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ng'이라는 말은 무리지어 다니는 폭력조직을 말하는데, 소위 갱스터즈(Gangsters)라고 하는 이들의 활약상(?)을 그린 영화들이 의외로 관객들에게 호응받는다. 우리나라 영화로는 IMF가 몰아닥쳐 온 국민이 먹고살기 힘든 때 대박을 터뜨린 영화 <친구>가 그 대표적인 경우라 하겠는데, 사내들의 거친 세계가 보여 주는 폭력과 잔인성을 그들만의 '의리'로 포장한다 해도 쉽게 납득키 어렵다. 하지만 이건 말로 이해하기 어렵고 영화를 봐야 가슴으로 느낄 수 있는 묘한 매력 '리얼함'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서부시대 개척사를 일궈내면서 미국은 일찍이 총잡이들이 설쳐대던 게 당연한 시대상황이었고 지금도 자신과 가족의 안전을 위해 집안에 총 한자루쯤은 누구나 두고 있는 실정. 이런 나라에 먹고살려고 가족들을 데리고 신천지 미국으로 이민온 경우라면 더더욱 그렇다. 좋게 말하면 누구나 꿈을 이룰 수 있는 나라이지만 주먹은 늘 법보다 가깝기 마련! 약한 자들이 똘똥 뭉쳐 강자의 폭력에 대항하게 된 데서 미국의 마피아 조직은 탄생하게 된 것이다.
마피아 - 외래어로 한글 사전에 이 단어가 수록되어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할 만큼 우리내들 귀에 익은 단어이다. 조직폭력단체로서 양아치와 조폭 다음으로 치면 되려나?
내가 '마피아'란 걸 알게 된 것은 20대 때 <대부((代父))>란 영화를 보고나서였다. 아니 영화보다 한국에 먼저 소개된 원작소설을 읽었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 두툼한 책을 어찌 다 읽었는지 할 정도로 밤을 샜다. 영화는 3편까지 시리즈가 나올 때마다 놓치지 않고 봤다. 그에 따라 영화 속 배우들도 자연스럽게 나이 든 모습으로 등장했다. 특히 전편에 나온 알 파치노는 더욱...
이태리, 그것도 시실리(시칠리아) 섬 출신의 미국 초창기 이민자들이 출신을 따져 그들만의 왕국을 이뤄 암흑가를 정복해 나가고, 마침내는 광활한 사막 한가운데 라스베이거스라는 도박과 환락의 도시를 세우기까지...
이 영화에 대해 한 매니아는 이리 말하고 있다.
"영화 한편으로 행복감을 느낄 수 있다면 주저없이 이 영화를 택하리라.
돈 코르레오네"라는 한 가문의 인물들을 통해서 미국 마피아 패밀리의 속성과 인간의 숨겨진 욕망을 보여준 배우들의 연기력, 코폴라 감독의 연출력, 그리고 주제곡... 그 모두가 아름다웠던 영화"라고.
폭력범죄조직을 그린 영화이나 그 속에서 볼 수 있는 온갖 군상(群像)들을 적나라히 잘 묘사해낸 덕분일 것이다.
♧ Mario Puzo's The Godfather (代父) (이태리어로 IL PADRINO)
1972년 마리오 푸조가 자신의 원작을 바탕으로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Francis Ford Coppola) 감독과 함께 공동연출했다.
출연하는 배우는 말론 브란도(돈 비토 코르네오네, 젊은 시절의 역은 로버트 드 니로) 알 파치노(마이클 코르레오네), 그리고 다이언 키튼, 로버트 듀발 등 헐리우드의 명배우들이 대거 등장한다. 이 정도이니 아카데미상을 몇개나 휩쓸었을지 뻔하다. 3편 모두에 출연하는 알 파치노는 초창기의 풋풋함, 전성기의 중후함까지 배우로서의 모든 면모를 보여준다. 이 영화와 삶을 같이 한 것이다.
재밌는 것은 코폴라 감독의 엉뚱함. 자신이 엑스트라로 언뜻 스쳐 지나가는 모습으로 카메라에 잡히게 하고, 대부 3편에 나오는 마이클의 딸은 실제 코폴라 감독의 딸이란다. 그외에도 극중 여러 장면에서 자기 아버지 등을 비롯한 가족들을 엑스트라로 출연시킨 점이 그렇다. 내 경우엔 이런 사실을 까마득히 모르고 있다가 20년도 더 지난 어느날 TV에서 김상민인가(?) 영화소개하는 아무개를 통해 알았다. 나만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 줄거리
1947년 돈 코르네오네(Vito Corleone)의 호화 저택에서는 막내딸 코니(탈리아 샤이어 분)의 초호화판 결혼식이 거행되고 있다. 시실리에서의 이민과 모진 고생 끝에 미국 암흑가의 보스로 군림하는 마피아의 두목 돈 코르네오네. 재력과 조직력을 동원, 갖가지 고민을 호소하는 사람들의 문제를 해결해, 사람들은 그를 ‘대부(代父)’라 부른다.
돈 코르네오네는 9세 때 그의 고향인 시실리아에서 가족 모두가 살해당하고 오직 그만 살아남아 미국으로 도피하여 밑바닥 범죄 세계를 경험하면서 확고한 기반을 다지게 된다. 부모의 복수를 위해 시실리로 돌아와 원수를 갚고 그자의 올리브유 사업을 인수, 미국으로의 조직적 밀수를 통해 비약적인 성공을 거두게 된다. 그러던 어느날 돈 코르네오네의 라이벌인 탓타리아 패밀리의 마약 밀매인 소롯소(알 레티에리 분)가 돈 코르네오네를 저격, 중상을 입히는데...
한편, 돈 코르네오네의 막내 아들 마이클(알 파치노 분)은 대학 출신의 인텔리다. 아버지의 저격 사건을 계기로 조직에 개입하여 레스토랑에서 소롯소를 사살하고 시실리로 피신한다. 시실리아에서 시골 아가씨와 결혼하지만 상대 조직의 집요한 추적으로 아내를 잃는다. 장남 소니(제임스 칸 분)는 자신의 여동생 코니를 학대하던 처남 카를로를 혼내주나 이에 앙심을 품은 카를로는 자신의 패밀리와 소니를 배반하게 되고 이로 인해 소니가 처참하게 암살당한다.
보스가 중상을 입고 후계자까지 잃은 돈 코르네오네의 일가는 붕괴 직전에 직면한다. 급거 귀국한 마이클은 대학시절 애인인 케이(다이안 키튼 분)와 재혼한다. 얼마 후 손자와 뜰에서 놀던 돈 코르네오네가 심장발작으로 급사, 마이클이 자리를 이어받아 이 집안의 양자로 오른팔 역할을 하는 변호사 톰(로버트 듀발 분)을 참모로 해 조직을 단결시키고 적들을 격퇴해 나간다.
이상이 이민 초기 젊은 돈 코르네오의 활약을 포함, 2편 상반부까지의 줄거리. 2편 중반에선 조직 내 중간 보스의 변절과 법정에서의 폭로 위협에 패밀리가 어찌 대처하는가가 흥미롭게 펼쳐진다. 이어 사업을 확장시켜 라스베이거스 카지노로 진출하는데, 이 과정에서 집안의 둘째 아들이자 마이클의 형이 큰 실수를 저지르고 자책감에 괴로워 하다 자살하는 가족사의 비극도 있다. 3편에서는 공산화되고마는 쿠바에서의 사업 철수 과정이 있다. 패밀리의 사업을 합법적인 것으로 변신시키는 과정에서 거래를 트게 된 로마 교황청의 탐욕스럽고 어두운 세속적인 면을 보여준다. 조직 안팎으로 늘 배신과 복수는 따르는 것. 교황청에서 보낸 청부살인자에게 마이클은 딸을 잃는다. 유일한 혈육인 아들은 오페라 가수가 된 마당, 패밀리의 미래는 조카에게 맡긴다. 말년(末年)...낙엽지는 정원(庭園) 한쪽, 의자에 앉아 과거를 회상하며 눈시울을 붉히고, 그러다 조용히 눈을 감는다.
영화의 메인 테마 'Speak softly love'. 청년 마이클이 시실리 처녀를 아내로 맞을 때는 환희의 송가 같았고, 노년에 과거를 떠올리며 홀로 맞는 쓸쓸한 임종의 라스트 신에서는 마치 진혼곡처럼 비장하게 관객의 가슴을 파고든다.
The Godfather III, Brucia La Terra - Michael Corleone
가족이 모두 모인 자리. 아들이 기타로 노래하자 마이클은 아련히 회상에 젖는다.
가족들과의 단란했던 시간, 첫사랑... 지나간 그 모든 것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친다.
Speak softly love
The Godfather Love Theme - John Willams
The Godfather - Walt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