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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후원하고 있는 노동자 역사 '한내' 소식지에 실린 글을 퍼왔습니다.
이 글을 쓴 양돌규님은 더불어숲 후원회원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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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준비4호] 내가 찾는 단골집
노동자도시 울산에서 커피를 찾아서
글과 사진 : 양돌규 (노동자역사 한내 준비위원회 연구부장)
다방커피의 비밀
‘다방커피’는 한국인의 보편적인 커피 음용 방식을 언어적 경제성에 따라 한마디로 축약한 말이다. 만약 이 단어가 없었다면 “커피 어떻게 타줘?”라고 물었을 때 “난 말이야…”로 시작해 한참을 설명해야 한다. 복잡하고 피곤하다. 말하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아마 그 긴 설명에 뒤이은 대답은 “니가 타먹어!”가 되지 않을까? 그래서 관철된 언어적 경제성 원리. 한마디면 된다. “난, 다방커피”. ‘다방커피’를 ‘자판기 버전’으로 하자면 “설탕프림커피”다. 다방커피를 구성하는 3요소를 나열한 게 커피의 이름인 셈이다. 기묘한 작명법이다. 물론 그 구성요소가 단 3개에 불과하기 때문에 이런 작명법이 가능한 거다. 예컨대 “작약 숙지황 황기 당귀 천궁 계피 감초 생강 대추”라고 부르는 것을 우리는 간단히 줄여서 “쌍화탕”이라고 부르지만, “설탕프림커피”라 하는 고작 여섯 글자 정도의 이름은 우리 인내심의 한계 혹은 기억력의 용량의 한도치 내에 들기에 이같은 작명법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다방커피’ 혹은 ‘설탕프림커피’에는 한국인의 커피 음용문화의 비밀이 숨어 있다. 우선 그 구성요소가 세 개다. 커피, 설탕, 프림. 그리고 여기에는 맥스웰, 맥심, 테이스터스 초이스냐의 구분을 불문한다면 ‘인스턴트 커피’라는 대전제가 있다. 또 커피, 설탕, 프림의 비율이 대개 2:2:2이고 그걸 베이스로 하여 기호에 따라 가감하고 취향과 시대에 따라 계란을 넣기도 하였다.
이 한국인의 커피 음용 비밀은 많은 것을 이해하게 해준다. 우선 남한에 사는 전 한국인의 거의 90% 이상이 인스턴트 커피를 마신다는 것, 그것도 거의 비슷한 비율로 커피를 마신다는 것, 우유도 아닌 프리마라는 정체불명의 화학첨가물을 넣어 마신다는 것, 설탕을 넣어 달착지근하게 마신다는 것 등이다. 그리고 이 비밀에서 가장 핵심은 3가지 요소의 비율, ‘설탕’이다. ‘설탕’이 ‘커피맛’을 죽였고 못 느끼게 만들었다. 아무튼 ‘기호’란 어떤 사람은 좋아하고 어떤 사람은 싫어해야 ‘기호’지, 90% 넘는 사람들이 한결 같다면 그건 이미 ‘몰기호’다. 한국인의 커피문화는 한마디로 몰기호적 기호, 일치단결한 기호를 가졌다, 되겠다.
노동자 도시 울산에서 커피집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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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찾은 그 커피집은 커피 ‘제대로’ 하는 사람이 경영하는 곳이었다. 그곳 사장님으로부터 커피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고 그 자리에서 커피를 뽑는 기구(드립퍼라고 한다)를 사서 집에서 직접 커피를 뽑아 마시는 드립퍼로 변했다. 그리고 조금씩 기구를 늘여가고 주위에 커피 좋아하는 이들과도 친해져 정보도 얻고 같이 커피도 마시러 다녔다. 그리고 커피도 제대로 맛을 만들기 위해서는 녹차처럼 무척 어렵고 수고로운 공정과 정성이 쏟아져야 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런데 2006년 4월, 1987년 노동자대투쟁 20주년 기념사업을 함께하기 위해 울산으로 내려왔을 때 무척 당황했던 것은 커피 마시러 갈 곳이 없다는 것이었다. 처음엔 현대중공업 골리앗 크레인이 내려다보이는 동구 전하동에서 지냈는데 동구 커피숍에서 나오는 커피는 그냥 ‘커피색 나는 설탕물’에 가까웠고 그럴 바에는 굳이 커피집을 찾을 필요가 없을 정도였다.
물론 남구 삼산동이나 중구 성남동에 가면 ‘스타벅스’가 있기는 했다. 급한대로 커피가 갈급하면 그곳을 찾기는 했지만 결코 가고 싶은 곳은 아니었다. “이윤의 1%가 팔레스타인 민중을 학살하는 이스라엘의 군자금으로 들어간다”는 찜찜한 소문 때문만은 아니었다. 신선도가 생명인 커피에 있어 미국에서 다 볶은 뒤 한국으로 배송하는 그 방식도 마음에 들지 않았던 점이 있었다. 그런데 제일 큰 것은 담배를 피울 수 없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짐 자무쉬의 영화 <커피와 담배>에 나오는 것처럼, 커피는 담배와 궁합도 잘 맞고 무엇보다 둘 다 ‘대화’의 촉매제이자 완충제 역할을 한다. 대화가 끊겨 어색한 순간 커피잔을 들어 한 모금 마시는 커피, 혹은 논쟁이 격렬해져 잠시 숨을 고르며 흥분한 마음을 가라앉히기 위해 뽑아든 담배 한 모금, 난 이런 게 가능한 그런 곳을 찾았다. 금연 커피숍, 아무리 그곳에 맛있는 커피가 있다 하더라도 결코 그곳 문을 두드릴 수 없는 내 선택법의 제일 기준은 흡연 여부였다. 그리고 마침내 찾아낸 그런 곳이 삼산동 현대백화점 근방의 ‘보라빛향기’였다.
사진 : 보라빛향기 실내전경
보라빛향기
보랏빛향기는 2007년 문을 열었지만 점차 울산 사람들에게 커피맛을 알려가고 있다. 처음 넓은 가게에 걸맞지 않게 텅텅 빈 쇼파들은 이제 제법 찾는 발길이 많아져 사람들을 채운다. 사이폰이라 불리우는 커피 추출기구로 커피를 뽑아마시면서 사람들은 무척 신기해한다.
노동자와 커피
한국 자본주의는 건강에도 좋지 않은 가장 싸구려 인스턴트 커피로 노동자의 입맛을 길들여 놨다. 커피는 노동자에게 여유와 담소의 상징이 아니라 졸린 잠을 깨우는 각성제일 뿐이다. 자본에게 노동자는 철야를 알리는 벨소리를 들으며 공장 자판기 앞 훌쩍 마시고 버려지는 종이컵 같이 하찮았고 그래서 우리는 그 자판기 커피를 홀짝홀짝 하루에 대여섯 잔씩 마셔가며 일하고 또 일했다.
87년 대투쟁 이후 20년, 울산 노동자는 적어도 ‘못사는’ 노동자는 아니다. 1인당 GDP가 한국이 2만 달러를 갓 넘은 데 반해 울산의 1인당 GDP는 2006년 4만 달러를 넘어섰다. 물론 이는 통계일 뿐이다. 그래도 제법 살기 좋아진 것만큼은 분명한 듯하다. 하지만 울산 노동자의 생활과 문화가 달라지지는 않았다. 노동자에게 고작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기는 것조차 허락되지 않는다. 하물며 다른 문화적 향유 역시 어렵고도 먼 얘기다.
교대제 근무를 하는 노동자들은 집과 회사만을 왔다갔다 한다. 울산 와서 깜짝 놀란 것 중 하나는 노동자들이 울산 지리를 잘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2~30년 울산에 살았음에도 그렇다. 여유 시간이 생겨도 잠자기에 바쁘다. 그래도 소득은 늘어 집집마다 자동차가 생겼지만 집은 공장 멀리 아파트단지로 이사 갔고 그래서 더 집과 회사만을 왔다갔다 한다. 차가 또 문제인 거다. 그렇게 집만 찾아들어가도 집집마다 가정이 평탄하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교대제로 인해 자녀 얼굴 한번 보기 힘들다고 하소연하고 부인과의 관계도 서먹하다고들 한다. 노동자 가정의 주부들은 그나마 끼리끼리 모여 삼산동에 나들이라도 나가지만 노동자들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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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 돌규회원 따라 간 기억이 있습니다. 커피 가격이 너무 비싸서 전 안시킨기억이... 그래서 그집 커피맛 몰라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