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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서울대병원 청소노동자 두 번 죽이는 검찰과 조선일보 | |||
이영분 공공노조 의료연대 서울지부 민들레분회 분회장 | |||
저는 서울대병원에서 청소하는 노동자입니다. 또 서울대병원 청소노동자들의 노조인 공공노조 의료연대 서울지부 ‘민들레분회’의 조합원입니다. 지난 5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으로부터 반갑지 않은 편지를 받아 마음이 불편합니다. 50년 넘게 살면서 검찰청에서 처음 편지를 받기도 했지만, 그 속에 적혀 있는 감금·폭력·업무방해·폐기물관리법 위반 등의 단어는 더욱 낯섭니다. 수십 명의 조합원이 같은 편지를 받았습니다. 누구는 한 달치 월급이 넘는 벌금을 내야 한다고 하고, 누구는 재판을 받아야 한다고 합니다. 그해 겨울은 참 추웠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우리는 그렇게 해야 했습니다. 우리는 서울대병원에서 열 시간이 넘게 밥 먹을 시간도 없이 일했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 쉬는 것이 꿈이었습니다. 월급은 최저임금도 안 됐습니다. 무엇보다 우리를 화나게 했던 건 관리자들의 횡포와 투명인간으로 취급하는 인격적 멸시였습니다. 부모님이 오늘내일하시는데 ‘아직 죽지 않았으면 휴가를 줄 수 없다’는 감독한테 잘릴까 봐 대꾸도 못했습니다. 그래서 모였습니다. 며칠 만에 꽤나 많은 사람이 모였고 ‘민들레’라는 예쁜 이름을 가진 노조를 만들었습니다. ‘하청회사는 민들레분회와 교섭을 해야 한다’는 법원의 결정에도 회사는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몇 달을 회사와 교섭하기 위해 기다렸지만 사장 얼굴 한 번 볼 수 없었습니다. 결국 우리는 파업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청업체와 서울대병원이 짜고 불법으로 대체인력을 투입했습니다. 우리들 일당은 고작 3만원을 조금 넘을 뿐인데 대체인력으로 들어온 사람들은 우리의 두세 배가 넘는 돈을 받았습니다. 어느 날 회사가 많은 대체인력들을 강당에 모아 놓고 교육을 한다고 했습니다. 조합원들은 설득을 하러 그곳에 갔습니다. 우리가 그곳에 가자마자 어떻게 알았는지 양복을 입은 100여명의 서울대병원 남자직원들이 나타났습니다. 이 사람들에게 둘러싸이다 몸싸움이 생기고 많은 동료들이 다쳤습니다. 이것이 검찰이 말한 폭행과 감금·업무방해입니다. 그때 우리 조합원들은 화가 정말 많이 났습니다. 우리는 우리가 누구이며 그동안 보이지 않는 곳에서 어떤 일을 했는지 서울대병원장에게 보여 줘야 했습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서울대병원장이 있는 시계탑 건물 앞에 쓰레기들을 봉투 채 쌓아 놓는 상징의식이었습니다. 하지만 서울대병원은 이것조차 가만두지 않았습니다. 경비들을 동원해 쓰레기봉투를 쌓으면 흩어놓고, 또 흩어놓았습니다. 그렇게 옥신각신하다 곳곳에서 쓰레기봉투들이 터졌습니다. 몸집이 아주 작은 한 동료는 경비들에게 들려나와 내동댕이쳐졌습니다. 곳곳에서 경비들에게 밟히고 맞고 넘어져 조합원들의 비명소리가 났습니다. 우리 중 누군가 죽어야만 상황이 끝나는 것이 아닌가 할 정도로 무서웠습니다. 결국 경비에게 발로 채이던 한 조합원이 한 겨울에 윗옷을 벗으며 건드리지 말라고 악을 쓰고 나서야 경비들은 물러났습니다. 15분이 채 걸리지 않은 시간에 벌어진 일입니다. 이를 검찰은 폭력이고 폐기물관리법 위반이라고 합니다. 우리가 “인체에서 적출된 의료폐기물을 병원의 주요 길목에 쌓아 놓기도 했다”더군요. 모르는 사람이 보면 끔찍한 장면입니다. 우리가 싸울 때는 눈길 한 번 주지 않던 거대신문 조선일보가 검찰이 기소 결과 편지를 발송한 당일 여론과 재판에 악영향을 주는 기사를 발 빠르게 낸 이유가 뭔지 묻고 싶습니다. 서울대병원이 청소업체를 바꿔 버렸기 때문이었죠. 하지만 저는 당시 파업을 후회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바뀌었으니까요. 이제 부당한 현실을 보고 참지 않습니다. 이런 우리들의 변화들이 모여 지난해에는 단체교섭을 통해 단체협약을 만들고 작지만 임금도 올렸습니다. 그때 못했더라도 아마 언젠가는 했을 것입니다. 분회의 이름처럼 청소노동자들의 권리선언과 투쟁이 민들레 홀씨처럼 퍼져 나갔을 것입니다. 홍대·이대·고대·연대 청소노동자들이 그랬고, 이젠 싸워서 승리하고 있습니다. 아닐까 걱정입니다. 법은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하다고 하지만 그래도 진실은 통한다는 믿음을 버리지 않을 것입니다. 검사님, 판사님들이 우리를 짓밟지 않을 거라 믿고 싶습니다. | |||
공공노조 의료연대 서울지부 민들레분회 분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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