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가 너무 자주 오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그러자 그는 “비도 혼자 있는 나에게는 손님”이라고 했다.
읍 신기마을 망운산 줄기 언덕받이에 자리잡은 그의 집은 애초 버려진 농가창고였다. 닳아빠진 라디오가 유일한 친구이고, 그의 재산 1호인 그의 집은 금방이라도 무너져 내릴 것 같았다.
겨우 자신의 몸 하나 눕힐 방 하나에 이불, 책, 그리고 유일한 혈육인 딸(초등학교 교사)과 함께 찍은, 젊은 시절 사진이 벽에 걸려 있는 것이 전부인 세간살이가 이제 궁색해 보이지 않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누구도 회생할 수 없을 것이라고 단정했던 알콜중독자에서 물리학 이론가로,
그리고 어느새 세상을 꿰뚫고 있는 철학자로 우리에게 다가와 있는 ‘능수형님’을 만나 세상살이를 풀어헤쳤다.
‘작은 선이나마 세상인심에 심고 떠나겠다’(小善播世心)는 그의 생각은 과연 어디까지 미쳐 있는가?
‘능수이론’으로 이름 붙여진 그의 ‘신물리학 이론’은 과연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가?
“전과자와 알콜중독자의 과거는 고행이었다”는 그의 ‘깨달음’으로 함께 자아를 찾아 나서 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 같았다.
임상연 = 형님, 텔레비전에 나오는 것 보고 찾아 왔습니다.
형님 이름이 김창호이라는 것도 처음 알았습니다.
‘능수’라는 이름은 언제부터 쓰기 시작했습니까.
능수형님 = 그동안 사람을 만나는 의미를 못 느꼈어.
내가 술 끊고 묻혀 살고 있으니까 모두가 이상하게 생각하고 있는 모양이야.
나는 이제 사람 보는 눈이 생겼어.
겉이 아닌 사람 속을 판단할 수 있어. 이렇게 찾아온 자네니까 앉아 이야기하고 싶구먼. 말이 통하는 사람끼리 앉아야 말 하는 맛도 있고…
국민학교 6학년까지 받은 상장에 모두 ‘능수’라는 이름이 적혔는데, 호적에는 김동철이었던 모양이야.
어릴 때 두 가지 이름을 썼던 거지. 중학교 때 아버지를 따라 부산에 가면서 능수라는 이름은 사라졌어.
월남전에 참전하고 제대 후 고시공부를 좀 했는데 그 때부터 내 어릴 적 이름을 다시 찾게 됐지. (그는 부산공고 출신이다.)
임상연 = 형님이 외딴 곳에 틀어박혀 뭘 연구하고 있다는 소리는 들었습니다만, 언제부터 어떤 계기로 이런 생각을 가지게 됐는지 궁금합니다.
더구나 술을 끊지 못해 안타깝게 생각했던 사람도 많았습니다.
능수형님 = 사람들이 손각락질도 많이 안했겠어?
술 먹고 시비 걸고 싸움질이나 했으니, 뒤늦게 후회한 거지.
살다보면 문득 잘못 살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거야.
그때가 12년 전이야. 그 시기 2~3년이 가장 고통스러웠어.
아무도 재생할 수 없는 재생불량품으로 나를 보았으니까 스스로 껍질을 깨고 빠져나오기가 어디 쉬웠겠어?
그러나 알콜이든 마약이든 도박이든 자아를 찾았을 때 중독에서 헤어날 수 있다고 생각해.
참 자기 모습을 보았을 때 어떤 악조건도 병마도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 이제 내 생각이야.
사람들이 갖은 중독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 자기를 희생시키기 싫기 때문이야. 사실은 자기를 구하는 것인데, 아무 것도 아닌 쾌락에 매달려 한 순간을 참지 못하는 거지.
그 순간의 자기희생을 감수하지 않으려 하니까 중독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거야. 참 자아를 깨달았을 때만 가능하지.
내가 그런 경우지.
그때부터 어느 누구도 침범할 수 없는 내 세계를 가져야 한다고 결심하게 되는 거야.
남 눈 의식할 필요 없이 살면서 내 세계를 가꾸어 가야만 진정한 자아가 완성된다고 생각해.
극심(克心-마음을 이기고),
극일(克日-하루를 이기고),
극한(克恨-한을 이기고) 하면 극생(克生)한다는 글을 벽에 써 붙여 놓고 사람보다 자연을 벗 삼아 살았던 거야.
양심과 의식이 눈을 뜨면 인간의 능력은 무한대라는 사실도 이때 알게 됐지.
임상연 = 발명품 중 현재 겹 체인을 이용해 운동에너지를 배가 시키는 이론이 주목되는 것 같습니다.
자전거도 탈 줄 모르는 분이 하필이면 자전거에 관심을 갖게 된 배경이 있었습니까.
능수형님 = 솔직히 나는 학자들처럼 이론을 완성해 놓고 접근하는 방식이 아니야.
발상의 전환으로 시작하는 거지.
이론이라는 것에 너무 의존하다보면 현상으로 돌아오는 길이 너무 힘들어. 발명 자체를 어렵게 만들 때가 있어.
97년 텔레비전에서 선진국은 자전거 보급률이 30~50%나 되는데 우리나라는 겨우 5% 수준이라는 거야.
국민 의식에도 문제가 있겠지만,
오르막길이 많은 우리나라 지형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네.
쉽게 올라갈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다 보니, 체인을 양쪽으로 돌리면 덜 힘들 것이라는 발상을 하게 된 거야.
그러나 실패했어.
그런데 이 이론은 알고 보니 이미 오래 전에 미국의 한 발명가가 덤벼들었다가 똑같이 실패했다는 거야.
어느 한 체인이 늘어날 경우 브레이크 작용을 하기 때문이지.
다시 연구를 거듭해 나온 것이 겹체인 이론이야. 체인을 붙여 사용할 경우 늘어나도 함께 늘어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고, 이 이론을 바탕으로 휠체어에 적용했어.
임상연 = 현실적으로 발명품을 상품화 하는 등 적용시킨 사례가 있어야 이론이 완성되는 것 아닙니까?
능수형님 = 샘풀을 보내달라는데 돈이 있어야지.
그런데 한국 사람들은 교묘하게 남의 이론을 도용해 적용시키려고 하지 특허권을 돈을 주고 사려고 하지 않아.
스스로 상품을 만들어 시판하려면 엄청난 돈과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발명가들이 포기하게 되는 거야.
돈이 없다보니 ‘겹체인 구동수단을 갖은 오토바이’ 이론을 내용증명으로 우선 특허청에 보내놓고 샘플을 만들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 다녔어.
부산공고 친구들이 30년 만에 만난 나를 위해 자금을 내놓았기 때문에 가능했네.
그리고 지금은 모두가 남해를 떠났지만 탑동 감리교회 목사님이나 물건 감리교회 목사님이 고물상을 다니며 헌 자전거와 부품들을 구해주기도 했어.
때로는 격려와 친구 역할도 해주었는데, 이런 분들이 진정한 목회자라고 나는 생각하네. 편견이 없는 분들이지. 사람을 사람답게 볼 수 있는 지도자들이 이 세상이 어디 있는가?
능수형님 = 지금부터 내 말을 잘 듣게.
(능수형님은 그동안 무슨 말을 해야 하는데 말을 아끼는 듯했다. 핵심적인 이론은 비보도를 전제로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방송국 PD에게도 이 약속을 지킬 것을 요구했고, 4월 22일 방영된 ‘TV특종 놀라운 세상’에는 이 핵심 이론을 설명하는 내용 부분만 삭제됐다.
그러나 일본 변호사에게는 녹화 편집하기 전 테이프 원본 그대로 보냈다고 했다. 그의 이론을 구체적으로 보도할 경우 아직까지 도용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이론에 대한 논문을 준비 중이다.)
내가 이번에 텔레비전에 나가기로 결심한 것은 내 이론을 증명하기 위해서였네.
그동안 몇 차례 섭외가 들어왔지만 내가 거부해 왔거든. 현재 내 이론이 한국에서 특허가 났지만,
일본 미국에서는 내 이론이 그동안 없었던 새로운 이론이다 보니 받아들일 근거가 없다는 거야.
그래서 내가 250만원을 들여 일본 특허재판소에 제소를 해놓았네. 텔레비전에서 내 이론을 사실로 증명하는 오토바이 시연을 펼쳤으니까, 이론을 증명하는 테이프를 보내기 위해서는 공인된 언론이 필요했을 뿐이야.
자, 내가 뭐라 그랬는가.
자전거와 오토바이를 최소의 운동에너지로 최대의 추진력을 갖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찾겠다고 했지.
그래서 겹체인 시스템을 연구했네. 그런데 이 운동원리를 뒷받침할 수 있는 이론이 있어야 인정받을 것 아닌가. 막연히 현상을 놓고 눈으로 보고 그렇구나, 하는 것은 미완성의 발명품일 뿐이야.
누구나 겹체인 시스템이 최소 에너지로 엄청난 힘을 낼 수 있는 것은 눈으로 보고 인정하고 있는데, 이 운동원리가 어떤 이론이냐는 거야.
그 이론을 내가 지금 언론에는 공개할 수 없다는 거야.
자전거나 오토바이는 톱니바퀴의 반지름과 뒷바퀴의 반지름 사이의 운동원리가 중심축의 운동에너지에 의해 움직이게 되는 거야.
이것이 겹체인이 되었을 때 왜 힘이 폭발적으로 발생하게 되는지, 구체적인 이론을 밝혀내기 위해 도서관이고, 어디고 안 간 데가 없어. 아날로그 개념을 디지털 개념의 운동원리로 바꿨다고 보면 돼.
(그의 ‘신이론’을 듣고 편의상 ‘능수이론’으로 이름 붙였다.
그의 이론 설명은 그가 직접 만든 무슨 기구(?)를 이용해 설명되어 졌고, 나는 그의 이론에 수긍이 갔다.
마치 마술 같은 일이 내 눈 앞에서 펼쳐졌기 때문이다.
그는 이 이론이 세상에는 없는 이론이라고 했다.
실제로 나는 그의 이론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컴퓨터 등 많은 자료를 뒤져 검색해 보았으나 어디에도 드러나 있지 않은 이론이었다.)
임상연 = 눈 속임이라고 보지 않습니다.
형님이 그럴 분도 아니고요.
일단 겹체인에 대한 특허권도 확인된 마당이기 때문에 믿을 수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능수형님 = 방송국 PD가 직접 카이스트(KIST·한국과학기술연구원) 직접 전화를 해서 물었지만,
없는 이론이라는 거야.
솔직히 새 이론이지. 일본에서나 미국에서 내 이론을 증명하거나 설명할 현존하는 이론이 없다는 거야.
겹체인의 원리를 연구하다보니 그 역학 원리를 찾아낸 거지.
이 이론을 자동차나 비행기 등 모든 운동 원리에 적용할 경우 엄청난 일이 발생할 수도 있어.
때에 따라 세상이 뒤집어질 일이지.
지금 내 머리 속은 복잡해.
우선 이 이론을 논문으로 세상에 발표해야 도용될 우려도 없고, 이론으로서 학계 인정을 받게 되지.
임상연 = 형님 개인적인 이야기를 좀 해야겠습니다. 따님이 계신 줄로 아는데······
능수형님 = 딸 이야기는 하지 말아.
내가 뭐 해준 것이 있어야지.
자네도 더 늙어 봐. 어머니가 간절히 생각날 테니.(4년 전에 돌아가셨다.) 불효했던 과거가 너무나 가슴에 사무쳐.
그리고 나는 고마운 사람이 있어. 내 딸이 두 살 때 나는 혼자 키우기 시작했어. 그런데 누가 키웠냐 하면 내 여동생이야.
지금 남해고등학교 수학선생(장선애 선생님)을 하고 있는데, 정말 순수한 사람이야.
그런 사람이 없어.
몹쓸 오빠 때문에 딸을 떠맡아 정성껏 키워 초등학교 선생을 만들어 놨으니, 얼마나 훌륭한 사람이야.
내 동생이지만 영혼이 순수하지 않으면 그러지 못해.
내 동생을 보면서 나는 그래도 희망을 가졌던 것 같아. 풀을 보고 그냥 저것이 풀이거니 했어.
그러나 지금은 아름다운 생명을 보는 거야. 그
런 시각으로 사람을 보면 사람 보는 눈이 달라져. 다 아름다운 동생의 영혼 때문이지. 한 번도 고맙다는 말을 못했는데 이 기회에 꼭 전하고 싶어.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내가 동생에게 갚아야 할 것이 많아.
임상연 = 형님, 굶지는 않는지 모르겠네요. 옛날 생각납니다.
형님이 술에 취한 다음날 허연 거품을 물 듯 생쌀을 씹어대던 것을 많이 봤습니다. 그
것으로 요기도 하고 속도 달래고 했겠죠. 술 마시지 않는 지금·····
세간살이를 보니 밥은 해먹지 않는 것 같고·····.
능수형님 = 라면이 주식이야.
가끔 여동생이 못난 오빠를 위해 아직도 밑반찬을 가져오기도 해.
라면만 먹고도 때깔이 좋다고들 해.(웃음) 라면 이야기가 나왔으니 한 마디 하지.
어느 날 새벽까지 연구를 하다가 배가 출출해 물이 끓는 냄비에 라면을 넣고 돌아섰다가 잠시 후 스프를 넣으려는데 스프봉지가 없는 거야. 아무리 찾아도 있나.
배는 고프고 라면은 불어터지고 해서 소금을 조금 넣고 먹으면서, 누구라 할 것 없이 얼마나 욕을 해댔는지.
그런데 1년이 지난 어느 날 가스렌지가 고장 나는 바람에 밑을 볼 기회가 있었는데, 그 스프 봉지가 있지 않겠어.
얼마나 반가운지,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어.
아마 쥐새끼가 그 잠깐 사이 물고 들어갔던 모양이야. 얼마나 내가 부끄러운지. 쥐새끼만도 못한 인간이라는 생각이 들었어. 어떤 상황에서도 인간이라면 느리게, 깊게, 넓게 생각해야 하는 거지.
임상연 = 외롭지 않습니까?
능수형님 = 3년 전인가 눈이 많이 내렸을 때야.
하얀 눈이 밤새도록 내렸는데, 하얀 눈밭에 밤새 어떤 여자의 발자국이라도 왔다간 흔적이라도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했던 적이 있었어.
그런데 문을 열고 나가자 노루 발자국이 집 주위를 얼마나 돌아다녔는지 무슨 하늘의 별처럼 찍혀 있는 거야.
얼마나 반갑고 경이로웠는지 몰라.
아! 이놈이 외로운 나를 위해 밤새 놀아주다가 갔구나, 하고 생각하니 그 어떤 여자보다 귀한 존재로 느껴졌어.
나는 말이야. 사람보다 자연이 더 좋아.
그러나 가슴이 가끔 나를 보채. 사람 냄새나 맡게 해달라고.
그래서 가끔 마실 삼아 읍내에 잠깐 나가 가슴을 달래고 와. 냄새라도 맡으라고 말이야. 내 가슴이 불쌍하잖아.
임상연 = 형님을 보면 선입관이 세상을 망친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발상 전환의 중요성도 새삼 깨닫게 되고요.
능수형님 = 나는 이제 세상과 사람을 의식하지 않아.
세월의 끝자락에 서서 그냥 내 모습대로 최선을 다해 살다가 세상에 아주 작은 선(善)이라도 심어 놓고 갈 수 있다면 언제라도 편안하게 눈을 감을 수 있다고 생각해.
소선파세심(小善播世心)이 내가 만든 ‘작은 철학’이야. 성경에 보면 말이야, ‘영원한 시간에 비하면 인생은 빛보다 짧다’고 했어.
인간은 아주 긴 인생을 산다는 착각에 사로잡혀 있어. 이 진리를 깨달으면 시간이 아까워. 열심히 살다가 내 연구 성과가 생기면 모두 세상에 환원할 거야.
임상연 = 법정 스님의 무소유가 생각납니다.
능수형님 = 원래 나는 무소유야. 가진 것이 처음부터 없었으니까. 그러나 욕심을 비우는 것만으로 무소유일까?
내 눈에는 안 보이는 무한대의 능력을 밖으로 창출해 세상에 던지고 갈 때 이것이 보다 적극적인 참무소유라고 생각해.
법정스님의 무소유도 큰 뜻이 내포되어 있겠지만, 단순히 관념적인 모습으로 버린다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고 보는데 자네는 어떤가?
임상연 = 무의식이 지배하는 인간이다 보니 평생 자기 실존을 깨닫지 못하고 죽는 것이 인간 아닙니까?
능수형님 = 고민의 초창기 때 사람들을 잊기 위해 한때 난을 깨러 산을 쏘다닌 적이 있었네.
헤매다가 산 속에서 이제 막 싹을 틔운 난 한 포기가 반가워 문득 하늘을 올려다보았는데, 소나무 사이로 낮달이 걸려 있는 거야.
어찌나 아름답고 기쁜지, 그 한 순간 난 한 포기와 낮달이 나에게 얼마나 소중했는지 아는가? 자네,
인간 생활의 대부분이 무의식적이라고 했지?
일어나 밥 먹고 양치질하고 출근하고 사람 만나고 자고 하는 것이 의식적일 수 없지.
그래, 그렇게 덧없이 죽는 거야 인간들이.
이 무의식을 깨고 나올 때 자아를 볼 수 있다고 생각하네. 법가의 만행이 뭔가? 만 가지 행동을 해야 해탈의 경지에 도달할 수 있다는 거야.
임상연 = 소설 만다라를 보면 스님이 갖은 ‘악행’을 저지르는데, 형님과 비슷한 면이 있습니다.
능수형님 = 내 과거일 수도 있지.
인간들 누구나 그렇듯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운명적으로 그런 길을 걸어오는 거야. 고행이지. 그
러다 문득 풀 한 포기, 낮달에도 그런 고행의, 무의식의 나를 보게 되는 거야. ‘이건 아니다’, 하고 탁 무릎을 친 것이, 현상적으로는 알콜중독에서도 벗어날 수 있는 의지를 갖게 만드는 거야. 참 자아를 깨닫는 거지.
임상연 = 도대체 인간이라는 존재는 어떤 모습입니까?
아니, 어떤 모습이어야 가장 바람직한 모습으로 그나마 남을 수 있습니까?
능수형님 = 홍수가 나면 거의 모든 것이 그 거대한 물결에 휩쓸러 가게 되지. 인간도 거대한 물결 앞에서는 어쩔 수 없어.
그러나 적어도 인간이라면 맞서 옆으로라도 벗어나려고 노력이라도 해야 한다고 생각해. 이것이 최소한 인간이 가진 의지의 삶이라 할 수 있지. 다수의 원칙이나, 대세론 등에 숨은 비인간적, 비주체적 모습을 꿰뚫고 그 시류에 휩쓸리지 않고 거슬러 보려는 용기와 의지가 이 시대에 필요하다고 보네. 난 자네의 그런 모습을 가장 좋아 하고 있네.
나는 영원한 아웃사이더로서 세상을 지켜보고 있지만, 자네는 그래도 세상 속에서 맞서 있지 않는가.
그러나 산을 제대로 보기 위해 바다로 떠나듯, 가끔 바다고 산이고 떠나 멀리서 사물을 바라보는 시간도 필요하다고 생각하네.
<정리=남해뉴스 임상연 편집국장>
첫댓글 이 위대한 남해의 발명가이자 철학자 이신 분을 담에 꼭 뵐수 있게 되기를....
가까이 계셔도 알 수 없었던 또 다른 모습을 글을 통해 접하니 감개가 무량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