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소암진단을 받고 투병한지 8년째 접어들었다. 남들은 참 잘 이겨냈다고 칭찬도 하고 대견하다고 말들 하신다. 하지만 정작 그 말을 들어야할 사람은 내가 아니라 나의 사랑하는 가족이다. 그중에서도 내해바라기 손 여사(엄마)다.
나는 두 번의 대수술과 9번, 7번의항암을 하면서 간병하는 엄마께 짜증도 부리고 싸우고 원망하고 보기 싫다고도 했었다.
어느 엄마나 그렇겠지만 늘 여러 자식 중에서도 아픈 자식이 안타까워 노심초사하면서도 한번 오지도 못하게 하고 쌀쌀맞게 대하는 딸에게 죄인인양 미안해하셨다. 차갑게 외면을 하고 밉게 굴어도 자식이라 미워할 수도 없고 얼마나 속이 타셨을까? 그때는 몰랐다. 아니 알면서도 심통이 났었다. 그렇게 세월이 흘러 이곳 수동골에서 3년을 지내다가 터를 잡고이사한지 1년이 됐다.
이제는 한 달에 한두 번씩 오셔서 일주씩 함께 지내다 가신다. 엄마와 둘이 할 것이 무엇이 있을까 무얼 해드리면 좋아하실까 생각하던 중 엄마와 나 둘만의 여행을 계획하고 무작정 집으로 오시라 했다. 다른 가족들이 섭섭해 할지도 모르겠지만 개의치 않았고 속초바다가 훤히 보이는 전망 좋은 방과 녹색 메밀벌판과 산이 내려다보이는 예쁘고 멋진 펜션, 동해바다를 눈과 가슴으로 품고 달리는 바다열차도 예약했다. 가족모두 아니면 친구들하고만 여행을 다녔었지 엄마와 단둘만의 여행을 해본 적이 없었다.
마지막여행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아프기 만하고 속만 썩이던 큰딸이 엄마께 최고의 여행을 선물하고 싶었다. 모든 준비를 마치고 조그맣게 가꾸는 텃밭에 물을 주고 출발하려는데 토끼풀 목걸이와 반지에 얽힌 사연을 보내달라는 찰리 샘의 문자를 받았다. 마침 텃밭 옆에 길고 가는 목에 하얀 꽃들이 세잎 클로버들 사이에서 바람에 춤추고 있었다
엄마께 말씀드렸더니 한 다발의 토끼풀 꽃과 잎들을 가지고 그늘로 가시더니 꽃 두개로 반지를 만들어 손가락에 끼워주신다. 이십분쯤 지났을까? 클로버를 사이사이 끼워 넣은 예쁜 화관을 만드시더니 연이어 목걸이도 뚝딱 만드셨다. 엄마가 만드신 토끼풀보석 세트를 걸고 셀카도 찍고 엄마휴대폰에 인증 샷을 남기고 찰리 샘께도 보냈다. 여행하는 내내 휴대폰을 열어 그 사진을 보시며 어찌나 흐뭇해하시던지…….엄마 딸이 예쁘다~하신다.
엄마 눈엔 깡마르고 햇볕에 그을린 촌티 줄줄 흐르는 딸도 예쁜가 보다. 3일간의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시는 엄마를 일동터미널에서 버스를 태워드리고 돌아오는 길에 엄마께 문자를 보냈다. 가방 지퍼 속에 용돈을 조금 넣었다고……. 곧바로 엄마께 전화가 왔다. 내가방 지퍼 속에 용돈 넣어 뒀다고……. 여행 즐거웠다고…….딸아 사랑한다고……. 내가 세상에 태어나 한 일중 참 잘 한일 이었다. 내가 받은 선 물중 최고의 선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