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가복음은 네 개의 복음서 중에서 가장 먼저 기록되었고 분량도 가장 짧습니다. 마가복음은 서기 70년경에 기록되었고, 마태복음과 누가복음은 서기 80년대에 기록되었다는 것이 학계의 정설입니다. 70년경, 80년대라고 부정확하게 말씀드리는 이유는 성경 66권 중에서 기록 시기를 정확히 알아낼 수 있는 책은 하나도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저작 연대를 근사치라도 알아내야 하는 이유는, 책을 기록한 동기와 목적이 그 시대의 역사적 상황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마태복음과 누가복음은 이미 10여 년 전에 집필된 마가복음을 기본 텍스트로 삼고, 자신들의 신학에 따라 일부 자료를 보완해서 복음서를 집필했습니다. 그래서 마가복음의 95% 정도가 마태복음에도 담겨있고, 누가복음에도 마가복음의 65% 정도가 담겨있습니다. 두 복음서에는 없고 마가복음에만 있는 자료는 5%도 안 됩니다. 그러니까 요즘 기준으로 보면 마태복음과 누가복음은 마가복음을 매우 많이 표절한 것이 됩니다. 그러나 지금과는 시대가 달랐으므로 부정적으로 볼 문제는 아닙니다.
여기서 한 가지 원칙을 세우겠습니다. 말씀드린 바와 같이 복음서에는 겹치는 내용이 많습니다. 그리고 마태복음을 강해할 때 전체 본문을 거의 빠짐없이 설명해드렸습니다. 그러므로 새롭게 나오는 본문은 충분히 설명하되, 내용이 겹치는 본문은 다시 설명하지 않겠습니다. 그러나 같은 내용의 본문이지만 표현이나 의미가 많이 다른 경우도 있고, 한쪽에는 없는 부분이 다른 복음서에는 들어가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마태복음과 비교해가면서 서로 다른 부분에 집중해서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마태와 누가가 마가복음의 자료를 많이 참고했듯이, 마가복음도 앞선 자료들을 많이 참고했습니다. 마가복음이 집필되기 전에 예수님의 어록과 수난사화, 그리고 기적사화가 단편적으로 통용되고 있었을 것이라고 학자들은 말합니다. 바울의 서신들도 있었고요.
복음서 기자들이 먼저 발간된 바울의 서신을 인용했다는 흔적은 발견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의 어록과 수난사화, 기적사화들이 기초자료가 되어 마가복음이 집필되었다는 데에는 거의 모든 학자들의 의견이 일치합니다. 그러면 이 작업, 그러니까 그때까지 단편적으로 돌아다니던 예수님의 어록과 수난사화, 기적사화들을 모으고 한 권의 책으로 엮은 사람은 누구일까요?
마태복음을 강해할 때도 설명을 드렸습니다만 복음서의 저자가 누구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마가복음의 저자는 당연히 마가라고 생각하시는 분이 많겠지만, 그건 사도행전에 나오는 바울과 바나바의 동료인 마가가 저자라고 생각한 2세기 초의 전통이 반영된 것이고, 오늘날에도 마가가 저자라고 생각하는 학자는 거의 없습니다. 마태와 누가, 요한도 마찬가지입니다. 각 복음서의 저자가 누구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옛날에는 책의 권위를 높이기 위해 위대한 스승의 이름으로 책을 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시편의 시가 거의 모두 ‘다윗의 시’라고 되어 있고, 잠언도 대부분 ‘솔로몬의 잠언’이라고 되어 있는 것과 같은 경우입니다.
그리고 각 복음서는 한 사람의 작품일 가능성보다는 여러 사람의 공동작품일 가능성이 큽니다. 마태복음은 마태공동체의 구성원들이, 마가복음은 마가공동체의 구성원들이, 누가복음은 누가공동체의 구성원들이, 요한복음도 요한공동체의 구성원들이 힘을 모아 함께 집필했을 가능성이 큰 것이지요. 그래서 복음서 상호간에도 견해 차이가 많이 드러나지만, 때로는 하나의 복음서 안에서도 앞뒤가 맞지 않는 부분들이 나오는데, 이런 부분은 공동저자들 사이에서 자기 견해를 양보하지 않은 흔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