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장 교감님 편지.hwp
교장, 교감 선생님께
안녕하십니까? 저는 올해 본교에 부임한 교사 민기식입니다. 오늘 담임과 업무분장을 받는데, 제가 하고 싶은 일이 있어서 부탁드리고자 글을 올립니다.
초임 교사 때는 그냥 좋아서 했지만 지금은 나, 너,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실용적인 면모를 갖추게 되었습니다. 제 경우 이력이 좀 특이한데, 담임 업무 외로 태권도, 한자, 한문, 국악(대금, 소금, 단소 부문), 방패연 제작 방면으로 관심을 쏟다가 최근에는 “무술(태권도 포함 호신술 전반)”과 “교과서 없는 국어수업”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국악은 학급 학생들과 조금씩 이어가고 종이연 제작은 동아리 활동 정도로 미약하거나 거의 하지 않고 있습니다.
무술은 학급 아이들과 일주일에 3일, 아침 운동으로 하고 싶습니다. 학교 강당에서 오전 8시~8시40분 도복 입고 활기차게 시작하고 싶습니다. 대학 시절 취미활동을 교사가 되어 지금까지 학생들을 지도하여 학급 운영에 큰 자산이 되었습니다. 아이들이라 운동을 대체로 좋아하는데, 아침 일찍 하는 것에 대해 지속하기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 무리하지 않고 지속하자면 학부모님 협조를 구해야 하기에 개학 첫 주 금요일 저녁에 제 반만 간담회를 하고자 합니다. 학부모님께 협조를 구하면 큰 무리가 없었습니다. 27년 동안 태권도를 지도했으니 믿고 지켜봐주시기 바랍니다.
태권도를 20년 정도 하다 보니 관심이 더욱 넓어져 다른 무술의 장단점을 보게 되었습니다. 또한 운동 부족으로 인해 아이들의 체력 저하와 골절 문제가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아이들 건강과 골절 사고 예방을 위해 5년 전부터 “건강 안전 무술”을 계발하여 보급하고 있습니다. 체력과 자신감을 향상시키는 손쉬운 방법으로 달리기를 들 수 있습니다. 그리고 골절 사고 예방을 위한 가장 중요한 기술이 바로 낙법인데, 학교에서 도입할 매우 중요한 활동이라고 강조하고 싶습니다. 학급 아이들과도 아침 운동으로 도복 입고 체육관에서 다양한 달리기와 낙법, 호신술을 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전교에 미칠 영향력은 적지만, 아침 운동으로 일주일에 한번 정도 운동장에서 참여하는 학생들과 재미있고 다양한 달리기(계주, 장애물 달리기 포함)를 진행하고 싶습니다. 저 혼자 진행한다면 힘들겠지만, 제 반 아이들 중 즐겁게 도와줄 학생들이 열 명 정도는 나올 테니 별로 무리되지 않을 것입니다. 우천 시에는 체육관에서 낙법을 익히도록 하겠습니다. 체육부장님께 도움을 구하여 학교의 자랑이 되도록 협조하겠습니다.
제가 만들고 추진하기에 신이 나 좀 더 세심하게 다듬고 싶어서 방과후교실로도 “건강 안전 무술”을 체육관에서 하고 싶습니다. 방과 후 체육관 수업을 보니 화요일 3시 이후에 비어 해보고 싶습니다. 이것이 적절치 않으면 아침에 방과후교실 수업을 두 번 하는 것도 괜찮습니다.
제가 오랫동안 무술을 해서 그런지 어르신 낙상 사고나 아이들이 장난치다가 벽, 바닥에 부딪혀 다치는 경우에도 낙법을 할 수 있었다면 사고의 강도를 줄일 수 있다는 안목이 생겼습니다. 또한 체육 교과에서 가장 중요한 내용을 놓치고 있다는 생각도 강렬합니다. 필요하다면 교사 연수로도 진행하고 싶습니다. 언제든 기회를 주십시오.
“건강 안전 무술”외로 너무 하고 싶은 것은 “교과서 없는 국어 수업”입니다. 이건 학급에서 적극적으로 실천하기 어렵습니다. 학생들은 담임 선생님과 할 수 있지만, 학부모들이 당연히 반발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별도의 시간(토요일 오전)과 방과후교실(평일 오후 1회)에서 실험적으로 해보고 싶습니다. 이런 수업은 이전 학교부터 대략 4년 정도 해오고 있습니다. 제 경험은 물론 학생들의 반응을 통해서 실제적인 국어능력인 독해, 발표, 토론, 작문 실력이 향상된다는 것을 확인합니다. 그래서 올해 연구는 물론 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토요일 근무도 자청합니다. 대강을 별도로 썼습니다. 허락하신다면 좀 더 상세한 계획안을 개학 전에 준비하겠습니다.
부탁이 많은 것 같은데, 간단합니다.
1. 개학 첫 주 금요일 저녁 학급 학부모 간담회 추진
2. 학교 아침운동 달리기와 낙법 수업 진행 (매주 금요일 아침 8시~8시40분)
3. 토요일 오전 전교생 중 희망자에 한하여 “교과서 없는 국어수업”
4. 방과후교실 “건강 안전 무술”, “교과서 없는 국어수업” 진행
5. 학교에서 요청시 선생님들께 “건강 안전 무술” 연수 시행
아마도 제가 하는 수업과 활동의 최대 수혜자는 제 반 아이들일 것입니다. 소외되는 학생이 없도록 학급 운영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만약 제 활동이 무리다 싶으면 방과후교실부터 줄이고 더 이상 일을 만들지 않겠습니다. 학급이 최우선이라는 생각을 망각하지 않겠습니다.
제가 교직에 있는 동안 부장 경력이 전무한 것은 제 능력 부족이 크지만, 제가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해보았기 때문입니다. 학교에서 남는 힘은 원하시는 선생님들과 독서 모임과 연구 모임을 함께 하고 싶습니다. 이것은 제 개인적인 차원에서 별도로 연락하여 즐기겠습니다.
학교가 公私多忙공사다망하여 적재적소에 맞출 교사가 필요한데, 제가 괜히 제한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언제든 필요한 일이 있다면 불러주십시오. 할 수 있고, 잘 할 수 있다면 받아들이고, 저보다 잘하는 선생님께서 계신다면 뒤로 물러나겠습니다. 이래야 학교와 저에게 이익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양해 바랍니다.
학교 교사로서 십 년 정도 시간이 남았습니다. 급할 것은 없는데, 남은 여력은 제가 평생 추구할 전공과 관련합니다. <교육본위론>과 <8체질의학>입니다. 둘 다 새롭게 생겨난 분과학문으로서 <교육본위론>은 현존의 교육학을 밀어내고 <8체질의학>은 한의학과 서양의학을 뒤로하는 최첨단의 교육학과 의학 이론입니다. 퇴직 이후에 이 두 방면에 좋은 개론서를 쓰는 것이 제 소원입니다. 저는 이런 인간입니다. 무술을 해도 무술의 이론을 추구하여 새로운 무술을 만들고자 하고, 국어수업을 해도 기존의 수업과는 다른 수업을 추구합니다. 다르게 생각하고 깊이를 추구하는 것이 제 인생의 재미요 보람이며 의미입니다. 이러한 사유 추구의 인간이 세상에 얼마 되지 않을 텐데 남들이 하지 않거나 추구하고 있으니 되도록 드러내지 않고 감추는 것이 서로에게 이익일 것입니다. 근데 교장, 교감 선생님께 왜 드러낼까요? 각각 연구소와 한의원을 평일 중에 가는 것이 좋아서 일주일에 한번 정도 조퇴를 하기 때문입니다. 양해 바랍니다. 제가 일주일에 한번 한의원에서 침 맞고 <교육본위론>과 <8체질의학>에 대한 질문을 추구할 수 있는 대화를 나눌 수 있기에 허락을 부탁드립니다. 바쁠 때는 어쩔 수 없지만 방과 후에 별 일 없는 요일(주로 금요일) 조퇴를 신청하겠습니다.
교장, 교감 선생님, 저에게 그리고 학교의 모든 식구들에게 소중하십니다. 제가 지나치다 싶으면 언제든 불러서 조언해 주시기 바랍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얘기 나누는 것을 무척 좋아합니다. 자주 교장실과 교무실에 들르겠습니다. 첫 인사에서 받은 인상이 좋아서 이렇게 편지를 씁니다. 남은 글은 만나 뵙고 전하겠습니다.
中和初 교사 閔琦植 올림. 2020.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