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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날이 푹해져서 비니 대신 볼캡을 쑬까 하다가 그냥 화이트 뽀글이로 마실을 나갔어요. 비가 온 것도 아닌데 아스팔트가 촉촉이 젖어있었어요. 간밤에 소설을 쓰고 싶다는 꿈을 꿨어요. 길조인가요? 흉조인가요? 돈벼락 맞아볼 요량으로 정봉이 복권 9장(18.000)을 사서 들어왔습니다. <응쌍팔 9회>입니다. 형! 형! 하다가 자기가 되고, 그 자기는 곧 여보 당신이 되지요. 응쌍팔에서 썸을 빼면 앙꼬 없는 찐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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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보건대 택이와 덕선이 결혼하고, 아직 수면 위에 떠오르진 않았지만 보라와 선우가 아닌, 보라와 정봉이가 결혼을 할 공산이 크다고 봅니다. 그리고 웬만하면 과부 선영과 홀아비 택이 아버지를 짝지어 줬으면 좋겠습니다. 풀잎 위에 앉은 물방울은 고요 속에 있습니다. 자칫 고요가 흐트러지는 순간, 자신의 존재가 무너질 수도 있기 때문에 선을 넘지 않는 균형감이 필요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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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만의 범주를 정해두고 들어오고 나가는 모든 것을 자신의 의지대로 통제하고 사는 이에게 이 선을 넘는다는 것은 강한 저항을 불러오기 마련입니다. 그러기에 누군가의 선을 넘고자 할 때는 상대의 마음 상태를 잘 살펴야 한답니다. 앞서지도 말고 그렇다고 한발 물러서서 애써 확보한 거리를 포기해서도 안 됩니다. 예민하기 그지없는 선의 미묘한 움직임에 촉수를 두고 스미듯 나아가야 선을 넘을 수 있는데 이때, 중요한 것이 감정의 조절입니다. 오버하지 말아야 한다는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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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의 조그마한 변화를 자신에게 유리하게 해석해 넘치는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면 균형이 무너지고 존재가 사라질 수 있습니다. 애쓰는 수고로움이 과잉 감정으로 상대를 도망가게 해서는 안되지요. 하지만, 감정의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는 말, 선을 넘지 않아야 한다는 말은 틀렸습니다. 이는 관계의 깊어짐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의미를 포함하기 때문이니까요. <별밤 잼 콘서트>에 이 문세, 이치완, 이수만 그리고 신인 이 경규가 나온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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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빌딩 컨벤션에서 만납시다(별밤 지기)"나는 이때 뭐 했나 몰라. "택아! 아빠는 어디 갔어? 골목 안 쓸고... 택아 갈비찜 했어... 와서 먹어!(라미란)" "우리 집이 적십자냐?(정환)" "야! 다음 주에 별밤 콘서트 가자!(덕선)" 콘서트 보러 안 가고 선우가 이 선희 콘서트 티켓을 들고 보라한테 달려갑니다. "누나 나랑 이선희 콘서트 보러 가요(선우)" "까불지 마 너... 너 이러는 거 짜증 나서 불편해(보라)" 당근, 된통 혼났습니다. 여기까지야, 선을 넘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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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문의 영광 2002> 김정은 편 OST가 분위기 딱 맞춰 흘러나옵니다. "나 항상 그대를 그리워하는데/그대는 어디로 떠났나/다정한 그 모습 눈물로 여울져/그대여 내게 돌아와요/돌아와 그대 내게 돌아와/난 온통 그대 생각뿐이야/불같은 나의 사랑 피할 수 없어/그대여 내게 음 돌아와요" "누나, 서둘지 않을게요. 하지만 멈추는 일도 없을 거라고요. 누나가 내 여자가 되는 그날까지" 별밤 콘서트에 정환이와 해리가 왔는데 해리는 지금 연애를 하는지 뭘 하는지 어리둥절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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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이 아버지가 초상집에 왔는데 45세 절 친 을 잃고 충격이 큰 것 같습니다. “언젠가 가겠지 푸르른 내 청춘 지고 도 피는 꽃잎처럼 달 밝은 밤이면 창가에 흐르는 내 젊은 연가가 구슬퍼 가고 없는 날 들을 잡으려 잡으러 차라리 보내야지 돌아서야지 그렇게 세월은 가는 거야. “ 시어머니로부터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은 선우 엄마 선영. 시어머니가 시동생 살리겠다고 집 담보 잡았으니 거리로 나앉으랍니다. 조흥은행으로부터 시한부 경매 통보에 선영의 눈에서 눈물을 줄줄 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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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이웃 일화와 라미란이 위로하지만 어쩔 수 없지요. 이것은 선영의 몫입니다. "내가 딱 1잔 만 먹고 올게(동일)" 술 먹고파 동일이 봉황 당에 갔다가 택이 아버지 뇌출혈을 발견합니다. 닥터 말이 30분 늦었으면 죽었다 네 요. 동일이 생명의 은인입니다. 미란, 일화, 선영이 교대로 지극정성 간병을 합니다. 참 좋은 이웃들입니다. "보호자분 안 계십니까?(간호사)" "아빠 돌아가실 뻔했대요... 저 고아 될 뻔했어요(택)" 택이가 대국을 위해 대국(중국)으로 출장 경기를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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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성이 동일에게 자기 대신, 덕선 이를 서브 매니저로 보내자고 부탁합니다. 야호, 덕선 이만 신났습니다. 중국 광저우입니다. "뭔 짐이 이렇게 많아... (최택 6단과는 불알친구예요) ... 이건 덕선 양 것 404... 보조 키도 가지고 있어" 최택 빼고 덕선이 차이나 회전 정식을 받아 포식하고 있습니다. "선우야! 아줌마가 갈비 했어 낼 병원 갈 때 갔다 줘!(미란)" 선영이 병원에 왔으니 각시가 온 것이나 다름이 없습니다. 다시 중국 광저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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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이 잠자리, 먹는 것을 위해 덕선이 임포에 보디랭귀지로 컴플레인을 합니다. 덕선이가 꼭 택이 각시 같습니다. 그래 결혼해라. 쨔-사. "들어오세요" 정봉이가 왜 절에 들어가을 까요? 백담사에 대머리가 있으면 전두환이 아닙니까? 대국 2차전입니다. "택아! 지금 들어 오래(덕선)" 닭장차에 집힌 보라 얼굴을 보니 문제가 심각해 보입니다. 선영이 무성의 머리를 감겨 주는데 무성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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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이가 바둑 기사 조훈현을 각색했다고 하던데 덕선이 덕분에 또 이겼습니다. 덕선이는 완전 외교관입니다. "오빠야! 괜찮다(선영)" 그나저나 선영은 1,000만 원을 어데서 구한답니까? 나도 1,000만 원이 필요한데 만약에, 1000원이 생긴다면 나의 첫사랑 선영이 줄 것입니다. 선영이 패밀리들에게 전화를 하고 택 오빠와 친구인 선영의 오라버니가 친구 무성의 병문안을 왔습니다. "앞으로는 건강 관리 좀 하고 살아라... 고향 친구라곤 니칸내캉 둘 밖에 안 남았다.. (선영 오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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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영이 붕어빵 한 짐을 사들고 병원에 컴백했습니다. "왜 그리 쳐다보는데요?(선영)" 먹여주고 입혀주고 치워주는 선영을 앉혀놓고 택이 아빠가 1000만 원을 건넵니다. "선영아, 사람이 살면서 신세도 지고 폐도 끼칠 수 있다... 너도 혼자서 끙끙하려고 하지 말아라... 고맙다 오빠 불러 줘서... 신세 좀 지면 좀 어떻노? 주는 게 아니고 빌려주는 거다. 나중에 갚으면 돼(무성)" 정말 감동입니다. "그리고 이건 그냥 주는 거다 힘든 일 있을 땐 힘들다고 얘기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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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어빵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러고 보면 아직 세상은 살만합니다. 아, 이것은 고아와 과부를 돌아보시는 하나님의 은혜가 아닙니까? 한편, 꼴통 보라가 데모하다가 잡힌 벌로 파주 허허벌판에 떨어뜨려졌습니다. 버스는 끊겼고 동전 몇 개 밖에 없습니다. 식구들 차례대로 공중전화를 걸어보지만 받는 사람이 없습니다. 만만한 것이 홍어 젖이라고 선우한테 전화를 겁니다. "난데 보라 성보라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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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왜 선우가 전화를 받느냐고 묻지 마세요. 선우는 항상 보라에게 안테나를 걸어 놓고 있기 때문입니다. 불쌍하게 서있는 보라에게 선우가 도착했습니다. "누나 괜찮아요? 누나, 버스는 끊겼고 택시를 불렀는데 30분 걸린 대요. 어디 아픈 건 아니에요?(선우)" 이렇 땐 따끈한 국밥이 최고입니다. 선우는 남자입니다. "선우야. 너 몇 살이니? 몇 살이냐고(보라)" "열여덟 살이요. 왜요. 갑자기(선우)" "나 너 18년 봤어. 18년 동안 내가 너한테 화낸 적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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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애들한테는 다 지랄해도 나 너한테는 안 한 것 같은데. 맞지? ...너 진짜 착하거든. 착하고 바르고 똑똑하고. 나 너 인간적으로 좋아해. 앞으로도 전처럼 그렇게 지내면 안 돼? 나 너랑 이런 관계 깨고 싶지 않아. 무슨 말인지 알지?(보라)" "전 싫은데요? 전 누나랑 이런 관계 싫어요. 저한테 아무 의미 없어요... 콘서트 가요. 우리... 친구 누나가 아니라 남자 대 여자로(선우)" 선우 이놈 제법이네. "선이라는 건 딱 거기까지를 지킨다는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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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관계를 꿈꾼다면 선을 넘어야 한다. 선을 지키는 한 그와 당신은 딱 거기까지 일 수밖에 없다. 물론 세상엔 절대 넘지 말아야 할 선도 있지만(내레이션)" "나 항상 그대를 그리워하는데 맘처럼 가까울 수 없어 오늘도 빛바랜 낡은 사진 속의 그대 모습 그리워하네. 나 항상 그대를 보고파 하는데 그대는 어디로 떠났나? 다정한 그 모습 눈물로 여울져 그대여 내게 돌아와요. 돌아와 그대 내게 돌아와 난 온통 그대 생각뿐이야 오~불같은 나의 사랑 피할 수 없어 그대여 내게 오~돌아와요 나 항상 그대를 그리워하는데 그대는 어디로 떠났나?“
2.
<응답하라 1988>에서 썸을 빼면 남는 것은 시대 배경뿐이다. 이 드라마가 오래 남는 이유는 골목의 정서나 레트로 소품이 아니라, 사람 사이에 존재하는 ‘선’이 어떻게 흔들리고 넘어지는지를 끝까지 따라가기 때문이다. 9회는 그 선이 가장 또렷하게 보이는 회차다. 그리고 동시에, 그 선이 반드시 넘어져야만 관계가 시작된다는 사실을 가장 정직하게 보여준다.
1. 형, 형, 하다가 — 자기가 되고, 여보가 되는 서사
“형! 형!” 하던 존재는 어느 날 ‘자기’가 되고, 그 자기는 결국 “여보”가 된다. 이 변화는 단번에 일어나지 않는다. 늘 선을 넘을 듯 말 듯 한 시간이 필요하다. 택과 덕선, 보라와 선우, 그리고 아직 말로 드러나지 않은 관계들까지. 9회는 그 미세한 진동을 집요하게 포착한다. 풀잎 위의 물방울처럼, 인물들은 자기 세계의 균형 위에 서 있다. 고요를 지키는 것은 안전하지만, 그 고요가 깨지는 순간 존재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두려움도 함께 안고 있다. 그래서 사람은 선을 긋는다. 문제는, 선을 지키는 동안 관계는 멈춘다는 것이다.
2. 선을 넘지 말라는 말은, 관계를 깊게 하지 않겠다는 선언이다
이 회차의 핵심 문장은 분명하다. “선을 지키는 한, 그와 당신은 딱 거기까지 일 수밖에 없다.” 처음엔 감정 조절이 미덕처럼 보인다. 오버하지 않는 것, 앞서가지 않는 것, 상대의 영역을 존중하는 것. 하지만 9회는 그 말이 언제든 회피의 언어로 변질될 수 있음을 폭로한다. 감정을 관리한다는 명목으로, 사실은 아무것도 잃지 않으려는 태도 말이다. 보라는 그 전형이다. 선우를 인간적으로 좋아하지만, 그 선을 넘는 순간 감당해야 할 책임과 변화가 두렵다. 그래서 “지금처럼”을 제안한다. 이 말은 관계를 보호하는 말처럼 들리지만, 사실은 관계를 고정시키는 말이다.
3. 선우 — 기다리지 않고, 물러서지 않는 고백
선우는 다르다. 그는 서두르지 않지만 멈추지도 않는다. “친구 누나 말고, 남자 대 여자로.” 이 고백의 힘은 용기에서 나온다기보다 자기감정을 정직하게 인정한 태도에서 나온다. 선우는 보라의 선을 존중하되, 그 선 안에 자신을 가두지 않는다. 이것이 이 회차가 말하는 ‘선을 넘는 방식’이다. 무례가 아니라 책임 있는 침범이다. 그래서 이 고백은 부담스럽지만 아름답다. 관계를 망칠 각오를 하지 않는 고백은, 사실 고백이 아니다.
4. 덕선과 택 — 이미 선을 넘은 사람들
광저우의 호텔 방, 회전 정식, 임포에서의 보디랭귀지 컴플레인. 덕선은 이미 택의 삶 깊숙이 들어와 있다. 말보다 행동이 먼저였고, 감정보다 생활이 앞섰다. 이 관계의 흥미로운 점은 누가 먼저 선을 넘었는지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다. 그래서 자연스럽다. 그래서 결혼이 보인다.
관계에서 가장 강력한 신호는 선언이 아니라, 생활을 함께 감당하는 태도다.
5. 고아와 과부, 그리고 이웃 — 선을 넘는 은혜
9회는 로맨스만 다루지 않는다. 선영과 무성의 서사는 이 회차의 정서적 중심이다. 빚, 병, 경매 통보. 이 모든 것은 개인의 책임으로만 감당하기엔 너무 무겁다. 그러나 이웃들은 선을 넘는다. 간병하고, 돈을 빌려주고, “혼자 끙끙대지 말라”고 말한다. 이 장면에서 드라마는 분명한 윤리를 보여준다. 절대 넘지 말아야 할 선도 있지만, 반드시 넘어야 할 선도 있다. 고아와 과부를 향해 닫힌 선은 미덕이 아니라 죄에 가깝다.
6. 그래서, 9회는 이렇게 말한다
사람은 선을 지키며 안전해질 수 있지만, 사랑은 선을 넘을 때만 시작된다. 모든 선을 넘으라는 말이 아니다. 그러나 아무 선도 넘지 않겠다는 태도는 결국 아무 관계도 책임지지 않겠다는 말과 같다. <응답하라 1988> 9회는 이렇게 조용히 묻는다. 당신은 지금 선을 지키고 있는가, 관계를 미루고 있는가? 고요를 사랑하는가, 아니면 두려워하는가? 나의 인생에는, 반드시 넘어야 할 선이 아직 남아 있는가? 그리고 새로운 관계를 꿈꾼다면, 선을 넘어야 한다.
2025.1.17.sat.악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