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어노크 시는 도심 바닥에 특수 과속방지턱을 시범설치해 자동차가 지나가면 전기를 만드는데 성공했다. 사진 제공 뉴에너지 테크놀로지
높고 푸른 가을 하늘, 축제장 주변의 주차장은 자동차로 붐빈다. 여느 주차장과 다름없어 보이는 이곳에는 뭔가 특별한 장치가 숨어있다. 입구에 설치된 과속방지턱에서 전기를 만든다는 것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어노크 시는 지난달 한 업체와 함께 자동차가 과속방지턱을 지날 때 전기를 만드는 기술을 시연해 성공적인 결과를 거뒀다고 미국의 과학뉴스 포털 피조그 닷컴(Physorg.com)에 9일 밝혔다.
●6시간 동안 580대 지나면 가정집 1일치 사용량 발전로어노크 시는 축제가 열리는 시민 회관 입구에 ‘뉴에너지 테크놀로지’사가 개발한 과속방지턱을 설치했다. 자동차는 입구에서 속도를 줄이며 과속방지턱을 지나는데, 이때 자동차의 무게와 운동에너지가 과속방지턱에 전달돼 전기를 생산하는 것이다.
6시간 동안 자동차 580대가 지나면서 만든 전기는 미국의 보통 가정집에서 하루 동안 쓰기에 충분한 양이었다. 이 업체는 2년 전, 패스트푸드 점에서 자동차를 탄 채 음식을 주문해 받을 수 있는 서비스에 이 기술을 적용하기도 했다.
과속방지턱 하나를 설치하는 데 1500~2000달러(한화 170~227만 원)가 들지만 생산하는 전기를 고려하면 3년 내로 비용을 회수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로어노크 시는 내년 1월 이번 시연에 대한 결과를 최종 발표할 계획이다.
●국내 업체도 개발…하지만 태양광, 풍력 등에 밀려 지원 부족국내에도 과속방지턱에서 전기를 생산하는 기술이 소개된 바 있다. 지난해 12월, 국내 ‘써브앤케어글로벌’사는 자동차의 무게를 이용한 발전 시스템 ‘에코패스’를 개발했다.
자동차가 높이 7㎝의 압력패드 위를 밟고 지나가면 압력패드가 아래위로 한번 움직이는데, 이 상하운동이 기어를 통해 회전운동으로 바뀌어 발전기 모터를 돌리는 방식이다.
톨게이트에 가로세로 2m 크기의 에코패스를 10개 설치하면 하루에 110kWh의 전기를 얻을 수 있다. 톨게이트 주변을 밝히는 7W LED 전구 1000개를 15시간 동안 켤 수 있는 양에 해당한다.
자동차가 압력패드를 밟고 지나가면 그 힘이 기어로 전달돼 전기가 만들어진다. 톨게이트처럼 어차피 속도를 줄여야 하는 곳에 설치할 수 있다. 사진 제공 커브앤케어글로벌
2002년에는 또 다른 업체가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의 지원을 받아 과속방지턱에서 전기를 만드는 기술을 개발한 적이 있다. 자동차의 무게가 공기나 유체 펌프에 압력을 가하면 그 압력으로 발전기 모터가 돌아가는 방식이었는데, 효율성과 내구성이 부족해 실패로 돌아갔다.
일본에서는 압력을 가하면 전기를 내는 압전소자를 이용한 기술이 소개됐지만 가격에 비해 효율이 떨어져 실용화되지 못했다. 영국에서는 2년 전 자동차의 무게를 이용해 과속방지턱에서 전기를 만드는 기술이 개발돼 실용화 단계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세연 써브앤케어글로벌 대표는 “우리 기술도 효율성을 인정받아 국내외 특허까지 받았지만 현재 자금력 부족으로 연구개발을 중단한 상태”라며 “우리나라는 신재생에너지 분야에 태양광이나 풍력 등 11개 기술에만 중점적으로 지원하고 있어서 새로운 기술이 들어갈 자리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