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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일월의 행복 편지,,
시간이란 녀석이
실개천 돌틈새를 뚫어 은빛 반짝이는
강물에 닿을라 치면 이내 한 바퀴 휭
돌아 물건리 앞바다에 젖는다
국적은 바뀌어도
학적은 바뀌지 않는다고 했던가
영롱한 아침 이슬처럼 맑고 아름답게
빛나는 금과옥조로 보듬을
물건 중에 물건이 강산에 버티고 있다
사십년 전
까까머리 남학생
단발머리 여학생
물건중학교에 입학하여
키재기부터 했었지
골짝 골짝 내산마을 산촌 아이들
그 앞의 봉화마을 머시마 가시내들
동천리 아이들 보듬고 언덕 너머
양화금 안고 강촌마을 친구들
굽이 굽이 노구마을 벗님들
모퉁이 돌아 대지포 보듬고 은점 동무들
그리고 물건마을 학생들까지
물건리 언덕에 버티고 있는
학교를 다니며 원대한 청운의 꿈으로
올곧게 자란 우리들이었지
짧았던 삼년의 인연이
삼십년 세월 지나
불혹에 접어들어서야
동창회 창립 총회에 이르렀으니
그대 내 사랑하는 친구들이여
기억하는가
그 보드러웠던 이마와 얼굴엔
살짝 살짝
인생사 묻어나는 주름 꽃 내리니
드문 드문
하얀 머리 친구들 손에 손잡아
부어라 타는 목 축이며
서로의 삶 얘기로 시간을 붙잡았던 그 날
한 쪽에선
세상사 이야기 보따리 널브러지게 풀어 놓고
삶의 무게로 점철된 시간의 구속마저 잊은채
토닥거렸던 만남의 그 순간들을
그랬었구나
그 날이 블과 엊그제 같은데
우리들 모임이 갈바람 타고
벌써 십년이란 시간이 흘렀으니
세월 참 빠르지 않니
지내오는 동안에
천지 강산에 걸린 크고 작은 사연
일일히 꺼내 볼 수 없겠지만
무엇이 그리도 급했던지
바쁜 걸음 재촉이나 하듯 먼저 길 떠난
그대 고운 미소들의 면면이 떠 올라
아리다 흔들리는 가슴
못내 감추어 조아린다
오 사랑하는 벗님들이여
그러니 어찌하겠나
가끔씩 자주 모두 만나자
일년에 한 두번이라도 꼬옥 만나자
그 날이 초여름 다음에 오는 오늘이란다
그리운 얼굴 비비작거리니 반갑고
악수하며 안부 물으니 기쁘지 아니한가
사람 사는게 별 수 있겠나
행복이 무슨 특별함이더냐
이처럼 함께 나누면서 우리네 인생길
뚜벅 뚜벅 걸어가는게지
혹여 이해 못할 일 있었더라도
이렇게 하나되어 만남으로 소통하면
보듬지 못할 사랑이 어디 있겠냐만
서로 아끼며 다듬고 아우르며
진정어린 미소로 관용 하고
아름다운 마음으로 배려하면서
때론 삶에 지치는 날 있으면
걸쭉한 막걸리 한 사발 들이키며
타는 목 축이고선 인생을 노래하자
힘들 때 생각나는 참 좋은 친구
기쁠 때 함께하는 더 좋은 친구
불혹을 지나 지천명의 중간에 서서
서로의 삶을 격려하고 추스리며
오늘을 이야기 하자
우정의 꽃
언제나 처럼 한결같이 영원토록
행복나무 가지에 피어 있을 생명의 꽃
햇살 고운 우리집 창가에 모두어
황혼이 드리우는 날까지
찬란하게 가꾸며 사랑하자
그래 그러자 그러자꾸나
-[행복한 오늘에 감사하며..
2014년11월15일,
물중오기회 정기총회를 축원드립니다]-
♧雲田 이남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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