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북정맥-16(서산구치소-성왕산-29도로-비룡산-금강산-수랑재-팔봉중학교

[iSan]

금북정맥-16(서산구치소-성왕산-29도로-비룡산-금강산-수랑재-팔봉중학교

지구력파인 창학이와 단 둘이서 단촐하게 금북이를 찾아 나선다. 

서산구치소주차장에 도착한 시각은 4시40분. 바로 산행을 하기에 너무 이른

시각인듯하여 라면을 끓인다. 생계란2+콩나물을 넣으니 참으로 별미다.

맑은 하늘엔 약간 마른 상현달이 보름달이 되기를 그리워하며 밝게 빛나고,

짖어대는 개소리는 달빛 속에서 춤추며 음악이 되어 들려온다. 

05시20분 넉넉해진 배를 두드리며 숲 속으로 기어든다. 어둠 속에 숨기어진

비밀들을 캐기 위해 머리불을 밝히지만 좀처럼 풀리지를 않는다. 여기저기 

쓰러져있는 나무들과 긴긴 여름동안 자라온 잡목과 잡풀들이 아직도 과거를 

잊지 못해 버티고 있다. 하지만 나 자신도 신기하고 놀랄 정도로 숲의 비밀을 

하나 하나 풀어나간다. 결코 쉽지는 않았지만 한시간만에 문제를 해결하고  

악몽같았던 어둠 속의 숲길을 탈출한다. 그러나 지나친 행복감에 도취해 

엉뚱한 날라리 길로 접어들어 삼십분간 조용한 방황을 한다.    

준비한 칼을 쓰지 않기로 마음을 먹어서인지 둘이서 걷기 좋은 산보길이 

나타나고 흐릿하나마 동녘하늘의 모양새가 그럴듯하다. 상쾌한 기분에 상쾌한

아침이다. 이른 아침 희미한 안개 속의 마을 풍경이 흉내낼 수 없는 한 폭의 

수채화다. 가을을 대표하는 들국화들이 여기저기서 손짓하며 난리도 아니다. 

아홉번이나 꺾인다는 구절초의 모습은 쌩얼의 선녀 모습으로 다가오고, 

보라빛이 감도는 쑥부쟁이는 곱게 단장한 첫날 밤의 새색씨의 모습이다.

바람이 불면 부는대로 살랑거리는 야생화의 물결이 가을의 동화를 들려주고

있지만, 나무들의 단풍은 어디로 숨었는지 여-엉 보이질 않는다. 

길은 늘 우리의 기대만큼 만족시켜주는 것이 아니라 아예 포기를 하고 있는

그대로의 自然으로 맞이한다. 지난 여름 꽤나 힘자랑하던 미국자리공은 이젠 

말라버려 아무런 위새를 떨치지 못하고 고개를 숙이고, 그 대신 도깨비바늘이

설쳐대며 무차별 공격을 해온다. 옷을 뚫고 찔러대는 바늘에 침마사지를 받는

느낌이지만, 창학이는 좀 괴로운 표정이다. '야, 떼지 말고 그냥 놔둬라!'

자연을 감상하고 자연에 시달리며 걷다보니 어느새 다시 허기져온다. 

서산궁도장 옆에 자리잡고 캔맥주를 곁들인 식사를 한다. 하늘은 맑고 푸르고

가을바람 살랑대는 속에 코스모스는 춤추고 조용조용 강아지 한마리가 손님

대하듯 관심을 보이고 한 켠 울타리에 갇힌 토끼 한 쌍은 궁금한듯 두 눈을 

크게 뜨고 말똥말똥 쳐다보고, 치매걸린 철쭉꽃이 돌축대 사이에서 어색한

미소를 보낼 뿐, 도대체 들리는 소리라곤 선선한 건들바람 소리 뿐이다.

짧은 망중한을 마치고 비룡산, 금강산을 찾아 나선다.  

흔히 보기 힘든 산부추꽃이 왜 이토록 이 곳에만 많은지 신기하기만 하다.

약간 피다만듯한 참취꽃과 먹어본 적이 없는 산지사방에 널려있는 돼지꿀풀이

한데 어우러져 가을을 속삭이며 벌, 나비를 불러 모은다. 

내 누님같은 노오란 감국,산국은 가을의 대표 야생화인양 으스대며 벌나비에

꿀을 제공하기에 여념이 없다. 그런가하면 속 깊은 어머님의 모습을 한 짙은

보라빛의 개미취는 단연 가을 야생화의 대장격이다. 그 곁에 수줍은듯 고개

숙인 당잔대는 엄마품의 손가락을 빨고 있는 아가의 모습이고, 힘차게 하늘을

향해 핀 용담은 까불이 꼬마다. 가을 산은 온통 잔치 분위기고 축제 분위기다. 

멀리 팔봉산이 위새 등등하게 보이지만 우리의 관심 밖이다. 

비룡산을 지나 넓은 비탈길 바위에 앉아 거풍을 하고 해바라기를 한다. 

맑고 깨끗한 가을바람에 말리고 청명한 하늘에서 내려온 햇살에 태양초를   

만든다. 아무나 할 수 있는, 아무 때나 할 수 잇는 아무 곳에서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원하는 사람 중에 선택 받은 자 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나는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것들을 알고 있고 자연은 내게 그것을 허락 한다.

헉헉대며 316m 금강산을 오른다. 왜 그 이름이 붙여졌는지 도대체 알 수가 

없다. 200m장군산을 넘어 급경사를 내려간다. 뱃 속의 거지로부터 연락이 

온다. 라면에 남은 밥을 말아 먹고 거지를 잠재운다. 

수량재에 다다른 시각은 16시 40분이다. 창학이를 위해? 산행을 마치려고 

했지만 먼저 끝까지 갈 것을 제안한다. 약간의 걱정이 사라지면서 발걸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이 주 전만해도 어려운 일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날씨도 

선선하고 몸도 쾌적한 상태다. 

오늘의 마지막 145m물래산을 오르니 짜릿한 전율이 느껴진다. 흡족해하는 

창학이의 모습에서 고마움을 느낀다. 하산을 하는 사이 날이 완전 저문다.

끝트머리에 155m진산이라고 이름표가 붙어있다. '산'의 기준이 무엇인지

알 수가 없다. 구릉이라고 함이 옳지 않을까? 늘 그렇듯 산꼬리는 정말 길고

길다. 18시30분에 13시간10분동안의 산행을 마감한다. 창학아 수고 많았다.

2012.10.20

i-San

[백발]

구절초, 쑥부쟁이, (벌)개미취...어떻게 구분하는 거유?
이거 구분 못하는 놈하고는 같이 놀지 말라는 말씀도 있다던데, 나는 이게 당췌 안돼서..으으..
날씨가 좋았을텐데, 잠자지는 왜 배낭 커버를?

[iSan]

백발님 제발 오타좀 수정해주세요^^. 잠자리입니다요^&^

[나창학]

같이 가보시면 아는 데 ..왜 베낭 커버가 필요한지.. 밑에 대장 사진보시면 대장님 베낭에도 커버가 ...근데 잠자지, 잠자리는 누구야? 나야? ㅋㅋ

[iSan]

커버가 왜 필요한지 가르쳐주지말자.

[백발]

제가 독수리 타법이라서 로타(誤打)가 이로케 종종...
그라구, 나비가 옆에 있을 땐 "잠자리", 나비가 없을 땐 "잠자지"...^^

[하늘]

이번 구간엔 잡풀이 조금 기가 죽었던가요? 산길이 조금은 편안해 보이는것 같은데요.....
그리고 저역시 많은 풀꽃이 나오는데 누가 누구인지 알수가 없어 아쉽고 궁금하고 그럽니다.
사진아래 이름표를 달아주시며 산행중 만나는 풀꽃이 많이 반갑고 친근할거 같은데요.......
이제 얼마남지않은 금북길 안전하게 완주하시길 바랍니다.

[iSan]

흰색은 구절초, 옅은 보라색은 쑥부쟁이, 짙은 보라색은 개미취, 노랑색은 감국 혹은 산국. 대충 이렇게만 알아도 대단한 수확입니다. 쑥부쟁이도 여러 종류, 개미취도 여러 종류가 있습니다만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