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아가라 폭포를 상공에서 본 전경
미국쪽에서 본 말굽모양의 나이야가라 폭포
가을의 전설이 되어
< Thousand Islands의 볼트 성 >
강 숙 려
가을 하면 불타듯 타오르던 설악산만이 아니더라도 시월 중순이면 온 산야가 불 바다가 되는 내 조국이 보인다. 먼 발치에서 가을이 오는가 하면 어느 사이 내 가슴엔 불 붙는 고국의 가을을 본다. 마침 ‘아가와 캐년 열차단풍관광’ 이라는 프로그램이 있어 그런 가을이 보고 싶어 일운과 나는 부지런히 길을 떠났다. 캐나다에서 단풍이 제일 아름답다는 동부의 아가와 캐년을 가기 위하여 시간도 아낄 겸 밤 비행기를 탔다. 수학여행을 떠나던 날처럼 설레는 마음은 밤인데도 잠이 들지 않아 캄캄한 하늘뿐인 창 밖을 열두 번도 더 내다 보았다. 행여나 비라도 내리면 고운 단풍을 볼 수 없기 때문이다.
토론토 공항에 내리니 으스름 새벽이 열리고 있었다. 우리는 이왕 토론토에 온 김에 나이야가라 폭포를 한번 더 볼 양으로 여행사와의 약속 하루 전날 도착한 셈 이였다. 랜트 차를 몰고 지도를 펴고 짚어가며 폭포에 도착하니 점심 때쯤이었다. 거대한 물줄기를 품어 내며 나이야가라는 젊음을 여전히 과시하고 있었다. 그 옛날 이 계곡을 우렁찬 물줄기가 휩쓸며 지났을 흔적이 유연했다. 나이야가라는 인디언 말로 천둥소리라 한다. 인디언들이 이 땅의 주인으로 있을 적에 그들은 천둥소리처럼 들리는 이 폭포의 장엄한 물소리를 그렇게 표현했을 것이다. 이제 보호구역으로 몰려 사는 그들은 이렇게 관광지로 변하여 있는 이곳을 무어라 느끼고 있을까 싶으니 숙연한 마음이 된다. 지난번에 왔을 때에 폭포 안으로 들어가 보았기에 이번에는 겉으로만 감상을 하기로 하고 이곳 저곳 기웃거리며 추억을 되새김질 하였다. 캐나다와 미국의 국경으로 자리하고 있으며 세계 7대 불가사이에 속한다 한다. 나이야가라 폭포는 미국 쪽에서와 캐나다 쪽에서 볼 수가 있는데 아마도 캐나다 쪽에서 보는 경치가 더 아름다울 것이라 여겨진다. 나이야가라 강이 유유히 흘러 내려오다가 작은 아일랜드를 만나면서 양쪽으로 나누어져 흐르게 되고 말굽 모양의 큰 폭포와 작은 폭의 폭포를 이루게 된다. 그 물결이 여간 거센 것이 아니라 물보라가 계절 없이 치솟고 무지개가 일어 아름답기 장관이라 할 수 있다. 특히 밤 폭포의 전경은 예술이라 부르고 싶다.
내려 쏟는 폭포 뒤 켠으로 비 옷을 입고 걸어 나오는 코스가 있는가 하면 폭포 아랜 물보라를 맞으며 관광하는 유람선도 있어 흥미를 느끼게 한다. 이름 모를 물새들이 하루 종일 물구비 속으로 날아 오르고 있다.
물소리를 뒤로하고 줄지어 선 상품가계를 기웃거리며 관광객의 풍미를 즐길 수도 있다.
또한 CN타워를 올라 시내를 한 눈으로 내려다 보며 멀리 미국까지도 볼 수 있다.
늦게 토론토 시내로 돌아와 캐나다 한국문인협회의 회장과 총무와의 미리 예정된 약속으로 한국음식으로 저녁을 나누었다. 어디를 가나 여행지에서 한국음식을 만나면 그냥 반가움부터 더니 떨칠 수 없는 코리안 김치 탓이라 여긴다. 여행지에서 문우들을 만나는 것은 기쁨이다. 다음날 아침 여행사에서 보내 온 대형 버스를 타고 간간히 펼쳐지는 단풍을 보며 알곤퀸 주립 공원을 거슬러 호반의 도시 수생마리에서 하루를 유했다. 다음날 관광 열차를 바꾸어 타고 아가와캐년의 단풍의 절경을 감상할 만반의 준비를 하였지만 아깝게도 때를 놓치고 말았다. 아름답게 물드는 단풍의 씨즌이 일주일 정도로 짧아 때를 잘 맞추어야 볼 수 있다 한다. 마침 우리가 가는 날은 이틀 전에 비가 오고 바람이 불어 떨어진 단풍만을 아쉬움으로 바라보는 수 밖엔 별 도리가 없었다. 앙상한 나무들이 쓸쓸히 우리를 반겼다. 그러기에 단풍을 제대로 볼 양으로 한 달을 아예 그곳에서 RV 나 모텔에 머물며 지내는 사람도 더러는 있다 한다. 가을을 놓친듯하여 큰 아쉬움을 남기고 내 고국의 단풍을 그리면서 또 다른 볼 거리를 찾아서 자리를 옮겼다.
천 섬 (Thousand Islands )의 진 풍경에 우주를 안은 듯 했다.
바다라 느껴지는 쎙로렌스 강은 북미의 5대호 줄기가 모여 만들어졌다 한다. 호수라고는 도저히 믿어 지지 않는 거대한 물 밭은 천 개의 섬을 담고 유유히 흐르고 있었다. 섬들은 모두 나라가 다른 주인들이 소유하고 있다고 한다. 크고 작은 섬들은 주인의 취향대로 설계 되어 자기나라 국기를 휘날리고 있었다. 아직 우리 국기를 꽂은 섬은 없다. 대한민국의 누군가 우리의 국기를 휘날리며 우리의 눈길을 즐겁게 할 날도 있으리라 여겨 본다. 천 개의 섬과 유람선들이 어우러져 한바탕 올림픽을 하는 듯 하다. 햇살이 눈 부시다.
섬의 개념은 3 그루의 나무가 자라고 있어야 섬으로 인정이 된다고 한다. 아무리 크더라도 3 그루의 나무가 없으면 섬이 될 수 없다는 이론이다. 그러고 보니 아주 작아 겨우 집 한 채가 달랑 들어있는 섬도 있지만 규모는 크나 바위로만 되어있어 섬이 아닌 섬도 있어 아이러니 서럽다. 아이러니는 여기 또 있다. 강물 가운데 미국과 캐나다의 국경이 있다. 미 대사관과 캐나다 대사관 역할의 섬이 마주 서 있고 두 섬을 연결하는 다리가 놓여 있다. 국경이 되는 다리는 자동차 한 대 길이 만 하다니 어림잡아 3 미터나 될까 싶다. 세계에서 가장 짧은 수중 국경의 다리가 되는 셈이다. 두 나라 국기만 바람에 펄럭이고 패스포드도 안 내어보여도 되는 유일한 국경이다. 물을 가운데 두고 이쪽과 저쪽이 미국과 캐나다 영이 되는 샘이다. 천 섬은 각국의 개인들이 모여 마을을 이루고 있으니 세계를 하루에 다 보는 셈도 된다. 출렁이는 물결 위에 신기한 마음으로 수 놓여지는 흰 물살을 헤치고 가다 보면 우뚝 솟은 한 성을 발견 하게 된다. 여느 집과는 다르게 거대한 고성으로 서 있는 이 집의 전설 같은 얘기에 나는 그만 슬픔에 목이 메인다. 죠지 볼트씨의 순애보이다.
그는 호텔의 주방장 이었는데 그 호텔 주인의 외동딸을 흠모하게 되었단다. 오랜 연모 끝에 두 사람은 결혼을 하게 되었다. 볼트씨는 신부를 위하여 천 섬 중 하나를 하트 섬이라 이름하고 아름다운 성을 짓기 시작했다. 사랑이 한 없이 꽃 피는 어느날 시새움 많은 불행이 찾아와 아름다운 신부는 백혈병에 걸리게 된다. 입 맛을 잃어가는 신부를 위하여 애가 타는 볼트씨는 사랑의 드레싱을 만들어 바친다. 그것이 지금까지 남아 미식가의 입맛을 내는 ‘싸우젼아일랜드’ 라는 이름의 드레싱이다. 슬프게도 볼트씨의 애타는 사랑을 남겨 놓고 성이 완성 되기도 전에 신부는 세상을 뜨고 만다. 슬픔에 젖은 그는 바람이 되어 정처 없이 떠나가고 성은 폐허가 되어 한 동안 있었다. 이제 미 정부의 국립공원에서 관리한다고 한다. 죠지 볼트씨는 1904년 부인이 죽자 그 섬을 떠나 바람이 되어 떠돌다가 1920년에 사망 하였다니 그의 기막히는 인생 행로에 마음을 조아려 조의를 표한다.
가을의 전설 같은 쎙로렌스 강의 볼트성이 눈 앞에 어린다. 아름다운 부인의 웃음소리 볼트씨의 귓전엔 언제나 들리리라. 이제 가을이 오면 내 가슴에 먼저 오는 볼트씨의 순애보다. 세상에는 가슴 저리는 순애보가 더러 있기 마련이지만 가을의 전설로 들리는 볼트씨의 순애보는 내 가슴을 저리게 한다. 사우젼아일랜드에 익어 가는 가을의 전설을 위하여 보라 빛 구절초 한 아름 바치는 마음으로 시 한 수 놓는다..
바다라 말했던 호수가 있었네
북미의 5 대호 줄기가 흘러가다 쎙로렌스 강이 되었네
은빛 물결이 모여 천 개의 섬을 띄웠네
전설 같은 아름답고 가슴 여미는 이야기가 있었으니
죠지 볼트의 순애보라네
주방장이었던 그는 호텔 주인의 외동 딸을 흠모 했었네
어렵게 사랑을 이룬 그는 천 섬 중 하나인 하트 섬에
사랑하는 부인을 위하여 아름다운 성을 짓기 시작했다네
시새움 많은 불행이 찾아 온 노을 진 어느 저녁
부인은 백혈병에 붙잡히고
입맛을 잃어가는 부인을 위하여 눈물로 만든
저 싸우젼아일랜드라는 이름의 드레싱 이라네
미완의 성을 남겨 놓고 부인은 훨훨 하늘로 가고
슬픔에 젖은 그는 바람이 되었으니
성은 폐허가 되어 울었다네
전설 같은 전설 속 이야기 있는 쎙로렌스 강에
유유히 떠 있는 아름다운 하트 섬의
볼트성에 고운 노래가 흐르고
꿈인가 싶은 아름다운 부인의 웃음 소리
볼트씨 귓전에 지금도 들리리
가을의 전설이 되어.
-시, 가을의 전설이 되어. 전문 _
한국일보 ’04. 1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