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 9월 30일 금요일 비
9월의 마지막 날.
정년퇴직을 한 뒤 딱 한 달이 되는 날이다
한 달, 백일, 1주년 등 기념비 적인 날이다
9월의 마지막 날이라는 노래는 없나 ?
퇴직에 대한 어떤 감흥도 느끼지 못하고 밤 줍기에 매달렸던 한 달이었다.
9월 내내 시간적 정신적 여유도 없이 바쁜 나날을 보냈다.
이 달이 가고 10월 초순이 지나야 정상적인 은퇴 생활로 돌아갈 것이다.
어차피 바쁜 것은 마찬가지일 테지만 지금보다는 나아질 것이다.
익숙해 지기도 할 것이고.....
아침, 눈을 뜨면 오늘 할 일을 점검한다
오늘은 금요일, 대전에 가서 안사람과 아들을 만나는 날이다
벌써 사랑하는 마누라, 보고 싶은 충희, 충정이가 눈에 어른거린다
일주일씩이나 떨어져 살기엔 너무나 사랑하는 사이다
다음은 21분회 모임에 초대를 받아 참석하는 날이다
두 번째로 참여하는 분회 모임으로 기대가 크다,
7시 모임에 참석하려면 5시 30분에는 떠나야 한다
그보다 우선 오늘도 끝물에 가까워지는 밤을 줍는 일이 먼저다
‘그래 오전엔 밤을 열심히 줍고, 오후에 수매장에 가서 달린 뒤 여유있게 대전으로 출발해야 한다.
아침 식사 후 서당골로 떠나려 하는데 비가 조금씩 내리기 시작했다.
비가 오면 밤줍기가 어렵고 하우스 안에서 나무 자르기를 할 수밖에 없다
‘밤줍기가 더 급한데,,,,,’ 망설이고 있는데 비가 가늘어진다.
‘이 정도 비면 충분히 일 할 수 있겠구나’
‘일 하다 비가 더 오면 철수하면 되겠지’
서당골 산 꼭대기부터 줍기 시작했다.
의외로 굵은 밤들이 떨어져 있었다. 굵은 밤을 만나면 신이 난다.
비는 계속 내린다.
서당골은 황토흙 산이라 비만 오면 땅이 마를 때까지 사륜구동 트럭도 올라가지 못한다.
그래서 올라간 김에 일을 마치고 내려와야 한다.
점심 때가 되어도 밤이 계속 나타난다.
이번에 집에 가면 4일 후에나 오는데 그 사이 마를 염려가 있어 다 주어야 한다. 2시가 넘으니 배가 고파 허리가 구부러진다. 그런데 아직 밤을 다 줍지 못했다. 비는 계속 내리고......
‘아 ! 차 안에 건빵과 물이 있구나’
고픈 배에는 메마른 건빵도 대환영이다.
건빵과 물로 배를 채우니 허기는 면했다. 허리도 펴진다.
4시에 작업을 끝내고 내려왔다.
찬물에 밥 말아 후루룩 들이붓고 광생리로 향했다.
오늘따라 밤 실은 차들이 줄줄이다. 도저히 시간이 안되겠다.
수매장에 맡겨놓고 뒤돌아 서는데 대평리에서 밤농장을 대규모로 운영하시는 분을 만났다.
“안녕하세요. 오늘도 많이 가져오셨어요 ?”
“40kg 60포대요” “예 ? 그렇게나 많이요”
“1년 수입이 얼마나 되세요 ?” “6천만원은 됩니다”
입이 벌어져 다물어지지 않는다.
놀랄 새도 없이 대전으로 출발.
고속도로 정체로 10분 늦게 도착. 21분회 형제님들과 만났다.
11명 분회원 준 9명 참석. 82% 참석율. 상당히 높다.
부드럽고 화목한 분위기, 끈끈한 정이 느껴졌다.
김재선 분회장님께서 얼마나 분회원들께 신뢰를 받고 계신지 알 수 있었다.
1분회에서 21분회를 살리기 위해 전출가신 복임 총무님께서 알뜰실뜰 윤기나는 살림을 꾸리고 계셨다.
즐거운 시간을 갖고, 집으로 돌아왔다.
내가 방문 준비를 계획적이고 체계적으로 하지 못했음이 느껴졌다
‘모든 일에 탄탄한 준비가 필요하겠구나’
“아빠”하고 뛰어 나오는 아들. “여보”하고 반겨주는 마누라
‘내가 이 맛에 살지’
첫댓글 선생님께서 사모님을 향한 일편단심 마음이 마니 마니 부러워요~~~
깨소금 볶는 냄새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