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는 여학교의 기숙사 사감이다. 소설에는 “B사감”이라는 호칭으로 등장한다. 그녀는 성질이 사납고 강한 “박장대”로 묘사되는데, “독신주의자” 또는 “찰진 야소꾼”으로 소개받기도 한다.
B사감이 ‘찰진 야소꾼’이라는 표현은 그녀가 아주 독실한 기독교 신자라는 뜻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소설이 기독교를 은근히 낮춰 평가하는 것으로 오해를 할 것까지는 없다.
“사십에 가까운 노처녀인 B사감은 주근깨투성이 얼굴이 처녀다운 맛이란 약에 쓰려도 찾을 수 없”고, “시들고 거칠고 마르고 누렇게 뜬 품이 곰팡 슬은 굴비를 생각나게 하”는 사람이다. “여러 겹 주름이 잡힌 훌러덩 벗겨진 이마“를 한 그녀는 남학생들이 기숙사 여학생들에게 보내오는 러브레터 끔찍하게 싫어한다. 학생의 가족까지도 남자라면 찾아오지 못하게 하는 B사감에 반발해 학생들이 휴학투쟁을 벌이기도 하고, 교장이 그녀를 불러 꾸짖기도 했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B사감은 학교 안에 남성이 들어오는 것을 계속 막았고, 혹시 러브레터로 보이는 편지가 우송되어 오면 해당 여학생을 호출하여 “누가 보낸 것이냐?” 추궁하고, 학생이 “모르는 남학생이 일방적으로 보낸 것”이라고 대답하면 “모른다는 게 말이 되느냐?”라며 윽박질렀다.
그것으로도 모자라 B사감은 “마룻바닥에 무릎을 꿇은 채 ”하느님, 이 어린 양이 사탄의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소서!“라고 기도를 해댔다.
그런데 어느 날 밤, B사감이 압수한 러브레터를 껴안고 혼자 남녀 목소리를 번갈아 내며 사랑을 고백받는 장면을 연출하다가 학생들에게 들킨다. 학생들은 황당해하고, 미친 것이 틀림없다고 놀라고, 불쌍하다면서 손으로 고인 눈물을 씻는다. ✧ (1925년 발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