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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5화>
위문편지
크리스마스가 다가왔다. 군대에 와서 처음 맞는 크리스마스였다. 친구들이 연하장과 크리스마스 카드를 보내 왔다. 김 소위도 얼마 전에 샀던 크리스마스 카드를 친구들에게 보냈다.
"주번사관님, 위문편지 왔어요."
"뭐, 위문편지? 웬 위문편지? 애들에게 주지 않고?"
크리스마스를 한 주 앞둔 주말 주번사관을 서고 있는데 사령부에 갔다 온 전령이 김 소위에게 편지 한 꾸러미를 내밀었다. 김 소위가 보니 상주 용운중학교에서 여학생들이 쓴, 받는 사람이 <국군 아저씨>인 위문편지가 열 통 가량 되었다. 그 중에 정하가 보낸 간단한 메모가 있었다.
'그렇지. 정하가 이 학교 선생이지.'
<오랜만에 연락하는 것 같다. 학생들이 크리스마스와 연말연시를 맞아 국군 아저씨들에게 위문편지를 썼단다. 애들이 편지 쓰는 거 보고 있으니 네 생각이 나서 몇 통 골라 보낸다. 거기는 많이 춥지? 건강 조심하고. 연말 잘 보내라.>
"어이, 전 상병! 이 위문편지들, 내무반에 애들 갖다 줘라. 받은 애들은 답장 쓰라고 해!"
김 소위는 여중학생들이 쓴 위문편지를 졸병 <국군 아저씨>들에게 내주었다.
"위문편지라······."
초등학교 때 월남에 계신 국군 아저씨께 위문편지를 썼는데 그 편지를 받았던 국군 아저씨가 답장을 보냈다. 그 후 몇 번 더 편지를 주고 받았지만 어느 틈엔가 연락이 끊어졌다. 그 국군 아저씨가 누구인지 이름도 생각이 나지 않았다.
그 때 김 소위에게, 그가 초등학교 시절 소년잡지에선가 어느 책에선가 읽은 기억이 있는 위문편지 생각이 떠올랐다.
1차대전이 한창 진행 중인 때였다. 브란트 대위는 독일군의 군의관으로 서부전선 최전방 병원부대에 근무하고 있었다. 전쟁 중인 야전병원에 시설이 변변할 리가 있을까? 아무렇게나 널려 있는 야전 침대에 누워 있는 부상병들! 팔다리가 잘려 나가거나 머리가 깨져 있거나 가슴에 총알을 맞아 다 죽어가고 있는 군인들! 여기저기서 들려 오는 신음소리와 위생병들이 급하게 뛰어다니는 구둣발 소리들! 가까이에서 연신 들려 오는 포탄 소리와 총소리들!
주위를 둘러 보던 브란트 대위는 큰 한숨을 내쉬었다. 주사약이랑 수술도구 등도 턱없이 부족한 상태에서 죽어가는 병사들을 보면서도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었다. 그저 응급조치로 지혈이나 해 주는 수 밖에.
"도대체 본부에서는 뭣들하고 앉아 있는 거야! 아무 것도 없이 우리 보고 어떻게 하라고!"
브란트 대위는 전쟁에 환멸을 느꼈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전쟁이며 왜 이 많은 젊은이들이 이유도 모르고 죽어가야 하는지, 살릴 수 있는 병사들도 그냥 죽게 내버려 둘 수 밖에 없는 자신의 처지가 너무도 비참했다.
크리스마스를 며칠 앞둔 그 즈음, 브란트 대위가 있는 야전병원에도 후방의 국민들이 보낸 위문편지가 왔다.
"위문편지? 당신네들이 저 죽어가는 병사들을 상상이나 하는가?"
브란트 대위는 냉소를 보냈다. 하사관이 위생병들과 상처가 가벼운 환자들에게 위문편지들을 나누어 주었다.
"도대체 무슨 위문을 어떻게 하나?"
브란트 대위는 남아 있는 몇 통의 편지 중에서 한 통을 집어 들었다.
<기쁘다 구주 오셨네! 며칠 있으면 주 하나님께서 이 세상에 오신 크리스마스랍니다. 전방에 계시는 장병 아저씨. 계속되는 전쟁에 얼마나 수고가 많으신가요? 주 하나님이 세상에 오신 크리스마스 때만이라도 전쟁을 멈출 수 없는가 생각해 본답니다. 주 하나님께서는 우리 인간을, 이 세상을 악에서 구원하시려 사람의 모습으로 이 세상에 오셨답니다. 우리는 ······ >
"뭣이 어째? 크리스마스? 주 하나님? 구원?. 미쳤구나, 미쳤어! 여기 이 상황을 도대체 얼마나 알고 이런 편지를 보내는 거야!"
브란트 대위는 너무나 화가 나서 편지를 다 읽지도 않고 구겨서 던져 버렸다. 전혀 전방의 상황을 파악 못하고 하나님 타령하는 편지가 너무나 한심했다. 전방과 후방의 차이가 이렇게도 크단 말인가? 브란트 대위는 가슴에서 분이 끓어 올라 도저히 그냥 내팽개쳐 둘 수가 없었다. 구겨 던져 버렸던 위문편지를 다시 집어서 주소를 확인한 후 생각나는 대로 마구 펜을 움직였다.
<올가양. 이 곳은 최전방 야전병원입니다. 저 밖에는 죄 없는 젊은이들이 전쟁터에서 이유도 모른 채 죽어가고 있습니다. 당신은 저 병사들의 비명소리를 들을 수 없겠지요. 당신은 저 병사들의 처참한 모습을 볼 수 없겠지요. 팔다리가 잘린 모습, 눈알이 빠진 모습, 내장이 다 터진 모습들! 수술이나 치료도 제대로 할 수 없어 그냥 죽기만을 기다리는 저 모습들을 당신 같은 사람들은 상상도 할 수 없겠지요. 하나님이 오신다구요? 악에서 구원하신다구요? 이건 다 무엇인가요? 하나님이 오셨으면, 하나님이 계신다면, 그 분은 이 병사들을 이렇게 죽게 내버려 둔단 말입니까? 도대체 뭐가 기쁘고 누가 오셨단 말입니까? ······>
브란트 대위는 격한 감정을 그대로 토해 냈다. 누구에겐가 이 상황을 이야기하고 나니 좀 후련한 것 같았다.
바쁘게 몇 달을 보냈다. 그 사이 약품이랑 수술도구 등 보급품도 보충되었고 전쟁은 소강상태에 빠져 부상병들도 많이 회복되었다. 어느 날 브란트 대위는 예쁜 분홍색 봉투에 수려한 펜 글씨로 자신의 이름이 씌어 진 편지를 한 통 받았다.
<브란트 대위님. 대위님을 찾느라 한참 시간이 흘렀어요. 대위님께서 제 편지에 답장을 보내실 때 주소를 쓰시지 않으셨더군요. 우편 소인을 보고 수소문해서 결국 병원주소를 알아냈습니다. 제가 대위님 계신 병원의 형편을 모르고 대위님 기분을 상하게 해 드렸다면 진심으로 사과 드립니다. 저는 베를린 근처의 교회에서 주일학교 교사로 근무하고 있거든요. 크리스마스를 맞아 학생들에게 위문편지를 쓰게 하면서 저도 한 통을 썼는데 그걸 대위님께서 보셨군요. 제 뜻은 전방에 계시는 장병 여러분들에게 조금이나마 희망을 드리려고 크리스마스와 주 하나님 얘기를 했던 것이었답니다. 결코 ······>
대략 이런 내용이었다. 물론 그런 사정을 브란트 대위가 몰랐던 것은 아니었다. 다만, 당시 워낙 위급하고 곤란한 상태에서 자신과 전쟁에 환멸을 느끼던 차에 읽은 내용이 그만 그를 격하게 만들었던 것이었다.
브란트 대위는 답장을 썼다.
<올가양! 뜻밖의 편지 잘 읽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니 제가 그 때 좀 격했던 것 같네요. 총소리가 요란하고 포탄이 옆에서 터지고 여기저기서 큰 부상을 당한 장병들이 비명을 지르고 치료도 못받고 죽어가는 상황에서, 하나님이 구원하러 오셨다는 걸 그 상황에서는 받아들이기 힘들었지요. 전쟁터에서 죽어가는 젊은이들을 보면서 과연 산다는 게 무엇인지, 올가양이 얘기한 하나님은 정말 계시는지, 계신다면 왜 인간들에게 이런 고통을 안기는지, 요즘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런 생각을 하다보면 ······>
그 편지 이후 브란트 대위와 올가는 자주 편지를 교환했다. 편지 속에서 그들은 전쟁의 상황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고 종교를 논하고 인생에 대해 토론하고 음악을 얘기하며 문학을 비평하고 철학적 견해에 대해 서로 논쟁을 했다. 의견이 일치하기도 했지만 심하게 논쟁하며 다투기도 하다가 위로하고 사과하기도 하며 개인적인 고충도 서로 털어놓고 얘기하게 되었다. 편지가 오면 즉시 답장을 보내고 그 답장을 받으면 또 곧바로 답장을 보내다 보니 최소한 일주일에 한두 번은 서로 편지를 주고 받게 되었다. 두 사람은 서로 만나지는 못했지만 정신적으로는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친구가 되어 있었다.
그렇게 세월이 흘러갔다. 그 동안 일 년이 넘도록 서로 주고 받은 편지가 수북이 쌓여 그들 사이의 역사를 얘기해 주고 있었다. 브란트 대위의 마음 속에는 어느 틈에 올가가 깊숙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녀와 나눈 수많은 대화들을 생각하면 브란트 대위는 올가가 없이는 이 세상을 살아갈 수 없을 것 같았다. 어느 새 브란트 대위는 올가를 깊이 사랑하게 된 것이었다. 그 동안에도 몇 번인가 만날 것을 제안했었지만 그 때마다 올가는 정신적인 사귐이 더 중요하다는 것, 비록 그녀가 결혼은 안 했지만 나이가 조금 많다는 것, 뚱뚱하고 얼굴이 예쁘지 않아 보여 주고 싶지 않다는 등 만남에 응해주지 않았다. 브란트 대위도 중요한 것은 정신적인 이해와 사랑이지 결코 외모가 아니다, 우리가 나눈 많은 대화를 생각하면 나이가 많은 것, 뚱뚱한 것 등은 전혀 문제가 안 된다고 얘기했다. 드디어 브란트 대위는 올가에게 청혼 편지를 썼다.
<보고 싶은 올가양! 나는 당신과 결혼하고 싶습니다. 지난 일 년여 동안 당신과 나는 어느 누구보다도 많은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이 세상 온갖 문제에 대해 우리가 얘기하지 않은 것이 없을 겁니다. 혹은 우리 의견이 일치하기도 했지만 다투거나 논쟁을 벌였던 일이 더 많지 않았나 생각되지요. 그러나 결국 우리는 더 많은 논쟁을 통해 한 가지 결론을 이끌어 내곤 했지요. 사람의 인생살이도 이와 같지 않을까 하고 감히 생각해 보기도 한답니다. 서로 다른 부모에게서, 서로 다른 환경에서, 서로 다른 교육을 받고 자란 두 사람이, 결혼하고 한 집에서 평생을 얼굴을 맞대고 산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닐 겁니다. 그러나 제 책상에 쌓여 있는 편지뭉치들을 보면, 그런 장애물은 우리 두 사람 사이에서는 이미 전부 다 해소되었다고 저는 감히 말 할 수 있습니다. 당신이 나이가 많고 뚱뚱하고 못 생겼다 해도 그런 것은 저에게는 아무런 장애가 될 수 없습니다. 우리에게는 외모보다 더 중요한 우리의 역사가 있고 정신적인 사랑이 있습니다. 올가양. 사랑합니다. 진정 당신을 사랑합니다. 저와 결혼해 주시기를 간청합니다.>
올가는 결국 브란트 대위의 청혼을 받아들였다. 다가오는 크리스마스 날 낮 열 두 시. 두 사람은 베를린 역 광장에 있는 시계탑 아래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했다. 크리스마스를 맞아 올가가 보낸 위문편지를 보고 브란트 대위가 격한 감정을 담은 편지를 보낸 이후 이 년 만이었다. 서로 얼굴을 모르기 때문에 올가는 검은 색 외투에 검은 모자를 쓰고 한 손에 빨간 장미 한 송이를 들고 나오기로 했고, 군복을 입은 브란트 대위는 책 한 권을 들고 나오기로 했다.
드디어 약속한 크리스마스 날, 브란트 대위는 설레는 마음으로 베를린 역 광장으로 갔다. 역 광장은 성탄절을 맞아 오고 가는 사람들로 무척 붐볐다. 광장 한가운데는 커다란 크리스마스 트리가 번쩍거리고 있었고 어디에선가 크리스마스 캐롤도 힘차게 울려 나왔다. 어디를 보나 전쟁을 하는 나라라는 느낌은 가질 수 없었다.
'여긴 완전히 별천지이군.'
일선 야전병원에서 포탄소리와 총소리를 들으며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 위험 속에서 부상병들과 씨름하던 브란트 대위에게는 이 모든 것들이 다른 세상 같았다. 브란트 대위는 시계탑에서 약간의 거리를 두고 서서 시계를 보았다. 열 두 시 십 분 전을 가리키고 있었다. 시계탑 주위는 오가는 많은 사람들로 인해 무척 붐볐다. 혹시나 못 찾을까 유심히 시계탑 주위의 사람들을 살피던 브란트 대위의 눈에 드디어 한 여인이 눈에 들어왔다.
'아, 올가다!'
그녀는 과연 약속대로 검은 외투와 검은 모자 차림에 빨간 장미꽃 한 송이를 손에 들고 있었다. 얼굴은 확인할 수 없었지만 약간 작은 키에 조금 통통한 몸매로 보아 틀림없는 것 같았다. 브란트 대위는 그녀를 향해 한 걸음 성금 내디뎠다. 바로 그 때였다.
눈부시게 화려한 드레스 차림의 한 젊은 여인이 바쁜 걸음으로 지나가다가 브란트 대위와 거의 부딪칠 뻔했다. 책을 떨어뜨릴 뻔하다가 바로 잡은 대위의 코에 향긋한 여인의 체취가 스며들었다. 그 젊은 여인은 미안하다는 표정으로 대위를 바라보며 생긋 미소 지었다. 브란트 대위도 그녀를 마주 보았다. 모자로 머리를 가렸지만 늘씬한 키에 미소 띤 갸름한 얼굴, 볼록한 가슴, 한 주먹에 움켜 쥘 수 있을 만큼 가느다란 허리, 바닥에 끌리는 드레스 자락을 살며시 쥐고 있는 그녀의 손 등 너무나 예쁜 여인의 모습에 대위는 숨이 멎을 것 같았다. 그녀는 브란트 대위에게 살짝 윙크를 보내며 따라 오라는 듯한 눈짓을 했다. 대위는 자신도 모르게 한 걸음 여인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여인은 앞에 있는 2층 찻집으로 오르는 계단을 잡고는 다시 한 번 대위를 돌아보고 머리를 끄덕이며 미소를 지어 보이고는 안으로 사라졌다. 분명 따라오라는 신호였다.
브란트 대위는 한 걸음 더 계단 쪽으로 다가섰다. 갑자기 그는 올가 쪽을 돌아다 보았다. 그녀는 빨간 장미꽃 송이를 든 채 여전히 누구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는 붐비는 많은 사람들 속에서 아직 브란트 대위를 발견하지 못했다. 올가의 모습과 방금 찻집으로 들어간 젊은 여인의 모습은 너무나 대조적이었다. 만약 지금 브란트 대위가 그냥 찻집으로 들어간다면 올가는 그가 여기 왔었다는 사실도 모를 터였다. 그러면 올가와 브란트 대위의 관계는 그것으로 끝이었다. 브란트 대위는 드디어 찻집으로 올라가는 계단의 난간을 잡았다. 대위의 가슴이 심하게 요동쳤다. 호흡이 거칠어졌다. 한동안 요동치는 가슴으로 거칠게 숨을 쉬던 그는 마침내 큰 한숨을 길게 내쉰 뒤 난간을 잡은 손을 놓았다. 그리고는 천천히 발길을 돌렸다. 브란트 대위는 한 걸음 한 걸음 신중하게 올가에게로 다가갔다. 가까이에서 본 올가의 모습은 그녀가 편지에서 묘사한 대로였다. 바로 앞에까지 다가가도 올가는 무표정하게 서 있었다.
"저어, 올가양. 브란트 대윕니다. 이렇게 나와 주셔서 정말 영광입니다."
브란트 대위는 모자를 벗고 정중하게 허리를 굽혀 인사를 했다. 올가는 그제서야 눈을 동그랗게 뜨고 브란트 대위를 바라보았다.
"전 올가가 아니에요. 어떤 젊은 아가씨가 저보고 이 꽃을 들고 잠시 여기 서 있어 달라고 부탁을 했어요. 그리고 어떤 군인 아저씨가 와서 올가냐고 묻거든 이 쪽지를 전해 주라고 했어요."
올가라고 생각했던 여인이 쪽지를 내밀었다. 브란트 대위가 펼쳐 보았다.
<브란트 대위님. 건너 편 2층 찻집에서 기다리겠습니다. -올가->
"그럼 조금 전 저 찻집으로 들어갔던 드레스 입은 아가씨?"
"예, 맞아요."
브란트 대위는 경악해서 돌아섰다. 한 걸음에 찻집의 계단을 뛰어 올랐다.
일요일 밤 점호시간이 되었다. 김 소위는 점호준비를 마친 내무반에 들어섰다. 주번하사가 일석점호 인원보고를 했다.
"쉬어! 편히 쉬어!"
사병들을 편히 쉬게 한 뒤 김 소위가 물었다.
"어제 내가 준 위문편지 받은 사람, 거수!"
대여섯 명의 사병들이 손을 들었다.
"이것 밖에 안 돼? 열 통은 될 텐데? 박 일병. 답장 썼나?"
"예, 일병 박 광수! 아직 못 썼습니다!"
박 일병이 고래고래 고함을 질렀다.
"소리 지르지 마! 조용조용히 얘기 해. 그래도 다 들을 수 있어. 최 일병은?"
"예, 아직 못 썼습니다."
사병들의 입가에 미소가 번지기 시작했다.
"요놈들 봐라. 임마, 위문편지를 받았으면 최소한 답장은 써야 되는 것 아니야?"
김 소위가 다그치자 엄 병장이 소리쳤다.
"주번사관님, 부탁이 있습니다!"
"뭐야?"
"거 중학생 말고 여고생 위문편지를 좀 받게 해 주십시오!"
"야, 엄 병장! 넌 남의 것 탐내지 말고 네 거나 잘 챙겨!"
사병들이 폭소를 터뜨렸다.
('80. 12)
첫댓글 삭막한 병영에서의 위문편지, 그 위력은 실로 엄청났지...., 근데 요즈음 병사들은 휴대폰등 온갖것들에 푹 빠져서
자라다보니 편지의 참맛을 모르는것 같애, 편지 쓰는넘 한넘 없거든(무료군사우편 남아 돌아)...
게다가 애네들이 듣는 노래가사 마저 직설적 표현에 욕같은것 뿐이니 서정적과는 거리가 멀지
우리가 젊었을적 그 때가 정말 낭만적이었던 것 같은데 유슈선생? 그렇지?
그럼, 그럼! 우리 박단장이 낭만을 잘 아시네. 우리 때는 겨우 <사랑한다고~~ 말 할 걸 그랬지~~~?> 말도 바로 못하고 겨우 이런 투였는데~~~
브란트 대위와 올가...멋있고 서정적이네...thks.유수.
근데,우리 와이프는 고2떄 국군장병 아저씨께 보내는 위문편지를 썼는 데...그 때가,내가 소위때더군.
이 이야기는 실화인데 이미 오래전에 <장미꽃을 든 못생긴 여인>이라는 이야기로, 줄거리는 같지만 약간씩 각색되어 많이 읽혔지. 브란트와 올가는 내가 지어낸 이름이고 진짜 이름은 나도 잊었는데 그 두 사람이 장미꽃 여인에게 자기네 일의 비밀을 지켜달라고 부탁했었다네. 근데 몇년 전에 두 주인공이 타계했다더군. 그래서 그 때의 장미꽃 여인이 그제서야 주인공 두사람의 이름을 밝혔었다네. 그 뒤로 이 이야기가 다시 각색되어 서점에서 인기를 끌었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