 ‘작은 설날’로 삼기도 했다고 해요. 동지가 설날이었다는 사실, 재미있지 않나요?^^
동짓날에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팥죽’이죠. 정초에 떡국을 먹는 것처럼, 예전에는 작은 설날인 동짓날에 팥죽을 먹어야만 한 살을 더 먹게 된다고 믿었어요. 팥죽의 붉은색이 잡귀를 쫓아내는데 효과가 있다고 생각한 조상들은, 동지팥죽을 사당에 올리고 여러 그릇에 나눠서 장독, 곳간, 헛간, 방 등에 놓았다고 해요. 대문이나 벽 등에 뿌리기도 하고요. 또한 팥죽이 잔병을 없애고 액을 면할 수 있게 해준다고 생각해서, 동짓날에 팥죽을 쑤어서 이웃 간에 나눠먹었어요. 우리가 무심코 챙겨먹은 팥죽에 이토록 깊은 뜻이 숨겨져 있었던 거죠.^^b
동지팥죽에 대해 조금 더 깊이 알아볼까요? 팥죽에 들어가는 재료에도 각기의 의미가 있다고 하네요. 팥의 붉은색은 태양과 불을 의미하기 때문에, 음의 기운을 띤 잡귀를 몰아낸다고 해요. 지상에서 나는 곡식 가운데 으뜸으로 손꼽히는 쌀을 빼놓을 수 없겠죠? 쌀은 신이 주신 최고의 완성작품이라고 여겨서, 팥죽에 넣었다고 해요. 팥죽에 쫀득쫀득한 새알심을 빼놓을 수 없겠죠? 새알심의 하얀색은 하늘을 상징하는데, 새알심을 동글동글하게 만드는 데에도 다 의미가 있었답니다. 둥글게 빚은 새알심은 하늘의 수많은 별들을 의미하거든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팥죽에 들어가는 물은 만물의 근원이자 생명의 원천이기 때문에, 생명력을 연장해가는 큰 의미를 담고 있어요. 재료 하나하나에도 이토록 많은 의미가 담겨있다니, 우리 조상들은 음식을 할 때에도 온갖 정성과 예술적 감각을 총동원한 것 같아요!^^*
동지팥죽은 중국의 전설에서 시작되었는데요. 중국의 공공씨라는 사람에게 망나니 자식이 하나 있었어요. 항상 사고만 치고 공공씨의 속만 썩이는 못된 아들이었죠. 그런데 그 아들이 그만 동짓날에 죽어서 역질 귀신이 되고 만 거예요. 무서운 전염병이 돌아 사람들이 죽기 시작했죠. 그때 공공씨는 자신의 아들이 생전에 붉은 팥을 무서워했다는 기억을 떠올렸어요. 그래서 팥죽을 쑤어 대문간과 마당 구석구석에 뿌린 것이었죠. 그날 이후 전염병이 거짓말처럼 사라졌고, 이로 인해 사람들은 동짓날마다 팥죽을 쒀 먹었다고 해요. 그래서 사람들은 그 이후로도 전염병이 돌 때마다, 우물에 팥을 넣기도 했는데요. 실제로 팥은 해독 작용을 하기 때문에, 오염된 물을 정화시킬 수 있었다고 합니다. 동짓날 팥죽을 쒀 먹으면 건강해진다는 말이 진짜였던 거죠.
Tip. 맛있는 팥죽의 효능
팥죽의 주원료인 팥은 탄수화물·단백질이 풍부하며, 인·칼슘·칼륨·철 등의 무기물과 비타민 A·B·B도 고루 들어 있어요. 탄수화물 중에서는 전분 함량이 가장 많아, 팥 전체 성분의 34%를 차지하죠. 팥은 성질이 따뜻하고 맛이 달며 독이 없습니다. 이뇨작용이 뛰어나 체내에 과잉 수분이 쌓여 살이 찌는 사람에게 효과적이며, 팥 속의 칼륨이 염분에 들어 있는 나트륨을 분해시켜 부기나 만성신장염 치료에도 좋아요. 비타민 B이 다량 함유돼 있어 각기병을 막아 주고 몸속의 열과 소갈을 다스리는 음식이랍니다.
또한 팥에는 섬유질과 여러 종류의 사포닌이 들어 있어 장 기능을 원활하게 하여 변비를 예방한다고 해요. 다른 식품에 비해 포만감을 빨리 느끼게 해 과식도 방지하죠. 이러한 팥의 효능 때문에 요즘은 팥물 다이어트도 인기를 얻고 있어요. 붉은 팥을 불린 뒤 삶다가 팥이 말랑말랑해졌을 때 불을 끄면 물이 연홍색이 되는데, 이 물을 식힌 후 병에 담아 냉장고에 넣어 두고 식전에 마시면 된답니다. 하지만 위장이 약한 사람에게는 해가 될 수 있으므로 주의해주세요.
살을 에는 추위 때문에 밖을 돌아다니기가 겁나는 날씨인 것 같아요. 그렇다고 움츠려만 있지 마시고, 따뜻한 동지팥죽 한 그릇으로 건강을 지켜보는 것이 어떨까요? 조금 여유가 생긴다면 집에서 직접 팥죽을 쒀서 이웃과 함께 나눠먹는 것도 좋겠죠. 본래 동지팥죽은 이웃사람들과 함께 나눠먹던 음식이었으니까요. 과거의 뜻 깊은 전통을 이어가는 것 또한 나라를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며, 내 주위를 따뜻하게 만들어가는 일이 될 수 있을 테니까요. 판타시티도 오늘 점심에는 동료들과 함께 팥죽을 먹으며, 작은 설날을 기념해야겠어요.^^ 지금까지 팥죽 한 그릇으로 세상이 따뜻해지길 바라는 판타시티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