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절이 언제 시작되려나 싶어도 어김없이 사순 1주일이 지났습니다. 올해는 사순절도 늦고 부활도 많이 늦습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봄도 조금은 늦게 찾아오는 듯하여 덜 조바심이 생기기도 하지요. 부활은 멀었는데 꽃들이 만개하면 왠지 균형이 맞지 않은 듯하여 어색한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부활을 준비하는 사순절인데 온 사방이 화창하면 날씨에 대해서도 괜한 시샘이 생깁니다. 그래도 봄은 찾아왔습니다. 웅덩이를 살피면 도롱뇽들이 알을 낳아서 물속 나뭇가지에 매달아 놓았습니다.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어김없이 알을 낳고 또 새끼들은 깨어나 부지런히 성장하겠지요. 작년 늦가을에 심은 마늘도 이제 제법 자라서 비닐 구멍 내고 흙으로 덮고 왔습니다. 처음 심은 마늘인데 얼마나 수확이 될는지 모르겠습니다.
우리 성당은 지어진 지 40여 년이 되었습니다. 오래되었다면 오래되었다고 볼 수 있고 그렇지 않다면 그렇지 않다고도 볼 수 있는데 유달리 고장이 많이 납니다. 여기 고치고 나면 저기 탈이 나곤 합니다. 얼마 전 엘리베이터 위에서 물이 떨어졌는데 엘리베이터 위 기계실 쪽에서 빗물이 스며들어 생기는 문제였습니다. 고마운 시설위원회 형제님들이 실리콘으로 물이 들어올 만한 틈새를 잘 메웠지만 영구적인 것이 아니라 가끔 확인해야 합니다. 사실 여기 고치고 나면 저기 고장 나고 저기 고치면 여기 고장이 나고 해서 골치가 아픕니다. 요셉관 옥상에도 방수해야 하고 제의방 옥상과 수녀원 테라스도 방수를 좀 해야 합니다. 잘 되어서 당분간 문제가 없으면 좋겠습니다. 성당 건물 바로 옆으로 큰 아파트 단지가 들어왔으니 건물도 문제가 사실 없다 할 수 없습니다. 아파트 공사할 때 지하 주차장을 아마 굉장한 깊이로 팠을 테고 성당과의 거리가 얼마 되지 않습니다. 그러니 성당 주변의 토양이 단단하지 않아 얼마나 빈 공간들이 있을지 알 수는 없지만 성당 건물 주위로 빈 공간들이 곳곳에서 보이는 걸 보면 마음이 안 좋습니다. 뭐든지 기초가 단단해야 하는데 말입니다. 지금 어찌할 도리가 없으니 아쉬울 따름입니다.
느리고 천천히 가지만 꾸준히 가는 것이 더 낫다는 생각을 항상 합니다. 당장 성과를 내는 것보다 기초를 튼튼히 하는 일이 기본이지요. 등산을 하거나 길을 걸을 때에도, 달리기를 할 때에도 천천히 가지만 쉬지 않고 가는 사람이 결국 정상에 서고 끝까지 완주하는 법입니다. 우리 영성 생활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 당장의 열매가 보이지 않는다 하여 그 나무가 성장하지 않는 것이 아니듯이 지금 당장 영성의 열매가 맺혀지지 않은 것처럼 보여도 꾸준히 성경을 읽고 기도하고 미사에 참례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요. 하지만 조급함은 우리를 항상 유혹합니다. 그리고 목표에 도달하는 것에 대한 갈망도 우리를 유혹합니다. 이 정도로 피정도 갔다 오고 기도했으면 나의 영성도 성장해야 되는 것이 아닌가? 라고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하느님의 침묵이 야속하기도 하고 섭섭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자칫 잘못하면 교회가 허락하지 않는 거짓된 신심에 빠지기도 합니다. 그리고 거짓된 신심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하여 교회의 가르침에 순명하지 않기도 하지요.
지금 당장 하느님 현존을 느끼지 못한다 할지라도, 꾸준히 기도하고 미사에 참례하시지요. 열매는 우리가 맺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때에 원하시는 방식으로 주시는 선물이니까요.
첫댓글 참으로 맞는 말씀입니다.
꾸준함이 그어떤 것도 이길수가 없다고합니다.
내 나이에 이렇게 건재한 것도 30년이나 되는 우리성당에서
비비고 기도 하는게 그게 바로 주님의 은총이 아닐까 합니다.
원래 지사랑 지가 받는다고 합니다.
그래서 하느님께 사랑 받을려면 꾸준히 기도의 문을 두드려야 한다고 봅니다.
감사합니다, 좋은글을 올려주셔서 Thank yo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