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사전을 뒤지다 책 사이에 끼워 둔
집 어른이 쓰신 글 조각을 발견했습니다.
아마 삼십년을 훨씬 넘긴 물건 같았습니다.
옮겨 봅니다.


이 몸이 한가閒暇하야
세상사世上事를 소제掃除하고
초당草堂에 누워잇서(누워서)
세상풍경世上風景 생각生覺한니(하니)
창외窓外에 날이 발고(밝고)
청풍제래淸風除來커늘
학슬침鶴膝枕 도도 비고(돋아 베고)
겨우 한 잠 들엇든이(들었더니)
호접蝴蝶이 장주莊周되고
장주莊周가 호접蝴蝶되어
통천하通天下를 두러도다(둘렀도다)
태고삼왕太古三王 비온 후에(비은 후後에)
인간만물人間萬物 알이로다(알리로다)
공맹안증孔孟顔曾 차자보니(찾아보니)
칠십제자七十弟子 모엿구나(모였구나)
강태공姜太公 만나보니
응량지재應良之才 가득可得하다
이태백李太白 만나보니
강남풍월江南風月 어뜨튼고(어떻던고)
주중천자酒中天子사해문장四海文章 아이런가(아니런가)
만고필법萬古筆法 왕희지王羲之와
백락천白樂天에 장한가長恨歌와
도연명陶淵明에 귀거래사皈去來辭 분명分明하다
창오산蒼梧山 구름 속에
순舜임금을 보러가니
오현금五絃琴 빗거안고(빗겨 안고)
남풍가南風歌를 부러신다(부르신다)
금강령錦江嶺 차저가니
어량태수漁良太守 안록산安錄山이
양귀비楊貴妃를 아서라고
당명황唐明皇(현종玄宗)을 쪼차내니
명황明皇이 할 일업서
마니역馬呢驛 진흙 속에
양태진楊太珍을 버히도다
명황明皇에 피눈물이
아미산娥眉山에 뿌럿스라
진시황秦始皇 어린 소견所見
만리장성萬里長城 쓸대업다(쓸데없다)
아방궁娥房宮(阿房宮)에 불지러니(불 지르니)
종묘서직宗廟社稷 한심閒心하다
애달풀사 초패왕楚覇王은
우미인虞美人을 이별離別하고
눈물이 피가 되고
정장亭長말은 분憤이여겨
오강吳江을 못 건너고
수양산首良山에 들어가니
백이伯夷 숙재叔齋 고사리를 케어먹고
주周나라를 근심勤心한다
고소성姑蘇城을 차자가서
명라수변明羅水邊 다다르니
오자서伍子署와 굴삼려屈三閭은
위국충심爲國忠心 깁흔뜯이(깊은 뜻이)
애애호호哀哀呼呼 슬퍼도다(슬프도다)
요지선경瑤池仙境 구경求景하고
백옥산白玉山을 올나가니(올라가니)
선관선녀仙官仙女 모엿구나
속속루상屬屬樓上 올나가서
월궁항아月宮姮娥 반수班首로다
청반진수淸盤珍羞 차러노코(차려놓고)
상아象牙저로 맏을보니(맛을 보니)
용두산적봉미탕龍頭山翟鳳尾湯에
불사약不死藥이 안주로다
견우직녀牽牛織女 차자보니
하동하서河東河西 난아잇고(나누어 있고)
칠월칠일七月七日 눈물짓고
오작烏鵲으로 다리노와(다리 놓아)
은하수銀河水를 건너가서
서로 만나 보단말과(보단말가)
황하수黃河水 목욕沐浴하고
산채점심山菜点心 한 연후然后에
팔경八景을 구경하러
소상강蕭湘江 더러가러(들어가려)
동정호洞庭湖 나러가니(내려가니)
장한張翰이 강동거江東居한니
청천일난淸天日暖에
수심愁心을 도도는듣 (돋우는 듯)
홍문연鴻門宴을 더러가니(들어가니)
제왕제장諸王諸將 널어안자(늘어 앉아)
풍류소리 질탕한대
목자진예目眥珍拽 저 번쾌樊噲는
치주체견巵酒軆見 장할시고
오강烏江에 우는 말은
항우項羽타든 우추마烏啾馬요
기산箕山에 우는 소는
소부巢夫에 소 분명하고
추월망야秋月望夜 우는 닭은
맹상군孟嘗君에 닭이로다
이화정梨花亭 짓는 개은(는)
마고麻姑할미 쌉살이요
오류촌五柳村 드르가니(들어가니)
도연명陶淵明에 정자亭子로다
여포呂布타든 적토마赤土馬을
조맹덕趙孟德 아서타고(빼앗어 타고)
관운장關雲丈에 더러서니
화용도華蓉道 조번길에(좁은 길에)
조조曹操는 항복降服 밧고(받고)
늠름한 대장부요
노당익장老當益壯 황한승黃漢承은
칠십당년七十當年 늘것스뒤(늙었으되)
한 말 밥과 열 근 고기를
마상馬上에서 밧아멱고(받아먹고)
팔만대병八萬大兵 싸흠속에(싸움 속에)
임의任意로 횡행橫行하고
편작고명수단扁鵲高名手段 만병萬病을 통치痛治하고
맹호연孟浩然에 저는 나귀
백락천白樂天이 고처내니
연엽주蓮葉酒를 실어타고
도연명陶淵明을 차저가고
유령이를 보러가니
장취불성長醉不醒 하여잇고
천수만한千愁萬恨 다바리고
장전주長傳酒(將進酒?)로 노래한다
춘산화유春山花遊 노는 명사名士
명라궁明羅宮에 영령英靈이요
옥경연玉京宴에 운령雲靈이라
서시경패西施璟貝 다왓슨이
일색구경日色求景 하고가자
숙낭자淑娘子에 고흔얼굴
오늘이야 보리로다
남해용궁南海龍宮 더러가니(들어가니)
여서문余書文에 상량문上樑文에
광판왕廣判王 칭찬稱讚한이(하니)
글귀마다 문장文章이라
부상홍일扶桑紅日 놉핫는대(높았는데)
서역국西歷國을 들어간니
아미타불 석가여래釋伽如來
관음보살觀音菩薩 지장보살地藏菩薩
십이보살十二菩薩 오백나한五百羅漢
승경僧磬소리 요란搖亂하다
그리로서도라와
고소대상월단단姑蘇臺上月團團이요
고소대하수잔잔姑蘇臺下水潺潺이라
을퍼다(읊어) 취흥한단醉興閒段하다
황금소년黃金少年 왕소군王昭君은
호지접胡地接이 되어갈재
청석령靑石嶺 구름속에
원한怨恨을 뿌럿스라
등왕각滕王閣을 올나가니(올라가니)
왈발王渤에 등왕각서滕王閣書
처량凄凉할손
삼척미척三尺微尺 네글자라
삼신三神을 도라드러
백운白雲으로 일산日傘삼고
청풍淸風으로 부채삼아
좌우산천左右山川 구경求景하고
호중천지壺中天地 바라보니
서양천西陽天이 거이로다
낙시대를 둘러미고
조대釣臺로 내려가니
서산낙조西山落照 빗거는대(빗기는데)
은린옥척銀鱗玉尺 나가내어(낚아내어)
버들끋해꼬여들고(버들 끝에 꽂아들고)
망혜완보芒鞋緩步로
어부사漁夫詞 외우면서
행화촌杏花村 차저가서
고기주고 술을 사서
취醉하야 도라오니
청한담박淸閒澹泊 이내 몸이
세상공명世上功名 비할 손야(손가)
구승갈포九勝葛布 입엇슨이
금의錦衣부러하며(부러우며)
산채소반山菜素飯으로
적구충장適口充腸 하엿슨니
고량진미膏粱珍味 무용無用이라
허허 세상사世上事
정영이러하구나(정녕 이러하구나)
아니 놀고 무엇하리
몽유가夢遊歌
첫댓글 마지막 쯤 산채소반이 아니라 山산菜채麥맥飯반 같지요?
와 송대표님 유전자에 이미 이 어르신의 필력이 있었음을 느껴봅니다.
대단한 발견 축하 드립니다!
마지막 구절들이 인생에 달관하신 분들의 오도송을 듣는 듯 합니다.
노인네 諱자는 鴻자 洙자 쓰시구요... 자는 仲水... 호는 朝陽이셨습니다.... 1911년 辛亥 생이시니..... 살아계셨으면 만으로 99이군요....
직접 지으신게 아니시군요..... 받아 적으셨네요.....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