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둥을 재료와 구조기법상으로 볼 때, 목조 ·철골조 등의 가구식(架構式) 구조와 철근콘크리트조의 일체식(一體式) 구조에서는 기둥은 대부분 수직하중을 받지만, 아치(arch)나 볼트(vault)를 사용하는 석조 ·벽돌조 등의 조적식(組積式)구조에서는 기둥 외에 벽체도 수직하중을 지탱하는 역할을 한다. 또 기념주(紀念柱)나 문기둥과 같이 상부의 하중을 지탱하지 않는 것도 넓은 의미에서 기둥이라고 한다.
서양건축에서는 주초(柱礎:base) ·주신(柱身:shaft) ·주두(柱頭:capital)의 세 부분이 모여 기둥을 이루며, 한 양식이 변화한다고 하는 것은 세 요소가 복합적으로 변화하는 것이기 때문에 극히 다양하게 전개된다. 그러나 한국건축에서는 이 3요소가 독립된 채 사용되어 왔기 때문에 한국의 기둥은 서양 기둥의 주신에만 해당된다.
1. 한국
한국건축에서 기둥의 발생은 빗살무늬토기문화기[櫛文土器文化期]의 움집[竪穴住居]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삼국시대에 이르러 방주(方柱) ·원주(圓柱) ·팔각주(八角柱)가 있었음이 입증되었으며, 기둥에 배흘림(entasis:2개의 나란한 수직선이 가운데가 들어가 보이는 착시현상을 막기 위해 중간 부분을 약간 불룩하게 하는 일)을 하였다.
이러한 배흘림기법은 고려시대를 거쳐 조선시대에도 계승되었다. 또한 이것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옛날부터 공통적으로 사용되어 온 기법이다. 고려시대의 기둥형식으로서 현존하는 유적으로는 경북 영주시에 있는 부석사 무량수전(浮石寺無量壽殿)의 원주가 남아 있다.
조선시대의 기둥양식을 단면에 따라 분류하면 원주(圓柱) ·방주(方柱) ·육각주(六角柱) ·팔각주(八角柱)의 4종으로 나뉜다. 원주는 궁궐 ·사찰 ·관아 등의 권위적인 건축물에 많이 쓰인 것이며, 기둥의 전체 형태에 따라 배흘림기둥(무위사 극락전) ·민흘림기둥(서울 남대문) ·원통형기둥(개심사 대웅보전) 등의 3가지로 구분된다.
방주는 궁궐의 정전(正殿), 중요 내전을 제외한 부속전각, 일반 주택에도 거의 방주가 사용되었다. 육각주는 특수한 경우에나 찾아 볼 수 있는데, 경복궁의 향원정에서 그 예를 볼 수 있다. 팔각주는 사찰의 추녀를 받치는 활주에 쓰이는데, 부석사 무량수전의 활주가 좋은 예이다.
2. 서양
서양건축에서의 기둥은 형상에 따라 원주(圓柱:column) ·기주(基柱:pier) ·벽주(壁柱:pilaster) 등으로 나뉜다.
원주는 한 자루의 부재로 된 것으로, 단면은 원형이거나 다각형이다. 기주는 석편(石片)이나 벽돌과 같은 단위부재로 쌓은 것으로아치를 지지하는 기둥이나, 창 및 출입문 사이의 좁은 기둥형 벽과 같은 벽체가 축소되어 형성된 굵은 기둥이다. 단면은 직사각형 ·다각형 ·부정형(不定形)으로 원주보다도 큰 하중을 지지할 수 있다. 벽주는 벽체에서 약간 돌출하여 인접 기둥의 양식이나 오더에 맞도록 만든 기둥 형식으로, 단면은 직사각형이며, 단면이 반원형의붙임기둥(engaged column)과는 구별되어야 한다.
서양의 기둥 형태는 지방과 시대에 따라 여러 가지이다. 고대 이집트 시대(BC 27세기경)에 이미 훌륭한 돌기둥이 있었다.BC 20세기경에 사용된 16각주 돌기둥은 BC 6∼5세기경 그리스에서 발생된 도리아식 기둥의 원형이 되었다. 이집트 신전에 사용된 기둥의 특징은 한 자루의 통재(通材)가주초 ·주신 ·주두를 이루고 있는 점이다. 주초에는 상형문자, 주신 밑둥에는 풀잎,허리에는 신과 왕과의 대화 모습, 주두에는 파피루스, 꽃 또는 연꽃의 봉오리 ·싹 등이 장식되었고, 주신에 배흘림도 두었다.
그 후 크레타 ·미케네 시대의 건축(BC 2000~1200)에서는 상부가 굵고 아래로 내려갈수록 가는 원주가 사용되었다. 그리스 시대에 들어와서 기둥 형식은 극히 세련되어 그 후의 원주의 모범이 되는 고전적 형태가 완성되었다. 보와 그것을 받치는 기둥의 구성에 있어서 구조상 ·장식상의 일정한 기준이 만들어져 있는 것을 오더(order) 또는 주범(柱範)이라고 한다.
그리스 시대에는 세 오더, 즉 도리아 오더(Doric order) ·이오니아 오더(Ionic order) ·코린트 오더(Corinthian order)가 고안되었다. 도리아 오더는 그리스 본토에서 발생한 것으로, 단순하고도 장중한 느낌을 준다. 주초는 없고, 주신이 직접 기단(基段) 위에 선다. 구성비례는 주신의 높이가 밑통의 5∼6배이고, 주신 전체는 11개의 드럼 필릿(drum fillet)의 토막으로 구성되었다. 주신 전체에는 보통 둥근 홈 모양의 주름인 플루트(flute:장식용 세로홈)가 20개 있었으며, 배흘림도 두었다.
이오니아 오더는식민지인 이오니아 지방에서 창안된 것으로, 우아하고 경쾌하며 유연한 인상을 준다.특징은 주초가 있으며, 주신의 높이가 밑통의 8∼10배 정도이고, 배흘림은 도리아 오더보다 약하다. 주신의 플루트는 24개가 표준이며, 주두에 소용돌이꼴 무늬를 장식하였다.
그 후에 발달된 코린트 오더는 이오니아 오더와 거의 같으나 주두가보기 좋게 철저히 장식된 것이 다르다. 즉, 주두를 아칸투스(Akanthus) 나뭇잎으로 장식하였다. 이들 그리스의 오더들은 근대까지 독립주 ·벽주 ·붙임기둥으로 애용되어왔다.
로마시대에 이르러서는 그리스의 3가지 오더 외에 투스칸 오더(Tuscan order)와 콤포지트 오더(composite order)를 더하여 5가지 오더가 사용되었다. 고대 페르시아에서는 큰 종형(鐘形)의 주초 위에 약 36개의 가는 플루트를 새긴 주신과, 이중 소용돌이 무늬와 2마리의 동물을 조합한 큰 주두를 만들었다.
중세 유럽에서는 기주 주위에 많은 붙임기둥을 붙인 다발기둥(clustered pier)이 많이 쓰였다. 또 불임기둥이 중심기주와 융합하여 부정형의 단면형을 갖는 기둥도 만들어졌다.
근대에 들어와서는 철이나 콘크리트가 대량생산됨에 따라 건축양식이 근본적으로 변하면서, 기둥도 근대이전의 양식적 장식을 버리고, 단순하고 기능적인 형을 취하게 되었다. 철근 콘크리트조에서의 기둥은 주두도 주초도 없는 사각형 또는 원형이 보통이다. 철주(鐵柱)로는 초기에 고전적인 형을 흉내낸 주철제의 것이 많이 사용되었으나, 오늘날 강재(鋼材)의 발달로 H형강이나 조립(組立) 트러스가 그대로 기둥으로 사용되고 있다.