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사이에 매운맛 열풍이 한창이다. 매운 음식을 먹으면 스트레스가 해소된다는 게 그들의 얘기. 문제는 청소년이 탐닉하는매운맛의 강도가 점점 강해진다는 것. 성장기 식습관은 평생의 건강을 결정짓기에 그냥 두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전문가의 의견이다. 내 자녀의 매운맛 중독, 이대로 둬도 될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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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er's Letter |
"중학교 3학년 딸이 매운 음식을 지나치게 자주 먹습니다. 시험 때는 매일 먹어요. 처음엔 매운 라면으로 만족하더니날이 갈수록 매운 정도가 심한 음식만 찾습니다. 맵다고 하면서도 매운 음식만 찾고 먹자마자 배가 아프다며 화장실을 들락거려요. _김미선(가명, 43·서울 동작구 사당동) | | |
스트레스 해소 취약한 아이들, 매운맛에 빠지다
청소년 심리 치료사 최해숙씨는 "아이들이 매운맛을 찾는 이유는 건전한 방법으로 행복감을 얻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사회적 제약 때문에 욕구 해소법이 한정적일 수밖에 없는 아이들이 가장 건전하게 최대한 빨리 기쁨을 느낄 수 있는 방법으로 매운 음식을 선택하는 거죠. 상담 사례를 보면 마땅한 스트레스 해소 방법이 없는 아이들일수록 매운맛을 즐기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학업 부담감이 높은 학생일수록, 신체 운동을 거의 하지 않는 여학생일수록 매운 음식을 자주 먹는다. 과연매운 음식을 먹으면 스트레스가 풀린다는 것은 사실일까? 매운 음식을 먹으면 혀의 통증 세포를 자극하고 뇌에 아픔이 전달된다. 아픔을 감지한 뇌는 진통제 역할을 하는 엔도르핀을 분비한다. 엔도르핀은 행복감을 주는 효과가 있어 매운 음식을 먹으면 즐거움을 느끼고, 이 과정에서 스트레스가 해소되는 기분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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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운 음식, 득보다 실이 많다
다이어트를 위해 매운 음식을 먹는다는 여학생도 있다. 매운 음식을 먹으면 몸에 열과 땀이 나며 신진대사가 원활해져 에너지 소비가 촉진된다. 소량의 캡사이신은 위염을 치료한다는 보고도 있다. 하지만 성장기에 있는 청소년이 지나치게 매운 음식을 자주 먹으면 득보다 실이 많다. 윤철내과의원 윤철 원장은 "매운 음식 섭취가 지나치면 복통이나 속 쓰림, 설사 등의 위장관 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 고 설명한다. 위염은 치료도 중요하지만, 지속적인 식생활 관리가 필수. 맵고 짜게 식사하는 것은 위장관 염증을 악화하는 행위니 삼가야 한다.
현등한의원 박세기 원장은 "맵거나 기름진 음식만으로는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할 수 없다. 한의학에서는 매운 음식을 먹으면 열이 위로 올라가 피부 열이 발생, 여드름을 악화한다"고 설명한다. 단 매운맛이 폐 기능을 좋게 해서 윤기 나는 피부와 머리카락 만들기에 도움을 주기도 하니 적당히 섭취하는 것도 좋다. 매운맛의 주성분인 캡사이신은 무극성에 가까운 분자인 반면, 물은 극성 용매다. 극성 용매는 극성 용질은 잘 녹이지만, 극성이 작은 용질은 극성 용매에 잘 녹지 않는다. 따라서 매운 음식을 먹고 물을 마시면 매운맛이 가시지 않는다. 반면 우유는 물에 단백질과 지방 성분 등이 분산된 콜로이드 극성 상태로, 매운 음식을 먹고 우유를 마시면 매운맛을 빨리 없앨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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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p 우리 아이 자주 먹는 최강의 매운맛은? 매운맛은 스코빌 지수(SHU)로 매긴다. 파프리카 0, 후추 500, 청양고추는 4천~1만, 세계에서 가장 매운 고추인 부트 졸로키아라는 100만이며, 순수 캡사이신은 1천만 이상이다. '신라면' 은 2천 700SHU(확인), 요즘 청소년에게 인기 있는 '불닭볶음면' 은 4천404SHU다. 시판 라면 중 가장 매운 라면은 팔도 '틈새라면 빨계떡' 으로 8천557SHU다. | 미즈내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